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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군산 구불길 2길: 햇빛길] 망해산을 올라 넉넉한 금강을 보다.

by 마음풍경 2010. 5. 6.

군산 구불길

(2길 : 햇빛길)

 

 

즐거운자연학교~백인농장~불주사~망해산~축성산~축산제~임피초교~임피향교~

채만식생가터~임피하수처리장~서해황토방~깐치멀농촌체험마을(13.7km, 순수걷기 5시간 소요)

 

어제 군산구불길의 시작인 1구간을 걷고

([군산 구불길 1길: 비단강길] 금강을 따라 비단강길을 걷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67)

9시 30분경에 다시 즐거운 자연학교에 도착해서 이틀째 걷기를 시작합니다.

이곳 주변은 숙박시설이 없어 군산 시내쪽으로 다시 나갔다가 들어오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어제 타고 나갔던 52~54번 버스를 타고 다시 들어왔네요.

 

구불1길에는 이런 종합 안내도가 없는데

이곳 구불2길에는 햇빛길이라는 명칭하에 멋진 안내도를 보며 시작하네요.

 

어제 아침처럼 오늘도 하늘은 그리 맑지를 못합니다.

날도 여전히 습하고 또한 덥습니다.

 

다만 시원하게 트인 평야와 금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함 바람이 있어

걷는 발걸음은 그리 무겁지 않네요.

 

 9시40분경 백인농장을 지나고요.

요즘 구제역때문에 축산가의 시름이 깊어지는데 저도 조심스럽게 지나갑니다.

 

계절의 변화는 참 빠릅니다.

엊그제만해도 눈이 오고 날이 추웠는데

어느새 녹음 무성한 여름으로 다가서고 있으니요.

 

구불길이 생겨서 마을에 이런 풍경도 생긴거겠지요.

 

구불길이라는 글자체도 참 이쁘지요.

다만 길 바닥에 그려진 화살표가 구불구불되어있어

저도 발걸음을 그리 구불 구불 걸어야할것 같은 생각이 ㅋㅋㅋ

 

여튼 그림처럼 구불 구불 이어가는 길입니다.

 

10시경에 불주사 일주문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조금 더 올라서니 불주사가 나오네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참 정갈하고 단정한 느낌이 드는 사찰입니다.

부처님이 항상 머문다는 뜻의 절 이름이 조금 특색이 있습니다.

 

주말에 예약(전화 063-451-1518)을 하고 오면 차와 점심 공양을 준다고 하던데

오늘은 주말도 아니고 아직 식사시간도 아니어서

공짜 공양을 먹을 기회는 없나봅니다. ㅎㅎ

 

이곳에서 잠시 흘린 땀도 식히고 나서

절 오른편 산쪽으로 망해산을 향해 다시 걷기를 이어갑니다.

 

산죽길을 올라서니 다시 임도길을 만납니다.

아마도 어제 알바를 잠시했던 그 임도길을 오면 이 길로 이어질것 같고요.

망해산 정상까지는 약 1.47KM가 남았네요.

 

포장된 길이라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 참 좋습니다.

마침 하늘도 맑게 개였고요.

 

그나저나 이곳까지 깔끔한 안내도가 있고요.

구불1길에 비해서는 참 친절한 구불2길이지요. ㅎㅎ

 

금강을 배경으로 나포면 마을도 발 아래로 보이네요.

 

강과 너른 들판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의 풍경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길도 비포장길이어서 더욱 걷는 발걸음에 힘이 납니다.

 

물론 걷는 길 오른편으로 펼쳐지는 시원한 조망을 친구삼아 걷지요.

자연은 그대로 두는게 가장 현명한 방법인데 자꾸만 인간의 욕심때문에 그 자연에 손을 대지요.

나중에 자연으로 부터 받아야할 피해가 얼마나 클지

그 생각만 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무거워지네요.

 

강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잠시 무거운 마음마저 가볍게 해주네요.

 

망해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정상 가는 길에 잠시 벗어나 있는 정자가 마음을 이끕니다.

 

그래서 조금 지친 몸도 쉴겸

10시 40분경에 전망과 바람이 무척이나 시원한 정자에 도착했습니다.

기둥에 기대어 약 30여분간 차도 마시고 가지고온 전자북도 읽고 또한 음악도 들으며

어제에 이어 참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봅니다.

 

아~ 감탄사가 나올정도로 참 좋습니다. 그리고 잠시 반성도 해봅니다.

