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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변산 마실길 3-2구간 : 제방따라 청자골 가는 길

by 마음풍경 2011. 5. 3.

 

변산 마실길 3구간(문화재 길)

3-2 코스(제방따라 청자골 가는길)

 

 

왕포 마을 ~ 운호 마을 ~ 관선 마을 ~ 작도 마을 ~ 곰소항 ~ 곰소 염전

(실거리 8.4km, 2시간 10분 소요)

 

 

 왕포마을에서 3-2 코스의 길 걷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당초 생각보다는 짧은 거리여서 아쉽다고 해야하는지 아님 가볍다고 해야하는지 모르겠네요. 

 

이곳 마을에 마실길 안내 이정표는 설치가 되어있으나

안내 리본이 없어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나 망설이다가 어차피 곰소 방면으로 가야하기에

일단 마을 안길을 따라 갑니다.

 

아주 화사한 꽃잔디의 색과 지붕 색을 보니 걷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다행하게도 마을을 넘어가니 해안가를 따라 길이 이어지네요.

 

어제 하루종일 걸어서 발은 무겁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늘 붕붕 떠다닙니다.

 

이런 멋진 풍경을 친구삼아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하기 때문이겠지요.

 

제방 입구에 운호 마을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네요.

흰 구름이 떠다녀도 비에 젖는 풍요로운 길지라 해서 마을 사람이 스스로 만들어낸 마을명이라고 합니다.

 

왕포와 관선을 이어주는 운호 방조제의 왼편은 멀리 내변산의 멋진 능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오른편은 풍요로운 갯벌의 풍광이 한없이 이어집니다.

 

밀물이 되면 일을 하고 썰물이 되면 휴식을 하는 배의 한가로움이 왠지 보기 좋네요.

 

내변산의 삼신산과 오른편 신선봉의 능선 모습이 멋지게 다가옵니다.  

 

애구 방조제를 지나 관선 마을로 오르려는데

철조망이 길을 가로막습니다.

 

아마도 땅의 주인이 자신의 땅으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싫어하는가보네요.

저는 그냥 철조망을 넘어 지나왔지만 나중에 주인 설득이 되지 않는다면

차도를 걷는다고 해도

운호 방조제 입구에서 운호 마을을 휘돌아 관선 마을로 가는 길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것 같습니다.

 

그리하면 이곳에 설치된 이정표도 수정이 되어야 할것 같네요. 

 

차가 다니는 길을 조금 걸어가니 관선 마을의 명물인 멋진 소나무가 반겨줍니다.

 

과거에도 이 길을 차로 무척 많이 다녔는데 이렇게 멋진 소나무가 길옆에 있는 줄은 몰랐네요.

역시 아름다운 풍경은 천천히 걸으면서 봐야되는 것 같습니다.

 

길을 걷는 중간 중간에 이정표는 되어있지만

길 안내 리본이 설치가 되지 않아서 어차피 관선 마을로 가야할 것 같아서

차도를 건너 마을로 가는 작은 터널을 지나갑니다.

 

그리고 무작정 관선 마을 앞을 가로질러 해안가를 따라 길을 이어가네요.

 

처음에는 관선에서 작도까지 방조제로 이어지기에 이곳으로 가면 되는 줄 알았으나 제방 길이 협소하고

또한 나무가 우거져서 걷지는 못하겠더군요. 하여 논둑길을 따라 가보려고 합니다.

 

잠시 논둑 길을 걷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 마실길 이정표가 있네요.

아마도 마실길은 관선 마을 입구 도로에서 바로 이곳으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한번 직진이면 다른 이정표가 나오지 않을 때 까지는 계속 그 길을 따라 가야하는 것 같네요. ㅎㅎ

 

바람에 살랑거리는 청보리 너머 내변산의 주 봉우리인

관음봉과 세봉 능선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그 아래쪽에 내소사가 있겠네요.

 

비가 올 것 같이 흐린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은 하늘이 참 맑습니다.

바람을 따라 구름도 두둥실 흘러가고요.

 

그래서 더욱 시원한 풍경이 펼쳐지는 것 같네요.

구름, 산, 바람, 흙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주는 멋진 그림 한폭입니다.

 

파릇한 바람이 살랑 살랑 불어오는 어느 봄날

유채꽃이랑 청보리랑 친구하며 길을 걷습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넉넉한 대지의 느낌이 가득한 길을 걷다보니

 정호승 시인의 봄길이라는 시가 문득 생각이 납니다.

 

 

 

 

 부드러운 능선 위로 흘러가는 구름..

삶이란게 이처럼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두 발을 땅에 딛고 구름처럼 바람처럼 걷다보니 어느새 작도 마을에 도착합니다.

