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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소백산 자락길-(1) : 달밭길을 걷다.

by 마음풍경 2010. 5. 23.

 

소백산 자락길

 

 

1코스(선비길-구곡길-달밭길)

소수서원-금성단-죽계구곡-초암사-달밭골-비로사 삼가리(12.6km), 4시간 30분 소요

 

2코스 일부

비로사 삼가리-금계호(4.1km), 40분 소요

 

 

지난 4월 벚꽃 화사한 박경리 토지길을 걷고 다시 문화생태 탐방로 길을 걷습니다.

7개의 문화생태탐방로 길중 5번째로 걷는 길이네요.

 

대전에서 영주까지는 생각보다 먼길입니다.

대전에서 영주를 거쳐 태백으로 가는 7시 10분 버스를 탔는데 이곳에 4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했네요.

근데 재미있는 것은 대전에서 상주, 문경/점촌, 그리고 예천을 거쳐 이곳 영주까지 오는 동안

마치 군내 버스처럼 지나가는 면 소재지는 모두 들립니다. 

분명 대전에서 시작해서 충북, 경북 등 몇개의 도 지역을 넘는 버스인데도 말입니다. ㅎㅎ

여튼 이곳 영주에  11시 20분경에 도착했습니다.

 

소수서원을 가려면 영주 시외버스 터미널을 등지고 오른편 건너쪽

영주반점 앞 시내버스 승차장에서 약 1시간마다 다니는 부석사행 버스를 타야합니다.

다행히 시간이 딱 맞아 11시40분경에 버스가 옵니다.

 

12시 10분경에 소수서원 입구에 도착해서 소수서원 및 선비촌도 구경하고

또 식당이 있는 저작거리에서 산채 비빔밥도 먹고

1시경에 소백산 자락길 안내도가 있는 관광안내소 앞에서 소백산 자락길 걷기를 시작합니다.

마침 관광안내소가 소백산 자락길 도보여행 스탬프를 받는 곳이라 이곳에서 도장부터 받았습니다.

 

소백산 자락길은 이곳 소수서원에서 시작해서

소백산 자락을 휘돌아 죽령 고개를 넘어 충북 단양으로 이어지는 약 백리길이지요.

 

관광안내소를 등지고 왼편으로 차길을 따라 조금 가다 제월교라는 이름의 다리를 건넙니다.

다리에 소백산 자락길 공식 화살표도 보이지요.

근데 이곳 다리의 이름을 청다리라고도 한답니다.

옛날 기생을 불러 풍류를 즐기다 정이 들어 낳은 사생아를 이곳 다리에 버리기도 했는데

자식이 없던 집안에서 아이를 주워 길렀다고 하네요.

글고보면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고 다리밑에서 주워왔다는 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네요. ㅎㅎ

 

이제 차길을 벗어나서 금성대군 신단이 있는 금성단으로 향합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소백산 자락길 공식 이정표도 만납니다.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니 금성단이 나옵니다.

 

금성단은 세종의 6남인 금성대군이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 발각되어

순절한 분들을 기리는 제단이라고 합니다.

 

제단은 참 쓸쓸하고 소박합니다.

역사란 이긴자만을 기억하는걸까요.

세종의 아들인 금성대군이 목숨을 걸고 단종의 복위 운동을 한이유가 무얼까요.

부자간에도 친인척간에도 서로 정권을 잡기위해 죽고 죽이는것을 보면 정치란게 그런건가 보지요.

 

금성단을 나서니 바로 압각수라 불리는 큰 은행나무를 만나게됩니다.

 

은행나무 잎사귀 모양이 마치 오리발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과거 단종복위운동(1456년)때 이곳 순흥도호부가 폐지되고 이 나무도 불에 타 죽어버렸는데

이후 나무 밑둥에서 가지와 잎이 새롭게 돋아나더니

다시 순흥부도 설치(1682년)가 되었다고 합니다.

글고보면 죽었다가 228년만에 다시 살아난 나무네요.

 

압각수 나무도 지나고 이제 소백산 능선을 바라보며 들길을 걷습니다.

 

근데 이곳 소백산 자락길은 등산 시그널과 같은 리본은 거의 없고

길바닥에 그려진 화살표만을 찾아가야 하기에 갈림길에서는 가끔 길을 놓치는 경우가 있네요.

다른 문화생태탐방로는 모두 길바닥의 화살표와 함께 리본을 사용하는데

이곳은 바닥 화살표만 사용하기에 처음에는 조금 적응하기가 쉽지 않고요. ㅎ

 

 이제 다시 차도로 나섭니다.

삼괴정까지의 약 2.3km 길은 차도를 걸어야 합니다.

 

차도이긴 하나 차들이 자주 다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길을 걷기가 그리 위험하지는 않지요.

 

지나온 길이 참 소박하고 곱네요.

근데 이유는 잘 모르지만 이상하게 가야할 길보다는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면 더 아름다운 걸까요.

우리네 삶도 그리할까요.

