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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오서산 억새 능선길 - 시원한 서해 조망 길을 걷다.

by 마음풍경 2011. 10. 3.

 

 

오서산 억새 능선길

 

 

충남 홍성군 장곡면 광성리

 

 

광성주차장 ~ 공덕고개 입구 ~(알바) ~ 임도길 ~

병풍능선 ~ 오서산 정상 ~ 오서정 ~ 쉰질바위

~ 내원사 ~ 용문암 ~ 광성주차장(약 10km, 5시간 소요)

 

 

벌써 10월의 시작입니다.

오늘은 한달에 한번 함께 길을 걷는 회원님들과 억새 능선을 보기위해

대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오서산으로 향합니다.

 

오서산은 정선 민둥산, 장흥 천관산, 포천 명성산,

그리고 창녕 화왕산과 함께

우리나라 5대 억새 명산에 속합니다.

 

오서산 산행은 홍성군 광천읍 상담마을에서 시작해서

보령시 성연 마을로 이어지는 코스를 주로 하기에

오늘 걷기는 번잡함을 피하고 차를 가져가기에

홍성군 장곡면 광성 마을에서 시작해서 다시 돌아오는 코스로 합니다. 

광성 주차장은 화장실도 잘되어있고

주차장도 아주 깔끔한 곳으로 토요일인데도 참 한산합니다.

 

오서산 능선 위로 피워오른 멋진 구름을 보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입니다.

 

그다지 큰 희망이 없는 세상살이에서 이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소중한 시간이겠지요.

 

등산로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등산로 안내도를 보며

오늘 가야할 길을 다시 한번 복습합니다.

 

멋진 푸른 하늘과 화사한 가을 꽃,

그리고 눈에는 보이지않지만 마음을 살랑거리게 하는

가을 바람이 가득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이제 안내도 왼편으로 난 길을 따라 걷기를 시작해야지요.

 

그리고 곧바로 만나는 삼거리에서

왼편으로 이어지는 공덕 고개 방향으로 향합니다.

저는 이 길을 선택할 때만해도 길을 잃고

결국은 오른편 임도길로 다시 가게 될지는 몰랐었지요. ㅎ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아주 아주 한적하고 편안한 숲길이 이어집니다.

 

울창한 숲길을 걷다가 가끔씩 하늘이 열리는 풍경도 만나게 되고요.

 

지나는 길에 땅에 떨어져 있는 밤도 줍고

진하게 익어가는 열매의 모습도 봅니다.

 

하지만 이리저리 이어진 길을 아무 생각없이

가다보니 공덕 고개로 가야할 길은 없어지고 

우거진 숲을 힘들게 헤치고 나가니 조금전

주차장에서 이어지는 임도길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당초 계획은 주차장에서 곧장 공덕고개로 올라

병풍 능선을 타려고 했는데 현실은 오른편 임도길로 나오게 되었네요.

 

참 오랜만에 알바를 해보았습니다. ㅎㅎ

삶도 늘 당초 계획한 대로 정해진 길로만 가는 것은 아니겠지요.

때론 그런 것이 색다른 추억이 됩니다.

이제 오른편 내연사 방향으로 갑니다.

 

길가에 여러가지 야생화들이 피어있습니다.

이곳은 도라지 꽃도 키가 작고 다른 꽃들도 왠지 키가 작더군요.

 

누렇게 익어가는 장곡면 들판의 너른 풍경도 바라보입니다.

 

오서산을 하산할 때 내려와야하는 쉰질바위 쪽 능선도 보이고요.

 

멀리서 볼 때는 쉰질 바위 옆으로 암자가

있는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전망대가 있더군요.

 

내원사를 조금 못미쳐 정상으로 바로 오르는 길이 있어 이곳으로 오릅니다.

 

어느 산이나 그렇지만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늘 힘들지요.

하지만 산행이 아니고 편안한 들길을

걷는다는 생각으로 한발 한발 내딛습니다.

 

죽어버린 나무 껍질사이로 버섯들이 기생하고 있는 풍경을 만났습니다.

나무 자체는 죽었지만 자연 상태의 눈으로 보면 죽은 것은 아니겠지요.

 

숲길 좌우로 나무들이 에워싸고 있어서 그런지

다른 산길과는 다른 묘한 느낌이 있더군요.

 

가파른 오름 길을 힘들게 오른다는 생각보다는

무언가 이 숲길에 빨려든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병풍능선까지 참 아늑하게 올라온것 같습니다.

당초 왼편 공덕고개 방향에서 이 능선을 이어오려 했는데

알바때문에 이처럼 중간에서 만나게 되었네요.

그나저나 공덕고개 이정표는 있지만 무슨 이유인지

공덕고개 능선은 줄로 막혀있고 길도 우거진 풀에 가려 있더군요.

 

또한 오를 때는 홍성에서 설치한 이정표를 봤는데

이곳 능선에서는 갑자기 오서산 자연휴양림 이정표를 만나게 되니

산길을 걷는 사람의 입장으로는 조금은 혼란스럽습니다.

그다지 큰산도 아닌데 각각 다른 이정표를 보니 말입니다.

