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역사,사찰

섬진강 길 - 구례 상사마을에서 곡성 기차마을까지

by 마음풍경 2010. 4. 25.

 

섬진강 길 - 구례 상사마을에서 곡성 기차마을까지

 

 

구례 마산면 상사마을 ~ 구례읍 ~ 백련제 ~

백련사 ~ (구례 산성-계산지구 임도) ~

누룩실재 ~ 상유마을 ~ 하유마을 ~

압록 ~ 곡성 가정역(약 22km, 7시간 소요)

 

 

 어제 구례구역에서 사성암이 있는 오산을

오르고 나서 구례 시내까지 길을 걸었습니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59)

그리고 상사마을 쌍산재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구례에서의 이틀째 걷기를 시작합니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62)

 

오산은 자라가 섬진강의 물을

마시는 모습이라고 하는데

멀리서 바라보니 정말 그런 것 같네요.

 

광평마을에서 오래된

효자비를 만났습니다.

조선 인조때 인물로 우암 송시열의

수제자인 최여진이라고 하네요.

근데 적혀있는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병환의 어머니가 참새고기가 먹고싶다고 하여

숲속에 가서 눈물을 흘리며 참새고기를 원하자

참새 4마리가 스스로 날아와서

어머니에게 구워드렸다고 합니다.

물론 조금은 과장된 표현일지 모르나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잠시나마

훈훈함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네요.

 

여튼 지도에도 자세하게 나오지 않는 길을

따라 갑니다. 냉천마을도 지나고요.

그나저나 요즘에는 시골에도 도둑이 많은것 같네요.

이런 글귀까지 마을에 붙어있으니요.

근데 글귀가 재미납니다.

"냉천리를 잘아는 도둑" 이라고 하니 ㅋㅋ

 

냉천마을도 빠져나오고 이제 17번 국도가

보이는 들판으로 나왔습니다.

 

길가에 피어있는 꽃들과도 친구가 되지요.

여튼 화려한 외래종보다는 소박하지만

왠지 애틋한 느낌이 드는

우리나라 야생화가 저는 참 좋습니다.

 

서시교 옆으로 이어지는 뚝방길을 걷습니다.

 

서시천에는 유채꽃으로 온통 노란 물결이네요.

 

 돌다리가 눈에 띄여 그 다리를 건너가볼까 생각해봅니다.

 

의자에 앉아 아침에 마시지 못한

커피도 한잔하고요.

길을 걷다 멋진 풍경을 친구삼아 마시는 커피 한잔이

이제는 습관처럼 되어 버렸네요.

 

어차피 당초 자세하게 정해놓은 길도 아니고

대충 발걸음이 가는대로 이어지는 길이어서인지

걷는 발걸음마다 설레임이 가득하네요.

 

그런 가벼운 설레임을 안고 강변으로 내려섭니다.

 

와 근데 대박입니다. ㅎㅎ

노란 유채꽃과 푸른 풀밭 그리고

정겨운 의자와 그뒤로 펼쳐지는 노고단의 풍경.. 

이런 풍경을 만나 카메라에 담는 기분은

마치 생각지도 않게 길가에서

돈을 줍는 횡재라고나 할까요.

 

여튼 보물과 같은 돌다리를 건넙니다.

보통 다리는 직선으로 되어 있는데 

어떤 이유인지 이곳 돌다리는

지그재그로 되어 있습니다.

여튼 운치는 좋습니다.

 

 그리고 돌다리를 건너

뒤돌아 본 풍경은 더더욱 매력적이고요.

 

여튼 지리산 노고단 능선을 이처럼 여유롭게

그리고 아름답게 바라보기는 처음인것 같습니다.

 

여튼 어제 길에 이어 오늘도 참 아름다운 길을

만든다는 뿌듯함이 있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저에게 이런 시간을 주어서 

그리고 이런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게 해주어서 말입니다.

 

 멋진 풍경이 있는 서시천을 벗어나고 싶지는 않지만

가야할 길이 있어 구례읍으로 들어섭니다.

 

그리고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구례 경찰서 옆에 있는 부부식당으로 갑니다.

 

이곳 올갱이 수제비가 맛나다고 해서 미리 점찍어 놓았었지요.

가격은 밥공기 포함하여 7천원이라

수제비 치고는 제법 비싼 가격이지만

올갱이도 무척 많고 맛도 있어 제값을 하는것 같습니다.

 

여튼 맛나게 점심을 하고 다시 길을 걷습니다.

구례 양조장도 지나네요.

요즘 막걸리 바람이 불어 양조장들도 다시 활기를 찾겠지요.

 

그나저나 당초 계획으로는 구례읍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구례구역 건너편 다리쪽으로 간다음

섬진강을 따라 압록을 거쳐 증기기관차를

타는 가정역으로 가려했으나

아침에 지도를 보다가 우연히 구례에서 바로

섬진강으로 넘어가는 임도길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계속 차도를 걸으면 지겹기도 하고

산을 넘어가는 길이라 마음에 들고해서

당초 가려했던 코스를 변경하여

구례 시가지의 서쪽방향인 백련제로 갑니다.

