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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거제 망산 둘레 길 - 여차 홍포 해안 길을 따라

by 마음풍경 2010. 1. 31.

 

망산 둘레 길

 

 

경남 거제

 

저구 고개 사거리 ~ 다포 ~ 여차 몽돌 해수욕장 ~ 여차 홍포 비포장 길 ~

전망대 ~ 무지개 마을 ~ 홍포 ~ 대포 ~ 근포 ~ 명사

(약 11km, 3시간 30분)

 

 

망산이 거제 지맥의 가장 남쪽 산이어서인지 대전에서도 4시간 가까이 걸리는 참 먼거리입니다.

당초 망산을 산행하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망산은 과거 노자산, 가라산, 망산을 연결하는 산행도 하고

또 소매물도 여행과 연계된 산행 등 여러 차례 산행을 했기에

오늘은 망산을 싸고 있는 해안선 길을 따라 걷고픈 마음이 생겨 산행이 아닌 망산 둘레길 걷기를 시작합니다.

 

 11시 20분경에 저구 사거리를 출발합니다.

왼편으로 능선으로 가면 가라산으로 가고 오른편 능선으로 가면 망산으로 가지요.

오늘은 찻길을 따라 직진입니다.

 

고개 길에서 도로를 버리고 작은 오솔길로 내려서니 바로 다포로 내려섭니다.

 

다포 마을에서 오른편 1018번 지방도를 따라 여차 마을로 향합니다.

이곳에서 여차까지는 3km 거리입니다.

 

멀리 가라산 정상 봉우리도 보이고 참 한가로운 걷기의 시작입니다.

가까이 바다를 끼고 걷는 느낌이 마치 제주 올레길처럼 각별하네요.

 

발걸음도 가볍고

바삐 힘든 길을 올라야 하는 조급함도 없습니다.

 

차를 타고 지나면 볼 수 없는 풍경들이

마치 슬로우 비디오처럼 지나간다고 할까요.

 

요즘은 수직적인 걷기가 아닌

이런 수평적인 걷기가 갈수록 더욱 좋아집니다.

정상을 가야한다는 조급함도 없고

정상에서 내려서야 한다는 허망함도 없기에..

 

멀리 해금강도 보이고 신선대도 보이네요.

 

쪽빛 바다라는게 바로 이런 빛깔을 두고 말하는거 겠지요.

 

1월의 끄트머리지만

날이 걷기에 너무나 포근하고 좋습니다.

바다너머 봄기운이 싸하게 밀려오는 느낌이 듭니다.

 

천장산 고개를 넘어서니

여차 앞바다가 보이네요.

 

망산 능선중 하나인

내봉산에서 내려서는 지능선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여차 홍포간 비포장 길도 보이고요.

 

여차 마을의 작은 오솔 길을 지나기도 하네요.

ㅎㅎ 제주 올레길을 걷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여튼 점심시간도 되고 해서

해수욕장 가까이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도로에서 해수욕장으로 내려섭니다.

 

아직  한낮인데 잡은 물고기로 회를 만들어 약주를 하고 계시는 마을 분들을 만났습니다.

소박한 술상이지만 참 행복해 보이더군요.

문득 그리스인 조르바가 생각이 납니다.

가진것은 없지만 영혼의 자유만큼은 한없이 넘친 사내

절망 조차도 유쾌하게 즐길 줄 아는 사람다운 사람

이분들의 웃음에서 그런 자유를 물씬 느껴봅니다.

 

그분들 때문에 무척 즐거운 마음으로  해수욕장에 12시 10분경에 도착합니다.

저구에서 약 50여분이 걸렸습니다.

이곳은 은행나무 침대 촬영지였다고 합니다.

 

파도소리만이 속삭이는 참 한적한 바닷가 풍경입니다.

 

내봉산 봉우리도 멋진 배경이 되어주고요.

오늘 산행하러 함께 오신 분들은 아마 저 봉우리를 지나고 있겠지요. ㅎㅎ

 

바로 앞에는 대병대도의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요.

 

 여튼 이정도면 정말 멋진 자연이 만들어 준 식당이겠지요.

비록 화려한 식사는 아니지만..

 

날이 좋아서인지

작은 배들의 움직임이 더욱 분주한것 같습니다.  

 

거제에는 몽돌 해수욕장이 많지요.

 

가장 유명한 곳은 이곳에서 멀지않은 학동 해수욕장이고요.

 

특히 몽돌 해수욕장의 가장 큰 매력은 물이 빠져나갈때의 소리지요.

자르르 하는..

이곳은 학동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눈을 감고 그 소리를 들어봅니다.

자연이 만들어 준 곱디 고운 음악이겠지요.

 

12시 50분경에 맛난 식사를 마치고 다시 걷기를 시작합니다.

이제 명사까지는 약 7km가 남았네요.

 

1월의 끝자락인데 벌써 동백꽃이 탐스럽지요.

 

이곳 여차-홍포 해안길이 유명한 것은 멋진 해안 풍경과 함께

이와같은 비포장 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점심을 먹었던 해안가에서 이곳으로 바로 오를 수도 있는것 같네요.

 

명색에 군도도 아니고 1018번 번호도 있는 지방도인데

이와같은 비포장 길을 찾아보기가 쉽지는 않지요.

 

거기다가 아늑한 바다 조망은 보너스고요.

 

이런곳에 저런 집 하나 장만해서 죽을 때까지 살면 좋겠네요.

아무런 근심 걱정없이 말입니다.

 

저멀리 천장산도 이웃하고요.

 

까마귀재 가는 길 머리위로 망산 능선상에 있는

멋진 바위와 소나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지요.

 

멋진 풍경들이 병풍처럼 펼쳐집니다.

