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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계족산 용화사 임도길을 걷다

by 마음풍경 2011. 9. 18.

 

 

계족산 용화사 임도길

 

 

용화사 입구 주차장 ~ 연화사 ~ 임도삼거리 ~ 절고개 ~ 비래사 ~ 용화사 입구 주차장

(약 11km, 3시간 30분 소요)

 

 

계족산에는 봉황정과 계족산성이 서로 마주보며 주변에

무척이나 다양한 길들이 이어집니다.

오늘은 용화사 입구주차장에서 시작해서 다시 용화사로 돌아오는 반나절 코스를 걷기로 합니다.

 

이곳은 제가 오래전에 대전둘레산길잇기를 처음으로 시작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용화사를 거쳐 봉황정을 올라 장동고개 방향으로 갔었지요.

 

아침이라 그런지 용화사 길도 무척이나 한산합니다.

 

백로도 지나고 가을로 접어드니 이제 배롱나무 꽃도 마지막 불꽃을 피우는거겠지요.

 

이제 본격적으로 임도 걷기를 시작해야겠지요.

용화사 입구에서 왼편으로 이어지는 임도길로 접어듭니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서인지 나무의 푸르름은 더욱 진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가을을 알리는 코스모스 또한 바람에 살랑거립니다.

 

용화사에서 연화사 방향으로 이어지는 임도 길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서 무척이나 한적한 길입니다.

 

물론 장동 휴양림에서 임도삼거리를 지나 절고개 방향으로 이어지는 황토길이 가장 유명하고 찾는 사람들도 많지만

비록 황토길은 아니지만 혼자 사색하며 걷기에는 이 숲길이 참 좋습니다.

 

아침 안개에 아스라하게 보이는 산 능선과 나무의 모습도

산길을 걸어야만 볼 수 있는 자연의 소중한 선물이지요.

 

계족산 임도길은 언제 와도 좋지만 벚꽃과 진달래가 피는 봄이나

아니면 비가 오거나 혹은 눈이 오는 날 걸으면 가장 멋진 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주변 나뭇잎은 아직 푸르른데 성급하게 단풍이 되고픈 나무 잎도 있더군요. ㅎㅎ

 

왼편 장동고개로 가는 대전둘레산길잇기 길을 만났습니다.

이곳에서 오른편 능선을 타고 가면 바로 봉황정으로 오르지요.

근데 이곳에 새롭게 화장실이 생겼네요.

 

요즘 이상 고온이라 햇살은 무척이나 뜨겁지만

그래도 그늘진 벚나무 숲길로 들어가면 금방 시원해지지요.

 

아직 피지 않은 억새 등뒤로 계족산성의 능선도 바라보입니다.

가을이 깊어가면 대청호를 배경으로 계족산성 주변의 억새 풍경이 참 아름답지요.

 

고마리 꽃이 햇살에 반짝이니 마치 메밀꽃을 보는 것 같습니다.

 

주로 냇가 주변에 자라는 고마리는 발달된 뿌리로 오염된 물을 정화시켜 주는 기능이 있다고 하네요.

하여 고마리라는 이름은 더러운 물을 깨끗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뜻으로

'고마운 이'라고 부르다가 고마리로 불린다고 합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무척이나 붐비는 임도삼거리를 지나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걸어 절고개에 도착합니다.

한적한 길을 걷다가 갑자기 많은 사람들을 만나니 조금은 당혹스럽더군요.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는 정현종 시인의 싯구처럼 사람간의 존재는 어떤 의미일까요.

문득 최근에 읽은 책에서 문득 생각이 나는 글귀가 있네요.

 

언젠가 '구정물 짓기'라는 말을 들었다.

인간관계가 더 성숙할 수 없는 것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상대방의 허물을 휘저어대기 때문이라던 말.

애써 가라앉혀 놓은 고통의 건더기를 휘저어

떠오르게 하는 말과 행동을 삼가야 한다던 말.

그렇다면 편할 만하면 한 번씩 마음이 요동치는 나는

내 마음을 휘저어 구정물로 만들었던 것일까.

왜 나는 편해질 만하면 한 번씩 그런 감정에 빠지곤 하는 것일까.

..........

삶이 꼬이고 탕진되고 고갈되어 나날이 힘들지만,

이것이야말로 내가 원했던 세속적인 삶이다!

어쩌겠는가, 나는 속세의 삶을 통해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을.

 

<조은 산문집 - 마음이여, 걸어라 중에서>

 

혼자 살수는 없기에 생각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 사람사이의 교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 절고개에서 임도길을 버리고 비래사 방향으로 내려서야지요.

하늘이 구름 한점없이 푸르기만 합니다.

 

사람이 많이 다녀서인지 과거보다는

많이 훼손된 길을 따라 내려서니 비래사에 도착합니다.

 

비래사 바로 앞에 있는 옥류각도 그 모습 그대로 있네요.

 

비래사에서 다시 용화사로 이어지는 임도길을 걷습니다.

날이 생각보다 더워서 길가 그늘로만 찾아서 걷네요. ㅎ

 

도시 가까운 곳에 이처럼 좋은 숲과 나무

그리고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은 참 큰 축복인것 같습니다.

 

하늘에 떠있는 한점 구름과도 눈인사를 하면 서로 친구가 될수 있겠지요.

 

하늘의 구름을 친구삼아 걷다보니

어느새 봉황정에서 용화사로 이어지는 삼거리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걷기를 시작한 용화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해서

반나절의 가벼운 계족산 임도길 걷기를 마무리 합니다.

 

계족산 임도길은 마치 가까이에 살고 있는 편안한 친구같은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가 와도 좋고 눈이 와도 좋고, 단풍 피고 꽃피는 시간에 와도 좋은...

오늘도 편안한 마음으로 생각을 비우고 그 길을 걸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