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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덕유산 겨울 능선 길 - 설천봉에서 황점까지

by 마음풍경 2008. 2. 3.

 

덕유산 겨울 능선길

 

- 설천봉에서 황점까지 -

 

무주리조트 ~ 곤도라 ~ 설천봉 ~ 향적봉 ~ 중봉 ~ 동업령 ~ 무룡산 ~ 삿갈고재 ~ 황점

(약 15km, 7시간 소요)

 

 

오늘이 이월 둘째날. 올해도 벌써 한달이 훌쩍 가버렸습니다.

마치 구멍난 호주머니를 새삼 느끼는 마음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나의 적자 인생과는 다르게 자연은 이제 다가오는 봄을 준비하며

얼어있는 땅 속에도 조금씩 새로운 생명을 틔울 준비를 하겠지요.

그런 희망을 느끼기 위해 오늘은 넉넉한 덕유산 능선길을 걷습니다.

설천봉에서 황점까지의 약 15km 거리의 길을..

 

 

 9시가 되기전에 무주리조트에 도착했는데 벌써부터 스키타는 사람들로 제법 분주합니다.

 

1500미터 고도의 설천봉을 너무나 쉽게 오르지요. 곤도라에서 창너머 바라본 회색 풍경이 깊이가 있네요.

 

흐린 날이지만 참 차분한 풍경이 상큼한 호흡을 타고 가슴으로 시원스레 들어옵니다.

 

 

 

오늘은 왠지 바람도 없고 그리 춥지않아 차분하게 산행을 준비합니다.

 

 

향적봉을 향하는 길에 바라본 서쪽 안성 방향 풍경은 잔잔하면서도 깊은 느낌의 풍경화를 보는 느낌이네요.

 

 

운장 산맥의 능선들도 기분좋게 이어지고요.

 

 스키 보드 장비를 보니 이곳이 스키장임을 새삼 느낍니다. ㅎㅎ

 

 이처럼 멋진 조망을 항상 지켜보고 있는 저 돌탑이 왠지 부럽지요.

 

오늘 산행중 이런 풍경을 내내 보게되는데 전혀 질리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요.

아마도 인간이 흉내낼 수 없는 자연만의 본질.. 바로 자연스러움이 아닐까요.

 

 

 

향적봉을 향해 오르는 길에 상고대를 기대했건만 ㅎ

모든걸 한꺼번에 다 얻을 수는 없겠지요.

 

향적봉에 올라서서 동쪽 풍경을 바라봅니다.

아~ 오늘은 이 잔잔하면서도 깊이있게 다가오는 풍경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번하고 남쪽 지리산 능선으로 눈길을 이어봅니다.

 

 

그리고 향적봉을 내려서서 중봉을 향해 넉넉한 겨울 능선길을 걷습니다.

 

눈을 돌리면 모든게 한폭의 풍경화요 멋진 작품 사진이 되네요.

 

 

 

중봉에 올라 남덕유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한눈에 바라봅니다.

덕유산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산 길입니다.

 

 

지리산 천왕봉은 바로 손에 잡힐 둣 가까이 다가오네요. 첨에는 저곳이 남덕유가 아닌지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또렷하게 가까이 보이기에.

 

회색과 흰색의 조화로움을 봅니다. 무채색이지만 전혀 단조롭지가 않지요.

 

뒤돌아보니 적상산과 그 뒤로 서대산이 역시 멋진 모습을 뽐내고 있네요.

 

나무가지만 앙상한 겨울 산의 풍경이지만 때론 멋진 곡선미를 주고 중첩되는 흐름을 알게해줍니다.

 

따로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그저 바라만봐도 느낌이 오는 풍경이지요. 좋네요.

 

 

이런 풍경들을 보고 있으면 글이나 말이 참 구차해지지요. ㅎㅎ

 

 

 

멋진 주변 풍경에 산 길을 구름을 걷듯 걷다보니 벌써 중봉이 저 멀리 멀어섰네요.

 

 11시경에 송계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이곳부터는 이제 백두대간을 이어가는 길이지요.

 

너무나도 가깝게만 다가오는 남덕유와 무룡산입니다. 단숨에라도 갈 수 있게 느껴지지요.

 

거창군 병곡리 계곡의 풍경이 한참동안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자꾸만 저 계곡으로 빨려들것만 같고요.

 

동엽령 방향으로 산행을 이어갈수록 지리산 주능선은 더욱 또렸하게 다가오네요.

아주 가깝지도 그렇다고 아주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서의 조망..

 

오른편으로 운장 산맥의 풍경도 지리산 능선 못지않지요.

