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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금강 조망이 시원한 충북 옥천 마성산 산행기

by 마음풍경 2010. 3. 14.


옥천 마성산(409,3m)



산행코스 : 장계유원지 입구 ~ 참나무골산 ~ 이슬봉 ~

며느리재 ~ 326봉 ~ 마성산 ~ 교동 소류지 입구

(약 11km, 5시간 소요)

 

 매월 2째주는 몇몇 분들과 대전에서 가까운 곳을 찾아가지요.

오늘은 옥천에 있는 마성산으로 갑니다.

 

옥천에는 마성산이 모두 3개가 있지요.

옥천의 서남쪽에 장룡산과 나란히 하고 있는 서마성산(497m)가 있고

또 옥천 성모병원 뒷산인 죽향리에 동마성산(335.1m)이 있습니다.

 

이번에 가는 마성산은

옥천의 동북방향에 있는 금강 조망이 빼어난 산이고요.

 

옥천 시내에서 안남행 군내 버스를 타고

장계교를 건너기 바로 전인 장계 유원지 입구에서 하차를 합니다.

 

옥천 관광지는 간판이 대부분

향수로 유명한 정지용님의 시로 예쁘게 디자인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모든 간판들이 이처럼 아름답다면

조금은 낭만적이고 여유로운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여튼 버스 정류장에서 장계유원지 길건너 반대 방향으로 향합니다.

이곳으로 계속가면 뿌리깊은나무 식당이 있지요.

아마 대전사람이면 누구든 한번은 가봤던 그런 곳일겁니다. ㅎ

 

산행 들머리는 이 간판 바로 지나면 오른편으로 시그널이 있습니다.

 

9시 30분경에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산이 아니어서인지

산길이 그리 깔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작은 능선을 올라서니

참 편안한 산길이 이어지네요.

잔설도 쬐끔있고요. ㅎㅎ

 

근데 애구 이곳은 아직 겨울로

잔설에 발이 푹푹 빠집니다.

겨울과 초봄의 느낌을 동시에 느끼는 산행이네요.

 

어제 전국적으로 강풍이 많이 불었다고 했는데

이곳도 나무들이 곳곳에 부러져 있습니다.

작은 가지는 그대로인데 큰 가지만 부러졌네요.

하여

우리네 삶도 잘났다고 자랑할것도 아니고

또 부족하다고 체념할것도 아니겠지요.

그게 세상사는 묘미이기도 하고요.

 

산행의 맛은 이런 조망에 있겠지요.

숨은 차고 다리는 뻐근해도

그만큼의 보람이 있다는것.

장계교가 저 아래로 보이네요.  

 

아스라하게 이어지는 산그림자의 모습도 황홀하고요.

 

낙옆위에 내린 눈길을 걷는 소리가 참 사각 사각 좋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눈위에

토끼 발자욱인가요. 군데 군데 보이더군요.

ㅎㅎ 저도 토끼인데 이 산토끼가 먼저 앞질러 갔나 봅니다.

 

산행한지 약 1시간인 10시 30분경에

아무런 표시가 없는 참나무골산 봉우리(422m)에 도착했습니다.

 

주능선으로 오니 금강의 조망이 훨씬

시원하고 아름답네요.

 

장계리 금강변 길이 참 이쁘지요.

늦가을에 한번 걷고 싶어집니다.

그나저나 큰일입니다.

산에 와도 이제는 걷는 길에 더 관심이 가니요.

 

물론 포근 포근하고 편안한 산길도 오늘은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멋진 소나무들도 일렬로 저를 반겨주고요. ㅋ

 

 11시에 이슬봉(454.3m)에 도착합니다.

마성산이 409.3m이니

오늘 오르는 봉우리중 가장 높지요.

 

이곳부터 금강 조망도 더욱 가깝게 다가옵니다.

 

저멀리 지난번 다녀왔던 둔주봉도 보입니다.

지난번 그곳에서 이곳 마성산 능선을 바라볼 때 생각도 나고요. 

 

강물은 멀리서 보면 멈춰있는 것 처럼 보이지요.

하지만 강가에 내려서서 강물 소리를 들으면

참 분주하게 흘러갑니다.

 

늘상 바쁘고 쫓기는 삶이지만

우리네 삶도

멀리서 바라보는 강물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닮으면 좋은데..

어쩌면

오늘 저 세상으로 훌훌 떠나시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개념도 그런 강물의 모습이 아닐런지요.

 

능선 왼편 저너머로 고리산(환산)의 능선도 한눈에 바라보입니다.

 

금강을 따라 이어지는 다양한 산의 모습들..

그저 바라보는 마음도 편안하고 한가롭습니다.

