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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제주 비양도 - 섬에서 보낸 6시간의 휴식

by 마음풍경 2011. 11. 28.

 

비양도

 

제주시 한림읍 협제리 비양도동

 

 

- 해안 산책로 :  비양도 선착장 ~ 비양마을회관 ~ 코끼리 바위 ~ 돌공원 ~ 수석거리 ~

팔랑못 산책로 ~ 발전소 ~ 한림초교 비양분교 ~ 호돌이 식당(약 4km)

 

- 비양봉 등대 길 : 호돌이 식당 ~ 비양봉 등산로 입구 ~ 나무 계단 ~ 전망대 ~ 비양 등대 ~

나무 계단 ~ 산 포장 길 ~ 나무 계단 ~ 비양 마을 회관(약 2.5km)

 

 

제주에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우도, 마라도외에도

가파도, 추자도, 그리고 비양도 등 주변에 여러 섬이 있습니다.

섬인 제주에 와서 섬속의 또다른 섬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일겁니다.

하여 그중 많이 알려지지 않은 섬인 비양도를 찾아가 봅니다.

비양도는 비양도행 한림항 선착장에서 배가 출발하는데

선착장은 한림항에서 조금 한림읍 시내쪽으로 오면 있습니다.

무작정 한림항으로 찾아가면 낭패를 볼 수도 있지요.

 

비양도는 하루에 단 두차례만 배가 운행을 하기에

당일치기면 9시 배를 타고 들어가 3시 16분 배로 나와야합니다.

안그러면 비양도에서 하룻밤을 자야하나

1박 2일로 갈 정도의 섬은 아니지요.

 

하여 섬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대략 6시간 정도가 되지요.

오른쪽 작은 배가 비양도로 가는 비양호입니다.

 

한림항에서 비양도까지는 북서쪽으로 약 5km 떨어져 있어 선착장에서도 바로 바라보이지요.

 

겨울 제주는 방어회가 유명한데 이 배들이 모두 방어잡이 배는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갈치 잡이 배일수도 있고요. ㅎㅎ

 

방어와 갈치는 밤에 불을 켜고 잡기에 낮에는 이처럼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고요.

 

9시가 되자 몇몇 승객을 태우고 비양도행 배가 출발합니다.

 

배로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배를 타는 재미는 그리 크게 없습니다.

 

그래도 너른 바다와 방파제가 펼쳐지는 시원한 바다 풍경만으로도 참 좋네요.

 

제가 탄 배는 무척 작은 배인데 옆으로 큰 화물선이 지나가니 배가 흔들거립니다.

 

 출발할 때부터 내내 비양도를 보고와서인지 왠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어찌보면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잡아먹은 보아뱀의 모습처럼 보이네요.

 

  바람이 부는 날이라 그런지 하늘의 구름 또한 멋진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정말 한림항을 출발한지 약 15분 정도 지나 비양도에 도착했습니다.

 

비양도 안내판을 읽어보니 해안선의 길이가 겨우 3.5km로 무척이나 작은 섬이지요.

 

 이제 이 작은 섬에서 무려 6시간의 긴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하여 먼저 해안선을 따라 시계 방향으로 한바퀴 돌고나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비양봉 등산을 하기로 계획해 봅니다.

 

지금부터 천 년 전 이 섬은 소악이 99봉으로, 1백봉을 채우지 못해 대국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중국 쪽에서 1개의 봉이 섬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는데

봉우리가 한림 앞바다까지 이르렀을 때 한 아주머니가 굉음에 놀라 집 밖으로 나갔다가 마을과 부딪칠 것 같아 멈추라고 소리치자

제주로 오지 못하고 지금의 위치에 떨어져 섬이 되었다고 합니다.

만일 아주머니가 아니었다면 제주도는 1백봉이 형성되어 대국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재미난 전설이 있네요.

