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어김없이 온다.
참 신기하다 매년 똑같은 계절이 반복된다는 것이..
한번쯤은 계절 하나를 건너뛸만도한데 ..
참 어제 라디오를 듣는데 내가 좋아하는 정희성 시인이 나온다.
그리고 직접 태백산행이라는 시를 낭송한다.
그 시가 참 좋다..
글 하나 하나가 가슴에 착착 안긴다.
갑자기 눈쌓인 태백산을 나도 기차타고 가고프다.
등뒤로 구시렁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ㅎㅎ
태백산행
글: 정 희 성
눈이 내린다 기차 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일곱살이야 열아홉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 일곱이라고
그 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 때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 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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