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예당호 중앙생태공원과 조각공원 길 - 새해 첫날 맞이하는 눈길
예당호 중앙 생태 공원 &
예당호 조각공원
충남 예산군 대흥면 동서리 &
예산군 응봉면 후사리
예당 저수지로도 불리는 예당호는
1962년에 조성이 되었으며 면적 320만평으로
우리나라 제일의 저수지라고 합니다.
예당호 국민 관광지 등 볼거리가 있지요.
그중에서 대흥면 동서리에 있는
예당호 중앙 생태공원과
응봉면 후사리에 있는
예당호 조각공원을 찾아봅니다.
중앙 생태공원은 예산군이
2008년에 21억원을 들인 공원으로
물고기 모양의 나무테크 길 등
자연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편의 시설들이 있습니다.
나무 다리를 건너가자
예산 명물이 황토 사과여서인지
친근한 사과 캐릭터 상도 있네요.
예당호는 오염이 되지 않아
각종 습지 식물과
멸종위기 식물들이 자라고 있고
겨울에는 쇠오리, 청둥 오리 등
많은 철새들이 찾아오는
생태 서식지라고 합니다.
2012년 첫날 펑펑 내리는
첫눈을 기꺼이 맞으며
겨울 차가움 속에 잠들어 있는
자연의 모습을바라보는 느낌이
참 각별해집니다.
예당호는 물고기가
서식하기 참 좋은 환경이라
낚시를 위한 좌대가 무척이나
눈에 많이 띄더군요.
당초 계획은 새해 일출을
황홀하게 보는 것이였는데
펑펑내리는 함박눈이 대신합니다.
아무도 없는 이곳에 서서
소복 소복 내리는 눈을 맞으며
바라보는 겨울 호수의 풍경도
멋진 선물이라 생각해 봅니다.
쓸쓸하면서도 애잔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오래전에 읽어보았던
시 한편이 희미하게 떠오릅니다.
떠나는 자들은 언제나
모든 것을 남겨 놓고 떠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꿈으로
울어야 하는 이들이여
때로
미칠 것 같은 기다림으로 하여
덧없는 사랑을 기다리지 않으면서
그 사랑으로 하여
내내 안스러워 하는 것은
또 없이 울어내는 들새의 울음
몇 소절에도
못내 마음 안스러운
타고난 아픔 때문일게다
눈감아도 접어둘 수 없는
때묻지 않은 슬픔 때문일게다
눈내리는 하늘에
쇠오리 날아가고
회색빛으로 그림자 지는
세상이 참 좋네요.
중앙생태공원을 나서서
예당호를 오른편으로 끼고
예당호 전망대휴게소를 넘어오니
예당국민 관광지내에 있는
예당호 조각공원에 도착했습니다.
2004년에 개원을 해서
전국의 유명 중견 작가와
공모 작가가 참여하여
조성된 공원이라고 합니다.
온통 새하얀 눈 쌓인 풍경이
입구부터 반겨줍니다.
큰 규모의 조각공원은 아니지만
조각상이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먼저 "두개의 나" 라는 제목의
조각상이 눈에 띄더군요.
마치 나의 모습을 표현한 것 같아서
한참을 쳐다보았습니다.
건너편에 있는 "또 다른 나"라는
제목의 조각상과 대조를 이루더군요.
나이면서도 나이기도 한 존재와
또 다른 나의 존재는 동일할까요.
최인호 작가의 최초의 전작 소설인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가 생각납니다.
늘 익숙한 일상이 한순간에
뒤틀려버린 현실속에서
자신의 실체를 찾아가는
그런 묘한 주제의 소설이지요.
읽고 나서도 한 동안 머리가 멍해지는...
어느 서평 글처럼
"우리는 때때로 부정하고
싶은 현실과 마주한다.
그 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제발 현실이 아닌
꿈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데,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짜로 나로 산다는 건
무엇일까를 묻는 소설이다"
내가 이세상에 온 것도
또 이 세상을 떠나는 것도
모두 다 내 자신의 의지가
아닐지는 모르지만
조각상처럼 편히 쉴 수 있는
의지는 내 것이겠지요.
나중에 이곳에 다시 온다면
옆 의자에 나란히 누워
하늘을 보고 싶어집니다.
중앙생태공원의 호수 풍경도 그랬지만
이곳 조각공원도 눈이 내려서인지
적막하면서도 왠지 모를
포근한 느낌이 가득합니다.
"귀로"라는 이름의 이 조각상이
개인적 생각으로
가장 작품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난해하지도 않고 사실적이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조각상이네요.
주변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이름의 다리이지만
그렇게 세상 사람들은
사랑이 좋은 모양이지요.
모든 노래 가사에 빠지는
않는 것이 사랑이고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에
빠지지 않는 주제가 사랑이어서인지
이 다리의 이름도 그리 했나봅니다.
어우러져 사는 것이 인생이기에
사랑은 그 사이를 단단하게
해주는 유일함이겠지요.
조각공원을 빠져나와 옆에 있는
예당수변 야외무대로 발걸음을 해봅니다.
마치 하얀 밀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겨울 풍경이 내내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흰 눈이 쌓인 호수를 바라보며
중앙 생태공원에서 마저 하지 못한
시 구절을 좀더 떠올려 봅니다.
떠나는 자들은 언제나
모든 것을 가지고 떠난다
숨어서 흘리는 눈물로
검은 가슴 적시며
많이 외로운 이들이여
더이상은
기약할 수 없는 사랑이란
거역할 수 없는 만남이란
다만
손금처럼 접어 두어라
손금처럼 접어 두어라
한때
젊어서의 불안과
가슴 떨리는 사랑의 기억
마치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슬픔 상징으로만
남아야 할 때
그대들의 꿈은 향기를 품고
그대들의 눈물은 아름답다.
2012년 1월 1일 눈내린 아침에
휘휘 돌아본 예당호의 모습들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