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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지리산 둘레길 2구간 : 금계마을에서 세동마을까지

by 마음풍경 2008. 11. 10.

 

지리산 둘레길 2구간

 

- 금계마을에서 세동마을까지 -

 

 

금계마을 ~ 서암정사 ~ 벽송사 ~ 어름터 ~ 송대마을 ~경남 함양군 세동마을

[10km, 3시간 30분 소요]

 

 

과거 학교였던 곳에서 30여분 식사를 하고

2구간을 걷기위해 1시경에 채비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지리산 천왕봉이 더욱 가까워서인지 주변 산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높고 깊습니다.

 

올해 칠선 계곡이 제한적으로 개방되어 이곳이 올해 조금은 더 붐볐겠지요. 

 

의탄교를 건너 의평마을쪽으로 갑니다. 

 

엄천강의 풍경도 가을 내음이 물씬하네요.

 

 

논밭을 건너 다시 본격적인 산길의 시작입니다.

 

지리산길이 생기기전에는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이었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나무 계단으로 잘 정리가 되었습니다.

 

물론 보통이면 저 아래 도로를 따라 서암정사도 가고 벽송사도 갔겠지요.

 

ㅎㅎ 여하튼 마을 주민들을 설득하여 이 길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을것 같습니다.

 

나무에 매달린 벌통을 보기는 처음이네요.

 

글씨를 보면 범상치 않아보이는데 무슨 비석일까요.

 

여하튼 소박한 마을 뒷길을 따라 지리산길은 이어집니다.

 

금계마을에서 벽송사까지는 3km입니다.

 

오전에는 날이 잔뜩 흐렸는데 이제는 하얀 구름에 파란 하늘을 보여줍니다.

 

등뒤로 금대암이 있는 금대산의 모습도 제법 우뚝하지요.

 

저 멀리 지리산 능선은 아쉽게도 아직 구름에 가려있고요.

 

느낌이 좋은 시누대 숲길도 걷습니다.

 

동물들이 놀라지않게 조심조심 지나가라고 하네요.

  

지리산길이 생기지 않았으면 이런 정취있는 길을 걸을 수 있었을까요.

 

오전에는 소나무 향기로 가득했는데 오후에는 노란 단풍으로 온통 화사합니다.

 

낙옆진 숲길을 걷는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샤방샤방한 느낌...

 

1시 40분경에 서암정사에 도착했습니다.

'백천강하만계류, 동귀대해일미수'(수많은 강물 만 갈래 시내 흘러, 바다에 돌아가니 한 물맛이로다)라는

돌기둥에 새겨진 의미가 여느 절과는 느낌이 다르지요.

 

여하튼 묘하게 중국 사찰의 분위기가 나는 절이네요.

 

서암정사는 원응(元應)스님이 1960년대 중반부터 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천연바위에 새겨진 다양한 모습의 조각물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멋진 터널을 통과하기도 하네요.

 

 

원응 스님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졌던 이곳 지리산에서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인류평화를 기원하기 위한 발원으로 불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서암정사에서 바라보는 발아래 추성마을의 풍경이 참 평화로워 보입니다.

 

 

주변 능선의 가을 느낌도 여전히 좋고요.

 

하늘의 구름마저도 한가로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줍니다.

 

서암정사를 나와 다시 벽송사를 향해 길을 걷습니다.  

 

2시경에 벽송사에 도착해서 오늘은 경내에는 들어가지 않고 먼발치에서 바라봅니다.

 

 그리고 다시 지리산길을 이어갑니다.

이제 남은 거리는 약 7km 정도인것 같습니다.

 

2구간에는 지리산 공비루트라는 안내를 자주 만납니다.

하여 2구간을 일명 지리산 빨치산을 뜻하는 "산사람길"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오르면 가파른 길이 이어지네요.

 

다른 표시판과 다르게 이곳은 조금 엉성한 모습이지요.

아무래도 벽송사와의 문제때문에 최근에 오픈이 되어서 인가 봅니다.

 

가파른 산길의 연속이지만 건너편에 바라보이는 지리산 주능선의 풍경은 참 좋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공비 출현한 줄 알고서리.. ㅋㅋ

 

벽송사에서 30여분 가파른 길을 힘들게 올라서니 이내 편안한 능선길로 이어집니다.

