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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박경리 토지길(1) - 악양 최참판댁과 화개장터를 이어걷다.

by 마음풍경 2010. 4. 9.

 

 

박경리 토지길

 

<1 코스 : 소설 토지의 무대따라 걷기(18km)

 

 

섬진강 평사리 공원 ~ 평사리 들판 ~ 동정호 ~ 고소성 ~ 최참판댁 ~ 조씨 고택 ~

취간림 ~ 악양루 ~ 섬진강변 ~ 화개장터(18km, 7시간 소요)

 

 지난 3월말 영덕 블루로드 길을 걷고 다시 문화생태탐방로 길을 찾습니다.

이번에는 벚꽃피는 4월초가 가장 아름다운  하동의 박경리 토지길입니다.

 

대전에서 하동 평사리 공원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참 멀고 복잡하네요.

대전에서 진주까지 2시간 가량 버스를 타고 가서 다시 진주에서 1시간 넘게 하동행 버스를 타고

마지막으로 하동에서 평사리 공원까지 군내 버스를 타야합니다.

대전에서 새벽밥을 먹고 출발했지만 이곳에 11시 가까이 되어서 도착하네요.

 

이제는 무척이나 친숙한 디자인의 탐방로 안내도 입니다.

오늘과 내일 걸어야할 거리가 약 31km로 지난번 영덕 블루로드의 51km에 비하면 한결 넉넉하지요. ㅎ

 

작년 3월 매화꽃을 보러 이곳 섬진강에 왔었는데 1년만이네요.

 

평사리 공원 너머 형제봉도 반갑고요.

 

이제 출발점에서 1박 2일의 걷기를 시작합니다.

 

ㅎㅎ 처음부터 알바를 했습니다.

화살표를 따라 편안한 길이 이어지기에 계속 갔더니만

길이 끊어지고 이정표도 없어 다시 되돌아 나오니

처음 이정표 조금 가서 오른편으로 희미하게 시그널이 있더군요.

 

여튼 그 덕분에 섬진강 강가를 더 여유롭게 걸어보았구요.

 

여튼 이곳으로 올라서야 하는데

아무런 표시가 없어 그냥 지나쳤네요.

 

19번 국도로 올라서니 안내 표시가 보입니다.

올해는 봄이 더디게 오는것 같습니다.

진작 피어야할 벚꽃이 이제야 피기 시작하니요.

 

다른 문화생태탐방로는 길 바닥에 단지 노란 페인트로 화살표 표시가 되어있는데

이곳은 아주 멋진  화살표가 있습니다.

바닥이 철판으로 되어있어 지워지거나 하지는 않겠더군요.

다만 차가 다니는 곳은 화살표 표시가 지워지고 없어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차도를 넘어가니 보리밭으로 푸릇한

평사리 들판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풀향기 가득한 길을 걷습니다.

 

가는 길에 길 안내 표시도 잘되어 있어

일부러 찾으러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요.

 

길가의 복숭아 꽃도 이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너른 들판 한가운데 서있는 소나무 두그루가 보이네요.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부부 소나무 이지요.

 

형제봉을 배경으로 서있는 그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박경리 토지길도 부부 소나무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여튼 이처럼 너른 들판이 있으니

최참판댁 만석지기 이야기를 다룬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되기에 충분하겠지요.

 

악양 들판을 순우리말로 무딤이들이라고 한답니다.

 

ㅎㅎ 다른 각도에서 보니 부부 소나무가 사이좋게

껴안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걷기를 시작한지 약 30분인 11시 30분경에

최참판댁 세트장 입구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왼편 고소성 방향으로 가봅니다.

 

지난주까지는 봄이 참 더디게 오는것 같더니만

이번주에 갑자기 봄이 밀려오는것 같네요.

 

고소성 방향으로 오르니

시원한 조망이 펼쳐집니다.

 

애구 지나온 길 옆으로 동정호가 있었네요.

저는 그냥 흙더미가 쌓아져있어 공사 중이라고만 생각했는데요.

 

동정호 옆으로 부부 소나무도 보이지요.

 

한산사도 지납니다.

 

그리고 12시 10분경에 형제봉 등산 안내도가 있는

고소성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옆에 섬진강을 바라보는 정자가 있더군요.

 

정자에 올라 잠시 조망도 보고 휴식도 취합니다.

근데 당초 토지길 안내지도에는 고소성을 가는것으로 되어있으나

오늘 걷기를 시작한 평사리 공원에 있는 안내도에는 고소성은 길에서 빠져있더군요.

어쩐지 최참판댁 입구에서 이곳 고소성으로 오는 길에 안내 시그널이 전혀 보이지 않더군요.

