사는 이야기

혼자 걷는 앞산 숲길

마음풍경 2009. 9. 13. 21:41

9월도 중순으로 접어드는

일요일 오후

 

한낮에는 여름과 같은

햇살이 따갑습니다.

 

하지만 살랑 살랑 부는 바람은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지요.

 

푸른 하늘에 두둥실 흘러가는

새하얀 구름을 보면

어제 토요일 대둘 산행을 했지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역마살이 발동을 하네요. 

 

 산악회를 따라 혼자 산을 가볼까

대청호 둘레길로 거길 가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다만 멀리는 가지 못하고

오후 늦게 동네 앞산을 향해 

음악을 들으며 나서봅니다.

 

오늘은 카메라 없이 빈손이네요.

때론 이런 홀가분함이

좋을때가 있습니다.

 

햇살을 가려주는 숲길은

참 시원하고 포근합니다.

 

다만 백로가 훨씬 지났는데

모기 입은 삐뚤어지지 않았는지

잠시만 발걸음을 멈추기만해도

이곳 저곳이 가렵습니다.

 

오랜만에 온길이지만

가는 길 도중에

아는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오랜만에 만난 분하고는

어찌 지내나고

언제 한번 보자고

인사말을 나누고

최근 만난 분하고는 

가까운 다른 분의

근황을 이야기 합니다.

 

사람이 그립고

반갑기도 하다가

또 때론 혼자만 깊어지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사람이 자기의 주위에

있는 것들을 무시해 버리고

어떤 중립적인 영역 속에

담을 쌓고 들어앉아서

고립되거나 보호받을 수는 있다.

 

그것은 자신을 몹시

사랑한다는 뜻이며

이기주의를 통해서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뜻이다" 

 

장그르니에의 섬에서 나온

몇 구절이 떠올라 옮겨봅니다.

 

여튼 어느것이 올바른

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럴땐 그저 내 두발로

단순하게 걷는 것만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충남대까지 내려섰다가

뒤돌아 길을 걷습니다.

 

대전 시민 천문대 옥상에 올라

동네 주변을 바라봅니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도 뽑아

한모금하면서요.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주고

헤드폰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외로움보다 그리움이 앞서더군요.

 

외로움보다는 그리움이 많은게

차라리 좋지 않을까요.

 

바로 집으로 향하지 못하고

운동장 트랙을 몇바퀴 돕니다.

 

시간이 좀더 지나면

운동장에서 지는 석양을

볼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집착을 버리고 그냥 돌아섭니다.

 

돌아서는 발걸음은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내일 또 다른 한 주가 시작되네요.

또 그리 살아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