 

이 길이 차가 다니지 않는 흙길이라면 더욱 좋겠네요.

 

길 오른편으로 순흥 저수지도 나옵니다.

 

저수지의 풍경이 좋아서인지 식당도 있습니다.

 

 

그리고 찻집도 나옵니다.

구비도라 라는 이름이 독특해서 이곳에서 차 한잔하고싶네요.

 

하여 날도 마치 여름처럼 덥고 식사를 한지도 얼마 되지않아 졸리기도 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러 찻집으로 들어섭니다.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이곳에서 시원한 오미자 차 한잔합니다.

저기 전봇대만 없으면 참 좋으련만 쩝.

 

차도 시원하게 마시고 다시 길을 나서 2시 30분경에 배점 마을 입구에 도착합니다.

 

선비촌에서 2.7km를 왔습니다.

 

ㅎㅎ 이곳에서 처음으로 안내 리본을 보게되네요.

 

그리고 배순 정려비를 만나게 됩니다.

배순은 대장장이 아들로 태어난 천민 출신이지만 퇴계 선생의 유일한 천민 제자이기도 하답니다.

퇴계선생 및 선조 대왕이 돌아가시자 삼년 상복을 입고 제를 지낸 충신이기에

나라에서 정려를 내려서 이곳에 정려비를 세웠다고 합니다.

 

배순정려비를 지나 배점분교가 있는 이곳에서 1-1코스 선비길이 끝납니다.

 

안내도에는 소요시간이 1시간이라고 나와있지만

3.8km 거리를 차도 마시며 여유롭게 1시간 30여분만에 왔습니다.

이제 초암사를 향해 3.3km의 구곡길을 걸어야 하네요.

 

배점 분교앞에 배순의 대장간에 대한 안내도가 있습니다.

이곳 배점이라는 명칭도 배순의 점방(대장간)이 있던곳이라 그리 이름이 된거라고 합니다.

 

이제 죽계 구곡을 따라 걷는 시간입니다.

죽계구곡은 소백산 국망봉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흐르는 계곡이지요.

퇴계 선생이 이곳 계곡 풍취에 심취하여 아홉 구비를 헤아려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탐방지원센터도 지납니다. 

이제 본격적인 소백산 국립공원으로 들어서게 되네요.  

 

몇일전 비가 많이 와서인지 계곡의 물소리가 세찹니다.

 

시원한 계곡을 따라 길도 시원하게 이어집니다.

 

바람에 실려오는 아카시아 향기도 참 달콤하고요.

 

햇살은 뜨거웠지만 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로 들어가면 무척 시원합니다.

 

계곡의 물소리도 듣고 명랑한 새소리도 듣고요.

마음이 참 평온해집니다.

 

2년전에 한 소백산 겨울 산행 하산길에서는 이런 다리가 없었는데

그사이에 생긴것 같습니다.

 

나무 다리도 건너니 계곡의 물소리도 더욱 세차집니다.

마치 여름의 한가운데 와있는 느낌이고요.

 

참 마음에 와닿는 그런 숲길을 걷습니다.

포장길이 아니었다면 더욱 좋았겠지요.

요즘은 등산로아니면 흙길을 걷기가 쉽지 않으니 늘 아쉽기만 합니다.

 

여튼 그래도 철쭉꽃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그런 아름다운 길입니다.

 

쪽동백나무 꽃잎인가요.

낙화의 모습이 계곡의 풍경과 참 잘 어울리네요.

 

계곡따라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초암사에 도착합니다.

삼괴정에서 약 1시간이 소요되었네요.

 

 이제 1-2코스인 구곡길도 끝나고

1코스의 마지막 길인 5.5km의 달밭길을 걷습니다.

 

오늘 걸었던 길들이 대부분 포장된 길이어서인지

이 흙길이 무척이나 반갑고 포근합니다.

 

이제 바닥에 그려진 화살표를 따라 왼편 길로 접어듭니다.

오른편 길은 국망봉으로 가는 등산로이지요.

 

근데 입구에 입산금지라는 내용이 있네요.

제가 알기로는 이곳에서 달밭골을 지나 비로사까지

소백산 자락길때문에 처음으로 개방된 등산로로 알고 있는데요.

물론 봄과 가을 한차례씩 산불방지기간에는 통행이 금지되겠지만서도요.

 

하지만 화살표도 있고 소백산 자락길 안내 리본이 있는걸 보면 출입 통제는 아닌것 같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 보존해야할 자연이 황폐화될 수 있기에

형식적인 출입금지 안내 표시는 하고

그냥 소백산 자락길을 알고 걷는 사람만 다니라는 그런 고육책은 아닐까 생각해보네요.

 

여튼 기존의 길과는 느낌이 다른 그런 길을 걷습니다.

작은 계곡도 지나고요.

 

 오랫동안 사람의 출입이 통제되어서인지

정말 마음으로 좋다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숲이 깊게 우거져서 햇빛마저도 귀합니다.

