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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변산 마실길 1-3구간 : 적벽강 노을길

by 마음풍경 2010. 1. 24.

 

변산 마실길 1구간

  

3 코스(적벽강 노을길) : 성천마을 포구에서 적벽강과 격포 해수욕장을 지나 격포항까지(8.2km)

 

 고사포 해수욕장의 긴 백사장을 건너니

이제 오늘 마실길의 마지막인 3코스로 접어듭니다.

해안가로만 와서인지 3 코스 이정표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3 코스의 힘듬을 이야기 하는듯

처음부터 바위길이 나타납니다. ㅎㅎ

 

이제 멀리만 있던 하섬도

바로 옆으로 친구가 되어주고요.

 

몇년전 물이 빠졌을 때 저 섬을 건너간 적이 있었는데

오늘 이 해안길을 이렇게 걸을 지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휴~ 이제 평탄한 모래길도 아니고 오붓한 작은 산길도 아닌

바위길의 연속이네요.

 

물론 군데 군데 사방 사방한 백사장 길도 있긴하지요.

사람이란 참 간사해서 있을 때는 모르다가

막상 없으면 그 존재의 소중함을 알게 되지요.

 

3코스에는 바위 절벽쪽으로 재미난 바위가 많은데

이 바위도 참 재미납니다.

 

두꺼비 같기도 하고요.

아님 다이어트 실패한 물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앞만 보고 걸었더니 하섬도 멀어졌지요.

걷기가 4시간이 넘어갑니다.

 

다시 바위가 길을 막습니다.

이제는 다시 암릉 길을 걷는 시간이지요.

 

때론 눈이 쌓여 제법 미끄러운 곳도 있습니다.

 

이런 바위를 넘는 기분은 정말

앙팡진 암릉산을 넘는 느낌이네요.

 

이곳의 해안선은 아직 소년기일까요.

자갈과 바위만이 가득하니요.

 

먼 세월이 지나면 파도에 부딪치고 바위끼리 부대끼어

모래가 되어 쌓이고 하겠지요.

이런것이 시간의 순리라고 할까요.

 

이곳 해안가를 몽돌들이 참 많습니다.

서해안에서 몽돌을 보기가 쉽지는 않은데 말입니다.

 

오늘 아마 처음으로 바위에 부딪치는 세찬 파도를 봅니다.

 

이곳 풍경을 보며 커피 한잔 하고프나

여러 사람이 온 관계로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 아쉽네요.

역시 걷기는 혼자 혹은 몇명이서 걸어야 하나봅니다.

 

여튼 불규칙하게 배열되어있는 바위를 지난다는 것이

시간도 많이 거리고 아래만 보고 가야하기에 제법 힘듭니다.

 

삶도 그러하겠지요.

항상 쉬운 길만 있는것은 아니기에

 

때론 천천히 휘돌아가는 여유도 필요하고요.

 

 

저멀리 멀어져간 하섬의 조망도 넉넉하게 가져봅니다.

 

 

이곳 바위는 크게 반죽을 해놓은듯

하나의 바위로 이루어졌더군요.  

 

여튼 바위 길의 연속입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ㅎㅎ

 

적벽강은 아직 저 멀리 있고요. 

 

오전부터 걷기를 한지 5시간 가까이 되니

힘은 들지만 이런 저런 다양한 자연 풍경이 가득한

참 재미난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은 조금 아득하지만

가야할 목표가 보인다는 것은 작은 희망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한 걸음 한걸음이 무겁지 않습니다.

 

이처럼 멋진 자연이 친구처럼 늘 함께 하는데요.

 

 

 이 바위는 어느 쪽에서 바라봐도 참 멋지네요.

특히 나무뿌리가 온전히 노출되어 있는 모습이 참 특이합니다.

우리네 사는 것도 어쩌면 저 모습처럼 때론 혹독할지도 모르겠네요.

 

내가 스스로 택한 태어남도 아닌데

사는게 무어길래

저리 악착같이 아슬아슬하게 살아야 하는건지..

 

여튼 멋지고 웅장한 절벽 바위를 따라 해안선 길을 이어갑니다.

 

 

이런 풍경이라도 있으니 해안선 돌길이 덜 지겹겠지요.

 

여튼 오전에 걸었던 길과는 그 느낌이 완전히 다릅니다.

 

 참 신기하지요.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같은 바다 해안가인데

이리도 틀린 풍경을 간직하고 있으니요.

 

4시경에 적벽강을 휘돌아 갑니다.

 

멀리서 보면 옆 얼굴처럼 보이는 부분이지요.

 

해를 가리고 있는 바위 얼굴 모습이 멋진 실루엣을 만들어 줍니다.

 

그곳에서는 사람의 그림자도 멋진 풍경이 되네요.

 

ㅎㅎ 옆모습은 참 멋진데 앞 모습은 별로이지요.  

 

공룡의 얼굴이거나 에일리언의 얼굴같기도 하고요.

 

 근데 옆면에서 보면 멋진 사자의 얼굴이 나오니요.

 

바다를 향해 응시하고 있는 사자의 모습이 더욱 뚜렷하게 보입니다.

