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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계족산 숲속 황톳길을 맨발로 걸어보세요!

by 마음풍경 2011. 5. 18.

 

대전 계족산 황톳길

 

 

참 오랜만에 계족산 황톳길을 걷기위해 장동 산림욕장에 왔습니다.

세상사에 마음과 몸이 무겁고 지칠 때면 숲을 찾게 됩니다.

자연의 숲은 육신과 영혼을 치유하는 의사네요.

 

이제 맨발로 걷는 계족산 황톳길이 전국적으로 유명합니다.

과거에 없던 에코힐링 맨발코스 안내도가 설치가 되었네요.

다만 안내도에 구간별 거리 및 소요시간이 적혀있으면 사람들이 걷는 길을 선택하기에 좋은 정보가 될텐데..

그 점이 아쉽습니다.

 

과거에도 이 길을 맨발로 걸어본 적은 있었으나 처음부터 맨발로 걸어본 적은 없네요.

하여 오늘은 처음부터 온전히 맨발로 황톳길을 걸어봅니다.

 

봄바람 살랑거리는 아늑한 숲길을 걷기만 해도 좋은데

포근한 흙의 촉감을 느끼며 걸으니 행복감이 배가 되는것 같습니다.

 

얼마전 끝난 맨발 축제와 함께 2011년 제 1회 에코힐링 선양 국제 설치 미술제가 열려서인지

황토 길가에 재미난 작품들이 전시가 되어 있네요.

 

설치 예술은 엉뚱한 몽상가들의 장난 놀이는 아닐까요. ㅎ

 

발자국을 따라가면 나무를 타고 올라갈것 같은 착각이 들지요.

 

길을 걷다 초록 풀속에 노란색의 한송이 민들레 꽃을 만났습니다.

봄이면 들판에 흔하게 피는 꽃이지만 오늘은 참 귀한 만남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작품의 이름이 하이힐을 신은 코끼리라고 합니다.

위태로운 현실 위를 걸어가는 우리와 닮아 있지 않은지요.

하이힐만 벗으면 편안한 길을 걸을텐데

그 욕심이 우언지 그 욕망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은게 우리네 모습인가 봅니다.

 

과거에는 숲길만이 이어져서 조금은 단조로울 수 있는데

계속 이어지는 설치 작품 감상으로 인해 더욱 즐거운 발걸음입니다.

 

 이곳 계족산 황토맨발 숲길은 대전지역의 소주업체인 선양에서 돈을 투자하여 만든 약 14km의 황토길입니다.  

또한 매년 많은 돈을 들여 길을 보수도 하고요.

 

 세상이 자본주의화 되어갈 수록 정치 권력보다 돈의 권력이 더 무섭다고 하지요.

하지만 돈은 어떻게 버는 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어떻게 쓰는가가 더욱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곳 계족산 황톳길에서 다시 느끼게 됩니다.

 

숲속의 사람들이라는 작품인데 풀속에 바라보이는 도시의 사람들이 왠지 불안한 눈빛처럼 느껴집니다.

그네들의 눈빛에 평화를 주는 것은 자연이겠지요.

문명의 발전과 함께 자연도 공존해야한다는 당위성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요.

 

얼마전만 해도 나무 가지가 앙상했는데 어느새 녹음이 깊어지는 숲이 되었네요.

그나저나 한 여름의 진한 숲보다는 연두빛의 봄의 숲이 왠지 더욱 정감이 갑니다.

 

ㅎㅎ 이름처럼 작품 제목도 "좋다"네요.

긍정의 언어를 통해 삶이 바뀌어 행복해지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라고 합니다.

 

좋다라는 문구를 보고나니 문득 생각나는 시가 한편 있습니다.

 

지금부터

절망의 늪에 빠졌다고 말하지 않겠다

남은 시간이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희망의 늪에 빠졌다고 말하겠다

절망에는 늪이 없다

늪에는 절망이 없다

만일 절망에 늪이 있다면

희망에도 늪이 있다

희망의 늪에는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가득 빠져 있다.

 

                                - 정호승 시인의 늪 -

 

 

우리 사는 세상에 만일 희망이 없다면 어떨까요.

비록 희망이 허망한 무지개라 할지라도 그런 바램이라도 있어야 사는 힘이 생기겠지요.

 

맨발로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새 임도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당초 절고개까지 가려했으나 오늘은 이곳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겠네요.

 

 같은 길이지만 방향에 따라 전혀 달리 느껴지는게 길의 묘미이겠지요.

 

우리네 세월은 되돌아 갈 수 없지만

길은 되돌아 갈 수 있다는 것 또한 대단한 길의 묘미일겝니다.

 

숲이 만드는 시원한 그늘과 차갑지만 왠지 상쾌한 흙길입니다.

 

바람이 부니 병에서 소리가 납니다.

다만 깡통이 아니어서인지 가볍지 않고 무게감이 있는 깊이 있는 소리네요.

바람은 스스로 소리를 낼 수는 없지요.

다른 존재를 통해 그 소리를 내고 그 각각의 존재를 통해 그만의 고유한 소리를 내게 됩니다.

저는 어떤 존재를 통해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을까요.

 

요즘 어딜가나 걸기 열풍이지만 계족산 황톳길은 그런 바람 이전부터 존재한 길입니다.

또한 대전 주변 산길을 이어가는 대전둘레산길잇기도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보다 먼저 존재하였고요.

 

대전 시내 어디에서든 차로 30분 정도면 올수 있어서 접근성도 무척이나 뛰어납니다.

 

제 자신을 바로 보기가 늘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팔랑거리는 나비 조형물에 나의 모습을 잠시 담아봅니다.

 

"작은 큰나무"라는 작품에 달려있는 물고기의 모습을 통해

생명의 사슬에 이어져 있는 작은 존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합니다.

생명이라는 존재 앞에서는 크고 작고 하거나 귀하고 미천한 것의 구별은 있을 수 없겠지요.

살아있다는 그 자체가 소중하니까요. 

저도 2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흙, 바람, 숲, 햇빛 등과 함께 잠시 자연의 일부가 된 기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