그래서 날아온 섬이라는 뜻으로 비양도라 이름하게 되었고요. 하여 마을 입구에 그를 기념하고자 천년 기념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이곳은 2005년에 방영된 SBS 드라마 봄날의 촬영지 였다고 합니다.

고현정과 조인성이 나오는 드라마라고 하는데 저는 보지못했네요. 봄날에 이곳에 오면 그 느낌이 더욱 감미로울 것 같네요.

 

미역을 말리고 있는 마을 길에서 해안선 걷기를 시작합니다.

 

길 오른편으로는 비양봉이 아담한 모습으로 있습니다.

 

또한 왼편으로는 너른 바다의 수평선을 보고 갑니다.

 

길을 따라 해안가로 밀려온 미역을 채취하여 말리는 풍경이 자주 나타납니다.

 

해안가의 풍경도 참 한가롭지만 바람 살랑거리는 초원의 모습도 그저 평화롭네요.

 

해안길을 따라 가는데 중간에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길이 유실되어 복구하고 있더군요.

 

시멘트 포장을 걷어낸 것이 되려 더욱 자연스러운 길이 되는것도 같네요.

 

마을을 지나 해안선을 따라 한 구비를 돌아서니 정말 원시적인 풍광이 나타납니다.

 

 공룡과 같은 재미난 모습의 바위도 나타나고요.

 

 제주가 화산섬이라 그런지 바위의 색감도 무척이나 독특한것 같습니다.

 

ㅎㅎ 길에 온통 미역 지뢰밭이네요.

미역을 밟지 않도록 이리저리 발을 조심조심 내딛습니다.

 

 비양도 주변에는 80여종의 풍부한 어종과 각종 해조류가 서식하며 낚시를 하기도 좋다고 하네요.

 

고슴도치 모양의 섬인줄 알았는데 시야를 조금 바꾸니 코끼리 모습의 바위가 나타나네요.

 

제주에서 많이 떨어져 있지 않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망망대해의 풍경이

제주에서 보는 바다 모습과는 많이 다른것 같습니다.  

 

한가로운 섬에서 정말 한가로운 시간을 가져봅니다.

섬전체를 돌아도 채 1시간이 걸리지 않기에 남은 배시간을 생각하면 더욱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게 되네요.

 

이런 저런 모양의 돌들이 전시되어 잇는 돌공원에 도착합니다.

 

제주도 내의 섬이라 그런지 작은 섬이지만 관광을 위한 볼거리가 제법 있네요.

 

바다를 응시하며 서있는 바위가 천연기념물 439호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천연기념물을 볼줄은 정말 생각하지 않았었는데요.

 

비록 제주의 용두암처럼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왠지 아슬하게 서있는 모습에서

더욱 귀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수석거리를 지나니 바다너머 한라산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다른섬에 비해 이곳 비양도가 한라산의 풍경을 가장 멋지게 조망할 수 있는 섬인것 같습니다.

한라산을 가장 얼짱 각도로 바라볼 수 있다고 할까요.

 

호반 산책로가 잘 정비된 펄랑못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한라산 능선의 아스라한 실루엣을 감상하며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풍성한 억새가 바람에 휘날리는 풍경을 보니 제주는 겨울이 아직 오지는 않았네요.

 

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바다건너 섬이 아닌 제주 어느 곳에서 한라산을 시원하게 바라보는 느낌이 듭니다.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도 참 편하고 멋지게 걸을 수 있습니다.

 

그대에게 가는 길이

세상에 있나 해서

 

 

길따라 나섰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끝없는 그리움이

나에게는 힘이 되어

 

 

내 스스로 길이 되어

그대에게 갑니다.

 

                    - 안도현 시인의 '나그네' -

 

 

펄랑못 산책길을 휘휘 돌아 걷습니다.

제주도에는 이와같은 호수를 보기가 쉽지 않은데 더더욱 이처럼 작은 섬에 이런 연못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비양도를 단지 걷기위해서만 온다면 해안길 걷기 1시간, 비양봉 오르기 1시간 등

모두 2시간이면 충분할겁니다.