 

여튼 바람따라 흘러가는 구름처럼

내 마음가는대로 가는 발걸음도 또한 자유입니다.  

 

백련제도 제법 큰 저수지네요.

 

보리밭너머 지리산 능선도 여전히 그리움이 가득한

아련한 모습으로 다가오네요.

 

광양 전주간 고속도로 공사가 한참인 길도 지나가야합니다.

 

그리고 백련사와 수미정사가 있는 방향으로 가야하고요.

 

ㅎㅎ 구례에는 효자들이 참 많은것 같지요.

 

차들도 거의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을 걷습니다.

 

참 봄 색감이 곱지요.

벚꽃이 지고난 나무는 마치 단풍이 든것 같고요.

 

백련사에 도착합니다.

 

한적하고 조용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만이 들립니다.

 

마치 시간이 멈춰있는 느낌이 드는 적막한 산사의 풍경이네요.

 

백련사 입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후

다시 길을 걷습니다.

 

조금 가니 수미정사가 있더군요.

이곳도 역시 조용한 느낌만이 가득합니다.

 

수미정사를 지나 이제

본격적인 임도길 걷기가 시작됩니다.

이곳 구례 산성리에서 능선 건너편

계산리까지는 5.8km라고 합니다.

 

근데 임도 길을 따라 계곡이 이어지고

물소리도 들으며 가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잠시 계곡물에 탁족도 하고요. ㅎㅎ

 

임도 길은 약 500m의 능선을 향해 구불 구불 이어집니다.

 

파릇 파릇한 풍경들이 친구처럼 만겨주고요.

 

여튼 참 한적하고 풍경이 좋은 그런 길입니다.

 

 멀리 바라보이는 오산의 조망도 좋고요.  

 

근데 군데 시원한 물까지 있으니

마치 보물을 발견한 듯한 마음 뿌듯함도 있습니다.

 

 차가 가는 길이 아닌 사람이 걷는 길이란

무릇 힘들지만 빠르게 가는 것보다는

이처럼 돌고 돌아 시간이 더디더라도

조금은 편하게 가는 길이겠지요.

 

요즘은 그런 길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닐까요.

자연과 함께한다는 등산마저도

요즘은 빠르게 급하게 올라야 하는 분위기이니요.

 

참 좋은 길을 걷고있습니다.

길의 정취뿐만 아니라 이처럼 드문 드문

만나게 되는 지리산 조망도 함께하니요.

정말 작년에 걸었던 지리산길을 걷는 기분입니다.

 

구례읍에서 약 2시간 20분이 걸려서

누룩실재에 도착합니다 

 

남원의 밤재에서 곡성을 거쳐 섬진강이 바라보이는

월암마을까지 29.8km의

견두산 등산로 안내도가 있습니다.

저는 오늘 임도를 따라 그 능선상에 있는

누룩실재를 넘어가는 거고요.

 

이제 고개를 넘어으니 하산길만 남은거지요.

 

휘돌아 내려서는 길 또한 참 편하고 좋습니다.

 

근데 너무 여유를 부렸는지

앞으로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는데

가정역에서 기차를 타야할 시간까지

3시간 남짓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갑자기 마음이 조금 급해지네요. 

러다 보니 발걸음도 빨라지고요.

 

여튼 조금은 빠른 발걸음으로 상유마을도 지나갑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지나온 길을 뒤

돌아 바라볼 여유는 가져야 겠지요.

 

소박한 담장의 풍경도 카메라에 담고요.

 

여튼 오랜만에 바쁜 걸음하니

중유 마을을 거쳐 하유 마을까지 순식간에 내려옵니다. ㅎㅎ

 

여기서부터는 다시 섬진강길을 걷습니다.

 

 강건너편 길은 국도인지라 차들이 빠르게 다니지만

이 길은 상대적으로 제법 한적합니다.

 

이런 한적한 길을 걷다보니 문득 생각나는 글이 있네요.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사람을 방랑자라 하고,

하나의 사랑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바람둥이라 하고,

한 번 선택한 것을 곧장 뒤집으면 변덕쟁이라 하고,

하나의 의지를 계속하여 번복하면 의지박약이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사람은 무어라 부를까.

나는 이런 사람을 두고 '자유로운 영혼'이라 부른다"

 

 

저는 어떤 사람일까요.

개인적으로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단어가 가장 맘에 드는데

그걸 만족해야하는 제반 조건이 영 까다롭네요. ㅋㅋ  

 

이런 저런 생각으로 걷다보니

이제 압록이 가까이 다가옵니다.

 

압록은 섬진강과 보성강이

합류하는 지점이기도 하지요.

넓은 백사장이 있어 과거부터

압록 유원지로 알려지기도 했고요.

