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들,강변,해안

장수 방화동 덕산계곡 길 - 시원하고 맑은 덕산 용소를 찾아서

by 마음풍경 2011. 7. 3.

 

방화동 덕산 계곡 

 

 

전북 장수군 번암면 사암리 방화동 가족 휴가촌

 

방화동 오토 캠프장  ~ 산림휴양관 ~ 방화 폭포 ~ 덕산 계곡 ~

용소 ~ 방화동 산림욕장 ~ 방화동 오토 캠프장(원점 회귀)

(약 7km, 3시간 소요)

 

 

올해도 벌써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비도 계속 오락가락하는 장마철이라 그런지 습기도 많은 무더운 날입니다.

이럴때는 바다보다는 시원한 바람과 물이 있는 계곡이 더욱 생각이 나지요.

하여 둘레길을 하는 몇몇분들과 전북 장수 방화동 가족휴가촌 내에 있는 덕산 계곡을 걷기로 합니다.

덕산 계곡은 장수의 장안산 남서쪽에 있는 계곡으로 방화동 가족 휴가촌내에 있습니다.

입구의 관리사무소에 입장료(1인당 2천원)를 내고 이곳 오토 캠핑장에서 걷기를 시작합니다.

 

다리를 건너 가니 장수 마실길 1코스인 백두대간길을 만납니다.

바구니봉재에서 용소로 이어지는 길로 백두대간길로 이름한걸보면

무령고개 너머 백두대간 능선인 영취산쪽으로 이어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마실 길은 근처 이웃에 놀러가는 길을 의미하는데

변산 마실길, 모악산 마실길 등 전북에는 걷기 길을 전부 마실길로 통일을 했지요.

 

한가롭게 걷는 마음처럼 편안한 숲길이 이어집니다.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편의 시설이 더 있어 포장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포장되지 않는 흙길이라 더욱 맘에 듭니다.

 

숲길을 이어가다 방화동 산림문화휴양관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이정표대로 이곳에서 우측편으로 길을 계속 이어가야지요.

 

이 길은 특히 계곡을 따라 이어지기에

더운 여름에 시원한 물소리를 듣고 걸으니 더욱 좋습니다.

 

건너편 산림휴양관도 지나고요.

 

또 숲속의 집도 지납니다.

방화동 가족 휴가촌(http://www.jangsuhuyang.kr/Banghwa2/)은 500미터 이상 고지대에

장안산 등 천미터가 넘는 주변 산에 둘러쌓여 있는 전국 최초의 국민 가족 휴양지라고 하네요.

 

이제 더 깊숙하고 은밀한 산 골짜기로 들어가는 기분이 드네요.

 

계곡 물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피어있는 산수국도 만났습니다.

 

산책로도 참 걷기에 편하고 주변도 아주 깨끗합니다.

약간의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더군요.

 

흐르는 길 위로 우뚝하게 사두봉(1014.8m)이 어서 오라고 하고

길 양옆으로 푸르른 나무들이 반겨주는 것 같습니다.

이곳 고도가 높아서인지 천미터가 넘는 산인데도

이곳에서는 그저 동네 산처럼 보이지요. ㅎㅎ

 

최근에 비가 많이 와서 이번에 오면 방화폭포의 멋진 모습을 기대하고 왔는데

이곳 장수는 비가 그리 많이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수직 절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의 모습이 장관일텐데요.

 

폭포를 지나 좀 더 깊은 숲으로 들어섭니다.

용소로 갈 때는 오른편 계곡 길로 가고

나중에 내려올 때는 왼편 산림욕장 계단으로 내려왔네요.

 

걷는 계곡 길도 자연 친화적으로 잘 정비가 되어 있습니다.

 

군데 군데 재미난 다리도 걷너게 됩니다.

 

임도 길을 따라 걷다보니 임도 길 종점에 도착했네요.

이곳부터 본격적으로 계곡 생태 탐방로입니다.

 

계곡을 따라 좁은 산길을 걷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산 길을 하나 넘으니 아주 평탄한 숲 길이 나오네요.

마치 딴 세상으로 들어온 기분입니다.

 

계곡 물은 더욱 세차게 흘러 내리고 시원하고 청량한 기운이 가득합니다.

 

나무들도 이제 가벼운 봄 바람의 정취에서 벗어나

푸른 나뭇잎을 키우며 성장의 내실을 다지는 것 같습니다.

 

문득 김정운 교수가 쓴 책에 나온 구절이 생각이 나네요.

