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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오래된 LP판은 나를 과거로 보내주는 타임머신

by 마음풍경 2015. 6. 20.

 

30년이 넘은 오래된 LP판을 꺼내봅니다.

 

 

음악은 이제 저에게 꿈보다는 추억을 가져다 줍니다.

특히 이제는 남루해진 LP 레코드 판에 담긴 노래를 들으면

더더욱 지난 시절의 애잔함이 파도처럼 밀려오네요.

 

20대 초반 시절 대학교 앞에서 DJ를 보던 낭만적인 추억도 생생하고

작은 쪽지에 듣고싶은 음악을 적어 DJ 박스에 전달해주던

곱고 사랑스러운 손들도 생각이 납니다.

행여 등뒤로 줄지어 채곡채곡 쌓여있는 LP판에서

요청한 노래가 없을 때 난감했던 그 느낌도 파르르 살아오네요.

물론 지금 같으면 인터넷에서 해당 곡을 검색하면

요술 방망이처럼 뚝딱하고 나올텐데요. ㅎ

 

아직 버리지 못하고 남겨논 레코드에서 LP 앨범 한장을 꺼내봅니다.

1983년 가수 김수철이 작은 거인이라는 그룹을 해체하고 나서

솔로로 낸 첫번째 앨범이었지요.

타이틀 곡은 '못다핀 꽃한송이'였지만

이 앨범에는 이곡 말고도 너무나 좋은 명곡들이 가득 담겨져 있습니다.

 

'정녕 그대를, 별리, 다시는 사랑을 안할테야, 내일'

 

 

그나저나 지금의 음악은 온라인 상에서 너무나 쉽게 소비되며

또 너무나 빠르게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닌지 아쉽기만 합니다.

음악은 몇년 아니 몇십년이 지나도 그 감동은 변함이 없는데 말입니다.

심지어 레코드 판에 담겨져 있는 잡음까지도 정겹기만 한데요.

 

또한 옛날에는 LP판을 담았던 앨범 자켓도 멋진 예술작품이었는데

음악 CD 자켓마저 거의 없어진 현 시대에 음악이란 온라인 상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요.

 

그래서인지 아직 내 곁에 남겨져 있는 이 오래되고 남루한 LP 자켓이

더더욱 소중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여기에는 늘 감동을 주는 변치 않는 노래와 함께

내 자신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souvenir] 또한 남아있으니요.

하여 오랜 LP판은 잠시 나를 과거로 보내주는 타임머신인 것 같습니다.

 

예술은 두 종류,
차가워지거나 뜨거워지거나

목이 쉬면 빛이 바래는 가사가 있고
휘발된 노래 밑바닥에 반정부군처럼 살아남아
지구 반대편 지원군을 불러모으는 가사가 있지
그러거나 말거나 변함없는 사실은

마음을 다하면
판은 돌아가는 거

<황유원의 '레코드 속 밀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