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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진안 덕태산 임도길 - 백운동 계곡이 숨어있는 시원한 길

by 마음풍경 2011. 8. 1.

 

진안 덕태산 임도


 

전북 진안군 백운면 백운리

 

백운동 계곡 입구 주차장 ~ 점전폭포 ~ 임도 삼거리 ~ 임도 ~

홍두깨재 입구 ~ 백운동 계곡 ~ 백운동 계곡 입구 주차장

(약 9km, 순수 걷기만 3시간 소요)

 

 

여름 더위를 이야기 할 때 해수욕장과 함께 계곡 물놀이가 가장 좋은 피서지입니다.

특히 산길을 걷고 땀을 흘린 후 계곡 놀이는 최고의 피서 방법일겁니다.

 

하여 오늘은 진안에 숨어 있는 시원한 백운동 계곡이 있는 덕태산으로 향합니다.

진안군 백운면에서 동쪽으로 약 4km를 계속 길을 따라가면 산림욕장 시설이 되어 있는 백운동 계곡 입구가 나옵니다.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길 걷기를 시작합니다.

물론 계곡 놀이만을 위한다면 계곡 옆 포장 길을 따라 약 1km를 차를 가지고 더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날이 흐려서 인지 덕태산 정상 부근은 구름에 가려져 있네요.

 

주차장에서 잠시 걸어가니 소덕태산이라는 이름의 등산로가 나옵니다.

근데 이 등산로는 선각산으로 가는 길인데 왜 소덕태산이라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선각산이 진안군이 아니고 장수군에 속해서인지는 아닌가 추측해 보네요.

 

그리고 그 옆으로 아주 시원한 소리를 내는 점전 폭포를 만났습니다.

 

 

5m 높이의 제법 장대한 점전 폭포는 이곳 백운동 계곡을 대표합니다.

폭포 옆에만 있어도 온몸이 시원해 지네요.

 

 다시 폭포를 나와 걸어가니 덕태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가 나옵니다.

당초 계획에는 이곳으로 올라 홍두깨재를 거쳐 백운동 계곡으로 내려서려 했으나

어차피 날이 흐려 정상 조망도 없을 것 같아 덕태산 아래쪽에 조성된 원점 회귀 임도 길을 걷기로 합니다.

 

가는 길 입구에 아주 멋진 노송이 반겨주네요.

나무 기둥에 비해 줄기가 무척이나 큰데 그동안 태풍 바람에 피해가 없는게 신기합니다.

 

노송을 지나 나오는 임도 삼거리에서 왼편 길로 접어드니 촉촉한 느낌이 가득한 숲길이 나옵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느낌의 길이지요.

 

ㅎㅎ 제법 큰 두꺼비도 만났습니다.

잠을 자고 있는지 가까이 접근해도 꿈쩍을 않더군요.

 

이런 한적한 숲길을 걸을 때는

마음에서 담아져있는 무거운 것들을 다 내려놓고 가볍게 둥둥 떠가는 느낌이 듭니다.

 

길가에서 마주치는 자연의 풍경 하나 하나가 다

마음을 잔잔히 감동시킬 만큼 아름답고요.

나비는 꽃을 통해 희망을 얻는 데 우리 인간은 자연을 통해 희망을 얻게 되겠지요.

 

구름에 덮힌 덕태산 능선을 바라보니  이렇게 임도 길을 걸으며

찬찬히 멋진 주변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잘한 선택이었네요.

만일 저 능선 길을 걷는다면 구름으로 인해 아무 풍경도 보지 못했을테니요.

 

최근에 읽은 '홀가분'이라는 책을 보니 다음과 같은 글이 있더군요.

 

나무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중에서 공기와 함께,

백익무해하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이한 존재입니다.

물과 바람도 조금만 지나치면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데,

나무는 비현실적일 만큼 흠이 없습니다. 완벽합니다.

 

 

탁트인 임도 길에 접어드니 나무들이 멋진 풍경을 배경삼아

이러저리 자유롭게 서있네요.

 

만일 산에 나무가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요.

가끔 히말라야 같은 산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면

저는 그 산이 산으로 보이지않고 때론 자연의 괴물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없듯이

자연도 제가 사랑할 수 있는 범위가 있는 것은 아닌지요.

 

백운동 계곡 건너편으로 구름에 가려있는 삿갓봉과 선각산 능선이

참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제가 조금전 걸어온 길이 이처럼 아름다운 길이었네요.

부드럽게 이리 저리 휘어지는 참 포근한 길이고요.

 

그나저나 보이는 산 능선도 참 편해보여서 다가오는 가을에는

선각산과 덕태산을 잇는 능선 길을 걸어야 겠다고 약속을 해봅니다.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선각산 능선 길을 걸을 때 이곳 멋진 나무들을 찾아봐야 겠네요.

 

에스키모는 자기 내부의 슬픔, 걱정, 분노가 밀려올 때면 무작정 걷는다고 한다.

슬픔이 가라앉고, 걱정과 분노가 풀릴 때까지 하염없이 걷다가,

마음의 평안이 찾아오면 그 때 되돌아선다고 한다.

그리고 돌아서는 바로 그 지점에 막대기를 꽂아 둔다.

 

 

살다가 또 화가 나 어쩔 줄 모르고 걷기 시작했을 때,

이전에 꽂아 둔 막대기를 발견한다면 요즘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뜻이고,

그 막대기를 볼 수 없다면 그래도 견딜 만하다는 뜻이 된다.

 

 

휴식은 내 삶의 막대기를 꽂는 일이다.

