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들,강변,해안

속리산 봄꽃길 - 문장대에서 천왕봉까지 걷다.

by 마음풍경 2007. 4. 22.

 

속리산 봄꽃길

 

 

시어동 ~ 문장대 ~ 신선대 ~ 비로봉 ~ 석문 ~ 천황봉 ~ 상황암 ~ 법주사 주차장

(약 15km, 7시간, 1시간 30분 : 휴식 및 식사)

 

 

국토 이곳 저곳이 봄꽃으로 물들어 가는 4월 하순에 속리산으로 봄맞이 산행을 합니다.

 

山非俗離  俗離山

산은 세상을 멀리 하지 않는데 세상이 산을 멀리 하는구나

 

신라의 대문장가인 고운 최치원 선생이 속리산을 보고 위와 같은 문장을 남겼다고 합니다.

 속리산은 소나무와 멋진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지만 남성적인 모습이라기 보다는

아담하고 여성적인 느낌이 드는 산이지요.

자그마한 계곡 사이 사이로 깊은 향내가 있는 산이고요.

법주사 방향이야 대전에서 그리 멀지 않으나 충북 알프스 능선을 휘돌아 가는

경북 상주 땅의 화북면 시어동은 2시간 가까이 시간이 걸립니다.

 

머리위로 펼쳐지는 바위 풍경을 보니 오늘 산행이 설레입니다.

 

당초 황사로 흐린 하늘을 생각했는데 날이 참 좋았습니다.

 

9시 40분경에 산행을 시작합니다. 문장대까지는 3km가 조금 넘습니다.

   하지만 해발 400미터에서 천미터를 넘는 문장대까지 오르는 고도차는 그리 쉽지만은 않네요.

 

하지만 꽃피고 바람부는 설레임으로 산행을 시작하지요.

 

법주사쪽의 번잡함과는 다르게 이곳 시어동쪽은 참 조용하고 좋습니다.

   봄이 오는 느낌을 편하게 맞이할 수 있고요.

 

오송폭포와 성불사로 가는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바로 문장대로 향합니다.

 

산으로 들어갈수록 아직 봄이 깊어가기보다는 이제 봄이 기지개를 켜는 느낌입니다.

 

물도 아직은 얼음장처럼 차갑고요.

 

하지만 이곳 저곳 피어있는 화사한 색감의 진달래를 보며 설레는 봄이 오고있습니다.

 

연한 연두색의 나뭇가지에서도 느낄 수 있고요.

 

생각보다 날은 더웠습니다.

봄이 오기도 전에 여름으로 가는것은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ㅎㅎ

 

이처럼 여쁘게 피는 봄 야생화가 하루아침에 시들기야 하겠습니까..

   산행시작부터 다양한 색깔의 제비꽃들이 많더군요.

 

노란 산괴불주머니꽃도 보고요.

 

하지만 계곡으로 깊게 들어갈수록 아직은 겨울 기운이 많이 남아 있는 느낌입니다.

 

조망바위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식혀봅니다.

  

 

문경 방향의 도장산이 보이네요.

 

고도를 높일수록 푸르름보다는 겨울의 삭막함이 느껴집니다.

   오른편 저바위를 휘돌아가면 문장대가 나오겠지요.

 

나무둥지사이로 노랑 제비꽃이 한무더기 피어있네요.

    삭막함 사이로 피어있는 노랑색감이 더욱 인상에 남습니다.

 

겨울 눈쌓인 이 길을 걷는 기분도 좋을것 같습니다. 싸한 겨울 바람과 함께...

 

꽃을 찍으려 하는데 벌이 와서 모델이 되어주네요. ㅎㅎ

 

현호색꽃을 배경으로 개별꽃들도 아름다운 자태를 살포시 보입니다.

 

1시간 30여분을 땀흘리며 올라서니 이제 문장대 입구에 도착합니다.

 

머리위로 펼쳐지는 구름의 형상이 한폭의 그림을 보는것 같습니다.

 

백두대간길인데 출입을 "금지"한다고 합니다. 하긴 현재 백두대간을 종주했다는 사람들은 모두

   벌금을 물어야하는 범법자이지요. 아마 이분들에게 벌금을 받는다면 수억원은 넘을텐데 쩝

   남북한만 막힌게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만든 대간길도 막혀 있습니다.

   자연보호가 우선인지.. 아님 우리 국토의 멋진 강산을 두발로 밟는 행위가 우선인지..

   저도 이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참 오랜만에 와보는 문장대입니다.

너무 식상해서인지 발길이 오게되지 않는 그런 곳이 되었지요.

    속리산이 보은에 속하지만 이곳은 경북 상주에 속합니다.

 

마지막 정상을 향해 계단길을 오릅니다.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 노래가 생각나네요.