 

걷기 목적인 2시간외에 무려 4시간이라는 여유로움이 주어지니

이를 어찌 사용해야 할지 처음에는 조금 막막하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어른이 된 이후 이처럼 아무 목적이나 생각없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점차 그 여유로움과 한가로움을 즐거운 나태함(?)으로 즐기는 법을 알게 되더군요.

 

마치 아무런 생각없이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삶을 즐기던

어린시절로 돌아간것 같은 느낌이 들고요.

 

 더우기 이처럼 멋진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지기에

발걸음을 멈추고 한없이 바라만 봐도 그저 좋은 시간이 됩니다.

 

멋진 해안 풍광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섬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를 지납니다.

 

앞으로는 이곳에 기름으로 전기를 생산하지않고 풍력이나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든다면 더욱 청정한 지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네요.  

 

한림초교 비양분교장 앞도 지납니다.

학교 마당에 그네가 있어 잠시 타보았는데 즐겁기보다는 조금 어지럽더군요.

아무래도 이제는 나이가 먹어가기에 그런가 봅니다.

 

오늘 점심 식사를 해야할 재미난 이름의 호돌이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비양도 해안선을 따라 천천히 한바퀴 도니 약 4km에 2시간이 걸리네요.

 

비양도 호돌이 식당은 제주도에서도 보말죽으로 유명한 식당이라고 합니다.

보말은 고동을 말하는데 가격은 만원으로 그리 싸지는 않지만 양도 많고 맛도 참 좋더군요.

특히 쫄깃한 보말이 무척이나 많이 들어 있어서 전복을 거의 낚시를 해야하는 전복죽보다는 훨씬 나은것 같습니다.

 

식사를 주문하고 마치는데 거의 1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요즘 식사 시간이 거의 30분이 넘지 않는데 참 오랜만에 여유로운 식사 시간을 가져보았네요.

다른 의미에서 이런게 진정한 슬로우 푸드가 아닐까요. ㅎㅎ

이제 비양봉을 향해 출발합니다.

 

비양봉으로 오르는 길은 마을 안쪽 골목 길을 이어가야합니다.

무화과 나무를 참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제가 어린시절 살던 곳에는 집집마다 무화과 나무를 키우는 집이 많았습니다,

가을이면 잘익은 무화과 열매를 따서 먹기도 하고 잎은 따면 하얀 액이 나와서 화장실 소독으로도 사용하곤 했었는데..

 

마을 길을 지나니 오전에 걸었던 해안길보다는 산쪽으로 포장된 길이 나있더군요.

 

좀 더 높은 위치에서 바라보는 해안의 경치도 참 평화롭게 다가옵니다.

 

마치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듯한 느낌의 길을 걷는 기분도 참 좋네요.

 

이제 이곳 나무 계단에서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이 됩니다.

다만 정상까지 500미터 밖에 되지 않아 그리 힘들것 같지는 않네요.  

 

역광으로 비추는 바닷가의 풍경이 한폭의 느낌 좋은 그림처럼 보이네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살랑거리는 억새의 모습도 참 정갈하고요.

 

능선으로 올라서니 저 멀리 비양봉의 정상에 있는 하얀 등대도 그 모습을 보입니다.

 

제주도의 북서쪽인 협제와 현경 방면 해안선도 한눈에 바라보이네요.

 

물론 북서쪽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능선의 모습도 정말 장관입니다.

 

한가로운 포구의 모습인 비양항도 발 아래 펼쳐지네요.

 

잠시 조릿대 숲길을 지나가니 정상 못미쳐서 편하게 주변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조망은 정말 말로 표현이 어렵네요.

한라산을 이처럼 편안하고 넉넉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제 두 눈으로 보여지는 현실인것 같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꿈속에서 바라보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멋진 장소에서 커피 한잔 빠질 수는 없겠지요. 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다방을 차려봅니다. ㅎㅎ

길걷기를 하다 조망이 좋은 장소를 만나 그곳에서 마시는 차 한잔..

