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족산에서 금강변을 따라 구즉까지 6구간
5월초인데 벌써
여름 날씨같은 날입니다.
하여 강변길도 길게 걸어야하고
대둘 12구간중 가장 긴 코스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코스라
9시 30분경에 산행을 시작합니다.
용화사 오르는 길에 만나는
작은 저수지는 느낌이 좋습니다.
최근 비가 와서인지
물이 있어 다행이지요.
용화사를 지나는데
젊은 친구들이
계족산 황토길을 물어보네요.
하여 그곳은 이곳이 아니라
장동휴양림쪽이라 말해주었네요.
하긴 계족산도 넓게
펴져있는 산이지요.
푸른 봄빛 가득한 봉황정 봉우리도
바라보입니다.
매일 매일 휴식이면 좋겠네요.
아카시아 향기가
산에 가득하더니만
이리 꽃이 피어있었네요.
약 1시간을 올라 계족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오늘은 봉황정을 들리지 않고
바로 능선길로 내려섭니다.
나무사이로 갑천도 바라보입니다.
다만 뿌연 기운이 가득하여
깨끗한 조망은 어렵네요.
그래도 이 능선만 바라보면
마음이 다 시원합니다.
대둘 구간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능선 길이지요.
산불이 나서 황폐화가 되었었는데
나무도 크고 치유가 된것 같습니다.
보통 6월초 보이는 찔레꽃이
벌써 사방에 만발하네요.
하여 길을 걷다가 양희은의
찔레꽃피면을 중얼 거려봅니다.
"찔레꽃 피면 내게로 온다고.. "
가사가 드문 드문 생각이 나네요
저 멀리 오늘 종점인 구즉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참 좋네요.
도심 가까운 곳에
멋진 조망 능선이 있는게.
지금 걷고 있는게..
모든게 다 행복합니다.
여하튼 날은 제법 더웠지만
능선에 불어주는 바람이 있어
햇볕 길이 힘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능선길을 내려서서
시원한 숲길을 걷습니다.
아카시아 등 온갖 봄꽃들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오네요.
산행 시작한지 2시간인
11시 30분에 장동고개를 지납니다.
이곳에 장승이 서있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땅에
쓰러져 썩어가더군요.
꽃 향기 가득한
사랑스러운 산 길을 걷습니다.
4계절 아름다운 우리의
산이고 자연이지요.
이런 멋진 땅에 살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찔레꽃 향기도 가까이 다가가
느껴보고요.
서낭고개를 지나는데
길옆에 버려져 있네요.
"얘야 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요즘 아이들에게
희망은 무엇일까요.
단지 좋은 대학가는것이
유일한 꿈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요.
어제 산행을 마치고 나서
청산도 풍경이 나오는
KBS 다큐멘타리 3일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거기에 나오는 인물 중에
만물상 차를 몰고 20대 아들과 함께
물건을 파는 분이 나왔는데
베풀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젊은 아들이 참 보기 좋더군요.
좋은 직업, 물질적 풍요..
이것만이 세상을 사는 기준은
아니라는 것을 느껴보았습니다.
요즘 경제가 어렵다 보니
인심도 삭막해 진다고 합니다.
과거보다 조금 더 잘살면
풍요로움 또한 넉넉해야 하는데
자꾸만 자기것만을 지키려는
욕심만 커가는 것은 아닌가
제 자신도 반성해보네요.
대둘 12구간중 가장 알바를
많이하는 까다로운 코스인데요.
12시 30분경에 철길로 내려섭니다.
철길을 올라 손을 벌리고 걸어봅니다.
다시 능선길로 올라 1시 넘어
함께 산행을 하는 산 벗들과
맛난 식사도 하고요.
상추쌈을 많이 먹은 걸까요.
졸려서 정자에서
배낭을 베게삼아 누워
잠시 오수를 즐깁니다.
세차게 부는 바람소리. 새소리
제가 틀어놓은 음악소리..
잠시 동안이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네요.
잠시 천국에 다녀온
기분이었습니다.
다시 산길을 걷습니다.