 

  AND AS WE WIND on DOWN THE ROAD 
  OUR SHADOWS TALLER THAN OUR SOUL 


  우리가 바람에 밀려가는 사이에
  우리의 그림자는 우리의 영혼보다 더욱 높네

 

 

정상에 올라서니 가까이는 관음봉이 그리고 그 너머로 묘봉과 상학봉의

충북 알프스의  서북 능선이 펼쳐집니다.

 

북동쪽으로는 청화산과 대야산의 백두대간 능선이

그리고 북서쪽 그너머로는 도명산, 낙영산 등이 펼쳐지겠지요.

 

바위와 소나무로 이루어져 있는 아기자기한 능선 풍경도 좋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나의 지친 영혼을 달래주네요. 하늘에 떠있는 한마리 새가 된 기분입니다.

 

시선을 남쪽으로 돌리니 가야할 속리산 능선과 저뒤로 정상인 천황봉이 보이네요.

   속리산 주능선길은 봄가을 산불방지 기간에도 갈 수 있는 열려있는 길이어서 좋네요.

 

험한 바위가 많은 산이지만 참 편하게 다가오는 느낌은 왜일까요?

 

다시 그 아쉽지만 계단길을 내려섭니다.

 

문장대에서 바로 법주사로 내려서는 중사자암쪽 계곡의 풍경도 참 깊지요.

 

뒤돌아보니 문장대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입니다. 내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세상의 모습을 보는듯 합니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은 아닌듯 싶습니다. ㅎㅎ

 

이제 속리산 능선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갑니다.

 

뒤돌아 본 능선 풍경이 너무 좋아 자꾸만 지체하게 되네요.

 

12시경에 산장을 지납니다. 국립공원이면서도 다양한 음식?을 팔지요.

 

아기자기한 바위 능선길이 멋진 하늘 아래에 펼쳐집니다.

 

 

설악산이나 서울에 있는 산의 암릉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요.

층층이 포개져 있는 느낌이..

 

12시 10분경에 신선대 부근 경업대 삼거리를 지납니다. 이제 천황봉이 2km남짓 남았습니다.

    금강골로 내려서고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경업대 입구를 지나 가다가 시간도 많아 여유 있는 식사를 하고

주변 조망바위에 올라 잠시 신선이 되어 보기도 합니다.

 

저 멀리 법주사가 있겠지요. 바위에 누워 하늘을 보며 한잠 늘어지게 자고 싶더군요.

 

무심히 흘러가는 구름을 벗삼아...

 

부는 바람을 애인삼아서.. 그 잡을 수 없는 느낌에 안기어서...

 

잠시동안이지만 자연과 하나된 기분이었습니다. 

 

능선상의 삭막한 느낌이지만 노란색감의 생강나무 꽃이 상큼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하여 다시 정신을 차리고 오던 길을 이어갑니다.

 

임경업 장군이 이곳에서 7년간의 수도끝에 일으켜 세웠다는 입석대도 지납니다.

   이곳 속리산은 조선 인조시대 모함에 빠져 곤장을 맞다 죽어간

   불행한 위인인 임경업 장군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은 곳이지요.

 

속리산 능선은 천황봉에서 문장대 방향으로 바라봐야 제맛인것 같습니다.

 

산행 내내 날이 너무나 좋아 조망이 참 시원하게 펼쳐지는 행운이 있네요.

 

 

제법 걸어온 것 같네요. 줌으로 당겨도 문장대가 저 멀리 보이니요.

 

웅장한 바위 사이 길을 걷기도 합니다.

 

숲길을 가다가 갑자기 툭 트인 조망이 나옵니다.

이곳 능선길을 대부분 길옆에 있는 조망바위에

   올라서야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데요. 정상이 우뚝보이네요.

 

비로봉 주변인것 같은데 잠시나마 시원한 산길을 걷기도 합니다.

 

물개모습처럼 보이는 바위입니다.

 

 

1시 40분경에 석문을 지납니다. 거대한 문을 지나 다른 세상으로 가는 느낌입니다.

 

법주사로 내려가는 삼거리도 지납니다. 나중에 이곳으로 내려가야 하지요.

 

2시경에 천황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원래 천왕봉인데 일제때 바꿔치기했다고 합니다.

    王자가 들어가는 산을 모두 일본 왕을 뜻하는 왕(旺)이나

    황제를 뜻하는 황(皇)으로 변경했다고 하는데..

 

여하튼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막힘없이 사방으로 펼쳐집니다.

 

 

 

2년전엔가 개방된 장각동 계곡도 내려다 보입니다.

 

정상에서 바람에 더운 몸을 식히고 다시 법주사를 향해 하산을 시작합니다.

    내려서는 길에 만난 장각동 방향 입산통제 안내문입니다. 

    근데 이곳은 비법정 탐방로는 아닌데.. 산불기간에만 통제를 할뿐이고요.

 

상황암가는 길로 되돌아와서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합니다.

 

드물긴하지만 군데 군데 핀 진달래 색이 참 곱더군요.

 

중간에 너럭바위가 있는 조망터에서 땀을 식히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올려다본 비로봉 풍경은 참 멋집니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 풍경도 좋고요.

