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그동안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친 탓일까요.
올 겨울에는 아픈 날이 많아지며 주말마다 일상처럼 떠나던 발걸음을 자주 멈추게 됩니다.
훌쩍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책이 있기에 그 답답함을 덜어볼 수 있네요.
올해들어 처음 책 몇권을 주문해서 받아 보았습니다.
정호승 산문집 -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장 지오노 - 나무를 심은 사람
이용직 - 편백 숲에 부는 바람
김진석, 김태영 - 우리 땅에 사는 나무들의 모든 것 : 한국의 나무
그런데 정호승 시인의 최신 에세이집을 빼고는 남은 3권의 책이 모두 나무를 주제로 하는 것이네요.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황무지를 거대한 숲으로 바꾼 늙은 양치기의 기적같은 이야기를 쓴 "나무를 심은 사람"과
전남 장성 축령산의 편백숲을 조성한 임종국 선생의 생애를 소설로 쓴 "편백 숲에 부는 바람"
그리고 10여년 동안 전국을 두발로 다니며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650여종의 나무들을
상세하게 기록한 나무의 백과사전과 같은 "한국의 나무"
그나저나 책에는 향기가 있습니다.
특히 새로산 책을 맡아보면 참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드는데
어쩌면 종이의 원료가 나무이기에 책에서 나무의 향기를 느끼기 때문이겠지요.
전부 다 베풀고 아낌없이 주기에 '나는 없다'라는 뜻으로 생각되는 "나무"
때론 먼길을 떠나지 않아도 책에서 나무의 향기를 가득 느끼기에 위로가 되고 작은 희망이 됩니다.
얼마전에 전라도닷컴 잡지에서 본 글이 문득 생각이 나네요.
나주 영산포에서 '희망참기름'이라는 상호의 기름집을 평생하시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돈은 쪼깨 없어도 살제만.... 희망이 없으문... 불 꺼진 집매니로 캄캄하제."
저에게 희망이란 무엇일까요.
따뜻한 차 한잔을 옆에 두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아주 편안한 자세로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있는 이 순간이 행복이자 희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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