이곳 길도 역시 정상(709.2m) 봉우리를 올라서지는 않고

오른편으로 휘돌아 능선에 도달합니다.

 

지리산길이 생기기전에 이곳은 선녀굴로 가는 산길이었나 보네요.

 

이곳은 노란 단풍이 참 많습니다.

 

숲으로 가려진 길이라 조망이 귀하지만

귀해서일까요. 더욱 멋지게 바라보입니다.

 

날이 맑았으면 지리산 주능선이 바라보였을텐데..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버려야 하는 이치를 다시금 떠올려봅니다.

 

하지만 살포시 구름낀 풍경도 찍사에게는 더욱 좋습니다.

 

가끔 새소리만 들리고 빽빽한 소나무 길도 지납니다.

 

그리고 3시경에 능선길을 버리고 왼편 계곡길로 내려섭니다.

직진하면 두류봉 및 쑥밭재로 이어질것 같은데..

 

 

송대마을로 내려서는 길은 그저 한적한 하산길입니다.

 

20여분 내려서니 송대마을이 바라보입니다.

 

주변 풍경은 더욱 진한 단풍으로 가득하네요.

 

 

 3시 20분경에 송대마을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임도길을 따라 보이는 산을 왼편으로 휘돌아가고요.

 

이제 남은 길도 3km 남짓한 거리이고 하여 마음이 더욱 여유로운 시간이 되네요.

 

 

정말 마음이 여유로워서인지 눈에 들어오는 주변 풍광이 정말 장관입니다.

 

지리산 늦가을의 속살을 보는 것 같습니다.

 

정말 사방이 다 멋진 풍경이라 어느곳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여하튼 멋진 풍경때문에 자꾸만 뒤돌아 보게 되고요.

 

 

불어오는 가을 바람도 살랑이고

이런게 행복이겠지요.

 

 

 

눈은 화려함으로 가득하고 마음은 되려 단순해지는 행복감 

 

그래서 산이 좋고 자연의 풍경이 좋습니다.

 

 

내려서는 임도길에 만난 시 한구절..

바람에 실어봅니다.

 

떠남은 자유이고 걷는것 또한 자유이지만

도시 일상에서 그 자유를 얻기란 왜 그리 어려운지..ㅎ

 

오늘은 이상하게도 그리움이 배여들지가 않네요.

산에 가면 항상 느껴지는 그리움이고 막막함인데..

 

하긴 이리 좋은 풍경과 상큼한 공기를 가득 만났으니

외로움이 스며들 틈이 없었겠지요.

 

4시 10분경에 멋진 소나무와 조망처가 있는 소나무 쉼터에 도착합니다.

 

참 멋진 조망바위네요.

 

물론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 또한 일품이고요.

 

이제 세동 마을을 향해 무거워진 마지막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해도 서쪽 하늘로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하고요.

 

 

4시 30분경에 세동마을에 도착해서 길었던 7시간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ㅎㅎ 근데 이곳 마을은 송전 마을이네요. 지도에는 세동 마을로 나와 있는데

 

빨간 화살표는 하행선이고 검은 화살표는 상행선이겠네요. ㅎㅎ

오늘은 빨간 화살표를 따라 걸었고요.

 

1구간 길이 편안한 숲길같은 느낌이라면

2구간 길은 조금은 힘든 산길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여하튼 참 오랜만에 정겨운 길을 걸어보았습니다.

내 자신의 두발로 그리고 내 자신의 의지에 따라 걸어온 시간이었네요.

 

그리고 정희성 시인의 "산"이라는 시가

지리산 주변을 먼발치에서 맴돌며 걸었던 의미를 전달하는 것 같아 다시 옮겨봅니다.

 

"가까이 갈 수 없어
먼발치에 서서 보고 돌아왔다
내가 속으로 그리는 그 사람마냥
산이 어디 안가고
그냥 거기 있어 마음이 놓인다."

 

그저 오늘 하루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편안하게 보냈다는 뿌듯함.

 

한걸음 한걸음 단순하게 내딛는 행위속에서

자그마한 행복감을 찾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