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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군산 구불길 1길: 비단강길] 금강을 따라 비단강길을 걷다

by 마음풍경 2010. 5. 6.

 

군산 구불길

(1길 : 비단강길)

 

 

군산역~진포시비공원~금강체육공원~금강호휴게소~금강철새조망대~성덕마을~오성산~

옹고집장집~금강휴게실~탐조회랑~공주산~즐거운자연학교(18.7km, 걷기만 약 7시간 소요)

 

 

예전부터 가고싶어 준비했던 군산 구불길을 1박 2일로 걷기위해

서대전에서 장항선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군산역으로 갑니다.

근데 서대전에서 남쪽 방향으로 가는데 종착역이 용산이니 조금 이상하더군요. ㅎㅎ

여튼 9시 30분경에 군산역에 도착해서 구불길 걷기를 시작합니다.

 

근데 내리자 마자 조금 당황했습니다.

군산시청 문화관광 홈페이지에도 근사하게 나와있는 군산 구불길이라

군산역을 나오자 마자 근사한 안내판이 저를 반겨줄 줄 알았는데 왠걸 아무것도 없더군요,

이리 저리 화살표나 시그널이라도 찾아보려고 두리번 거리다가 막막하여

당초 가져온 지도를 다시 살펴보고 군산역을 등지고 좌측 방향으로 가니

길에 파란색 페인트로 표시되어 있는 구불 구불한 모양의 화살표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담벼락에 구불길이라는 시그널도 보고요.

이제서야 마음이 편해지며 걷는 발걸음도 가벼워집니다.

산행도 그렇지만 항상 입구인 들머리가 가장 힘들지요. ㅎㅎ

 

여튼 작은 골목을 빠져나가니 너른 들판이 나옵니다.

 

이제는 파릇 파릇해진 보리싹이 바람에 춤을 추는 모습이 아름답네요.

 

군산 구불길은 모두 4개의 길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군산역에서 시작해서 군산역으로 되돌아오는 시계방향 원점 회귀 코스이지요.

아마도 산행말고 이처럼 긴 걷기 코스중에 원점 회귀 걷기 코스는 처음입니다.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도 아직은 원점으로 되돌아 오는 코스를 전부 완성하지 못했으니요.  

이곳이 바로 1코스와 4코스의 갈림길인것 같습니다.

 

이제 금강을 만나러 들판에 부는 바람을 맞으며 걷습니다.

 

농로를 빠져나가니 금강이 유유히 흐르는 풍경을 마주하게 되네요.

 

가장 하류라 그런지 우리가 늘상 보던 강이라기 보다는

너른 바다같은 느낌입니다.

 

제방을 따라 걷다보니 10시경에 진포시비 공원을 지나갑니다.

 

비석에 유명한 시인들의 시가 전시가 되어 있더군요.

다만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한 시도 좋지만

이곳 군산 출신의 시인들의 시도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생각해 봅니다.

 

하늘은 회색빛이지만 

그래서인지 강가에 핀 유채꽃이 더욱 밝은 얼굴이네요.

 

금강 하구둑도 보이고 하구둑 옆으로 기차가 지나가네요. 

ㅎㅎ 제가 타고온 기차가 어떻게 용산으로 가는가 했는데 이 다리를 건너 다시 북쪽으로 가는거구요.   

 

새롭게 지어진 군산역은 군산 시가지에서 북동쪽으로 벗어나 있어

군산 구불길은 군산 시내를 중심에 두고 걷는 길이 아니라 군산의 동쪽에 있는 길을 도는겁니다.

 

진포시비 공원에 도착합니다.

고려말 화포로 유명한 최무선 장군이 배 100척으로

왜군 배 500척을 무찌른 역사를 기념하기 위한 조형물이지요.

 

근데 이곳은 진포대첩만을 이야기 하지 않고

근대의 다양한 역사를 상징하는 조형물들도 있더군요.

왠지 새마을 운동이 떠오르네요. ㅎㅎ

 

금강하구둑에는 어도가 있어 바다와 강이 단절이 되지 않고

물고기들이 넘나들수 있는 시설도  되어 있습니다.

개발과 생태 보존의 적당함을 다시금 생각해 보네요.

 

금강변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굴다리도 지납니다.

ㅎㅎ 마치 걷는 인간을 위한 어도인것 같네요.

어차피 환하고 큰길이야 전부 차에게 빼았긴거구요.

애고! 내 팔자나 물고기 팔자나 똑같은것 같습니다.