무작정 목적지까지의 걷기만을 고집하며 한눈도 팔지 않고 걷기만 한것은 아닌가하고요.

내가 걷는 이유는 단순히 목적지까지 가서 또 하나의 길을 걸었다는 기록만을 남기는 것은 아닌데요. 

내가 길을 걷다가 만나는 자연이 좋고 풍경이 좋은건데요.

그때 그때의 느낌들이 소중하고요.

여튼 이곳에서 그런 반성을 해보게 됩니다. ㅎ

 

정자에서 참 휴식다운 휴식을 하고

다시 능선길을 걷습니다.

 

이곳 망해산은 초봄에 가벼운 산행 코스로 잡아도 좋을것 같습니다.

 

시원한 조망이 있고 걷는 능선 길도 그리 힘들지 않고요.

 

봄이 오는 변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인것 같습니다.

 

11시 20분경에 망해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축성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도 참 좋지요.

하여 당초 구불길은 되돌아 내려가 아래 임도길을 걸어야하지만

저 능선이 좋아 잠시 그 길을 걷기로 합니다.

 

돌아내려섰으면 저 길을 걸었겠지요.

하지만 이처럼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는 시선도 왠지 정감이 있네요.

 

문득 김용택 시인의 시를 범능스님이 부른 "먼산"이라는 노래가 생각나 중얼거려봅니다.

 

"그대에게 나는 지금 먼 산이요.
꽃 피고 잎 피는 그런 산이 아니라
산국 피고 단풍 물든 그런 산이 아니라
그냥 먼 산이요.


꽃 피는지 단풍 지는지
당신은 잘 모르는 그냥 나는 그대를 향한
그리운 먼 산이요."

 

 

능선길을 걷다가 길이 희미해져서

이제 당초 가야할 길인 임도 길로 내려섭니다.

 

이제 여유롭게 임도 길을 따라 내 마음도 따라 갑니다.

 

구불길 지도를 보면 축성산이 나와있어 임도에서 다시 산으로 오르는줄 알았는데

그냥 이 숲길처럼 편안한 임도길을 갑니다. ㅎㅎ

 

대전 계족산 임도 길을 걷는 편안한 기분이 드네요.

 

제비꽃도 길가 이곳 저곳에 소박하게 피어있고요.

 

새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들리는

참 좋은 숲길입니다.

 

구불길의 특징처럼 구불 구불 휘돌아 가고요. ㅎ

 

매혹적인 곡선 길이 보이는 이곳에 서서

겨울 눈이 오는 풍경을 봐도 참 좋을것 같습니다.

 

임도 길을 내려서니 12시경에 차가 분주하게 다니는 국도 아래 굴다리를 통과합니다.

 

그리고 작은 고개를 넘어서니 축산제 저수지가 나오고요.

 

주변 마을 길을 따라 임피면으로 들어서서

12시 20분경에 노성당에 도착했습니다.

 

노성당은 조선시대 임피지역 향리들이 근무하던 이방청이라고 합니다. 

 

 노성당 뒷편으로 가니 인공섬과 정자가 있는 연못이 운치가 있고

또한 정자옆 버드나무의 정취도 좋습니다.

 

이곳 연못은 옥란교의 전설과 유사하다고 하네요.

 

옥란교는 읍내리 서남쪽 800m 지점의 논 한가운데 있던 돌다리로

조선중기 광해군때 임피현으로 귀양을 온 선비가 있었는데 임피현령에게 그를 외딴섬으로 유배시키라 하였으나

임피현령은 귀양 온 선비와 절친한 친구라 조정의 명령을 거역할 수도 없어 사또는 밤마다 고민했다고 합니다.

이때 사또의 딸인 옥란낭자가 읍내에서 멀지 않은 성 밖에 연못을 파고 섬을 만든 후

아버지의 친구를 그 섬에 유배하는 꾀를 내었고

아침저녁으로 식사를 날라주기 위해 연못의 섬에 돌다리를 만들었으니 옥란낭자의 이름을 따서 옥란교라 했고

지금은 연못도 옥란교도 모두 사라지고 우정의 소중함을 전하는 전설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길을 따라 조금 오르니 채만식 선생의 도서관이 있고

 

그 위로 조선 숙종 36년인 1710년에 세워진 임피 향교가 있습니다.

그나저나 임피면은 다양한 형태의 옛 유적들이 밀집되어 있네요.

