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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부는 봄맞이 산행인 대전둘레 3구간

by 마음풍경 2009. 3. 15.

만인산에서 닭재까지 3구간

 

우수 경칩이 지나고 춘분을 앞두고 있어

봄이 성큼 오나 했는데 

오늘은 날이 갑자기 추워

아직 겨울의 끝트머리에 있는 느낌입니다.

 

여하튼 산행을 하는 날은 설레임이 가득해서인지

조금 일찍 깨어나게 됩니다.

하여 계족산 방향에서 먼동이 터오는 풍경도 만나게 되네요.

 

 만인산에서 시작하는 대둘 3구간 산행입니다.

하늘은 무척이나 좋은데 불어오는 바람은 제법 차갑습니다.

 

한적한 숲길을 걷는 기분은 언제여도 좋습니다.

늘 이런 포근하고 느낌 좋은 길만 걷게 해달라고 소망해 보네요.

 

바람이 심하면 구름의 풍경은 더욱 변화롭고 풍성해 지지요.

 

정기봉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르나

여유로운 산행이기에 한걸음 한걸음 차분한 마음으로 옮겨봅니다.

 

오늘 산행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정기봉에 도착합니다.

하긴 대둘 산행에서 정상은 그리 큰 의미가 없겟지요.

그저 스쳐지나가는 봉우리일 뿐이고요.

 

잠시 잦아졌던 바람이 어느 능선에서는 다시 세차게 불어옵니다.

바람은 나무를 통해서만 소리가 나는 건 아닐까요.

 

언제나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와

그런 나무를 언제든 어느때든 늘 사랑하는 바람..

 

강물은 한번 흘러가 버리면 다시는 만나기 어렵지만

불어오는 바람은 언제든 다시 만날수 있는 희망이 깃들어 있는..

 

사랑을 목발질하며 살아온

우리네 삶이지만

 만남, 그리움에 대한 애틋한 소망 하나

저 돌탑에 새겨봅니다.

 

바람이 실어가라고

아릿한 가슴 하나 저 하늘에 가볍게 올려봅니다.

 

겨울 밤 문풍지를 두드리는 바람처럼

삶의 그리움도 그처럼 때론 세차게

혹은 부드럽게 흘러가라고..

 

혹 문밖을 서성이는 외로운 영혼이라면

그 문틈 사이로 조용히 들어오라고..

다 품에 안아 주겠다고..

 

 외로움에 홀로 떠는 것보다는

함께 나누는 삶이 더욱 아름답겠지요.

 

너무나 아름다운 하늘아래

외로운 무덤 하나..

유한한 삶이란 이처럼 서글픈 것이기에

더더욱  따스한 포옹과 나눔이 필요하겠지요.

 

오늘은 서대산도 참 가깝게 다가오네요.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닿을 거리처럼..

 

 구름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요.

외롭지 않기위해 바람이 가는 길을 따라 가는 걸까요.

아님 당초 정해진 거처를 향하는 걸까요.

 

내가 향하는 길은 어디인지 잠시 길위에서 중얼거려봅니다.

다만 시원한 조망처럼

그런 길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오늘은 왠지 바램과 소망을 많이 이야기해서인지

그런 돌탑 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ㅎㅎ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다섯 기둥이 마치 다섯 손가락 같습니다.

ㅎㅎ 자연의 모습이란 언제나 감동이지요.

 

봄도 그냥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햇살은 제법 따스했으나

장시간 맞은 바람이 제법 몸을 차갑게 하네요.

 

그래도 머들령에는 도착하게 됩니다.

대둘 3구간에서 가장 인상적인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나의 구름은 다른 구름을 따라 흘러가고..

내가 따라가야할 삶의 의미는 무얼까요.

 

문득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흐른다는 영화처럼

지금 살아온 만큼만 내 인생을 다시 거꾸로 가고싶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네요. ㅎㅎ

 

그럼 산 벗과 남루한 돌 방석이지만

그곳에 기꺼이 앉아 도란 도란 산 이야기도 하고

 

때론 조금은 편한 벤치에 앉아

편안한 음악이라도 들으며 노을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을텐데..

 

ㅎㅎ 물론 시간이 거꾸로 흐르지 않아도

저 하늘의 풍경처럼 남은 삶도 아름답겠지요.

내 마음의 자세가 문제일뿐...

 

오랜만에 애틋한 연리목을 만납니다.

왠지 그 느낌이 편안해서

나도 전생에 연리목은 아니었을까요. ㅎㅎ

 

문득 기형도 시인의 싯구절이 생각납니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하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주위의 모든 것을 사랑할 수는 없겠지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화기광 동기진(和其光 同其塵) 이라는 말..

 

햇빛하고도 살고 먼지하고도 함께 나누는 것처럼

세상은 혼자 사는게 아니라는것

혼자 떠도는 인생이 행복은 아니라는 것

 

오늘 이 산길을 걸으며 다시금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이제 닭재에서 능선을 버리고

덕산마을로 내려섭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소망과 희망을 많이 남겨두고 오게되네요. ㅎㅎ

 

아직은 봄이 멀게만 느껴지는 풍경이지만

다음달에 이곳을 다시 찾으면 희망이라는 새싹들이

소망이라는 꽃들이 만발하는 시간이겠지요.

 

"풀 한 포기 나무 한그루

새나 벌레 한마리의 목숨도 하찮은 것이 아님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때가 바로 봄입니다.

새롭게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 가상하고 신비하고 사랑스럽습니다.

 

그 작은 것들도 이렇게 온전한 생명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됩니다.

온통 죽음과 적막뿐이던 잿빛 대지 아래서

다시 살아나고 목숨을 이어가며

몸 전체로 생명이 어떤 것인가를 알려줍니다."

 

도종환시인의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에서 옮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