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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영덕 블루로드(동해 트레일 길)-(2)

by 마음풍경 2010. 3. 29.

 

영덕 블루로드

 

B코스 : 환상의 바닷길(15km) 중 약 10km

석리 ~ 경정 ~ 차유 ~ 죽도산(축산항), 3시간 30분 소요

 


C코스 : 선인들의 자취를 더듬는 답사길(17.5km)


죽도산(축산항) ~ 대소산 봉수대 ~ 목은이색산책로 ~ 괴시리 전통마을 ~

대진해수욕장 ~ 고래불해수욕장, 5시간 30분 소요

 

 

 석리 민박에서 하룻밤을 자고

둘째날 걷기를 시작합니다.

 

당초 일찍 일출을 보며 걷기를 시작하려했는데

제가 겨울인줄 알고 7시 넘어 해가 뜨는 것으로 착각했네요.

 

7시에 걷기를 시작하는데 해는 벌써 바다위를 떠서

저 구름 속에 숨어 있습니다. ㅎㅎ

 

어제 걷기를 마감한 곳에서 다시 걷기를 이어갑니다.

 

ㅎㅎ 누가 이 멋진 곳에 의자를 가져다 놓았을까요.

이처럼 멋진 곳에 앉아 뜨는 해를 보는 마음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화려한 일출 풍경은 아니지만

왠지 가슴이 싸해지는 풍경 하나 마음에 담아봅니다.

 

여튼 어제에 이어 오늘도 긴 거리의 길을 걷습니다.

 

석리 마을을 지나니 해안길을 따라 계단이 나옵니다.

 

그리고 해안선을 따라 멋진 길이 이어지네요.

 

아침 일찍 시작해서인지

차분한 아침 바다 풍경도 무척이나 감미로운 느낌입니다.

 

해도 화려한 모습보다는 구름에 가려서인지

더욱 운치가 있고요.

 

석리에서 이어지는 해안길도

과거 군인들이 초소를 따라 다니던 길인것 같습니다.

 

그 길에 약간의 안전 시설을 해놓았고요.

글고보니 영덕 블루로드 길은 기존에 있던 길들을 이어서 만든

재활용 길인가 보네요. ㅎㅎ

 

아침 해가 구름에 가려서인지

마치 저녁 노을 같은 느낌이 듭니다.

 

동해 바다에 와서

그것도 이른 아침에 멋진 일몰의 분위기를 느끼네요. ㅎㅎ

 

과거에는 한동안 일출과 일몰 풍경에 집착한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저 편안하게 그런 풍경들을 맞이하게 됩니다.

 

해안길을 걷다보니 경정 마을이 나오는것 같습니다.

석리에서 이곳까지 약 1시간이 걸렸고요.

 

경정 해수욕장 옆으로 기묘한 바위들이 많더군요.

 

가로등에 갈매기 한마리 있는 모습도 재미나지요.

 

  그나저나

참 애잔한 느낌의 아침 바다 풍경입니다.

 

물론 삶의 현장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고요.

 

아침을 가볍게 먹어서인지

저 오징어 한마리 구워먹으면 좋겠다 생각이 드네요. ㅋㅋ

 

해산물이 많아서인지

이곳에 유난히 갈매기도 많습니다.

 

이 해안길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길중 하나라고 합니다.

 

동해 바다의 시원함을 가득 담고 있는 그런 길이지요.

  

그리움이 가득 담겨져있어

금방이라도 비가 되어 바다로 떨어질것 같네요.

 

8시 30분경에 대게의 원조 마을인

차유마을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모닝 커피도 한잔하며 잔잔한 회색빛 바다를 감상합니다.

 

차유마을에는 민박 등 숙박시설도 많고

또한 마을에서 운영하는 한옥도 있더군요.

 

차유 마을을 지나 다시 해안 숲길을 걷습니다.  

말미산과 바다 사이로 좁게 난 길입니다.

정말 조용하고 느낌 또한 좋더군요.

 


해안선의 풍경도 참 정갈하면서도 분위기가 있고요. 

