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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봄꽃 흐드러지게 핀 계족산 5구간 산행

by 마음풍경 2009. 4. 12.


동신고 입구에서 계족산까지 5구간

 

한달에 한번 대전둘레산길잇기 하는 토요일입니다.

어찌보면 시간은 더디가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너무 빠르게 흐르기도 합니다.

근데 이번에는 그 한달이 무척이나 길게만 느껴지네요.

ㅎㅎ 기다림이 길어서일까요.

 

당초 4월이라 4구간을 해야하나

며칠전 식장산에서 큰 불이 나서

아픈 산 보고있으면 내 마음 또한 아플것 같아

4구간을 건너뛰고 바로 5구간 산행을 합니다.

 

아침 햇살이 제법 따사로워 봄의 초록도 진한 내음을 풍깁니다.

 

싸리꽃 흐드러지게 핀 길을 걷습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산행 시작부터 화사한 꽃들과 함께 합니다.

 

노란 색감의 민들레도 참 곱지요.

비록 길가에 피는 흔한 꽃이지만

그 존재마저 가볍지는 않겠지요.

 

지난 산불때문인지 식장산이 왠지 회색빛으로 보이네요.

 

고운 봄 꽃이 가득한 길을 걷습니다.

 

참 아늑하고 편하게 보이는 길입니다.

우리네 인생 길도 이처럼 흘러가면 좋겠네요.

 

오늘 산행은 정말 봄꽃들의 향연을 보는 시간입니다.

 

올해는 날이 갑자기 더워서 일까요.

봄꽃들이 순차적으로 피지않고 갑자기 한꺼번에 피는 느낌이 듭니다.

 

대청호도 가물어서 조금 삭막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봄의 속삭임이 있어 그나마 포근함을 느낄 수 있네요.

 

개별꽃도 지난 낙옆사이로 조심 조심 꽃을 피우고 있네요.

 

사랑하는 연인들의 따스한 시선과 속삭임이 느껴집니다.

사람사는 세상에 그리움,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요.

 

하지만 때론 그런 그리움에 애닯고 가슴 저리는 아픔도 있겠지요.

산다는게 그런건가 봅니다.

 

더운 날에 시원한 바람 한점도 고맙고 반갑습니다.

 

시원한 대청호의 조망도 더운 몸을 식혀주고요. 

 

빨리 비가 내려 저 곳에 넉넉함이 가득한 풍경이어야 할텐데.

 

 복사꽃 망울이 참 곱지요.

 

화사함이 가득한 산길을 걷다보니 행복감이 마음에 가득해 집니다.

 

 

ㅎㅎ 왠지 바위가 거북 모양처럼 보이네요.

 

능선을 이어가다가 계족산으로 접어드니 임도길에는 벚꽃이 한참입니다.

 

봄이 피어오르는 듯한 파스텔 느낌이 참 좋네요.

강요하지 않는 아름다움..

 

계족산 임도길에 도착합니다.

 

아~~ 벚꽃을 보러 멀리 갈 필요가 없겠지요.

 

그저 좋습니다.

참 좋습니다.

 

저 산 너머에 그대 있다면
저 산을 넘어 가보가라도 해볼 턴디
저 산 산그늘 속에
느닷없는 산벚꽃은
웬 꽃이다요

저 물 끝에 그대 있다면
저 물을 따라가보겄는디

 

                          산벚꽃 / 김용택


 

자연이 우리네 인간에게 주는 선물은 참 대단한 축복입니다.

 

그저 받기만해서 미안할 따름이지요.

 

 저만한 아름다움을 간직하려면 그만한 상처가 있었겠지요.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묵묵히 인내하며 지낸 시간이 있을터이고요.

 

하물며 봄꽃도 그러한데

우리네 사랑도 상처없이 어찌 깊은 사랑이 움트겠는지요.

 

봄꽃에 취해 걷다보니 벌써 계족산 봉황정이 지척입니다.

 

임도 길따라 꽃이 만발하고요.

마치 꽃 왕관을 봉우리가 쓰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벚꽃만이 아니네요.

소박한 산길따라 진달래도 흐드러집니다.

 

계쪽산에서 진달래 길을 걸어본적이 있었던가요.

 

춘몽이란게 이런걸까요.

아스라한 행복감에 취해서

꿈을 꾸듯..

 

꾸벅 졸다가 뚝 뜬 눈에 피어 있는 너는 어둔 밤을 지샌 꿈이요.

다시 감은 두 눈에 따라 들어온 너는 한낮을 지낸 꿈이요

내가 다시 잠들어 너를 잊어도 너는 내게 흰 꿈이로다.

 

꽃은 꿈이요

 

깜박 속은 게

꽃이라

 

김용택은 아무래도 섬진강뿐만 아니라

봄, 그리고 꽃이면 생각나는 시인인가 봅니다.

 춘몽이라는 시를 읊조려 봅니다.

 

꿈같이 아름다운 길을 둥둥 떠가는 느낌으로 걷습니다.

 

하나는 외로워 둘일까요.

담백하고 소박한 색감의 진달래가 참 좋습니다.

 

이제 오늘 산행의 방점인 봉황정에 도착합니다.

 

오늘은 깨끗한 조망보다는 아스라한 풍경이네요.

 

이제 하산을 시작합니다.

봄 꽃 만발한 길을 따라..

 

 그리고 온 마음 가득했던 설레임도

이제 다시 그 꽃 길에 조용히 놔두고 내려섭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할뿐이라고.

 

용화사 입구를 내려서서 내친김에 갑천까지 걷기로 하고

길을 따라 흘러갑니다.

 

참 소박한 모습의 돌 장승이지요.

인간도 이런 표정으로만 살 수 있다면

세상의 싸움은 없을텐데요.

 

갑천으로 들어서니 해도 저물고

이제 하루를 정리해야 할 시간이 옵니다.

 

넉넉하게 흐르는 물도 보고

그 물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도 맞아보고

그리 걸어봅니다.

 

그나저나 하루가 참 길었지요.

포근했고 또한 행복했고요.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 왔건만은 세상사 쓸쓸 허구나
나도 어제는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다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봄을 반겨 헌들 쓸데가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되면 녹음 방초 승화시라
옛부터 일러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된들 또한 경계 없을쏘냐

한로상풍 요란 해도 제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 단풍은 어떠허며
가을이 가고 겨울이 되면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이 퍼- 어얼 펄펄 휘날리어
월백 설백 천지백허니 모두다 백발의 벗이로구나

봄은 갔다가 해마다 오건만 이내 청춘은 한번 가서 다시 올줄을 모르네 그리여
어화 세상 벗님네야 인생이 비록 백년을 산대도
참는 날과 병든 날과 걱정근심 다 되어허면 한 사십도 못사느니
인생인줄 짐작 허시는 이가 몇몇 인고

 

사철가를 듣다 보니

봄꽃의 화려함 뒤에는

또한 낙화의 쓸쓸함이 배여있겠지요.

그게 인생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