 

가는 길에 잔설도 많이 남아있어

계절의 다양함도 느끼고요.

 

 

오늘 산행 중 가장 금강과 근접하는 능선 길을 걷습니다.

 

저멀리 오늘 산행의 종점인 마성산 봉우리도 보이고

그 너머 장룡산 능선과 서대산도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오늘 산행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는 것 같습니다.

 

여튼 강이 있어 산이 더욱 빛나는 것 같지요.

서로가 서로를 아름답게 빛나게 하는 존재이고요.

 

인간들도 이처럼 서로에게 빛이 되는 존재이면 좋을텐데.

 

서로에게 조화로운 존재이기보다는

서로에게 해가 되고 싸우는 모습들을 많이 보게되는..

아마도

더 많이 차지하려는 욕심때문이겠지요.

 

 

그런 욕심이 인간을 생태계의 가장 높은 자리에 두게하고

거대한 문명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걸까요.

요즘은 그림자의 모습이 너무 커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 신문기사에서 4대강 개발의 부작용에 대한 글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실상 강은 아프지 않는데 인간의 욕심이 강을 환자라고 하고

이를 인간의 힘으로 치유해야 한다고 개발의 명분을 삼지요.

하지만 실제는 땅 투기가 아닐까요.

개발하면 땅의 돈 가치가 높아진다는

70년대식 발상이고요. 쩝

 

저 아름다운 강을

흐르는 그대로 두면 안되는걸까요.

자연에 인간이 개입해서 잘되는 것을 본적이 없습니다.

  

이 평화로운 모습 그대로도 얼마나 아름답고

눈물이 날만큼 황홀한데요.

 

 

설령 병이 난다해도

자연은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기에

그대로 두면 되는데.

 

 

 

이처럼 자연을 함께하다보면

참 답답한 느낌이 자주 들곤합니다.

그나저나

벌써 12시가 다되어 점심 때가 되었네요.

 

이 멋진 자연의 풍경을 벗삼아

12시30분까지 느긋한 식사를 합니다.

보통 직장에서는 바쁘게 후다닥 끝나는 식사이기에

이런 느긋함이 참 소박한 행복이네요.

 

식사도 하고 다시 조용한 산길을 이어갑니다.

마치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1시경에 며느리재에 도착합니다.

과거 이곳에 광산이 있어서인지

그 흔적들이 남아있더군요.

 

조금은 넓어진 임도길을 걷습니다.

 

금강 건너편 안남면 오대리 풍경도

오늘 산행의 벗이네요.

 

저 건너편에도 밭이 있고

사람이 사는 집도 있더군요.

그런 모습을 보면

사람은 자연에 잠시 세들어 사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자연을 정복하는 잘난 존재가 아니고요.

 

 1시 20분에 나무로 봉우리가 둘러진 326봉에 도착합니다.

 

 이제 마성산 정상만 남았지요.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길을 이어갑니다. 

 

촉촉하고 느낌이 편안한 길을 걷는 시간..

소박한 행복이란 이런게 아닐까요.

 

산불감시초소가 보이는걸 보니 2시경에

마성산에 도착한것 같습니다.

 

옥천 시가지가 한눈에 시원하게 바라보입니다.

 

건너편 석탄리 마을도 보이고요.

5월에는 저 바라보이는 산너머 임도길을 따라

청마리 길을 걸어보려 합니다.

 

마성산 정상에 서서 좌우로 휘둘러보면

세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네요.

 

마성산 정상석은 특이하게

뒷면에 정지용 시인의 시가 한편 있습니다.

ㅎㅎ 사람들 대부분은 정지용하면 향수라는 시만을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근데 오늘 새로운 시 한편을 알게되었네요.

시의 내용도 봄인지라 더더욱 좋습니다.

 

이제 하산을 시작합니다.

저기 보이는 교동 저수지의 왼편 방향으로 내려서지요.

 

 

작은 길이 재미나게 이어져 있어

하산길이 참 좋습니다.

대부분의 하산 길은 가파른 길만 이어지는데요.

 

임도 길은 아닌데 잘 되어 있다했더니

산악 자전거 길인가 봅니다.

 

여튼 산에서 자전거를 만나는것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더군요.

오늘은 자전거를 만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큰 십자가가 있는 천주교 묘지도 지납니다.

 

그리고 2시 30분경에 교동 마을로 내려서서

약 5시간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금강의 조망이 눈에 삼삼한 그런 산행이었습니다.

그리 싱겁거나 그렇다고 아주 힘든 산행도 아니었고요.

오늘 하루는

그저 적당하다는 말이 가장 적합할것 같습니다.

쉬운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말중에 하나가

"적당하다"

 아닐까요.

 

그저 오늘 하루는 적당해서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