  

어제와 오늘 걸었던 길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영덕 블루로드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길인것 같고요.

 

다만 이곳에 방치 되어있는 군사 시설물들을


잘 정리하고 보완한다면 더욱 멋진 길이 될것 같습니다.

 

해안선을 돌아서니 죽도산이 나타납니다.

 

해안가로 내려서니 웅장한 바위들도 많고요.

 

모래 풍경도 느낌처럼 참 곱습니다.

 

 

잠시 밀려오는 파도와 장난도 쳐보네요. 

나잡아봐라. ㅋㅋ

 

이제 저 다리를 건너 죽도산으로 올라

축산항으로 내려서면 되겠지요.

 

ㅎㅎ 근데 아직 이 다리는 공사중이라

신발을 벗고 물을 건넜습니다.

 

그리고 10시경에 죽도산 유원지로 올라섭니다.

다만 공사중이라 어수선하더군요.

 

이 계단 길이 전부 완공이 된다면

참 멋진 조망처가 되겠네요.

 

죽도산을 따라 쭈욱 이어지는 해안 풍경도 시원하고요.

 

문득 외연도에서 만난 해안 나무 계단 데크가 생각이 나더군요.

죽도산은 그 이름처럼 이곳에 대나무가 많아

작은 대나무가 화살로 쓰였다고 합니다.

 

여튼 계단을 이어가다가 공사중이라 계속 가지 못하고

다시 되돌아 나왔습니다. ㅎㅎ

물론 화살표는 공사중인 방향으로 되어있지만요.

 

10시 30분경에 축산항에서 B코스 걷기를 마칩니다.

 

그리고 조금 이른 점심 식사를 주변 식당에서 맛난 짜장면으로 하고

11시경에 블루로드의 마지막 코스인 고래불까지의 C 코스 걷기를 시작합니다.

 

C 코스의 시작은 축산항 건너편 산으로 이어집니다.

 

점심을 제법 많이 먹은지라

천천히 걸음을 걷습니다.

 

 그래도 그리 가파르지 않아

걷기는 부담이 없더군요.

 

애고 산을 오르기에 계속 능선이 이어지는 줄 알았는데 다시

차도로 내려섭니다.

 

그리고 차길을 조금 걷다가 대소산 봉수대를 오르는

본격적인 산행 길이 시작되네요.

 

봉수대를 오르는 산길은 지리산길처럼 아늑하더군요.

 

여튼 12시 조금 넘어 대소산(282m) 정상에 도착합니다.

인근 지역에서는 가장 높아 조선시대 초부터 봉수대로 쓰였고요.

 

조금전 지나왔던 축산항 풍경도 발아래도 보입니다.

 

어제부터 이어온 해안길도 아스라하게 보이고요.

 

봉수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저 편안하고 아늑합니다.

이곳에 걸터앉아 커피 한잔 타서 마셔야지요.

모든게 행복한 시간입니다.

 

이제 저 북쪽 능선을 따라 하산을 시작합니다.

 

능선 길을 따라 이어지는 소나무들이 마치 분재처럼 보입니다.

 

능선너머 영해 시가지도 살짝 보이고요.

 

봉수대에서 괴시리 마을로 이어지는 약 4km의

십리 길은 "목은 이색 등산로"라고 하네요.

 

가던길에 만난 정자가 있는 망일봉에서 바다 풍경도 바라봅니다.

 

그리고 다시 산길을 이어갑니다.

 

직접 가면 그리 멀지 않는 거리이지만

이리저리 능선을 따라 산길이 이어집니다.

 

1시경에 어제 고불봉에서 만난 다리와 유사한 다리를 만납니다.

 

 

고개를 넘어가는 길이 나오길래

산을 다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ㅎㅎ 다시 우측 산 능선을 오르게 되네요.

 

오르고 내리고 휘돌고 산 능선 길을 계속 이어갑니다.

 

여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천천히 걷는다면

정말 좋은 산책길이자 부담없는 등산로일것 같습니다.

 


2시 조금 넘어 괴시리 전통마을에 도착하네요.