나는 행복하다. 참 많이 행복하다는 느낌이 가장 많이 드는 시간이지요.

 

향기로운 커피도 한잔하며 이 풍경을 질리도록 바라보고 또 바라봅니다.

시간이 무척 여유로우니 누워서 푸른 하늘보며 낮잠이라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망대에서 오래 오래 시간을 보낸 후에 정상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리고 등대가 있는 해발 114m의 비양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사방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조망에 취해봅니다.

 

  그립다는 것은 가슴에 이미 상처가 깊어졌다는 뜻이라는 시구가 생각이 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이면 늘 그리움이 친구처럼 내 곁에 함께 하지요.  

오늘은 서로 마주 바라보고 있는 한라산과 이 등대 사이에 내재되어 있는 그리움만큼...

 

또한 그립다는 것은 가슴이 살아 있다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하여 자연은 늘 가슴이 살아 있도록 만들어 주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어 있지않고 늘 깨어있도록....

 

오래 오래 비양봉 정상에 있고 싶었지만 아무리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졌다 해도

이제는 내려가야할 시간이 되었네요.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를 배경으로 또 다른 느낌으로 반짝이는 억새의 풍경이 참 잘 어우러지는 것 같습니다.

빛과 바람 그리고 바다와 억새.. 그 자연의 조화로움이 늘 절 감동을 시키지요.

 

나무 계단 길을 내려와 마을 쪽으로 되돌아가려다 바다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봅니다.  

 

 풀이 우거진 좁은 길을 지나니 오전에 걸었던 해안길이 나옵니다.

해안에서 보이는 이 나무 계단이 정상으로 바로 연결이 되는것으로 알았는데 사실은 이렇게 연결이 된거네요.

 

오전에 이 곳을 지나며 바라본 풍경이지만 전혀 다른 풍경으로 느껴집니다.

같은 사물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것 같습니다.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해안선 풍경도 오전보다 더욱 매혹적이지요.

 

비양도는 치안센터가 마을에 있지 않고 이렇게 떨어져 있는 것이 조금 독특한것 같네요.

 

한장 한장 사진으로 담지만 어느것 하나 버릴 것 없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한라산을 바라보며 다시 해안길을 따라 되돌아 갑니다.

 

오전에는 걷지 않았던 마을 돌담길도 잠시 걸어봅니다.

 

돌담은 바람이 센 섬 마을에만 있는 지난한 삶의 모습이겠지요,

 

돌담을 따라 나가니 다시 마을 앞 공터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아직 배 시간이 남아서 빨간 등대가 있는 방파제쪽으로 나가봅니다.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의 풍경도 좋고.

 

한라산이 배경이 되어주는 바다의 풍경도 한없는 행복으로 다가옵니다.

 

이제 저를 다시 제주로 태워서 보내줄 배가 들어오고 있네요.

 

그나저나 배가 적어서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찾는다면 곤란하겠지요. ㅎㅎ

 

아쉽지만 이제 비양도를 떠나갑니다.

언제 다시 이어질 인연일지는 모르겠지만 비록 단 한번의 인연이라해도 참 행복했고 황홀한 시간이었네요.

 

처음에 이 섬에 올때만 해도 비양도를 둘러보는데 대략 2시간이면 족한것 같은데

배 시간으로 인해 무려 6시간이라는 시간을 어찌 보내나 걱정도 했지만

떠나는 마음에서 뒤돌아 생각하니 그런 걱정은 정말 쓸데없는 기우였네요. ㅎㅎ

 

기존에 제가 가본 여느 섬처럼 '목적 의식을 가지고 섬을 거닐었다'기 보다는

배시간때문에 그러하긴 했지만 우연하게도

삶에 지친 몸과 마음을 정말 아주 편하게 내려놓는 기회가 된것 같습니다.

날아온 섬이라는 비양도에서 보낸 6시간의 아주 편한 꿈같은 휴식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