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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풍성한 눈 풍경을 보며 출근을 합니다.

by 마음풍경 2008. 2. 26.

밤사이에 눈이 내렸습니다.

늦 겨울 눈이라 해야할지

아님 정호승 시인이 좋아하는 봄눈이라 해야할지

 

몇년전 아마 아들이 중학교 들어갈때이니

2004년 3월 초였고 이곳 한밭벌에

엄청난 눈이 내린 기억이 떠오르네요.

 

오늘도 창밖 정취는 그에 못지 않네요.

 

문득 정호승 시인의 봄 눈이라는 싯구절이 떠오릅니다.

 

봄눈이 내리면
그대 결코
다른 사람에게 눈물을 보이지 말라
봄눈이 내리면
그대 결코
절벽 위를 무릎으로 걸어가지 말라
봄눈이 내리는 날
내 그대의 따뜻한 집이 되리니
그대 가슴의 무덤을 열고
봄눈으로 만든 눈사람이 되리니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과 용서였다고
올해도 봄눈으로 내리는
나의 사람아

 

여하튼 새벽에 잠에서 깨어 창밖을 바라보니 온 세상이 하얗더군요.

하여 오늘은 걸어서 사진도 찍으면서

연구소에 출근을 하려 아파트를 나섭니다.

 

큰 거리로 나서는 길도 온통 새하얀 눈풍경입니다.

 

 

생각보다 제법 많이 쌓인 눈길을 걷습니다.

 

이 나무들을 보니 작년 12월 말 지리산 천왕봉 산행이 생각나네요.

 

 

연구단지 체육공원을 지납니다.

이곳에 첫 발자욱을 남기고 싶었는데

흑 저보다 부지런한 사람이 있었네요.

 

벤치와 눈 내린 풍경은 참 잘 어울린다 생각해 봅니다.

 

오늘 하루 여유 있는 시간이라면

이곳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호호 불며 마시고 싶은데

 

고개들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지난 시절 아스라한 추억도 떠올려보고

 

갑자기 눈싸움 하고 싶네요. ㅎㅎ

강아지들은 이 풍경을 보면 신나하겠지요.

 

오늘은 나같이 걷는 사람에게는

참 행복한 출근길입니다.

 

평소에는 평범한 나무로 서있었을텐데

오늘은 하얀 드레시한 옷을 입고 있어 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다리위도 지나고요. 항상 출근할 때 바라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곳입니다.

 

오리들은 눈 풍경에 무심하겠지요.

먹고 사는데 바빠서리.. ㅎㅎ

저는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만한 여유라도 있어서..

 

잠시동안 다리에 서서 오리들 노는 모습도 보고

아름다운 주변 풍경도 천천히 바라봅니다.

 

 

화학연구소 주변에는 멋진 나무들이 참 많습니다.

 

눈꽃이 핀 행복한 세상..

오늘 만큼은 사람들 다투는 일이 적겠지요.

 

 

눈이 내리는 날은 항상 포근합니다.

바람도 없이 잔잔하고요.

하니 마음속에 평온함이 조금씩 스며들겠지요.

 

집에서 걸어서 약 20여분 거리인 연구소 후문에 도착합니다.

조경수가 예쁜 성탄 트리가 된것 같네요.

 

대나무들은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휘어져 있고요.

겨울에 보는 대나무의 푸르름이 무척이나 시원합니다.  

 

평소에는 그냥 스치는 조각품도 눈에 새롭게 들어오고요.

 

이 풍경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더욱 애틋한 풍경으로 바라봅니다.

 

소원의 집이라 불리는 양식당 건물입니다.

굴뚝에 진한 연기가 피어오른다면 더욱 좋았을텐데.. ㅎ 

 

과학이나 기술도 기실 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이해하긴 힘들겠지요.

 

오늘은 의자에 앉아 눈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꿈만 꾸는 하루였으면 하네요.

 

잊는다는 것

비운다는 것

말처럼 쉽지만은 않지만

홀로 눈길을 걸을때 생각납니다.

결국은 혼자라는 걸..

그래서 늘상 외롭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