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들,강변,해안

설악산 귀때기청봉 너덜바위길 - 겨울 설악의 속살을 조망하는 길

by 마음풍경 2008. 1. 27.

 

설악산 귀때기청봉(1,578m)

 

한계령 ~ 서북 주능선 ~ 귀때기청봉 ~ 서북 주능선 ~ 한계령

(약 8km, 6시간)

 

 

당초 발목이 좋지 않아 항상 하던 토요산행도 하지 않고 

집에서 쉬면서 가까운 계족산 임도길이나 다녀오려고 했으나

갑자기 아들놈이 "아빠 겨울 설악산 풍경이 보고싶다" 하는겁니다. 

하여 자식 이기는 부모있습니까.

겨울 눈길이라 발목이 불안하긴해도  "그래 설악산에 가자..

대청봉보다는 설악의 속살을 멋지게 조망할 수 있는 서북능선으로" 했지요.

그 말을 하자마자 아들놈 입가에 피는 미소를 보며

이 놈도 이제 산 맛을 제대로 아는 모양입니다. ㅎㅎ

 

여하튼 분주하게 새벽밥 먹고 가다보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게됩니다.

 

영동고속도로가 일부 정체가 되어 4시간 버스를 타고 11시경에 한계령에 도착합니다.

지금쯤 선자령이나 계방산에는 사람들로 붐빌텐데 이곳은 참 한가합니다. 한계령도 1000미터가 넘어서인지 눈꽃도 일부 피고요.

 

흘림골 방향 남설악도 겨울 잠속에 깊게 깊게 숨어 있는것 같네요.

 

겨울 등선대에 올라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조망도 참 좋은데요.

 

11시경 아이젠을 착용하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ㅎㅎ 재미난 구절입니다. 산이 나를 아름답게 해주는거 겠지요.

 

당초 귀때기청봉을 지나 대승령으로 해서 장수대로 내려서려 했으나 귀때기청봉쪽으로는 러셀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냥 귀때기청봉까지만 다녀오려고 계획하니 그냥 여유로운 걸음걸이가 되네요.

 

 뒤를 돌아보니 가리능선의 주 봉우리죠. 가리봉(1518m)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오늘 눈 실컷보겠다고 했는데.. 아들놈 무척이나 만족한 표정입니다.

  

저 가리봉을 이어 주걱봉 그리고 삼형제봉까지 이어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여하튼 하늘은 참 좋습니다. 햇살이 많이 따스하고요.

 

지난 주에 이곳 설악산에 눈이 많이 오긴 온것 같습니다. 아이젠이 자꾸만 미끌어 지니요.

 

설악산에 오면 이 능선 조망에 가슴이 저립니다. 저 뒤로 방태산 능선일까요.

 

눈쌓인 나무가지 너머로 보이는 산 풍경.. 항상 일상속에 살면서 많이 그리워하는 그림이지요.

 

눈이 많고 약간 얼어있어 가파른 길을 걷기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첫번째 능선을 올라서니 저 뒤로 오늘 가야할 귀때기청봉이 모습을 보이네요.

 

가리봉도 고도를 높이니 더욱 모습이 장관입니다. 오늘 산행중 종일 나를 바라보는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여하튼 설악 서북 능선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끝청쪽 풍경도 보이고요.

   지난 여름 수해로 입은 부분이 하얀 눈으로 덮혀 있네요.  마치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으로..

 

역시 멋진 바위 풍경이 설악의 대표적인 아름다운 모습이겠지요.

   숨겨놓고 싶은 애인같은 산이지만 너무나 화려해서 숨길 수가 없지요. ㅎㅎ

 

ㅎㅎ 저 바위가 보이는걸 보니 주능선도 그리 많이 남지 않은것 같네요.

 

귀때기청봉 능선도 한눈에 다가옵니다. 얼른 가고파서  발걸음이 빨라지지요.

 

삐죽 삐죽 눈꽃이 피어있는 풍경이 이색적이네요.

 

12시 20분경에 과거 샘터였던 곳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지난 여름에 왔을때는 수해 복구 공사가 한참이던데

   오늘은 눈에 덮혀 그 모습이 보이질 않네요. 눈쌓인 계곡의 아늑한 풍경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잠시 해가 구름속으로 들어갔는데 기온이 갑자기 차갑습니다. 겨울에는 햇살 한줌도 참 소중하지요.

 

앞만 보고 걷다가도 뒤돌아 보면 펼쳐지는 시원함...

 

저 계곡길로 가면 필례약수로 유명한 은비령길이지요.

 

  " 길은 하나의 유혹이다. 유혹, 달콤하지만 막상 가지 않은 길로 들어서려고 하면

   두려움에 사로잡혀 발이 떨어지지 않는게 길의 유�이다. 그런 길의 하나가 은비령을 거느린 길이다. "

라는  어느 여행가의 글이 생각나네요.

 

오늘도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은 친구되어 반겨주지요.

