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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구례 사성암 길 - 오산에 올라 섬진강을 바라보다.

by 마음풍경 2010. 4. 25.


구례 사성암길

 

구례구역 ~ 마고마을 ~ 사성암(오산) ~ 죽연마을 ~ 문척교 ~ 구례읍

(약 12km, 5시간 30분 소요)

 

최근 몇 년전 부터 걷기 바람이 불어 다양한 걷기 길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하여 저도 기존에 만들어진 그 길들을 따라 자주 걷고 있고요.

 

다만 남들이 미리 만들어 놓은 길을 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씩은 상세 지도를 보고 내 스스로 걷는 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하여 오늘은 내가 스스로 생각해 본 길을 걷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섭니다.

 

오랜만에 구례구역에 도착했습니다.

지리산 종주를 위해 들리던 곳인데

오늘은 산행이 아닌 들길을 걷기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구례구역이 구례에 속하는지 알았는데

이곳은 순천시에 속하네요.

과거에는 이곳이 승주군이었는데

1995년에 순천시에 통합이 되었다고 하고요.

 

섬진강가의 봄은 점차 깊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오늘 걷기의 메인 테마인 사성암이 있는 오산도

강너머 왼편에 우뚝하고요.

 

여튼 구례구역을 빠져나와 본격적인 길 걷기를 시작합니다.

왼편에 구례 병방산(160m)와 오른편 오산(530.8m)이

사이좋게 나란히 바라보입니다.

 

황전북초교 용림분교도 지나갑니다.

요즘은 폐교가 된 학교들이 많아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 들곤하지요.

사람사는 마을에는 어린이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가 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이곳도 너무 조용해서 공부시간인지 아님 폐교가 된건지는 모르겠네요.

 

회룡천이 지나는 용문교도 만나고요.

아직 섬진강을 건너가는 것은 아닙니다.

 

저 보이는 다리에서 회룡천과 섬진강이 만나지요.

 

저멀리 노고단도 넉넉하게 바라보이니

이 또한 또다른 지리산 둘레길 걷기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푸른 보리밭사이로 시원한 바람 한줄기 불어오는 행복한 시간이네요.

 

쉬엄 쉬엄 걸었는데 벌써 구례교가 저 멀리 멀어졌습니다.

걸을 때 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걷는 한걸음은 참 작지만 그 걸음 걸음이 모이면 참 큰 걸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섬진강을 끼고 걷는 시간입니다.

 

한철 화려함을 뽐내던 벚꽃도 이제는 푸른 잎에 자리를 내어주고

길가에 그 남은 흔적들을 보여줍니다.

문득 최영미 시인의 시구가 생각나네요.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

 

단 며칠의 개화를 위해 1년이라는 세월을 묵묵히 인내하는

그 자연의 모습에서 삶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우쳐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하루 하루의 시간도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벚꽃의 흔적들을 사뿐히 밟고 지나가는데

동해 마을을 만납니다.

이곳 길에서 만나는 마을들은 오산과 동주리봉을 잇는

산행코스의 날머리 혹은 들머리여서

산행 안내 시설물들이 잘 되어 있더군요.

 

 동해 마을 부터는 이제 순천이 아니라 구례 땅입니다.

 

길가의 낙화의 풍경이 어찌나 가슴에 다가오던지요.

 

시간이란 참 빠르고 빠르게 흘러가는것 같습니다.

쌍계사의 화려한 벚꽃을 본지가 얼마되지 않았는데

벌써 이별의 모습인걸 보면은..

 

마고 마을을 지나는데 길가에 약수터가 있어

목도 축여봅니다.

 

시원한 물한모금 마시고 고개를 드는데

저 고운 하늘 아래로 사성암이 보이네요.

 

연두빛 푸르름이 살포시 고개를 드는 

그런 봄인가 봅니다.  

 

강가에도 푸르름 또한 가득해지고요.

 

구례구역에서 1시간 정도 걸었을까요.

사성암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멋진 사성암을 머리위에 두고

조금은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하지요.