 

굴다리를 통과하니 금강 휴게소가 있고

주변에 해물 칼국수 전문점들이 많더군요.

 

 이제 금강변에서 조금 떨어져 차가 다니는 옆길을 걷습니다.

 

갈대 너머로 조금 멀어져 보이는 금강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10시 50분경에 금강철새 조망대 앞에 도착합니다.

 

조망대 탑으로 갈까하려다

금강을 높은데서 보기보다는 가까이에서 보기위해 건너편 정자로 향합니다.

 

날은 여전히 흐리지만 잔잔한 느낌이 참 좋네요.

 

금강 옆으로 함께 흘러가는 작은 오솔길도 아름답고요.

 

바람 불어오는 들판에 서있는 것 같은 시원함도 참 좋습니다.

 

이제 레이더 시설이 보이는 저 오성산으로 향해야지요.

 

구불길 시그널을 보며 성덕 마을로 향하는데

입구에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네요.

 

이 나무들은 비보림(裨補林)으로 이곳 성덕 마을 앞이 산줄기에 감싸여 있질 않고 열려있어

마을이 외부에 노출되는 단점을 막아주기 위한 조치라고 하네요.

 

이처럼 비보림은 풍수사상의 액막이 개념으로

산세가 허하여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 해악을 끼칠 때 그 나쁜 기를 막아 준다고 합니다.

 

11시경에 왠지 조용한 느낌이 드는 성덕 마을로 접어듭니다.

 

나즈막한 오성산을 배경으로 아담한 마을입니다.

 

입구에는 벽에 멋진 그림이 그려져 있네요.

아마 오성산의 오성인을 표시하는것 같습니다.

 

군산 구불길의 마크도 그려져 있고요.

 

이곳은 일반 페인트 그림과 함께 모자이크 식으로 타일을 붙여 그림을 만들어서인지

왠지 조금 고급스럽게 보입니다.

 

이곳 마을도 여느 시골과 같은 풍경이지요.  

 

요즘은 시골에도 이런 형태의 그림들을 자주 볼수 있고요.

 

큰 노력은 아니지만 자칫 삭막해질 수 있는 시골 동네에

작은 활기가 있어보여 좋습니다.

 

 이분들이 다섯 노인인 오성인의 모습인것 같은데

모두들 신화에 나오는 신처럼 느껴지네요.

 

여튼 기대하지 않았던 이곳 성덕 마을의 벽화도 오래 기억에 남을것 같습니다.

언제 재가 찍어온 마을 벽화 사진만을 모아 정리해 봐야겠습니다.

통영 동피랑 마을, 고창 국화마을, 그리고 지리산길, 섬 등에서 만난 마을의 그림 풍경 들을 모아서요.

 

마을을 벗어나는데 주민 한분이 사철나무 가지를 자르고 계시더군요.

하여 그 이유를 물어보니 길 너머 저수지가 있어 차량의 통행이 많은데

이 나무가지가 방해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어 손수 자르신다고 합니다.

 

참 고운 사철나무 담인데 아깝긴 하더군요.

하지만 이 분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참 곱더군요.

마치 담너머 보이는 마당의 고운 꽃잔디 모습처럼 말입니다.

 

서로가 조금만 배려하고 산다면

세상이 이 꽃 풍경처럼 참 이쁘고 고울텐데 말입니다.

 

다른 색이라 하더라도 잘 어울리는 모습처럼..

 

그리고 그 분과 나눈 이야기에서 한가지 더 재미난 사실을 알았지요.

이 마을에 들어서니 개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더군요.

보통 마을을 지나면 개소리때문에 지나기가 미안할 때가 있는데 말입니다.

근데 이곳 대부분의 마을분들이 노인분들이라 도시에 사는 자식들 만나러 며칠을 나가면

개 밥을 줄수가 없고 매번 이웃집에 맡기기도 그렇고 해서

마을 주민들이 함께 개를 키우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ㅎㅎ 이웃간의 정만 넘친다면 굳이 외로움을 달래거나 도둑이 무서워서 개를 키울 필요는 없겠지요.

 

마을 고개를 넘어서니 항동제가 나옵니다.  

 

근데 저수지를 휘돌아 가는 길이 참 운치가 있더군요.

 

5월에 유채꽃을 보니 아직 초 봄이란 느낌도 들고요.

 

올 봄은 더디게 왔다가 한꺼번에 봄을 피우는가 봅니다.

