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 후 30년이라..
고3때가 1980년이었으니
2010년이면 아들 대학가는 해이네..
무얼 남겼을까.... ㅎ
30년, 하는 제 소리에 놀라
그는 퍼뜩 꿈에서 깬다.
교련복을 챙기고 도시락을 싸고
서둘러야 할 시간
왠 생시 같은 꿈!
서울로 어디로 떠나
대학생이 되는꿈
취직하는 꿈
술 담배 배우고 여자도 배우는 꿈
자취로 하숙으로 과외선생으로 돌다가
군대 3년 푹 썩는 꿈
외국으로 유학 가서 박박 기는 꿈
돌아와 눈매 고운 여자 얻어 장가드는 꿈
그 여자와 집 장만하는 꿈
그 여자와 자식 낳는 꿈
아이 자라는 꿈 그 아이 대학생 되도록
애 끓이며 지켜보는 꿈
직장생활 여의치 않는 꿈
뒤늦게 승진하는 꿈
주식으로 한몫 잡는 꿈
다시 꼬라박는 꿈 피산하는 꿈
외로워 우는 꿈
부모님 괜찮은은 꿈
한분 먼저 가시는꿈
남은 분 모시는 일로
집안 뒤집히는 꿈
그러나 아이들때문에
차마 갈라는 못 서는 꿈
집 넓히는 꿈 승용차 커지는 꿈
접대에 골프에 허덕이는 꿈
어느날 명예퇴직도 하는 꿈
그러다 그러다 아내 먼저
먼 길 떠나기도 하는 꿈
처자식 뒤로 하고 가기도 하는 꿈
졸업 30주면 안내장 받는 꿈
'무슨 돈이 이렇게 많대요'
마누라 잔소리를 한쪽으로 들으면서
'아 벌써 그렇게나 됐나'
마음 아득해지는 꿈
30년. 하고 중얼거리며
차가운 거울 앞에 서면
헐거워진 머리칼 너머
주름살 너머 먼 저곳
수1의 정석과 정통 종합영어를
우겨넣은 가방을 끼고
발갛게 상기된 까까머리 앳된
그가 달려간다.
30년,
하고 다시 가만히 말해보면
명치끝 어디선가 화아한
박하냄새가 올라오는 듯하다.
삭은 젓국냄새도 도는 듯하다.
궂은 저녁의 쓰디쓴 소주 한잔과
뉘우침의 냄새가 나는 듯하다.
마른 고추대 태우는 냄새가 도는 듯하다.
< 김사인 시인의 "30년, 하고 중얼거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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