 

그런 하늘을 머리에 얹고 걷는 기분은 가파른 길이지만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지요.

 

12시 50분경에 서북 주능선에 도착합니다.

    보통이면 2.3km 거리를 1시간 남짓이면 오는데 오늘은 눈길이라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이제 편안한 능선길이 이어지겠지요. 1.5km 남짓한 능선길이고요.

 

참 아름다운 우리네 산이고 조국 산천입니다.

 

가리능선의 저 멋진 봉우리들.. 이렇게 멀찍이 봐도 좋은데 저곳에 올라 이곳 서북능선을 바라보면 또한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합법적으로는 갈 수 없는 산이기에 더더욱 그립게만 보입니다.

 

여하튼 잠시 멋진 조망에 빠져있다가 귀때기청봉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곳부터는 앞선 사람의 발자국덕분에 그래도 러셀은 하지 않고 갑니다. 휴~ 다행이죠.

 

파란 하늘을 보니 귀때기청봉에서의 조망이 더더욱 설레입니다.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더욱 진해지는 하늘의 색감.. 그래서 사람들은 더욱 높은 산에 오르려는 건 아닌지요.

 

하지만 그런 멋진 풍경을 공짜로 보려면 그 댓가도 치뤄야지요. 거의 러셀수준으로 눈길을 헤쳐갑니다. ㅎㅎ

   1시가 넘어 눈쌓인 길에서 간단한 식사도 합니다.

 

그리고 다시 힘든 눈길을 헤쳐 가니 드뎌 멋진 조망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 멋진 곳에서 기념 사진도 남겨야지요. 아들놈의 이 만족스런 표정.. 이제 산사나이가 다 된것 같네요.

  

여하튼 주변 조망은 기대한것 그 이상이네요. 대청봉까지의 능선 조망도 참 좋고요.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의 멋진 풍경은 입을 다물수가 없습니다.

 

공룡 능선너머 구름까지 멋진 배경을 만들어주니.

 

공룡능선상의 가장 멋진 봉우리인 1275봉도 보이고요. 정말 오늘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중청과 대청의 풍경 또한 색다른 모습으로 멋지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멋진 풍경에 도취만 되어 있을 수는 없지요. 이제 오늘 산행에서 가장 힘든 코스가 등장하니요. ㅎㅎ

 

그 유명한 귀때기청봉의 너덜 바위길입니다. 겨울에는 더더욱 힘들지요.

 

마치 눈에 덮혀있는 크래바스같다고나 할까요. 그 깊이를 알수가 없네요.

 

더더욱 주변 풍경은 눈을 땅에만 두지않게 유혹하니 더더욱 위험할 수 밖에요.

 

이 멋진 풍경을 보려면 뒤돌아 봐야하고요.

 

여하튼 힘든 길이지만 그래도 이 멋진 눈꽃 풍경을 포기할 수는 없겠지요. 천천히 즐기듯 걸어갑니다.

 

정상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조심조심 옮겨봅니다.

 

저 멀리 점봉산도 넉넉하게 그 모습을 보여주네요.

 

가끔 사람들도 만납니다. 이처럼 한적한 산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사람의 소리는 어찌나 반가운지요.

 

좌측 능선너머 펼쳐지는 풍경들을 보며 힘들지만 바위를 건너뛰며 오르고 또 오릅니다.

 

이제 저 봉우리만 넘으면 정상이 가깝겠지요. 하는 희망으로. ㅎㅎ

 

여하튼 말로는 정말 표현이 어려운 자연의 풍경들이 이어지고 또 이어집니다.

 

이제 첫번째 너덜 지대는 지난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1/3정도 지났다고 할까요. 쩝

 

여하튼 이런 풍경이 없다면 쉽게 포기했을 수도 있었네요.

 

물론 찍사의 즐거움도 크지요. 이곳에 자주온다고 해도 이런 멋진 모습을 자주 대할 수는 없으니까요.

  

귀때기청봉에 앞서 그 이전 봉우리를 넘어가네요.  아들놈은 중1 때부터 본격적으로 산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고2 올라가는 지금은 저보다 저 산을 잘 타는 것 같습니다. 저보고 빨리 오라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네요. ㅎㅎ

 

 헐벗은 나무들이 외롭게만 보이는 풍경도 봅니다.

 

내설악의 속살을 이렇게 은밀하게 보는 행복감은 오늘 산행의 정말 큰 행운이지요. 

 

쭈욱 긴 호흡으로 그 풍경들을 이어봅니다.

겨울잠을 자고 있는듯한 설악의 속살을 바라보고 있느니

제 마음 또한 잠을 자는 듯 평온해집니다.

 

멋진 풍경을 보고나서 다시 길을 걷습니다.

그나저나 걷기에는 얄밉기만한 너덜바위들이지만 이렇게 보니 참 귀엽고 아름다운 풍경도 주지요.

 

이제 정상이 눈에 보입니다. 휴~~ 힘든 고비는 다 넘은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바위길이기에 조심 조심해야지요.