 

짙은 숲향기가 내 몸속에 깊게 배여드는 느낌이 가득한 시간입니다.

 

돌다리를 따라 계곡을 건너는 뒤뚱거림도 좋고요.

 

마치 여름의 방태산 계곡에 와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한 여름이라면 이곳에 풍덩 빠지고 싶을텐데

아직은 너무 춥겠지요. ㅋㅋ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낙엽쌓인 전나무 숲길은 참 폭신하고 포근합니다.

 

물소리, 새소리

그리고 온갖 자연의 내음이 가득하네요.

 

나무로 된 다리도 지나가니 마치 오지 탐험을 하는 기분이 듭니다. 

 

다니는 사람도 없고 숲은 깊으니 조금 으슥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군데 군데 화살표와 리본이 있어 안심이 되고요. ㅎ

 

이곳 달밭골은 한자로는 월전동이라고 합니다.

 

근데 달이라는 글자는 원래 산의 고어라고 하여

달밭은 산에 있는 밭으로

산의 경사지에 있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작은 다락밭이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이 달밭길은 순흥면과 풍기읍을 연결해주는 길이기도 하지요.

 

깊은 숲속을 지나 계곡의 물소리가 멀어지니 밭도 보이고 사람이 사는 곳이 나오네요.

이곳 주변에는 무속인이나 요양하는 사람들이 들어와 산다고 합니다.

 

 

순흥 달밭골과 풍기 달밭골의 경계인 성재 고개에 4시 40분경에 도착합니다.

근데 이곳이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과 원적봉 능선으로 가는 길 등 사거리처럼 보이는데

화살표나 안내 리본 등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더군요.

 

어차피 고개이기에 이제는 하산길만 남은 것 같아 오던 길을 계속 이어

널찍한 길을 따라 내려섭니다.

 

이 풍경을 보고 있으니 문득 안도현 시인의 "간격"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 대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을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어찌보면 우리네 삶도 사랑도 그리 하지는 않을까요.

서로 한발짝 떨어진 여유 및 간격을 통해

맹목적이고 욕심만 가득찬 속박이나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서로를 완성하고 또한 자유롭게 하는것이라고요.

 

"사람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아갈 때 상대방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고

그리움의 에너지가 생겨난다.

장작을 태울 때 그 틈새들이 없으면 불이 활활 타오르지 않듯이

사람들 사이의 여백이 있을 때 시너지가 일어난다.

나는 너와 관계 속에서 꽃을 피우지만,

그 사이에 간격이 없으면 너도 나도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

인생의 신비롭고 오묘한 역설이다."

 

여튼 생각하기에 따라 쉬우면서도 실천하기는 어려운것이 사람 사이의 간격인가 봅니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두고 두고 해야할 고민이고요.

 

 이제 비로사 주변의 민박집들도 보입니다.

 

5시경에 비로사 입구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비로사 주차장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몇년전 눈쌓인 이 길을 따라 비로봉을 오른 기억이 새롭기만 하네요.

 

탐방지원센터도 지나고요.

 

연화봉 능선 방향 모습이 참 아스라하게 다가옵니다.  

 

5시 30분경에 삼가리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소백산 자락길 1코스 12.6km 길이 마무리가 되네요. 

소수서원에서 이곳 삼가리 주차장까지 모두 4시간 30분 정도가 걸렸고요.

 

이제 소백산 자락길의 2코스를 걷습니다.

 

ㅎㅎ 오랜만에 다시 눈에 익숙한 이정표를 만납니다.

아무래도 국립공원지역내에서는 설치하기가 힘들겠지요.

 

소백산에서 시작된 물은 이곳 금선정 계곡을 따라 이어집니다.

 

삼가분교장에 도착합니다.

 

이곳 분교는 1957년에 개교하여 1996년에 문을 닫을 때까지 약 40년 동안

45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고 하네요.

여튼 시골에 학교가 하나씩 하나씩 없어지니 참 많이 아쉽지요.

언제 다시 이곳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릴 수 있을까요.

 

이제 소백산도 조금씩 멀어져갑니다.

잠시동안이었지만 그래도 참 깊고 행복한 숲속에 있다왔네요.

 

 

도로를 따라 길을 걷는데 금계 저수지가 나옵니다.

 

물속에 잠겨있는 나무의 풍경이 참 새롭고요.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며 5시간 가까이 걷다보니

몸도 발도 무거워질 시간인데 너른 호수를 보니 몸도 마음도 편해집니다.

 

하여 자연은 어떤 모습이든지 인간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힘을 지니고 있는것 같습니다.

 

이제 숙박단지가 있는 옥금리에 도착했습니다.

 

벌써 6시 10분이 넘어가는걸 보니

삼가리에서 약 4km를 40여분만에 빠르게 걸었고요.

이제 오늘 하루를 마무리짓고 남은 소백산 자락길을 걷기위한 휴식의 시간을 가져야 겠습니다.

 

(소백산 자락길(2) : 죽령옛길을 걷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74)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