 

또한 이곳에서 망산으로 오를 수 있는 등산로가 있지요.

 

고갯길을 올라서니 시원한 바다 조망이 펼쳐집니다.

 

조금전 점심 식사를 했던 여차 몽돌 해수욕장도 보이고요.

 

1시 20분경에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봄같이 포근한 오후의 바다 풍경이라고 할까요. 

1월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더군요. 

 

왼편으로 대병대도의 여러섬들이

오른편으로 석문도와 소병대도가

그리고 멀리 가왕도가 점점이 보입니다.

 

 옹기종기 모여잇는 섬들이 마치 사람의 모습처럼 느껴집니다.

 

소병대도, 석문도, 등대섬 너머 매물도와 소매물도의 모습도

아스라하게 보이고요. 

 

이제 전망대를 지나 고개를 내려 갑니다.  

참 멋진 곡선이 살아 있는 길이네요.

 

  오늘도 역시 행복합니다.

어느 길을 걷든지 간에 걷는 순간은 늘 행복하지요.

 

물론 이처럼 아름답고 좋는 길을 걸으니 행복의 충만감이 더욱 크겠지요.

저 매혹적인 길을 내 두발로 걸어왔다는 가슴 뿌듯함도 있고요.

 

저 길을 차로 넘어오는 편리함에 비해 오늘은 느리게 그리고 힘들게 걸어서 넘어왔네요.

세상사는 것도  과학 등의 발달로 인해 과거에 비해 무척이나 많이 편리해졌지만

그렇다고 삶이 더 행복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오늘 이 길을 걷는 의미가 조금 담겨있지 않나 생각해 보네요.

 

여튼 저 위 멋진 망산 능선을 포기하고

이 길을 걸은 보람이 있지요. ㅎㅎ

 

 우리나라 해안 풍경 중 

섬들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 바로 

이곳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작은 섬이지만 

하나 하나가 다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쓸쓸하거나 외롭지 않는 섬의 풍경..

그래서 더더욱 포근함이 가득한 풍경입니다.

  

2시경에 비포장 길이 끝나고 다시

말끔하게 포장된 1018번 지방도를 만납니다.  

 

다라치라 불리는 해안선이 멋지게 나타나고요.

 

2시 10분경에 망산 등산로가 있는 무지개 마을에 도착합니다.

시간이 된다면 이곳에서 망산으로 오르고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망산 정상에서는 이런 멋진 망산의 모습을 볼수가 없지요.

 

주변의 바다 풍경만 바라볼뿐

정작 자신의 멋진 모습은 볼 수 없는..

 

홍포마을을 거쳐 2시 30분에 대포 마을을 지납니다.

 

버스정류장에 예쁜 낙서가 있어 읽어봅니다.

삶의 가장 큰 의미는 무얼까요.

아마도 사랑이겠지요. ㅎㅎ

 

다포마을 입구를 지나는데 재미난 나무가 있어 보니

마치 만화영화에 나올법한 괴물의 모습같네요. ㅎㅎ

나무 뿌리가 이렇게 자랄수도 있군요.

 

망산도 이제 조금씩 멀어져갑니다.

 

차가 다니는 길이 아니라

다포마을로 들어가면 해안길을 따라 근포마을로 연결되는데

시간상 가보지는 못합니다.

 

 멀리 가라산도 보이고

이제 명사가 멀지 않은것 같습니다.

 

 바다 바람이 왠지  살살부는 봄바람처럼

따스하게 느껴지는 날이어서 참 고맙네요.

 

한가로운 걷기도 마무리를 향해가고요.

 

3시 가까이 되어서 망산 등산로 날머리에 도착합니다.

산행을 하는거나 둘레 길을 걷는거나 시간은 비슷비슷한것 같네요.

 

여튼 산을 휘돌아 걸었던 여유로움이 마음에 가득합니다.

 

이제 명사 해수욕장이 있는

명사 마을에서 망산 둘레길 걷기를 마무리합니다.

약 3시간 30여분이 걸렸네요. 

 

갑작스런 일정 변경이었지만

짧은 시간속에

많지는 않지만 소중한 몇몇 가슴에 담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저구리를 거쳐 탑포리로 넘어가는 길을 보니  계속 걷고싶다는 충동을 느낍니다.

하룻밤 이곳에서 자고 내일 아침 햇살을 받으며 저 길을 걷는다면 하는..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합니다.

담번에 다시 저 길을 걸어보리라는 작은 소망 하나 남겨두기로 하고요.

 

때론 휴식도 필요하겠지요.

아직 살아야할 날들이 많기에 바삐 서둘지 않기로 합니다.

 

당초 계획을 변경한 갑작스런 망산 해안길 걷기였지만

참 행복한 선택이었네요. ㅎㅎ

 

얼마전 우연히 만난 책에 나온 구절인데

걷는 순간 순간 뇌리에 떠오르는 글이 있어 옮겨봅니다.

여차마을에서 만난 그리스인 조르바를 닮은 마을 분들의 이미지와 함께.

  

"사람들은 흔히 희망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믿지만,

때로는 절망이 삶의 수레바퀴를 굴러가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희망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많든 적든 허세와 욕망이 조금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조차 우리가 때로는 희망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다는 것은,

모든 것의 처음으로 돌아가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길을 잃어버린 바로 그 자리가

새로운 길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나를 자유롭게 하는 건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고,

나는 나 자신에 의해 인간이 되기도 하고,

짐승이 되기도 하며,

구속을 당하기도 하고 자유를 얻기도 한다고,

나는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라고.."

 

여튼 나를 좀 더 자유롭게 해야할것 같습니다.

내게 중요한 것은 미래의 안락함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사는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