그저 걷기를 강요하지 않는
편안한 숲길이지요.
가는 길에 멋진 시 읽어봅니다.
사랑한다면 세상이
다 아름답겠지요.
늘 행복할거고요.
남은 인생 길이 이처럼 편하고
포근한 길만 있었으면 좋겠네요.
사는게 허허로운 외로움이라는데
그저 차 한잔 마시며
그 외로움을 달랬으면 하고요.
2시 30분경에 대청호 조망이
툭 트이는 조망처에 도착합니다.
그나저나 벌써 5시간째 산행이네요.
그래도 워낙 길이 편해서인지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요.
주변 슈퍼에서 물도 보충하고
3시경에 강변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차 다니는 도로 건너 이 건물이
강변길 코스의 시작 이정표이지요.
산길이나 숲길하고는
또 다른 느낌의 풍경입니다.
요즘은 강변길을 걷는 일이
별로 없지요.
잘 닦인 길이 아니라
이처럼 자갈을 걷고
풀들과 함께하는 강변길을...
오전보다는 하늘의 뿌연 기운도
많이 사라진것 같아
하늘이 참 좋네요.
길은 흐른다고 하는데
정말 이 길은 강을 따라
흐른다는 느낌이 듭니다.
싱그러운 바람과 함께 걷습니다.
행복을 가득 담아 걷습니다.
물수제비도 떠보았네요.
참 오랜만에 해보는 놀이고요.
"퐁~~ 퐁~~ 퐁~~ 퐁~~"
어릴적 하던 놀이를 해보네요.
머리위로 경부선 기차도 지나갑니다.
경부고속도로도 KTX도 지나지요.
모든게 빠르게 지나는 세상이지요.
하여 느릿 느릿 걷는 시간이 되려
참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노란 쥐오줌풀 꽃이 만발합니다.
바람, 하늘, 구름, 그리고 자연의 풍경
이 모든게 참 조화롭다는 느낌..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한적한 흙길을 걷는 충만함..
행복감..
오늘도 어김없이 참 좋네요.
편안하게 걷다보니 금강과 갑천이
만나는 지점에 도착합니다.
문득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를 가보고 싶어지네요.
운길산 아래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기가막힌데..
이곳도 높은 조망처에서 바라보면
그에 못지 않을 것 같습니다.
수풀 우거진 길을 걷기도 합니다.
발을 내딛을때 마다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참 좋더군요.
어릴적 얼굴에 검은 분칠을 하고
구워먹던 보리 추억도 생각나네요.
산행을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오나봅니다.
뚝방길을 걸으며 아카시아잎을 따서
가위 바위 보 놀이도 해보았습니다.
오늘은 정말 과거 어린 시절로
자주 돌아간것 같지요.
4시 30분에 불무교 다리를 지납니다.
산행한지 무려 7시간이 지나가네요.
다시 도심으로 돌아갑니다.
자연의 고마움을 생각해보며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영영 가는 이별은 아니지요.
자연으로 향하는 마음만 있다면
언제고 돌아갈 수 있는 이별이지요.
이별에 만남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무척 슬픈일이나 항상 언제고
다시 만날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이별마저도 행복하다 생각해봅니다.
역설적으로 그런 이별이 있기에
만남의 소중함도 느끼겠지요.
그리 위안을 삼아봅니다.
산행 중 만난 시 한편 옮겨봅니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글귀가
가슴에 와닿네요.
눈이 맑은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흐르는 구름 속에 고향을 그리듯
그런 맘으로 그리워 할 사람
아름다운 별을 찾아
그의 눈 안으로 들어 가봅니다.
저 하늘 가득 푸르던 날
우리 사랑을 그리고 싶습니다.
바보처럼 사랑을 말하기 싫어
가슴으로 느껴 만든
푸른빛으로 우리 사랑을 칠해 봅시다.
나에게 아름다운 마음하나 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후회하지 않는
한 다발 물망초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가슴 가득한 사랑으로 만들어 봅니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보아야 합니다.
세상에 많지 않는 아름다움 중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랑하나
내 곁에 있습니다.
그러기에 나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기에 나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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