 

대부분 고택으로 이루어진 마을이더군요.

 

고려 문학을 대표하는 목은 이색 선생의 유적지가 있는 마을이고요.

 

다만 대부분의 고택에 사람이 살지 않는것 같더군요.

 

마을 분들이 많이 산다면

좀더 훈훈한 분위기를 느낄수 있을텐데 조금 아쉽네요.

 

그래도 전남 영암 구림마을 등 알려진 한옥 마을에 비해

그 정취는 더욱 빼어난 느낌이 듭니다.

 

 

바람에 살랑 살랑 실려오는

매화꽃 향기에 잠시 취해도 봅니다.

 

여튼 사람의 온기만 더 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요.

 

ㅎㅎ 제가 너무 욕심이 많은거겠지요.

 

괴시리 마을을 빠져나와

이제 대진항으로 향합니다.

 

괴시리 마을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화살표 등의 안내 시그널을 보지 못했는데

동부초등학교 앞으로 오니 다시 화살표가 나오네요. ㅋ

 

여튼 3시 다 되어서 대진항에 도착하게 됩니다.

 

보통은 나무 장승인데 이곳은 돌 장승이 이색적입니다.

 

다시 대진항에서 부터는 바다 내음을 맡습니다.

  

날은 잔뜩 흐려서 어제와 같은 짙고 푸른 바다색은 볼수 없지만

또 다른 느낌의 바다를 선물받는 느낌이네요.

문득 아주 오래전에 다녀온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몬테레이 베이의 흐린 바다 풍경이 생각나더군요.

 

휴 이제 저멀리 영덕 블루로드의 종점인 고래불 해수욕장이 보이는걸보니

걷기도 끝나가는 것 같습니다.

근데 눈으로 보기에 무자게 멀기만 하네요. ㅋ

 

고래불 대교 다리도 지나고요. 

날도 흐리고 바람도 해안가라 그런지 

더욱 차갑습니다.  

 

 여튼 이제 종점도 보이겠다.

해안선 풍경을 친구삼아 마지막 걸음을 내딛습니다.

 

ㅎㅎ 고래불이라 고래 조각도 있네요.

고래불은 목은 이색선생이 고래들이

하얀 분수를 뿜으며 노는 것을 보고

고래가 노는 뻘이란 뜻으로 고래불이란

이름을 붙인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차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걸으니

멋진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바다 풍경을 실컷 구경합니다.

이 또한 걷기의 장점이자 매력이겠지요.  

 

4시 30분경에 고래불 해수욕장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이곳 음악 분수대에서 1박 2일의

영덕 블루로드 걷기를 마무리합니다.

 

정말 산을 넘고 또 넘고

해안 길을 걷고 또 걸어서

이곳에 도착했네요.

 

걷는 시간만 총 16시간 이상이 걸린

쉽지만은 않는 시간이었고요.

 

비록 다리는 무겁고 배낭의 무게에 어깨가 아픈 시간이기도 했지만

멋지고 포근한 자연과 함께하였기에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덕 블로로드는

산행길, 들길, 임도길, 해안 바다 길,  풍력 바람개비 길 등등

참 다양하고 멋진 길들을 가득 담고 있네요.


 

자연은 위대하다.

자연의 그 위대함은 있는 모습 그대로에서 나온다.

자연은 인간과는 달리 아무것도 꾸미지 않는다.

있는 것을 없는 체 없는 것을 있는 체,

추한것을 아름답게 치장하거나 위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때가 되면 싹이 트고

때가 되면 잎이 자라고 때가 되면 꽃이 핀다.

굳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고 없는 향기를 추하게 풍기지도 않고

색깔을 천박하게 바꾸지도 않는다.

자연은 겸손하게 자신의 모습을 수긍한다.

자연의 위대함은 그 소박한 겸손함에서 나온다.


 

최인호님의 글을 다시 한번 음미해보며

나도 저 자연을 조금이나마

더 닮으면 좋을텐데 생각해 보네요.

늘상 후회하고 실수하고


모순 투성이인 내 자신을 바라보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