그나저나 이 바위 병풍의 모습이 왜 적벽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적벽강을 지나니 다시 역광의 바다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바다와 노을 그리고 사람과 작은 등대가 참 조화롭게 보이네요.

자연과 하나되는 자연스러움이 이런게 아닐까요.

 

적벽강을 휘도니

해안 절벽을 따라 계속 길을 이어가지는 못하고 왼편 능선으로 올라섭니다.

 

참 오랜만에 걸어보는 흙길이지요. ㅎㅎ

 

사람의 생명은 유한한데

죽고나면 이 무덤속에서 무한하게 존재할 수는 있을까요.

무덤의 반원은 삶과 죽음의 경계라고 말했던 연극 대사가 문득 생각납니다.

 

영원히 이 거리에서 마주보고 있는 절벽 바위를 바라봅니다.

행복한걸까요. 바라만 보고 있어도.

 

굿소리로 시끄러운 수성당에  들어가봅니다.

 

오늘은 무엇을 위해 굿을 하는걸까요.

하긴 얼마나 사는게 답답하면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고 힘을 얻고 싶은걸까요.

가장 강한것 같으면서도 또한 약하기만 한 존재가

인간이겠지요.

 

수성당 앞으로 펼쳐지는 해안선 조망이 참 좋습니다.

야~~ 참 시원하다!

 

격포 해수욕장 방향 풍경도 휘돌아 보고 다시 수성당을 나옵니다.

 

 

 

수성당을 빠져나오니 격포 해수욕장 풍경이 넉넉하게 나타납니다.

 

애매할 수 있는 구간인데

이정표가 있어 쉬이 발길을 내딛습니다.

 

이제 오늘 걷기의 마지막 방점을 찍는

채석강을 보러 가야지요.

 

 

후박나무 군락지도 지나고요. 

 

마을로 접어듭니다.

 

 

그리고 마을을 빠져나와 30번 국도길로 나섭니다.

 

이제 차가 다니는 길을 처음으로 걷습니다.

 

계속 해안길을 따라 가도 될것 같은데

이쪽 도로변으로 마실길을 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더군요.

 

4시 20분경에 대명 리조트도 지납니다.

 

그리고 곧바로 격포 해수욕장에 도착하네요.

 

과거에는 없던 동상인데

노을 공주라고 합니다.

 

노을 공주를 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ㅎㅎ

헛된 말이라도 좋네요.

아마도 사랑하는 연인이 이곳에서 일몰을 보면

그 일몰이 너무나 황홀하기에 사랑의 분위기에 쉽게 빠질  수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닭이봉과 정자도 보이고요.

 

그나저나 참 오랜만에 채석강에 와봅니다.

과거 내변산 산행후 일몰도 보고 애프터도 하기위해 자주 들렀던 곳인데.

 

오전부터 변산 마실길을 걸을때는

함께한 회원님들 빼고

 사람들 보기가 그리 쉽지 않았는데

이곳에 오니 사람들로 붐비네요.

 

채석강 바위에 주렁 주렁 매달린 고드름도 처음 보는건데..

 

자연은 때론 참 장난꾸러기 같지요. ㅎㅎ

 

아니 타고난 예술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을 온통 아름다움으로 만드는 예술가..  

 

나는 그저 감상만 하지요.

 

그 예술가가 만들어 놓은 멋진 예술품들을..

 

그리고 이렇게 렌즈에 담아

보관하기도 하고요.

늘 감사하지요.

멋진 자연이 친구처럼 내 곁에 있어서.

 

애구 채석강을 지나 격포항으로 가려했는데

물이 들어오는 바람에 넘어가지는 못하네요.

시간이 너무 늦었나 봅니다.

하여 닭이봉 입구를 지나 5시경에 격포항에 도착해서

변산 마실길을 마무리합니다.

 

이번 3코스는 8.2km로 가장 긴 코스이고

계속되는 바위길로 제법 힘든 코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멋진 바위들의 풍경을 볼 수 있고

제법 스릴있는 암릉을 걷는 재미도 쏠쏠한 길인것 같습니다.

 

하여 저는

변산 마실길 3코스를

"적벽강과 채석강이 함께하는 해안 바위 길"

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변산 마실길 18km 걷기를 마무리 지으면서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쓴 "떠나든 머물든"에 나오는 구절을 떠올려봅니다.

 

"걷는다는 건 육체적이기보다 정신적 훈련임을

그때 깨달았고, 이후에도 수없이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어두운 생각을 사라지게 한다.

언덕 꼭대기에서 저 아래 오솔길의 나무들이

굽이치는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모든 문제는 결국 상대적일 뿐이다.

나는 눈으로, 몸으로, 생각으로 세상을 흡수했다.

자연과 공생하며 창조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다."

 

저도 처음에는 걷는다는 것이 단순히 다리를 튼튼히 하고

육체만을 건강하게 하는것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걷고 또 걷다보니

세상사에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세상을 향한 무한한 욕심을 덜어내는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치료사더군요.

 

그래서 저는 걷습니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두발로 서있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