 

여튼 최참판댁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ㅎㅎ 관광지라서 그런지 당나귀 마차도 있네요.

 

소설 토지를 현실로 만든 공간이 바로 이곳이지요.

 

1988년부터 이곳을 조성했다고 합니다.

 

실제 사람이 사는것 같은 현실감이 있더군요.

 

 초가집들도 어색하지 않게 실제 모습처럼 배치가 되어 있고요.

 

산중턱에 있어서인지

용인 민속촌과 같은 인위적인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ㅎㅎ 눈에 익숙한 시그널이 나무 가지에 대롱 대롱 매달려 있네요.

 

멀리 섬진강이 아스라하게 보이고

목련꽃, 벚꽃 핀 풍경이 참 편안해 보입니다.

 

 초가집 골목을 이리저리 돌고나서

최참판댁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데도

정말 사람이 사는것처럼 온기가 느껴집니다.

 

심지어는 이렇게 고추 말리는 풍경까지 있으니요.

 

어릴적 시골에 가면 만날수 있는 풍경이지요.

 

주변에 새소리도 들리고

꽃 향기를 머금은 바람도 불어주네요.

 

 

역시 무작정 걷는것보다는 때론

이처럼 주제와 테마가 있는 걷기의 풍요로움이 참 좋습니다.

 

사랑채로 들어섭니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제법 많네요.

 

사랑채 앞마당에서 보니 악양 들판과 섬진강이 시원하게 바라보입니다.

이곳에서 봐도 부부 소나무의 모습이 귀엽지요. ㅎ

 

물론 대문을 통해 본 조망도 참 시원하고요.

 

최참판댁을 나서면서 12시 40분 부터 1시까지 잔치 국수로 점심식사를 합니다.

김치를 곁들인 국수가 제법 맛나더군요.

 

식사도 하고 이제 조씨 고택으로 가야지요.

 

돌담길을 따라 한가로이 걷습니다.

 

 왼편으로 형제봉 능선도 함께 합니다.

 

이곳 저곳에 피어난 꽃들도 만납니다.

겨우내내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그런 인내가 있기에 봄꽃들은 다른 계절의 꽃에 비해 더욱 아름다운것 같습니다.

 

아직 피지않은 배꽃의 풍경도 앙승스럽고요.

 

당초 지도상으로 보면 도로를 따라 가는 줄 알았으나

산길을 통해 이어지는 마을 길을 따라 갑니다.

 

꽃마리 꽃도 만났습니다.

 워낙 작아 눈에 잘 보이지가 않는 꽃인데요.

 

사람의 인기척이 거의 없는

한적한 길을 걷습니다.

 

형제봉의 구름 다리도 봉우리 사이로 보이네요.

 

악양은 마음이 넉넉해지는 풍경이 참 많습니다.

 

너른 들판에서 이어지는 분지 형태라 그런지

답답하지도 않고요.

 

마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가는 도중에도

지루하지 않게 좋은 풍경들을 자주만나네요.

동백꽃들도 이제 벚꽃에게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할 때인가 보지요.

 

자연은 물러갈 때를 잘 아는것 같습니다.

물론 다시 돌아올 시기 또한 놓치지 않고요.

 

너른 들판에 군데 군데 서있는 소나무들이 참 많습니다.

 

하여 멋진 선물같은 풍경 한장 더 남기게 되고요.

 

2시 10분경에 조씨 고택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최참판댁의 실제 모델이 된곳이라고 하네요.

 

 

지금은 군데 군데가 많이 허물어졌지만

17년동안 공들여 지은 집답게

집 구석 구석에 아름다움이 숨어있습니다.

 

앞 마당에 이쁜 연못도 있고요.

 

단아하면서도 기품이 있는 그런 고택입니다.

 

 툇마루도 참 정갈한 느낌이지요.

 

이곳 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느낌도 참 평온합니다.

고택을 지키시는 노인분께서 주신 녹차와 과일로

잠시 휴식을 취하고선 2시 30분경에 다시 길을 나섭니다.

잠시 들린 나그네에 주신 고운 정성이 참 고맙고 아름답네요.

 

저 뒤로 보이는 형제봉 능선을 넘으면 화개이기에

바로 넘어가라고 말씀하시는 그분의 마음도 참 고맙습니다. ㅎ

 

보리밭 가운데에 탐방로 이정표가 있습니다.

가끔 밭에 이정표가 뒹굴던데

막대기에서 분리되어 그리 되었나 봅니다.

 

여튼 다시 길을 나섭니다.

취간림이 바라보이네요.

 

500년 이상된 향나무가 많다고 합니다.

 

2시 50분경에 취간림을 지나

악양교를 건너기 직전 뚝방 길을 따라 갑니다.