 

다시 연못으로 내려서서

점심 식사를 하기위해 구불길에 나와있는 식당중

순부두가 먹고 싶어 시내 방향으로 나섭니다.

 

파출소를 지나 조금 더 가니 식당이 나오네요.

이곳 콩사랑 순두부 식당에서 1시부터 1시 30분까지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어제 오늘 날이 무척이나 습하고 더워서 걷기에 고생했는데 맛난 식사를 하니 다시 힘이 솟습니다.

 

그리고 파출소로 되돌아와서 식당을 가면서 보지못했던 채만식 선생의 생가터를 찾습니다.

백릉 채만식 선생은 일제시대 "탁류"라는 사회 비리 풍자 소설로 유명하신 소설가시지요.

 

이제 임피면을 빠져나와 다시 시골 길을 걷습니다.

 

제법 멋진 옛길도 걷고요.

요즘은 똑바로 시원하게 뚫린길에 자리를 빼았겼지만

과거에는 옛 사람들이 이런 길을 따라 마을을 잇고 사람의 마음 또한 이었겠지요.

 

군산 구불길은 차가 다니는 길은 거의 걷지 않습니다.

이렇게 건너가는 경우는 있어도요.

 

2시 20분경에 서해황토방도 지납니다.

당초 이곳에서 찜질도 하면서 이틀동안의 피로도 풀려고 했으나 

날이 워낙 더워서 그냥 지나갑니다. ㅎㅎ 

 

구불길 이정표를 따라 마을을 넘고 또 지납니다.

 

그리고 2시 40분경에 깐치멀 마을에 도착합니다.

 

깐치멀은

까치처럼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자연과 정겨움이 가득한 곳이란 뜻이라고 하네요.

 

다음번에 구불3길을 찾는다면 바로 이곳부터 다시 길을 이어가야겠지요.

 

당초 이곳 마을에서 24~25번 버스를 타는줄 알았는데 마을 분에게 물어보니

마을에서 약 1KM 정도를 걸어 큰 길가인 창오에서 버스를 타는거네요.

하여 다시 마을을 나서는데 길가에 사과꽃이 참 예쁘게 피었습니다.

맛나고 풍성한 과실을 맺기위해서는 꽃이 피어야 하고

어쩌면 꽃이 이쁘게 필 수록 과실도 더욱 맛나지 않을까요.

 

버스를 타러 마을을 나서는데 이곳 마을에 일이 있어 방문하신 분이 군산역까지 차를 태워주었네요.

여튼 무자게 횡재를 한거지요.

안그러면 1KM 거리를 걸어가서 1시간 마다 오는 버스를 타고 군산역 근처에서 내려 다시 버스나 택시를 타야하는데요.

그 배려가 참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이제 1박 2일의 군산 구불길 걷기를 마무리해봅니다.

날이 생각보다 더워서 조금은 고생을 했지만

그 길을 걷는동안 화려함 보다는 강요하지 않는 편안함이 있었습니다.

다만 몇가지 개선되었으면 하는 것은

먼저 1구간의 시작점이자 4구간의 종점인 군산역에 군산 구불길에 대한 종합 안내도가 없더군요,

혹 설치가 되었는데 제가 보지 못한거라면 사람들이 쉽게 볼수 있는 장소에 옮겨야 할것 같고요.

 

또한 코스 끝나는 곳에 숙박할 수 있는 곳이 없어 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더군요.

1코스가 끝나고 2코스가 시작하는 곳인 즐거운 자연학교의 경우 단체로만 운영하는 수련원인지라 개별 숙박은 어렵고요.

물론 주변에 식당도 젼혀없더군요.

그리고 조금 욕심이라면 군산역에서 바로 각 코스로 갈 수 있는 시내 버스가 있었으면 좋겠고요.

 

여튼 군산 구불길은 잘 설치된 이정표와 화살표 덕분에 거의 알바를 하지 않을 정도로 편했고요.

좋은 식당에 대한 추천도 잘되어있어 만난 음식도 잘 먹었습니다.

또한 시원한 금강의 조망과 너른 들녁의 풍경이 좋고 들판 길을 한가로이 걷는 시간이 참 소중했네요.

이제 남은 3, 4 코스는 누런 황금 들판이 펼쳐지고 억새가 바람에 살랑거리는 가을에 가야할것 같습니다.

그 날을 다시 소망하며 기다려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