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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아침 출근길의 눈내리는 풍경

by 마음풍경 2014. 12. 24.

올 겨울은 눈이 자주 내립니다.

 

12월 들어서자 첫눈을 맞이하더니

이번 달에는 눈이 오는 날이

눈이 내리지 않은 날보다도

더 많은 것 같네요.

 

 

연구소를 출퇴근하면서

매일 걷는 길이고

친근한 주변 모습이지만

눈이 오면 새로운 길을 걷는

 각별해지는 풍경입니다.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 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 끝에서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 안도현의 겨울 숲에서 >

 

 

아주 풍성한 눈은 아니지만

음악을 듣고 시를 떠올리며 걸으니

오늘 걷는 길이 행복의 양탄자가

깔린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상의 평범함이 때론 지겹고 힘들지만

그래도 이러한 자연의 변화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고 어제와 또 다른

오늘이 되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