 

배꽃과 함께 길을 걷는 기분이

참 평화로워지네요.

 

그 길에 복숭아 꽃도 함게 하고요.  

 

바람따라 봄 내음도 가득합니다.

 

너른 들판을 향해 나아가는 느낌이 참 독특하네요.

요즘은 빌딩 숲에 가려서 이처럼 너른 공간을 보기가 쉽지 않아서겠지요.  

 

바람에 춤을 추는 보리의 풍경이

마치 전남 보성의 녹차밭같습니다. 

 

마음이 앞서가는지

발걸음이 앞서가는지

그저 편안한 길걷기 시간입니다.

 

푸른색 너머로 아스라한 형제봉 능선 실루엣도

가슴에 가득 담고갑니다.

 

비록 조금은 차가운 바람이지만

너른 들판을 걸어서인지 시원함이 앞서네요.

 

그저 바라만 봅니다.

말이나 설명이 필요없겠지요.

 

부부 소나무는 어느 방향에서 봐도 참 아름답습니다.

이곳 악양 들판의 상징이라 할까요.

 

지금과 같은 봄도 좋지만

 노을이 지는 누런 황금 벌판인 시기에 와서

이 풍경을 바라보고 싶네요.

 

 여튼 꽃피는 계절에 잘왔다 생각해봅니다.

 

만남에는 그 시기가 있듯이

사람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만남에도 그 시기가 있는것 같습니다.

그저 좋습니다. ㅎㅎ

 

4시 가까이 되어서 다시 평사리 공원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약 5시간이 걸렸네요.

 

오전에 걸었던 그 길을 다시 걷고요. ㅋㅋ

 

여튼 오전에 본 풍경과 오후에 본 풍경은 조금 다르지요.  

 

조금 중복된 길을 걷다가 계속 직진을 합니다.

차라리 평사리 공원으로 원점회귀하지 않고 화개로 길을 이어갈거면

반 시계 방향으로 돌아 저기 보이는 고소산성 능선 길을 넘어가면

길의 중복성도 없고 좋을것 같습니다.

 

악양 너른 들판의 풍경은 보고 또 봐도 정겹기만 하네요.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

아늑해지는 느낌,.

그래서 결국은 평온해지고 가벼워지는 기분이 가득해지지요.

 

이제 이곳 고소산성 입구부터는 차가 다니는 길을 걷습니다.

 

길옆에 길 안내도가 있어 살펴보니

합천에서 화개로 이어지는

이순신 장군의 백의 종군로라고 합니다.

이제 이곳부터는 2개 테마길을 한꺼번에 걷게 되는거네요. ㅎㅎ

 

물론 19번 국도의 노견 폭이 그리 넓지 않아

차를 피해서 걷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8km가 넘는 길을 걸어야 하고요.

 

하지만 막 피기 시작한 벚꽃 풍경은

걷는 발걸음을 가볍게 합니다.

 

작년에는 섬진강과 매화꽃의 풍경으로 행복했는데

올해는 섬진강과 벚꽃의 풍경으로 다시 행복해지네요.

 

이곳에 차가 다니지 않고

걷는 길이기만 한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요.

 

차도에서 이어지는 작지만 매력적인 산길도

 만나게되고요.

 

4시 40분경에 토지길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도장을 받을 수 있지만 역시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없더군요. ㅎ

 

차를 피하며 길을 걷는데 이게 왠 횡재입니까.

차길과 별개로 뚝방 길이 나타납니다. ㅋㅋ

 

저는 당초 섬진강을 바라보며

이런 길을 걷지 않을까 상상했었지요.

 

 이처럼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강물도 바라보고요.

 

다만 너무나 세찬 바람에 발걸음을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세상사가 항상 쉽게 갈 수는 없나봅니다.

행복과 불행은 늘 함께 다니듯 우리네 삶도 그러하겠지요.

 

아쉽게도 걷기 좋은 뚝방길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는 못하고

다시 국도 변을 걷습니다.

5시 넘어 부춘마을 입구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이어 중기마을도 지나고요.

 

그나마 평일이라 차들이 그리 많지않아 다행입니다.

 

이번 주말이면 벚꽃 구경온 차들로 이곳 도로는 주차장이 되겠지요.

 

다리가 보이는것을 보니 이제 화개에 거의 도착한것 같습니다.

 

해도 저 능선너머로 사라졌고요.

 

6시경에 화개장터에 도착해서 박경리 토지길의 1코스 구간을 마무리하고

내일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십리 벚꽃길을 걸어야 겠습니다.

(박경리 토지길(2) - 눈꽃 핀 쌍계사 십리 벚꽃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