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눈이 자주 내립니다.
12월 들어서자 첫눈을 맞이하더니
이번 달에는 눈이 오는 날이
눈이 내리지 않은 날보다도
더 많은 것 같네요.
연구소를 출퇴근하면서
매일 걷는 길이고
친근한 주변 모습이지만
눈이 오면 새로운 길을 걷는
각별해지는 풍경입니다.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 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 끝에서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 안도현의 겨울 숲에서 >
아주 풍성한 눈은 아니지만
음악을 듣고 시를 떠올리며 걸으니
오늘 걷는 길이 행복의 양탄자가
깔린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상의 평범함이 때론 지겹고 힘들지만
그래도 이러한 자연의 변화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고 어제와 또 다른
오늘이 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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