 

"쉰다는 것은 내면의 나와 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휴식() 이라는 한자가 그 의미를 아주 정확하게 보여준다.

휴식의 한자를 풀어보면 사람 人이 나무 木에 기대어

스스로 自의 마음 心을 돌이켜보는 것을 의미한다.

쉬는 것이란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보는 것이다."

 

휴식이란 결국 도시를 떠나 자연과 벗하며 자연과 함께 해야만 하는 것 같네요.

 

계곡을 따라 나무 테크 길이 나옵니다.

과거 이 나무 테크가 없을 때는 계곡을 이어가기가 쉽지는 않았겠지요.

 

이곳 덕산 계곡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덕산 용소에 도착했습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은 우리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 같지요.

백년의 시간도 살 수 없는 우리 인간으로써는 상상하기 어려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만들어낸 자연의 모습이고요.

 

특히 이곳 덕산용소 계곡 주변은 1990년에 개봉한 영화 남부군의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나체로 입수하여 목욕을 하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이기도 하네요. ㅎㅎ

 

우리나라 계곡에서 만나는 용소의 모습이 대부분 비슷하지만 이곳은 유독 작년 여름에 가보았던

남원 육모정의 구룡 폭포(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30) 모습과 느낌이 비슷하네요.

 

용소를 지나 조금 더 계단을 따라 올라가 봅니다.  참 조용하고 아늑하며 시원한 계곡입니다.

계곡을 따라 계속 길을 이어가면 덕산제가 나오고

일반적으로 무령고개에서 시작하는 장안산 산행에서

그 종점이 되는 청산별곡 식당이 있는 범년동을 만나게 되지요.

 

저는 이곳 너럭바위가 있는 곳을 오늘 걷기의 회귀점으로 하고 

함께 오신 걷기 회원님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알탕도 진하게 했습니다. ㅎㅎ

주변에 사람들이 전혀 없어서 이 멋지고 좋은 계곡이 완전히 저희 것이었네요.

 

옷을 입은채로 풍덩 빠져서 흐르는 물에 내 몸을 맡겨보았네요.

보통 알탕은 산행 후 잠깐 동안 즐기는 건데

계곡에서 이처럼 오랫동안 여유롭게 놀아본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에 가물가물합니다.

 

아주 시원하고 멋진 곳에서 식사도 하고 물놀이도 하고 용소로 다시 되돌아 나옵니다.

 

"느리게 그러나 활기차게"라는 뜻의

안단테 콘 모토(Andante con moto)라는 글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모습이네요.

 

이곳 계곡은 더운 여름뿐만 아니라 주변에 단풍나무가 많아서 가을에 와도

아주 멋진 만추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길을 걸어보면 늘 느끼는 거지만 같은 길이라도

갈 때의 느낌과 올 때의 느낌은 전혀 다르지요.

그래서 갔던 길을 되돌아 나오더라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우리네 삶도 가끔씩은 거꾸로 가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ㅎㅎ

좀 더 후회하지 않는 삶이 될텐데요.

 

계곡 숲길을 빠져나와 걷는데 멋진 암릉 풍경이 눈에 띄더군요.

아마도 사두봉으로 이어지는 작은 능선인것 같은데

한번 저곳에 오르고픈 생각이 듭니다.

저 멋진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바위에 올라 바라보는 조망이 얼마나 시원할지....

 

오를 때는 들리지 않았던 산림욕장에도 잠시 머물러 봅니다.

주변에 이런 저런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더군요.

 

요즘은 느림, 한가함 그리고 편안함이 좋아서

등산보다는 주로 길을 걷게 됩니다.

 

오늘 이 길에 또 어떤 무거움을 내려놓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휘휘 돌아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는데

발걸음도 가볍고 마음 또한 가볍습니다.

 

명지대 교수이자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교수의 글을 다시 옮겨봅니다.

 

"자신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바로 삶의 마디를 만드는 일이다.

대나무의 마디처럼 삶의 마디가 있을 때만 삶은 살 만한 것이 된다.

이 마디를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축제다.

 

마디가 촘촘하고 튼튼한 대나무는 웬만해선 부러지지도 않는다.

마디가 있는 삶은 천천히, 그리고 의미 있게 흘러간다.

기억할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늘 걸었던 그 길의 흔적과 추억이

제 인생의 작은 마디가 되지는 않을까 생각해보네요.

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고 다시 이를 정리하여

제 개인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행위가

하나 하나 제 인생의 작은 마디 마디가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