동시에 다양한 꽃들을 보게 되니 말입니다.

 

성덕마을 입구에서 30여분을 걸어서 마을을 빠져나오니 지방도 길을 만나게 되지요.

이곳에서 좌측편 임도길로 접어듭니다. 이제 산행의 시작인가 봅니다.

 

ㅎㅎ 근데 일반 산행은 아니고

포장된 임도 길을 따라가는 길입니다.

 

길옆에 시원 시원한 나무들이 참 좋네요.

 

길이 포장만 되어 있지 않다면

전남 장성의 축령산과 느낌이 비슷합니다.

 

오늘은 흐려서인지 십자나포들의 너른 평야가 안개속에 숨어있네요.

 

이곳 오성산에는 군산 기상 레이더 기지가 있습니다.

 

12시 10분경에 오성산에 도착합니다.

 

이곳 오성산 정상에는 다섯 성인의 묘가  나란히 줄지어 있습니다.

그 사연이 특이해서 설명을 들어보니

당나라 장군 소정방이 백제를 공격할 때 오성산 아래 병사를 주둔하였는데

누런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길을 잃고 헤매었다고 합니다.

이때 다섯 노인을 만나 그들에게 사비로 가는 길을 묻자

다섯 노인은 너희들이 우리나라를 치러왔는데 우리가 어찌 길을 가르쳐 줄것이냐 하고 항거하였고

이에 격분한 소정방은 그들의 목을 베었는데 후일 물러갈 때

이들의 충절을 귀하게 여겨 오성산 위에 장사 지냈다고 합니다.

 

 여튼 오성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금강의 풍경은 참 시원합니다.

 

지나온 길들이 아스라하게 보이는것 같고요.

 

5월이라 이제 철쭉의 계절인가 봅니다.

산길에 드문 드문 철쭉꽃이 피어있네요.

그리고 보니 과거에는 철쭉을 보기위해 산행도 참 많이했네요.

지리산 바래봉, 보성 일림산/제왕산, 그리고 황매산 등등

 

이제 나포십자들을 바라보며 하산을 시작합니다.

나포십자들은 대한민국 수출 1호 쌀인 “철새도래지 쌀”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나포십자들은 본래 원나포에서 서포까지 갈대가 무성했던 강기슭이었는데

1920년대에 간척사업을 통하여 총 530ha가 농경지로 바뀐 곳이고요.

보통 간척하면 바다를 떠올리는데 이곳은 강가를 간척하여 이처럼 거대한 평야를 만들었네요.

 

비록 흐린 날이지만

그 느낌은 아주 진하게 다가오네요.

 

산을 오를때와는 다르게 내려서는 길은 참 포근한 흙길이라 좋습니다.

 

새소리만이 조용 조용 들리는 숲속 길을 걷습니다.

 

그리고 숲길을 빠져나오니 사람 사는 풍경들이 나오고요.

 

풍성한 봄 꽃의 풍경을 보니

내 마음도 그처럼 풍성해지네요.

 

 자연은 접하면 접할 수록 그 느낌의 깊이가 깊어집니다.

아무리 아주 예쁜 여자를 본다해도 자주보면 아마 실증이 날거나 평범해 질텐데

자연은 그리 이쁘지도 않은데 이처럼 자꾸 자꾸 더욱 좋아지기만 하니요. ㅎㅎ

 

1시경에 수심마을 입구로 내려섰습니다.

애구 근데 제가 알바를 한 모양입니다.

주변에 구불길을 알리는 시그널을 찾을수가 없으니요.

쩝~ 아마 내려오는 길 중간에 삼거리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우측 수심마을/일광사가 아니라 좌측 나포마을로 가야하는것 같습니다.

분명 그곳 삼거리에서 시그널은 우측으로 되어있었는데도.

혹은 그 길이 맞는데 내려오다 왼편으로 빠지는 길이 있었는데 제가 그 시그널은 놓칠 수도 있겠지요.

 

여튼 마을 입구를 등지고 어느 방향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지도를 보니 좌측편으로 가야할것 같아 그 길을 따라 걷는데

당초 내려와야할 입구 마을이 보이네요. ㅎㅎ

 

왼편으로 오늘 점심 식사를 하려고 했던 옹고집장집도 보이고요.

 

여튼 날도 무척 더운데 알바까지 하고요. ㅎㅎ

1시 20분에 옹고집장집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식당을 만들어서인지

참 묘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마치 제가 다시 어린시절 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고요.