내 안의 나와 끝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평화로움이 찾아올 때까지 가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막대기를 꽂고 돌아오는 일이다.

 

                            < 노는 만큼 성공한다 중에서 - 김정운>

 

 

에스키모의 막대기처럼 자연으로 이어지는 길은

제 삶의 참 고마운 친구이자 축복이라는 생각이네요.

지나온 숲길이 참 아름다워서 잠시 뒤돌아 서서 바라봅니다.

 

운치있는 숲길의 오른편 길이 덕태산 정상 주변 능선으로 이어지는 임도길입니다.

문득 저 길도 걷고 싶어지네요.

물질에 대한 욕심이 아니고 걷고 싶은 길에 대한 욕심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거겠지요. ㅎㅎ

 

그나저나 멋진 소나무 그림자 너머 펼쳐지는 풍경을 보니

이곳이 마치 지리산이나 설악산 능선에 있는 기분이 듭니다.

 

하긴 이곳 임도 길도 해발 800미터가 넘어서인지 구름속에 잠시 가려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공기도 참 상쾌하고 불어오는 바람도 무척이나 시원합니다.

 

물을 머금은 풀을 스치며 지나가는 발걸음에는 촉촉함이 가득 배여있네요.

 

때론 길을 가다 보면 내가 잊고 있었던,

내 안에 있는 어떤 것들을 문득, 자극하는 길동무를 만나게 됩니다.

나를 기분 좋게 흔들어 내 삶을 훨씬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만드는 동무들입니다.

아마도 그런 사람을 일컬어 '도반'이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홀가분 중에서 - 정혜신>

 

언제부턴가 산을 오더라도 정상을 고집하지 않게됩니다.

아마도 자연을 대하고 길을 걷는 내 마음의 의식이 바뀐거겠지요.

어쩌면 산의 정상이 목적이 아니고 내가 만나는 길의 과정이 목적이 되어서 인것 같네요.  

 

길 왼편으로 등산 시그널이 많이 달려있는 것을 보니

이곳이 홍두깨재에서 내려오는 입구인것 같습니다.

 

홍두깨재 입구를 지나 백운동 계곡쪽으로 조금 내려서니

오전 내내 흐린 날이 어느새 백운동 계곡 이름처럼 흰구름 떠있는 맑은 하늘이 되었네요.

 

포장길을 내려서니 본격적인 백운동 계곡이 나옵니다.

아직은 외부에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계곡이지요.

 

그리고 아마 이곳이 앞서 만나본 점전폭포와 함께

약 3km에 펼쳐지는 백운동 계곡의 가장 백미가 아닐까 합니다.

 

백운동 계곡은 1000미터가 넘는 덕태산과 선각산 사이에 있는 계곡이어서

수량이 무척 풍부하고 깨끗합니다.

또한 주변에 통시골과 장자골과 같은 작은 계곡도 함께 있고요.

 

또한 이곳 백운동 계곡은 과거 6.25때는 빨치산의 소굴일만큼 깊고 오지인 곳이었고요.

 

알탕을 하기에는 너무나 물이 차가워서 발만 담그고 있었네요. ㅎㅎ

물론 발만 담그고 있어도 온몸이 차가워집니다.

 

계곡은 이곳 차량 차단기까지 차를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계곡 주변 길 이곳 저곳에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더군요.

차리리 제가 주차한 입구에서 차를 차단하면 쓰레기도 줄고 더욱 깨끗한 계곡이 될것 같은데

자연 보호가 우선인지 아님 사람들의 이용 편리성이 우선인지는 모르겠네요.

 

오전에 올랐던 임도 삼거리를 다시 만납니다.

오전에는 오른편 흙길로 갔었지요.

 

전원 주택 단지로 개발 중인 백운동 계곡 입구 주차장을 다시 되돌아 왔습니다.

이곳 덕태산은 멋진 임도길과 무척이나 시원한 계곡이 숨겨져 있는 곳이었네요.

올 가을 다시 이곳을 찾아오면 선각산(1142m)과 덕태산(1118m)을 잇는 주능선 길을 꼭 걸어봐야 겠습니다.

 

백운동 계곡을 빠져나와 백운면사무소가 있는 백운 마을로 가봅니다.

이곳은 아름다운 간판이 있는 마을로 유명세를 탄곳이지요.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94)

 

그런데 오던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이 백운 마을 축제라고 하네요. ㅎㅎ

30년만에 열리는 장날 축제이고요.

 

물론 지붕위에 염소가 있는 희망 건강원의 주인장께서

제 블로그에 글을 남겨 주셔서 미리 알게된거였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이곳에 오고자 마을에서 가까운 덕태산을 정했고요.

 

이곳은 백운 즉 흰 구름이라는 마을의 이름처럼

만나는 동네분들이 다 평화로운 표정이고 마을 인심 또한 아주 넉넉하고요.

 

특히 안일열 백운면 면장님과 축제를 주관한 사무장님 덕분에

오늘 걷기에 함께한 회원님들과

공짜로 막걸리와 부침개를 배터지게 먹었습니다. ㅎㅎ

면장님께서 무대에 나가 신나는 노래를 부른다면 선물도 주신다고 했는데

음치인지라 그것은 하지 못했네요.

 

 요즘 시골에 사람들이 줄고 또한 노인들만 사는 곳이 된다고 하지만

이곳 백운 마을처럼 늘 새롭게 변신하고 또 이처럼 지난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한다면

도시의 사람들도 자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더욱 아름답고 멋진 마을이 될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복이 가득한 날인가봅니다.

멋진 임도길과 아주 시원한 계곡 그리고 장날의 정취까지 함께 했으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