 

 

 햇볕이 없는 흐린 날인데도 이처럼 또렷하게 바라보이는 능선들이 참 황홀하다는 말밖에는..

 

 

 

 

 

 참 보고 또 봐도 아름다운 우리나라 산천입니다. 평생두고 봐도 다 볼 수 없어 아쉬운..

 

 

 눈쌓인 길을 밟으며 걷는 사람들의 모습도 자연속 자연스런 풍경처럼 느껴집니다.

 

 

항상 조릿대를 헤치며 지나는 산길인데 오늘은 쌓인 눈이 높아 그 위를 지나가네요.

 

동엽령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무룡산을 향합니다.

이곳 가는 길에 뒤돌아 본 풍경이 아마도 덕유산 정상을 가장 멋지게 바라볼 수 있는 조망터가 아닌가 합니다.

 

 

물론 우뚝하게 솟아잇는 무룡산을 바라보며 걷는 지리산 조망 길도 좋지요.

  

 

구름에 떠있는 지리산 능선을 바라봅니다.

덕유산 능선에서 이처럼 멋진 지리산 능선을 바라본것이 처음인것 같네요.

 

 

 

지나온 길의 풍경도 참 아름답네요. 나의 흘러간 지난 시간도 이처럼 편안하다면 참 좋을텐데.

 

 

소복 소복 쌓인 눈길을 걷습니다. 겨울 산의 매력중 하나가 뽀드득 소리내며 눈쌓인 길을 걷는 것이 아닐까요.

 

 

 무룡산 가는 길은 계속해서 오르막이건만 남덕유산을 바라보면서 가서인지 그리 힘들지 않게 걷습니다.

 

차츰 하늘도 파란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제 오늘 산행은 200점짜리 네요.

 

 

이 계단 길만 오르면 무룡산이겠지요.

 

2시경에 무룡산에 올라 툭 트인 조망을 감상합니다.

 

 

 오늘도 역시 파란 하늘과 구름때문에 하늘을 자주 쳐다보게 됩니다.

 

 

삿갓재를 향해 가는데 황점도 발 아래 내려다 보이네요. 금원산과 기백산의 능선도 가고잡네요.

 

남령고개를 넘어가는 길도 또렷하게 보입니다.

 

 

 

삿갓봉과 그너머 남덕유산 그리고 서봉의 모습도 더욱 가까워졌지요.  

 

하늘의 하얀 구름도 더 멋진 그림을 그려줍니다. 바람이라는 화가가 만들어주는 그림..

 

작년 이곳에서 맞은 바람 소리가 아직도 생생한데 오늘은 바람 한점 불지 않네요.

 

나무 계단 사이로 불던 그 바람소리.. 아직도 생생한데.. ㅎㅎ

 

 

 

오늘은 감미로운 바람 소리대신에 눈으로 보는 자연의 풍경을 선물로 받습니다.

  

 

 

 

 

하늘 풍경에 정신이 팔려 걷다 문득 뒤돌아보니 무룡산도 이제 저만치 멀어져 있습니다.

만나고 헤어지는게 사람들끼리의 인연은 아닌가 봅니다.

  

 

 

3시경에 삿갓재 대피소에 도착합니다.  

 

계곡길로 접어들기 전에 한번 더 깊고 깊은 하늘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합니다.

 

내려선 황점 계곡은 아직 깊게 겨울 잠을 자고 있네요.

 

얼음장 아래로 졸졸 흐르는 물소리만이 들리는.. 드문 드문 동물의 발자욱도 보이고요.

 

한참 계곡길을 내려서니 이제 편안한 임도길을 만나게 됩니다.

고생을 마다하고 오르는 산행길이지만 그래도 편안한 길이 좋지요.

그래서 사람인 모양입니다. ㅎㅎ

 

  

황점 마을로 나서는 길에 우뚝 서있는 금원산의 산봉우리를 봅니다.

 

 암릉으로 멋진 월봉산도 다가오고요.

 

오늘은 오르지 않은 남덕유산도 잘가라는 인사를 건네줍니다. 햇살 따스하고 꽃피는 시절에 한번 만나자고.

 

4시 30분경에 황점 마을에 도착해서 오늘 7시간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설천봉에서 산행을 시작할 때 날은 흐렸지만 그 흐린 회색 빛 속에도

여러가지의 또 다른 색이 있을을 느낀 산행이었습니다.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나희덕의 산속에서"

 

겨울 산행도 이처럼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을 줄 수 있구나 새삼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덕유산 이름처럼 오늘 산행은 덕(德)이 참으로 넉넉한(裕)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게 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