물론 이 길이 보령시 청라면에 있는

오서산 자연휴양림에서 바로 오를 수 있는 길이긴 하지요.

 

여튼 나중에 정상에서 여러 오서산 정상석을 보게되는 것처럼

이 또한 각 지방 자치단체들의 이기적인 모습은 아닐까 합니다.

 

정상을 따라 능선을 오르니 멋진 조망이 반겨줍니다.

시야를 가린 숲길을 걷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조망처는 더욱 시원한 느낌을 주지요.

 

전망 바위에 올라 누런 들판을 바라봅니다.

광천 저수지도 보이고 멀리 홍동저수지도 보이네요.

 

왼편으로는 봉우리 주변을 따라

오서정 전망대로 구불 구불 이어지는 길이 이색적인 모습이지요.

 

그리고 오른편으로 오서산 정상에서 동북 방향으로 이어지는 병풍 능선도 한눈에 보이고

능선 좌우측으로 임도 길도 구불 구불 이어집니다.

나중에 오서산 정상 주변으로 이어지는 둘레 임도길을 걸어봐야겠습니다.

 

시원한 전망처를 지나 오서산 주능선으로 올라섭니다.

과거 등산 할때의 마음이 정상만을 목적으로 무작정 오르는 마음이었다면

오늘은 길을 따라 여유를 가지고 편하게 걷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하여 같은 길인데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이처럼 다른 느낌이 되네요. 

 

능선너머 멀리 서해안 바다의 풍경도 나타납니다.  

 

오늘 이곳을 온 가장 큰 이유인 살랑거리는 억새의 풍경도 물론 봐야지요.

 

억새를 따라 능선을 조금 걸어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에서 이곳 정상까지 약 4km에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알바를 했기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린 것 같습니다.

 

이곳 오서산을 마지막으로 와본 날이 언제인가 찾아보니

2005년 10월 1일 토요일. 딱! 만 6년전 오늘이었네요. ㅎㅎ

(http://blog.daum.net/sannasdas/3304778)

생각지 않았는데 날짜가 같은걸 보니

참 묘한 오서산과의 인연인가 봅니다.

 

과거에 왔을 때 정상석에 보령 오서산이라 되어 있었고

정상석이 세 동강이 난 모습으로 있었는데

오늘와서 보니 그냥 오서산이라 되어있고

그 옆으로 작게 광천에서 세운 작은 정상석이 있더군요.

 

어느 지역 정상이면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그저 이처럼 멋진 자연의 모습을 바라볼 수만 있어도 행복이겠지요.

 

내 목숨 조차도 궁극적으로는 내 것이 아니고 어쩌면 자연의 소유일텐데

하물며 영구하게 존재하는 자연이 누구의 소유물이겠습니까.

 

차라리 보령이니 광천이니 하는 지역의 이기주의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따로 따로 되어있어 혼란스러운 오서산 이정표와

산행 안내도라도 합심하여 통일할 수 있다면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애구 이처럼 멋진 자연에 와서도 복잡하기만 한 인간사를 생각하네요.

살랑거리는 아름다운 억새의 풍경과 함께 남쪽으로

성원저수지 주변 모습이 참 아늑하게 다가오는데 말입니다.

 

정상 주변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이제 억새 능선을 따라 오서정으로 향합니다.

 

오서산은 금강을 따라 이어지는 금북정맥에서 가장 높은 산(790.7m)이어서인지

조망이 무척이나 좋아 '서해의 등대산'이라고도 부릅니다.

우리나라 5대 억새군락지이기도 하고요.

 

다만 잡목이 많이 자라나서인지 억새의 장관이 과거만은 못하더군요.

아쉽지만 이 또한 자연의 섭리이기에 그대로 받아야겠습니다.

 

오서산 정상에서 오서정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억새가 없다해도

마음을 참 시원하게 해주는 길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바람처럼 자유롭기를 바란다.

흔히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기를 바라지만,

우리의 자유를 구속하는 건 '보이지 않는 그물'이다.

카르마의 그물.

순간순간, 평생에 걸쳐서, 인연의 얽히고 설킴에 의해서,

홀로 또는 여럿이서 함께 만든 '업'의 그물.

 

                                           < 윤제학의 바람이 지은 집 절 중에서>

 

무심하게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으려니

문득 내 삶의 인연이란게 무언지,

불교에서 말하는 업,

즉 카르마가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게됩니다.

 

한번 살다가는 세상사 어차피 정답은 없겠지요.

얼마전 읽은 조은님의 산문집 <마음이여, 걸어라>에

나오는 글 몇구절이 다시 생각이 납니다.

 

'우리에게 사후 세계라는 것이 정말로 있다면,

우리 중 이곳을 먼저 떠난 누군가는

늦게 올 다른 사람을 기다리게 될까?

이곳에서 만났던 사람과의 심리적 결속감을

죽어서도 그래도 유지하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지금 내가 해야 한다면,

나의 대답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이다.

누군가와의 관계가 지속되는 기간은 한 사람이 떠나도

남겨진 자가 그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순간까지일 뿐이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 나의 솔직한 생각이다.

 

 

나는 인간에게 사후세계라는 것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없을 것라고 믿는다.