 

칠천원짜리 쌈밥을 시켰는데

이곳 식당 분위기처럼 음식들도 참 포근하고 감칠맛이 있네요.

 

시골에 아이들이 없어져 자꾸만 폐교가 되어가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좋은 시설로 다시 태어나서 좋습니다.

 

이상기온으로 날이 더워 오전부터 걷다보니 몸이 지쳐가는데

맛난 식사를 하고 나니 기운이 나네요. ㅎ

2시부터 다시 걷기를 이어갑니다.

 

ㅎㅎ 어린시절 참 많이했던 미로찾기네요.

여튼 이곳 구불길 그림들은 타일을 이용해서인지

오래가도 바래지 않고 늘 깔끔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겠네요.

 

 금강휴게실을 지납니다.

 

그리고 곧장 나포십자들이 펼쳐지는 방조제 길을 걷습니다.

 

이곳 입구에서 공주산 입구의 방조제 끝까지

대략 5.5km 정도되는 10리가 훨씬 넘는 길이 이어집니다.

 

이곳 길은 그늘이 젼혀 없는지라

봄이나 가을에 걸으면 좋을것 같습니다.

 

이처럼 막막한 길을 이어가다 보면 쉽게 지칠수 있고 점심을 먹은지도 얼마되지않아

어디 조금 누워서 쉴 수 있는 정자 없을까 생각했는데

우아~ 지친 발걸음을 쉴 수 있는 정자가 나옵니다.

마치 모래 사막에서 만나는 오아시스라고 할까요.

 

구불길때문에 만들어진 쉼터입니다.

이 길에 이런 쉼터가 2군데가 있지요.

 

기둥에 기대어 차도 마시고 불어오는 바람에 땀도 식히고요.

또 유유하게 흐르는 금강도 여유롭게 바라보고요.

휴식이란것은 이런것이 아닐까요. 정말 편하게 쉰다는 느낌이 팍팍 옵니다.

누군가도 저 소주 한병에 의지해서 마음의 휴식을 취했겠지요.

그나저나 병이나 치우고 갔으면 더욱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쩝

 

여튼 참 오랜만에 오래 쉬어봅니다.

보통 길걷기를 하다가 커피 등 차를 타서 마시고 많이 쉬어야 5~10분인데

이곳 정자에서는 20여분 이상을 쉬었습니다.

여튼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기에 다시 길을 이어갑니다.

 

탐조회랑이라는 겨울 철새를 관찰하는 시설도 구경합니다.

 

겨울 철새들도 때가 되면 오고 또 때가 되면 떠나는데

요즘 4대강을 파헤치는 주변의 탐욕을 보면 우리 인간들만 자연에 역행해서 사는것 같습니다.

물론 자연의 이치인 삶과 죽음을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요.

 

쉬엄 쉬엄 2시간을 걷다보니

4시 30분에 나포십자들 뚝방 길을 마무리하네요.

 

근데 이곳에서 잠시 또 알바를 했습니다.

차도를 만나 계속 그 길을 가야하는데

오른편에 보이는 임도 길이 참 좋아보여 나도 모르게 그 길을 따라 갔습니다.

물론 길 입구 이정표도 조금 애매했고요.

 

임도길을 되돌아 나와 잠시 차가 다니는 길을 따라 걷습니다.

다행히 차가 그리 많이 다니지는 않더군요.

저멀리 정자가 있는 산이 공주산이네요.

공주산이라는 명칭이 재미나서 찾아보니 공주의 태가 묻혀 있기에 공주산이라 부른다는 설과

이 산이 공주에서 흘러왔다는 전설이 있다고 하네요.

고조선 준왕이 위만에게 나라를 빼앗긴 후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와 새로운 땅을 찾았는데

처음 상륙한 곳이 금강하류인 나리포의 공주산이고 준왕은 산을 넘어 익산에 가서 나라를 세웠는데

이때 왕의 공주가 머물렀던 곳이기에 이 산을 공주산이라 불렀고 공주를 데리러 왕이 왔다고 하여

공주산의 앞산은 왕이 왔다는 뜻의 어래산(御來山)이라 불린답니다.

 

여튼 잠시 차길을 걷다가 다시 원나포 마을 안쪽 농로를 따라 걷습니다.

 

저멀리 오늘 걷기의 종점인 즐거운 자연학교가 보이네요.

 

5시에 즐거운 자연학교에 도착해서 구불1길의 걷기를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