 

물론 사성암까지 마을 버스를 이용해서 갈 수도 있으나

저는 차비가 없어서리 ㅋㅋ

그냥 다가오는 길을 따라 무작정 걷습니다.

 

오늘은 하늘이 참 좋습니다.

새벽까지 대전에는 비가 내려 날이 흐렸는데요.

 

오산 능선을 따라 구름한점 넘어가고요.

아무래도 저는 조물주와 친구인가 봅니다.

제가 길을 떠나는 날은 항상 날이 좋으니요. ㅎㅎ

 

길을 따라 걷는데

멋진 산책로가 나와서

애구 이건 또 왠 선물이냐 했지요.

 

차가 다니는 길보다는 이런 길을 걷는 것이

당연히 좋지요.

 

오성암 입구 마을부터 이런 길을 있다면 더욱 좋았을텐데요.

 

무등산에서 자주 보던 너덜겅도 만나게 됩니다.

 

아름다운 산길을 휘돌아 가는 느낌도 좋고

 

유유히 흐르는 섬긴강을 바라보며

걷는 기분도 좋습니다.

 

하늘의 구름 또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주고요.

 

섬진강 너머 멀리 구례 시가지 모습도 보입니다.

 

애고 참 좋은 시간이었는데

아직은 공사중이라 아쉽네요.

이제부터는 등산로를 따라 가야지요.

 

여튼 기존 등산로를 따라가니 새롭게 지어진 조망대도 만납니다.

 

 

그리고 이곳 정자에서 다시 산책로 길을 만납니다.

아마 산책로 길은 휘돌아 이곳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여튼 그리 긴 거리는 아니지만

산책로 공사가 완성이 되면

짧지만 참 좋은 길이 하나 생길것 같네요.

저는 미리 그 길을 걸어본 행운을 얻은거겠지요. ㅎㅎ

 

입구 마을에서 약 1시간 20여분을 걸어 사성암에 도착합니다.   

 

절벽 바위에 참 아슬하게 지어진 멋진 암자입니다.

원효, 도선, 의상, 진각 등 4명의 고승이 수도하였다고 해서

사성암이라고 합니다.

 

바위가 병풍처럼 하늘과 이어져 있는 느낌이 들고요.

 

돌계단을 따라 암자로 향합니다.

 

그리고 시원한 섬진강 조망이 나타납니다.

 

암자내에는 바위에 새겨진 마애약사여래불이 있고

원효스님이 득도를 한후 손톱으로 바위에다 홈을 내어 그렸다는 전설이 있다고 하네요.

 

여튼 구례구역으로 보이는 조망은 참 시원하다는 말밖에는 표현이 되지않네요.

 

바위 절벽에 암자를 세울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그게 참 신기합니다.  

 

사성암에서 바라보는 하늘 풍경도

더욱 멋지네요.

 

이제 도선굴 방향으로 올라서 봅니다.

불사 기와에 우리네 삶의 작은 소망들이 담겨져있겠지요.

 

그래서 일까요. 

주변에 소원바위도 있고요.  

 

참 작은 산이지만

바위들의 웅장함은 큰 산에 비할바가 아닙니다.

 

삼신각앞에 펼쳐지는 조망은

그저 좋다는 말밖에는 하지 못하겠습니다.

 

도선굴을 지나갑니다.

 

굴을 빠져나오니

지리산을 배경으로 구례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작은 비행기를 타고 바라보는 풍경이라고 할까요.

 

 도선굵에서 계단을 따라

10여분 오르니 오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지리산에 비하면 아주 작은 산인 오산이

왜 지리산의 큰형인가하는 말을 이해하겠더군요.  

 

풍수지리학적으로나 기운으로 볼 때

오산이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흘러온 기운을

반사하여 되돌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한 지리산을 바라보는 조망도 무척이나 뛰어납니다.

왕시루봉도 가깝게 다가오고요.

 

 

 

그 옆으로 노고단과 반야봉도 시원한 모습을 보여주네요.

 

역시 산은 조금 멀리 떨어져서 바라봐야

그 모습이 온전히 보이는건가 봅니다.