 

이제 오늘 걷기의 종점인 가정역까지는

약 5km가 남은것 같습니다.

빠르게 걸어서인지 기차시간까지는

2시간 정도가 남아있어 시간적인 여유도 있고요.

 

하여 강물이 흘러가는 속도보다

더욱 느리게 그 강물을 거슬러 걷습니다.

 

4시가 넘어서인지

강물에 비추는 햇살의 풍경도 무척이나 애잔한 느낌입니다.

 

"어려서는 보태려고 하고,

늙어서는 빼려고 애를 쓰고,

 

 

그리하여 우리가 오래오래 머무르고자 하는

나이의 정점은 과연 어디일까.

젊음일까.

 

 

반짝 반짝 빛나는 청춘의 한 순간.

그러나 정작 청춘의 순간에는

어서 늙어라 고민한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그렇듯,

정점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지나치고 난 후에 깨닫는 법이다."

 

 

잡지를 읽다가 마음에 와닿아 스크랩을 해놓은건데

섬진강 길을 걷다보니 문득 생각이 납니다.

 

그나저나

모든게 지나고 나서야 그 진실을 알 수 있다면

그 또한 산다는게 참 허망한 일이 아닐까요.

하여 비록 그 진실을 나중에 알수 있다고 해도 

오늘 하루 하루 충실하게 잘 살면 되겠지요.

그저 '자유로운 영혼처럼' 말입니다.

 

그래야 나중이 되어서도

후회가 조금이나마 덜어질터이고요.

어차피 아무리 궁리를 한다해도

후회가 없는 삶은 없으니까요.

 

뚜벅뚜벅 정금 마을을 휘돌아 갑니다.

 

논곡마을도 지나고요.

애구 시원한 아이스크림 하나 먹었으면 하는데

동네 슈퍼 하나 나오지 않네요. 쩝~

 

여튼 이제 저 길을 휘돌아 가면

오늘 걷기는 마무리가 되겠지요.

아무래도 어제에 이어 아침부터 걷기가 7시간

가까이 되어가니 발걸음도 무거워집니다.

  

5시 넘어서 섬진강 천문대 입구에 도착합니다.

가정역 기차마을을 중심으로

주변에 여러 시설이 있는 관광지가 되었네요.

 

그리고 이곳에서 아까부터 먹고싶엇던

아이스 크림도 사먹고요.

무척이나 맛납니다.

 

근데 곡성에도 숲길이 조성되었네요.

내가 걸어 가야할 길이 많이 생긴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입니다.

 

두가교를 건넙니다.

 

옆으로 두가세월교가 그 이름처럼

귀엽고 예쁜 모습으로 있네요.  

 

쓰지 않는 기차를 이용한 펜션 시설이 있고 

레일바이크의 종점이자 증기기관차의 반환점인 

가정역에 도착해서 오늘 하루 걷기를 모두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이곳 가정역에서 곡성역까지

타고갈 증기기관차가 들어오네요.

 

 이제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관광열차로써의 기능만을 수행하지요.

마치 경주마였다가 늙어서

관광 마차를 끄는 말이 떠오릅니다.

 

여튼 객차에 올라섭니다.

아마도 의자는 교체된것 같고

나머지는 과거 모습처럼 보입니다.

 

가정역에서 옛날 곡성역이었던 곡성 기차마을까지

섬진강을 따라 약 10km의 옛날 철길을 달립니다.

 

인당수에 뛰어든 심청이 바로

곡성사람이었다는 전설을 토대로

성군은 심청을 지역 캐릭터로 활용하고 있으며

매년 9월이면 곡성 심청축제도 열고 있지요.

 

해는 이제 서편 하늘로 저물고 

기차도 기적소리를 울리며

오늘 여행의 마지막을 향해갑니다.  

 

구 곡성역이었던 곡성 기차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안내판을 보니 과거의 정취가 물씬 풍깁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증기 기관차를 타본 느낌은 독특합니다.

빠르지도 않고 천천히 가는 모습이

마치 걷기를 하는 저를 닮은것 같기도 하고요.

 

여행, 그리고 기차를 떠올리면 

묘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이면서도

한 고독, 떠남이라는 정취가 배여있는 분위기까지도요.

 

이제 땅거미가 내리고 분주했던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멀리 동악산의 실루엣을 바라보며

섬진강을 따라 이어진 1박 2일의 걷기를 모두 마무리합니다.

 

어제 그리고 오늘

걷기를 위해 만들어진 기존 길이 아닌

그저 제 자신이 지도를 보며

가고픈 곳들을 이어 만들어본 길을 걸어보았습니다.

 

때론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는 길을 찾아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시간도 있었고

또 때론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는 행운도 있었습니다.

 

여튼 큰길이든 아주 작은 길이든 

은 길을 따라 이어지고 또 흘러가더군요.

그 길위에 저의 흔적이 있고

또한 소박한 추억 하나 남아있겟지요.

저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참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