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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포항 내연산 계곡길 - 십이폭포를 따라서

by 마음풍경 2010. 3. 31.

 

경북 포항 내연산 계곡길

 

송라 마을 ~ 보경사 ~ 보경암 ~ 폭포, 약 10km, 3시간 소요

 

 

 고래불 해수욕장이 있는 병곡 마을에서 다시 포항행 버스를 타고

내연산 입구에 있는 마을인 송라까지 갑니다.

 

그리고 송라에서 버스를 내려 내연산까지 다시 걷기를 시작합니다.

그제와 어제 50km를 걸은것에 비하면 오늘은 그저 몸풀기겠네요. ㅋ

12시 가까이 되어서 걷기를 시작하네요.

 

차가 다니는 길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차가 줄지어 가기에 걷기도 위험하고 해서

조금 돌아가지만 마을 뒷길을 따라 갑니다.

 

너른 들녁 땅에서 봄이 오는 소리가 조용 조용 들리는 듯 하네요.

 

저 멀리 내연산이 병풍처럼 펼쳐지고요.

 

요즘은 산행보다 걷기를 주로 해서인지

이제는 산을 봐도 그저 바라만 보일뿐이지

저곳을 꼭 올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ㅎ

 

길가에 사과 파는 곳이 있어

사과도 사서 가는 길에 우걱우걱 먹습니다.

길을 걸으며 먹는 1개에 천원짜리 사과

참 맛나더군요.

 

내연산 주차장에 가까이 온 모양이네요.

이곳도 여름 성수기에는 이곳까지 주차를 하기에

담벼락에 이런 글씨를 써어놓았겠지요.

"붕괘 위험" ㅎㅎㅎ

 

송라 마을에서 약 4km 조금 넘는 거리를 1시간에 왔습니다.

 

보경사 경내로 들어가봅니다.

보경사는 602년 진평왕 시절 신라 지명법사가 건립했다고 합니다.

 

보경사는 내연산 12폭포 계곡 입구에 자리하고 있어

잘 알려진 절이지요.

 

이제 보경사 경내를 나와

청하골이라 불리는 갑천 계곡을 따라 갑니다.

 

 올해는 봄 꽃이 더디게 피는것 같지요.

생강나무 꽃 한송이 수줍게 피어있습니다.

 

내연산 계곡을 들어가면 갈수록 멋진 비경이 드러납니다.

 

바위와 어울리는 멋진 소나무들도 참 많습니다.

 

아직 연두빛이 화사하지 않은 계절이지만

그래도 푸르름을 지니고 있는 소나무가 있어 분위기가 회색빛이지는 않네요.

 

봄철이라 계곡물이 그리 많지는 않으나

계곡 물소리는 세차게 들립니다.

이제 슬슬 12폭포의 모습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세차게 내리는 물줄기를 보니

마음까지 시원해 집니다.

 

아마 처음으로 만나는 제 1 폭포가

상생폭포인것 같은데요.

 

여튼 이 계곡에 폭포가 12개나 된다는데

그 이름 하나 하나가 중요하겠습니까.

그저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시원한 폭포를 바라볼 수 있는 이 순간이 소중하겠지요.

 

철계단을 따라 가는데

주변 풍광도 그렇고 마치 설악산 천불동 계곡에 들어온 기분이 들더군요.

 

바위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자랄 수 있는 것을 보면

항상 볼때 마다 감탄입니다.

 

한 여름이라면 저 바위에 앉아 탁족도 즐기며

쉬면 좋겠습니다.

 

보경사 입구에서 한 40여분 걸었나요.

아담한 규모의 보경암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멋진 자연 경치를 배경삼아

마당앞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 한잔 합니다.

커피 맛 참 감미롭고 좋습니다. ㅎㅎ 

 

이런 곳에 한달만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가끔 들곤하지요.

 

암자옆에 좋은 글이 있어

차분하게 읽어봅니다.

하나 하나가 참 마음에 와 닿는 좋은 글입니다.

하지만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우리네 모습을 보면

참 어리석지요.

 

보현암을 나와 계속 계곡을 이어갑니다.

정말 설악산 천불동 계곡과 많이 흡사하네요.

 

가을이나 눈내린 겨울에 오면 더욱 좋갰다 생각해봅니다.

 

보현암에서 약 10여분 더 걸었을까요.

내연산 계곡에서 가장 유명한 관음폭포에 도착합니다.

 

 겸재 정선이 이 장소를 좋아해서 그의 진경산수화인

"내연삼용추"에 관음폭포, 연산 폭포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겨두었다고 합니다.

 

 

폭포 주변으로 관음굴이라 불리는 작은 굴들이 많이 있고

주변이 선일대, 비하대, 학소대 등 병풍처럼 우뚝 솟은 바위에 둘러쌓여있어

아주 묘하고 웅장한 느낌이 드는 곳이지요.

 

 문득 저 굴속으로 들어가서 폭포를 보고싶더군요.

 

여튼 관음폭포 너머 출렁다리를 건너니 높이가 30m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의 연산폭포를 만납니다.

12 폭포 중 가장 낙차가 크고 아름다운 폭포이지요.

 

폭포 주변은 바위로 둘러 쌓여있어 작은 협곡같은 곳이고요.

 

 

여튼 이곳은 영화 가을로의 배경이 된 곳입니다.

그 영화를 보고 이곳에 한번 와봐야 겠다 생각했었지요.

 

이제 연산폭포를 마지막으로 되돌아갑니다.

이후에도 은폭포등 여러 폭포가 있지요.

 

되돌아 가는 길에 만나는 계곡 바위의 풍경은 정말

절경이네요.

 

깊은 계곡 사이로 비추이는 햇살도 참 포근하게 느껴지고요.

 

보현폭포는 저 바위뒤로 숨어서 조용히 흐르고 있습니다.

 

이제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서

지난 이틀을 포함하여 삼일동안의 여행을

차분하게 마음속으로 마무리해봅니다.

 

물가 옆 버들가지를 보니

봄이 오는가 봅니다.

이제는 화사한 봄을 온몸으로 맞을 준비를 해야겠네요.

 

영화 "가을로"에서 김지수가 이곳 내연산 계곡을 찾아

유지태에게 전화로 남기던 글이 문득 생각나 옮겨봅니다.

 

"나 지금 포항에 있는 내연산에 와 있거든,

근데 산이 되게 좋다.

폭포가 12개나 있는데 다 예쁘고,

올라가는데 별로 힘이 않들어서 너도 좋아할 것 같고,

다음에 같이 한번 와볼까 해서.."

 

그나저나 작년 봄 우이도를 시작으로

오늘도 영화 "가을로"와의 인연은 계속 이어지네요.

 

"아주 힘든 일이 생겨서

위로받고 싶어 돌아갔는데

상대가 더 힘들어 하고 있으면

그때 꼭 다시오자.

산에 오르고 바다보고 해돋이도 보고

그러다 보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들거야

그게 여행이 주는 힘이니까."

 

김지수의 영화에서의 대사를 다시 음미해보며

삼일동안의 여행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