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공원 길
경남 통영시 산양읍
비가 내린 다음날이어서인지
햇살이 따사롭고
바람마저 싱그럽습니다.
작년 5월 5일날 작고하신
박경리 선생의 묘소를 찾아봅니다.
삼덕리 산양읍 사무소를 지나
신천리로 넘어가는
고개에 입구가 있더군요.
머리위로 미륵산이 보입니다.
1년동안 공사를 해서인지
깔끔하게 정리가 된것 같습니다.
이 빈 의자를 보니
죽음이란 때론 휴식과도 같은
평온함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 봅니다.
묘소 입구에 들어섭니다.
박경리 선생을 소설가로 알고 있으나
시집도 여러권 낸 시인이지요.
참 기분이 좋은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깁니다.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게 느껴지는
주변 풍경이고요.
죽음의 길이 이처럼
아늑하기만 하다면
잠시 뒤돌아 보니
신천리 앞 바다가 보이네요.
입구에서 10여분 걸었을까요.
선생의 묘소가 나옵니다.
참 평소의 모습처럼
정갈하고 소박한 느낌입니다.
바라보이는 조망도
너무나 행복한 느낌이고요.
중앙일보에 나온 사진을 보고
이곳을 찾게되었습니다.
비슷한 구도인지 모르겠네요.
산자나 죽은 자나 모두가
편안한 장소라는 생각이네요.
삶과 죽음이 따로 느껴지지 않는..
내 영혼이
의지할 곳 없어
항간을 떠돌고 있을 때
당신께서는 산간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영혼이 뱀처럼 배를 깔고
갈밭을 헤맬 때
당신께서는 산마루
헐벗은 바위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영혼이 생사를 넘나드는
미친 바람 속을
질주하며 울부짖었을 때
당신께서는 여전히 풀숲
들꽃 옆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진작에
내가 갔어야 했습니다
당신 곁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찔레덩쿨을 헤치고
피 흐르는 맨발로라도
백발이 되어 이제
겨우 겨우 당도하니
당신은 아니 먼 곳에 계십니다
절절히 당신을 바라보면서도
아직
한 발은 사파에 묻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글기둥 하나 잡고
내 반평생
연자매 돌리는 눈먼 말이었네
아무도 무엇으로도
고삐를 풀어주지 않았고
풀 수도 없었네
영광이라고도 하고
사명이라고도 했지만
진정 내겐 그런 것 없었고
스치고 부딪치고
아프기만 했지
그래,
글기둥 하나 붙잡고
여까지 왔네
시도 차분하게 읽어보며
길을 걷습니다.
연분홍 색 사랑초 꽃도
내 마음을 따라 오네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마음이 풍요로워집니다.
하늘도 그처럼 행복함이
충만하게 보이고요.
그런 차분하고 따스한 마음
가슴에 간직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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