 

이곳 부안 도요지는 전남 강진과 함께 고려시대 청자를 만들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특히 부안에는 유천과 진서 2곳이 고려 청자를 생산했는데

유천은 고급 청자인 반면에 이곳 진서는 서민들의 생활도자기를 주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곰소만 앞 바다에는 죽도라는 작은 섬이 떠있지요.

혹 물이 전부 빠지면 저 섬을 걸어서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너무 엉뚱한 생각인가요.

 

이제 찻길을 벗어나 곰소항 방향으로 길을 걷습니다.

 

곰소항 들어가는 입구에 아직 다 지지않은 벚꽃의 풍경이 화사합니다.

 

곰소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젓갈 명소이지요.

하여 마실길을 걷다가 젓갈 맛도 보고 젓갈도 사가면

길을 걷는 나그네나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나 다 좋을 것 같습니다.

 

곰소 젓갈 단지를 지나 곰소항 방향으로 걷는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있어 카메라에 담아보네요.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벚꽃의 풍경을 담는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이런 바다를 배경으로 나무 한 그루가 있는 모습과 두 그루의 나무가 사이좋게 있는 풍경은

그 느낌이 참 많이 다르지요.

아마도 세상은 늘 변함이 없는데 그 세상이 늘 달리 보이는 것은 바로 나의 시각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곰소 젓갈 단지를 휘돌아 가니 곰소항이 나옵니다.

곰소항은 일제시대 때 군항으로 쓰기위해 연동, 곰소, 작도를 도로로 연결하여 생긴 항구라고 합니다.

지금은 전북에서 군산 다음가는 어항으로 서해안 수산물의 총 집결지가 되었고요.

 

곰소항을 지나 해안으로 이어걸으니 작은 공원이 나옵니다.

다만 공사가 아직 덜 마무리된 곳도 있고 어느곳은 조금 방치되어 있는 느낌이 들더군요.

 

생각지 않던 화사한 유채꽃밭도 만나게 됩니다.

 

  두둥실 떠있는 구름한점,

그리고 멋진 내변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노란 유채꽃의 풍경...

 

 하늘에 떠 있는 둥근 구름 한점이 정말 대박입니다.

물론 바람에 흩어져버리기 전 찰나의 순간을 만난 행운이고요.

 

 

비록 변산마실길에는 이 공원이 소개가 되어 있지 않고

다른 길을 따라 걷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조금은 번잡한 곰소를 벗어나

잠시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인것 같네요.

철길 위를 걸으면서 어린 시절로 잠시 돌아가 봅니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뒤뚱거리며 철로 위를 걷는 것이 쉽지만은 않더군요.

 

또한 주변에 아주 깨끗하고 멋진 화장실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곳 공원 전체에서 이 주변은 방치되지 않고 깔끔하게 잘 정리가 되었네요.

 

갯벌 건너 마실길의 최종 도착지인 줄포도 바라보입니다.

 

곰소 공원을 휘돌아 가니 대하 양식장이 길을 가로 막습니다.

 

하여 옆 제방 길을 따라 내 마음 가는데로 걷습니다.

어차피 가다보면 이정표는 만날터이고

또한 안내 리본도 보이지 않기에 차라리 더 자유로운 시간이네요.

 

차가 다니는 국도변으로 나서니 그곳에 3구간 종점을 나타내는 안내도가 있습니다.

변산 마실길의 종점에는 큰 안내판이 설치가 되어 있어

이곳을 구간 종점으로 생각하면 편하더군요.

 

곰소의 젓갈이 유명하다면 당연히 소금도 근처에 있어야 하겠지요.

이곳 곰소 염전은 제방으로 만들어진 간척지를 이용해서 1946년부터 본격적으로 소금을 생산했다고 합니다.

최근 일본 지진과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해 천일염과 젓갈의 수요가 급증했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천일염은 정말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선물입니다.

인간이 물과 햇빛 그리고 소금 중 하나만 없다해도 살  수가 없으니까요.

 

곰소염전에서 3구간을 모두 마무리합니다.

당초 3구간 거리를 안내 책자에서 23km로 알고 왔는데 실제 걸어온 거리는 8km가 짧은 약 15km 가 되었네요.

안그래도 신발이 좋지못해 발등이 아파서 걷는데 조금 힘들었는데 잘된거라 생각해야지요.

 

왕포에서 이곳 곰소염전까지 이어지는 3-2 구간은 다른 구간 길에 비해 그리 걷기에 매력적인 길은 아닙니다.

당초 정해진 이름인 "제방따라 청자골 가는길" 보다는

차라리 개인적으로는 "제방따라 곰소염전 가는 길"이 더욱 어울리지않나 생각해 봅니다.

아니면 석포에서 곰소로 바로 오는 것 보다는 내소사로 가는 길이거나

아님 내소사를 거쳐 다시 곰소로 나오는 길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