하얀 눈의 깊이를 알 수 없어 바위로만 건너 뛰고 또 뛰어가야합니다.

 

마치 히말라야의 어느 아슬한 능선길을 걷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흐르는 땀을 식히느라  잠시 쉬며 지나온 능선길을 돌아봅니다.

 

지나온 인생길도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회색빛의 남루하기만 한 지난 시간이 아니었나 합니다.

후회만 쌓이고 또 쌓이는.. 사랑을 그리고 인생을 목발질하며 산 시간들..

 

여하튼 시선은 아래 걷는 길을 내려보지만 생각은 저 높은 하늘 위로 떠 올라있네요.

 

휴~ 2시 40분경에 귀때기청봉에 도착합니다.

한계령에서 이곳까지 4km 정도이지만 시간은 3시간 30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오늘 산행은 대승령까지는 가지 못하지만 이곳까지 온것만으로도 무척이나 만족스럽네요.

  

아들놈에게 나중에 대학생이 되면 오색에서 12선녀탕이 있는 남교리까지의 설악산 서북능선 종주 산행을 하자고 약속해보네요.

 

조망처에 서서 사방을 둘러봅니다. 바람 한점없는 너무나도 맑은 하늘과 풍경들..

  

봉정암도 겨울 잠을 자듯 조용하네요.

 

공룡능선에서 이어지는 북쪽 황철봉 주변 풍경도 참 멋집니다.

 

언제 통일이 되어서 저 백두대간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요.

 

또한 오늘은 가지 못하지만 대승령과 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아늑하게 다가오고요.

  

이제 다시 돌아가야할 시간입니다. 4시가 넘어서니 햇살도 그 기운을 잃어가고 날도 추워지기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있고 싶지만 아쉬워서 공룡능선너머 뽀죡한 화채봉 한번 보고 하산을 시작합니다.

 

이제부터는 뒤돌아 보는 모습이 아니라 편하게 내려가면서 즐기는 조망이네요. 백번을 봐도 질리지 않을 풍경이고요.

 

끝청에서 중청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참 부드럽게 보이지요.

 

저 능선길을 걸을때의 그 황홀함.. 

 

가까이서는 느낄 수 없는 지난 산행의 추억이 새롭게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가리능선상의 봉우리들은 벌써 어둠속으로 잠기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설악산의 가장 멋진 모습을 보려면 이곳 귀때기청봉에 오르라고 말하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설악의 은밀한 속살 깊이를 느끼려면 역시 이곳에 올라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너무 멋진 풍경에 빠져서 일까요. 해지기전에 내려가야기에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ㅎㅎ

 

가을에 이곳에 다시 오면 좋겠다 생각해봅니다.

 

바쁜 발걸음을 멈추고 아들 눈에 바라보이는 풍경이 무얼까요.

 

오호라! 아직 이 풍경에 빠져 나오질 못하고 있나 봅니다. ㅎㅎ

 

하지만 아름다움만을 영원히 멈춰 바라만 볼 수는 없지요.

계속 가야만 하는게 우리네 삶이기도 하고요.

 

너덜바위 길은 내려서기가 더욱 위험하고 조심스럽네요.

때론 이처럼 아름다움이나 낭만은 잠시 접어두고 위험한 길에 집중하며 걸어야하는게 또한 인생이고요.

   언젠가는 아들도 그런 인생의 의미를 깨닫겠지요.

 

휴~ 이제 발아래로 마지막 너덜바위 길만 남은것 같습니다.

 

그러니 마음도 여유가 생기네요.

 

   "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

 

   문득 기형도 시인의 시 한구절이 머리를 맴돕니다.

 

다시 주능선 삼거리로 되돌아와 마지막 조망을 차분히 바라봅니다.

 

백운동 계곡으로 이어지는 암릉의 풍경도 새롭게 다가오고요.

 

자꾸만 희미해지는 가리봉도 물한모금하며 다시 찬찬히 바라봅니다.

 

어디서 왔는지 귀여운 새 한마리 다가오네요. ㅎㅎ

 

능선을 내려서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 풍경을 눈에 담고 가슴에 담아 봅니다.

 

그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 약해진 햇살을 따라 갑니다.

 

오늘은 원점회귀 산행이어서 오가는 길이 같은 길이건만 전혀 그 느낌이 다른 길처럼 느껴집니다.

하산길이지만 때론 가파른 눈쌓인 길을 올라야 하고요.

 

저멀리 귀때기청봉이 가을에 보자고 인사합니다.

 

해는 앞봉우리로 넘어가고 이제 거의 한계령에 도착한것 같네요.

 

오색으로 내려가는 한계령 길도 다시 보이고 그뒤로 점봉산도 고개를 내밀고요.

 

5시경에 저무는 해를 보며 오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8km 남짓한 거리인데 6시간이 걸렸으니 무척이나 힘든 산행이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의 무게만큼 소중한 추억들도 남겨졌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