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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눈내리는 옥천 고리산 능선 길을 걸었습니다.

by 마음풍경 2010. 2. 14.


옥천 고리산(583m)

 

충북 옥천군 군북면

  

 2008년 12월에 고리산에 가보고 오늘 다시 그 산을 찾게됩니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23)

아무래도 이곳 고리산은 겨울과의 인연이 깊은것 같습니다. 

 

나무 가지 사이 사이에 소복 소복 쌓인 눈들이

참 포근하게 느껴지네요.

 

자연의 풍경들은 모든게 참 조화롭습니다.  

소박하면서도 진솔함이 가득 담겨져있는 느낌

 

여튼

봄이 오기전에 만나는 이번 겨울 시간에서

더이상 눈 풍경을 볼수 없을 것 같았는데

 

이처럼 곱디 고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참 고마운 인연입니다.

 

하늘은 눈이 왔다가 다시 개였다가를 반복합니다.

 

멀리 고리봉 정상은 눈구름으로 덮여있고요.

 

대전 시계 능선도 시원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만나는 풍경마다

한폭의 아름다운 겨울을 가득 담고있네요.

 

 

물론 하늘뿐만 아니라 땅에도

깊고 깊은 겨울의 느낌이 싸합니다.

 

자연이라는 곳에서는 단지 크다고 소중하고

작다고 덜 소중하지는 않겠지요.

 

시선 하나 하나가 귀하고

그 발걸음 흔적 하나 하나가 다 소중한 시간입니다. 

 

눈내리는 시린 겨울은 용서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모든 상처를 하얀 눈으로 덮어주는 그런 시간

 

최근에 읽은 책인 "우종영의 나는 나무처럼 살고싶다."중에서

문득 생각나는 글귀 몇 구절 옮겨봅니다.

 

"과거의 괴로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얘기한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다고,

그러나 그 짐을 안고 살아가기에는 남은 삶이 너무나 고달프다고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괴로워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나가 버린 시간에 얽매여 괴로워 하는 사이,

기억 속 과거는 부메랑이 되어 어떤 형태로든

현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왜 아니겠는가.

괴로운 과거를 떠올리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내 현실은 과거라는 덫에 갇혀 버리는 것을.

 

과거의 삶이 그렇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

이제는 아파하고 괴로워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보듬어 안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천덕꾸러기 취급할 기억조차 우리들 각자가 만든 삶의 흔적이 아니던가.

후회하고 아쉬워 하는 것으로 무언가 달라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 안에 미련이 남을수록 현실의 내가 망가져 간다는 것이다.

아니 앞으로의 남은 삶까지 망치는 독이 될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지울 수 없는 과거라면 애써 떨쳐 내려 하지 말자.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오히려 평안함을 되찾고 풀리지 않던 생의 매듭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이 구절을 읽을 때

마치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은 멍한 느낌이었지요.

참 바보같은 삶을 살고 있구나 하고요.

 

세상의 진실이란 이처럼 간결하고 명료한데

그 속에서 늘상 헤매고 있었는지..

 

눈길을 따라 능선을 이어오다보니

멋진 조망처가 있는 감로봉에 도착했습니다.  

 

대청호의 풍경도 시원하게 트이고요.

 

눈내리는 대청호 조망이 참 좋네요.

 

참 고맙고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핑 돌만큼

 

자연은 말합니다.

지난 것은 다 지난거라고

이 풍경 또한 잊혀지고 지워지겠지만

 

그런 시간이 흘러가고 쌓여서

아름다운 모습들이 만들어 지는거라고..

 

포근한 눈내리는 능선 길을 걷습니다.

 

눈이 오면 세상은 참 단순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파란 하늘과 하얀 눈이 서로 더욱 대비가 되고요.

 

색채의 화려함은 없지만

무채색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네요. 

 

여튼 당초 눈이 새벽에만 온다고 해서

그리 기대하지 않은 눈 풍경인데

참 고마운 인연입니다.

 

소복하게 눈쌓인 의자에

앉을 수는 없겠지요.

단풍피는 가을이면 낙옆을 치우고 이곳에 앉아

음악 한곡 조용히 들으며

커피한잔 하면 딱일것 같은데..

 

하늘이 맑게 개인

고리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참 깊고 상쾌하게 다가옵니다.

 

고개를 들고 바라본 주변 풍경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가끔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함이 솟아날 때가 있지요.

 

여튼

행복이란 그다지 거창한것이 아닌데

이런 모습으로 내 곁에 있는데

늘상 잊어버리고 그러네요.

 

정상에서 식사를 하고

이제 추소리 서낭당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하산길에 다시금 우종영님의 글을 떠올려봅니다.

 

"후회와 상처 주기의 반복.

사랑하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를 함부로 대하고,

쉽게 상처를 주는 게 지금의 우리들 모습이다."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왜 상처 주기의 강도도 높아지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그런다. 모르는 남 같으면 그렇게 하겠냐고,

사랑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서로의 감정에 솔직하다 보니

그런게 아니겠냐고."

 

 

"하지만 상처를 주는 것과 감정에 솔직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은 서로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상처를 주는 것은 한쪽에서 한쪽으로 향하는 일방통행이다.

그리고 결국 그 상처는 상대를 찌른 만큼

그대로 내게 되돌아오며, 아픈 후회로 남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실을 종종 잊는다.

그래서 일상에서 나와 인연의 끈을 맺고 있는 이에게

상처를 주고 헐뜯는다.

타성에 젖어,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며

서로에게 상처를 준 날이 얼마나 될까."

 

 

"때로는 밉고 때로는 보기 싫을지라도

돌아서면 보고 싶어지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게 얼마나 커다란 삶의 축복인가."

 

 

"삶은 어쩌면 끝없는 인연 맺기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한데 어우러진 채 끊임없이 서로를 타고 올라가는 등나무 처럼 말이다."

 

 

"사랑을 방패막이로 내세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은 없는지"

 

 

우종영님이 나무를 통해 얻어지는 느낌을 적은 글이지만

어찌 이처럼 사람사는 이치와 똑같은지요.

 

늘 후회하고 반성하고 살아야하는 삶이지만

나무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의미가

참 소중하네요.

 

사는 동안 가능하면 후회없는 삶을 살아야 할텐데

 

지나고 나면 늘 후회만 남는지

왜이리 바보처럼 살기만 하는지..

 

구불구불 쉬엄쉬엄 내려서는 길이

왠지 무척이나 아름답네요.

저렇게 휘돌아 가는것이 인생인데

뭐가 그리 조급하고 조바심인지요.

 

서로를 감싸고 나란히 배려하는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건데.

 

추소리 마을이 가까이 다가오는걸 보니

오늘 산행도 마무리해야 하나봅니다.

  

인연이란 것

상처라는 것

사랑과 미움이라는 것

그리고 욕심이라는 것

 

언제쯤이면 이 모든걸 조화롭게 만들 수 있는 걸까요.

 

소박하지만 소중하고 행복한 삶의 의미를

내 작디 작은 가슴속에 담을 수 있는 걸까요.

 

눈내리는 고리산 능선 길을 걸으며

곰곰히 생각해 보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