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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봄을 재촉하는 비를 맞으며...

by 마음풍경 2011. 2. 27.

참 오랜만에 비가 주룩 주룩 제법 세차게 옵니다.

그래서 우산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잠시 동네길을 걸어보았습니다.

 

나무가지에 대롱 대롱 매달린 빗방울이 상큼한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무작정 길을 걷다보니 대전시민천문대로 와버렸네요.

근데 이곳에 새로운 시설이 설치가 되었더군요.

요즘 사랑의 열쇠가 유행인가 봅니다.

지난주에 다녀온 해남 땅끝 전망대에도 이런 열쇠가 있던데..

 

사랑을 영원히 하고픈 소망은 다 소중하겠지만

조금 쌩뚱맞게 천문대까지 이런 시설이 있는게 바람직한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ㅎㅎ

 

천문대 옥상에 올라 주변 연구단지 풍경을 바라봅니다.

과거에는 운동장이 훤히 내다보였는데

이제는 주변에 나무가 자라서 그 풍경이 잘 보이지 않네요.

 

여튼 비 내리는 풍경을 이렇게 차분하게 내려다 보는 느낌도 참 좋습니다.

오늘같은 날은 창밖 풍경이 바라다 보이는 2층 카페에 앉아 차 한잔 마시는 것도 좋을듯 한데

이제는 그런 낭만마저도 차츰 아스라해지네요.  ㅎㅎ

 

천문대를 내려서서 운동장으로 걸어봅니다.

늘 비어있는 의자가 오늘은 비가 와서인지 더욱 외롭다고 하는것 같습니다.

 

"서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의자 당신의 자리가 되드리리다" 라는 노래가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

70년대 가수인 장재남씨의 노래로 알고 있는데 기억이 가물 가물 하네요.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난리인 세상이지만

그래서 이런 비어있음이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를 맞으며 발길가는대로 걷다보니

 문득 참 오랜만에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라는 시집을 낸 박노해 시인의

첫 페이지에 나온 시가 생각이 납니다. 

 

길이 끝나면 거기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쪽 문이 닫히면 거기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겨울이 깊으면 거기

새 봄이 걸어서 나온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 길이 끝나면 >

 

 

하긴 매서운 겨울의 끝에 따사로운 봄이 있듯이

절망의 바닥이 새로운 희망의 시작이겠지요.

 

어수선한 세상

이 비가 깨끗하게 씻어 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