그래서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바로 이 순간에

위선이나 속임수 같은 것을 섞고 싶지 않다.

다음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이곳에 머무는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글을 떠올리면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나는 정말 위선이나 속임수 없이 이 세상을 진실되게 살고 있는지.

늘 모순투성이고 허위의식에 가득차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은 늘 제 자신을 일깨워주는 고마운 스승이지요.

그나저나 오서산 능선을 바람타고 쉬이 넘어왔나 봅니다.

어느새 오서정 전망대에 도착했네요.

 

이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

마치 비행기를 타고 창너머로 바라보는 풍경 같습니다.

 

가을이라는 정취가 가득 담겨있는 참 고운 우리 국토의 모습이지요.

 

이곳에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면 얼마나 황홀할까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곳에서 비박을 하면서

지는 노을과 뜨는 일출을 보고 싶네요. 

 

오서정 근처에는 광천에서 세운 정상석이 있습니다.

이유야 무엇이든지간에 홍성군과 보령시가 서로 힘을 합쳐서

공동으로 하나의 정상석도 세우고 통일된 이정표 등도 만들기를 소망해봅니다.

 

오서정을 뒤돌아나와 삼거리에서 왼편 임도길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산행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왔기에

어쩌면 하산이라기 보다는

좋은 임도 길을 계속 걷는다는 생각입니다.

 

오른편으로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이곳 길이 참 매력적입니다.

 

마치 비행기를 타고가다 착륙을 위해 하강을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임도길을 구불 구불 내려서다 임도길 삼거리에서

직진을 하니 멋진 바위가 모습을 보입니다.  

 

오전에 오를때 멀리서 보였던 바로 쉰질바위 전망대이지요.

 

전망대는 위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서서 되돌아가지 않고

다시 쉰질바위를 지나 임도를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아래쪽 전망대 옆으로 작은 기도터도 있고요.

 

쉰질이라는 이름처럼 바위 높이가 무척이나 큽니다.

한 길(질)이 사람의 키 높이라고 하니 50길이면

대략 100미터는 못되지만 무척이나 키가 큰 바위네요.

물론 지리산 등 전국적으로 쉰질이라는 이름의 바위가 많습니다.

 

쉰질 바위를 빠져나와 다시 한적한 임도 길을 걷습니다.

 

휘휘 도는 임도길에서 웅장한 쉰질바위 모습도 바라보입니다.

무언가 전설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전망대에 아푸런 설명은 없더군요.

 

내려서는 길 주변은 구절초 등 야생화 천지였습니다.

꽃이 많으니 물론 나비도 많고요.

 

새하얀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는 듯한 구철초를 보니

꽃들이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다는 시 구절이 생각이 나네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함이 배여오는데

저는 왜 코끝이 찡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멀리서 봐야 아름다운 꽃이 있고

가까이서 자세히 봐야 아름다운 꽃이 있습니다.

초가을을 알리는 들국화는 둘 다인것 같지요.

 

꽃들과 함께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내연사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하여 잠시 내연사에 들러보기로 합니다.

 

절의 규모는 작지만 주변 나무들이 무척이나 큰 것을 보면

과거 이곳에 큰 사찰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연사는 오서산의 서쪽에 있는 정암사에 비해 내세울 것은 없지만

한적하고 차분한 느낌이 드는 사찰인것 같습니다.

 

내원사 경내를 벗어나는데 재미난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코에 작은 나무가 있는 모습이 돼지 같다 생각해 봅니다. ㅎㅎ

 

짧은 시간이었지만 왠지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내연사로 들어서는 길 또한 무척이나 매력적인 모습이고요.

 

내연사 입구 사거리에서 오른편 임도길을 가지않고

바로 내원 계곡을 따라 마을로 내려섭니다.

비가 온지 오래되었는데 산이 깊어서인지 물이 졸졸 흐르더군요.

 

용문암을 지나 다시 임도를 만났습니다.

 

다시 광성 주차장에 도착해서

약 5시간의 오서산 억새 능선 길 걷기를 마칩니다.

비록 과거처럼 화려한 억새의 모습은 부족하지만

시원하게 펼쳐지는 조망만으로도 아름다운 곳이네요.

 

가을에 오서산이 인기가 있는 것은 억새 풍경뿐만 아니라

가을 대하로 유명한 남당항이나 아니면 자

연산 키조개로 유명한 오천항이 가까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저는 오천항으로 발걸음을 했는데 재미난 모습을 사진에 담게 되었네요.

바다를 너무나 사랑하는 자동차일까요. 

아님 수륙 양용차일까요. ㅎㅎ

서해가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한데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잊고 주차했던 차인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분주했던 하루의 해가

서해 바다 너머로 기울어 갑니다.

만 6년만에 다시 와본 오서산이었지만

그 때 비가 와서 보지 못했던

시원한 조망을 오늘은 원없이 본것 같습니다.

 

자연과는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항상 부담없는 인연이어서인지

 그 자연속에 있으면 늘 자유로운가 봅니다.

오늘도 자연을 통해 배웁니다.

진정한 인연은 구속이나 굴레가 아니고 자유로움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