 

다만 그 멋진 하늘 풍경아래의 나무에도 봄 내음이

더욱 물씬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더군요.

 

또한 발아래로 펼쳐지는 계곡 조망도 뺄순 없습니다.

 

저 아래 가야할 곳이 아스라하게 보이네요.

행글라이더로 날아가고픈 마음입니다. ㅎㅎ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며 또 다른 석문을 지나갑니다.

석문이라기보다는 굴을 지나는 느낌이네요.

 

아래로 내려설수록 진달래 꽃의 화사함은 봄 햇살에 더하고요.

 

나무가지에 피어오르는 푸르름은 더욱 진해집니다.

 

3시경에 상환암 입구를 지나칩니다.

 

이제 산길 산행은 끝나는 것 같습니다. 계곡 물길의 시작이고요.

 

계곡 물흐르는 소리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하지만 그 시원함속에서  치열한 여름 산행을 생각합니다.

 

13~14세기에 사용된 세심정 절구라고 합니다.

이제는 산객들의 목을 축여주는 샘터로 이용됩니다.

 

 계곡을 내려서서 임도길을 걷는데도

하늘에 펼쳐지는 풍경은 참 아늑하게 다가옵니다.

 

하늘에 떠 있는 저 구름에 내 마음을 올려 놓고 싶네요.

그 구름과 세상을 떠돌고 싶기도 하고요.

 

한적한 산길을 걷다가 임도길로 들어오니 세상의 번잡함을 느낍니다.

 

그래도 흙길이 아닌 아쉬움은 있지만 한적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외로운 길입니다.

 

햇살아래 조용히 커가는 푸르름도 보고요.

 

오후 봄 햇살의 그림자도 보는듯 합니다.

 

자꾸만 아래로 내려설수록 봄은 더욱 깊어가지요.

 

4시경에 법주사 입구에 도착해서

무언가 발길이 가지 않는 법주사 경내를 뒤로하고 바로 일주문으로 향합니다.

 

가던길을 벗어나 길옆으로 흐르는 천으로 내려서봅니다.

 

그곳에는 계절의 다양함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푸석하게 말라버린 갈대의 색감과 봄의 상큼함이 어찌나 대비가 되던지...

 

한철 화려함을 뽐내던 억새의 푸석함을 보며 인생의 흘러감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저무는 것이 있으면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있지요.

 

이곳은 아직 벚꽃의 세상이었습니다. 오늘 산행의 보너스이지요. ㅎㅎ

 

물론 찍사인 저로서는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좋은 선물이기도 하고요.

 

이런 멋진 느낌이 드는 풍경을 만날줄은 생각도 못했지요.

 

두고 두고 가슴에 깊게 두고픈 풍경입니다.

 

바람에 날리는 낙화... 분분한 낙화...

    가야할때를 알고 가는 이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이야기한

    대학시절 읖조렸던 이형기 시인의 낙화라는 시도 생각나고

    꽃이 지는 것을 바람이 탓할 수없다는 조지훈님의 낙화도 생각납니다.

 

낙화너머로 강가의 여인네 풍경도 깊은 인상을 줍니다.

   개여울 노래가 문득 생각나 중얼 거려 봅니다.

   오늘은 온통 떠오르는게 노래와 시네요.. ㅎㅎ

 

떨어지는 꽃잎을 밟으며 걸었던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잠시동안의 꿈속같은 세상이었지만..

 

이 흰빛의 화려함이 지나고 나면 초록의 녹음이 이어지겠지요.

 

 

멋진 풍경을 뒤로 하고 오늘 꽃 산책의 여유를 마무리 합니다.

 

물론 4시 반경에 오늘 속리산 종주 산행도 마무리합니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은 하루 해의 저무는 여유를 남겨줍니다.

    버스 창밖으로 희미하게 스쳐가는 강변의 회색빛 여운도 봅니다.

 

또한 봄이 오는 소리를 창밖 흐르는 풍경으로 듣습니다.

 

사람들은 세상을 속세를 잠시나마 잊기위해 산으로 가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속리산은 항상 외롭다고 합니다.

산은 사람을 그리워하는데 사람이 그 산을 멀리 한다는 최치원의 글처럼 말입니다.

물론 저 또한 속리산을 참 많이 잊고 산것 같습니다.

아마도 법주사의 화려함이 왠지 부담스럽고

무조건 봐야만 했던 정이품송의 명성이 식상하였기에

아름답고 깊은 느낌이 있는 속리산마저 멀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화양동이니 선유동이니 하는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하는 주변 산들만 열심히 다니면서...

 

하여 앞으로는 俗離 그 본래의 의미처럼

번잡한 속세를 잠시 떠나 산의 포근함에 안기고 싶을때

편안한 마음으로 가고픈 산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한적한 산길을 걸으며 관음암 암자의 석간수로 목을 축이고

경업대에 올라 지는 저녁 노을을 바라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