여튼 산속에 있으나 이처럼 밖에 나와 바라보거나

산은 언제나 참 좋은 친구입니다.

 

큰강인 섬진강이 흐르고

 

큰 산인 지리산이 병풍처럼 넉넉하고

 

또한 큰 들인 구례 평야가 펼쳐지는

이곳은 사람이 살만한 참 좋은 고장인것 같네요.

 

오산을 내려와 활공장으로 가봅니다.

 

이곳에서 패러글라이딩 대회가 열리기도 하지요.

 

넓은 공간이 있고 시원한 조망 그리고

적당한 바람까지 있으니

활공을 하는데는 최적의 장소겠지요.

 

저도 이곳에 서니

한마리 새가 되어 훨훨 날아가고 싶어집니다.

 

훨훨 날다가

바닷물에 풍덩 빠지듯

저 아름다운 세상에 빠지고 싶네요.

 

여튼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시원하고 좋은 풍경에

눈과 마음이 평화로움을 찾았다고 할까요.

이제 아까 오던 길을 되돌아 하산을 합니다.

 물론 오를때 만난 조망대에서 오른편 길로 내려섭니다.

 

이 길로 가니 오를 때 만난 공사중인 삼거리를 만납니다.

 

누군가 멋진 돌탑들을 많이 쌓아놓았더군요.

 

사람의 소망으로 자라는게 돌탑이겠지요.

 

편안한 하산길에 만나는 시원한 풍경들..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의 정취도 참 매력적이네요.

 

깊고 푸른 하늘과 연두빛의 화사함도

무척이나 조화롭지요.

 

임도길이 나오는걸 보니

이제 산행을 마무리 할 시간이지요.

 죽연 마을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잠시동안의 행복했던 조망이 있는 산행은 마무리하고

다시 시원한 느낌이 가득한 들길을 걸어야겠지요.

 

등뒤로 펼쳐지는 오산의 풍경도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네요.

 

죽연마을이 오산 등산의 입구여서인지

간이 화장실 등 편의 시설이 잘 되어있습니다.

 

이제 마을을 지나 시원함 바람이 반겨주는 너른 들길로 접어드네요.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연두빛 세상입니다.

내 마음도 봄바람이 스며든걸까요.

보리의 살랑거림이 바로 내 마음을 애무하네요.

 

이런 바람

가슴에 살랑거리면

그게 바로 봄바람이겠지요. ㅎㅎ

 

한 길로 이어지는 뚝방길을 걷습니다.

 

섬진강을 친구삼아 걷는

참 편안하고 좋은 길입니다.

 

오산도 잘가라고 손을 흔드는것 같지요.

 

잠시동안의 만남이었지만

참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그런 산이 바로 오산인것 같습니다.

저 작은 곳에 그처럼 많은 보물같은 풍경을 지니고 있는지..

 

제가 스스로 만들어 걷고 있는 길이지만

기존에 만들어진 여느 길보다도 정말 좋습니다.

 

자화자찬일지라도 사람들에게 제가 만든 길을 따라

한번쯤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ㅎㅎ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따라 내 마음도 함께 흘러갑니다.

 

멀리 지리산 능선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걷는

또 하나의 지리산 조망길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뚝방길을 여유롭게 걷다보니

어느새 문척교에 도착했습니다.

문척교를 건너면 구례 시가지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문척교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풍경이 정말 좋습니다.

섬진강과 지리산을 한 구도내의 풍경으로 만날 수 있어서요.

 

저는 개인적으로 천황봉쪽 지리산보다는 이곳 

노고단과 반야봉이 있는 지리산이 더욱 좋습니다.  

제가 지리산을 좋아하는 마음인

어머니 품같은 기분이 더욱 느껴지니까요.

 

이제 분주했던 하루해가 저뭅니다.

구례구역에서 시작해서 사성암을 거쳐 다시 구례 읍내로 이어지는

거리상으로는 그리 길지 않는 길이지만

그 걸음걸이에 담겨진 흔적들이 참 풍요롭네요.

 

내일은 또 어떤 풍경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섬진강가에서 하루를 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