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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거제 내도 - 동백꽃따라 걷는 신선전망대 길

by 마음풍경 2012. 3. 11.

 

거제 내도

 

경남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내도 선착장 ~ 편백숲 ~ 세심전망대 ~ 연인길 삼거리 ~ 신선전망대 ~ 희망전망대 ~ 무궁화나무 ~ 내도 선착장

(약 3km, 2시간 소요/휴식 포함)

 

 

거제 내도는 거제 구조라에서 배로 1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고

거제 보타니아 섬으로 유명한 외도와는 약 1.6km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이지만

편백 숲길을 시작으로 여러 전망대를 잇는 동백 숲길이 참 고즈넉한 느낌이 가득하며

봄이 오는 길목에서 가볍게 걷기에 좋은 평화로운 섬입니다.

 

 

2009년 3월에 지심도를 다녀오고 참 오랜만에 거제 앞바다에 있는 섬인 내도로 갑니다. 

지심도의 한적하고 여유로운 느낌이 참 좋아서 그 뒤로 섬을 자주 가게되는 계기가 되었지요.

(섬을 거닐다 : 거제 지심도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64)

대전에서 2시간 40분 걸리는 버스를 타고

3년만에 다시와 본 고현 터미널의 모습은 전혀 변하지가 않았습니다.  

 

다만 거제시 시내버스는 새롭게 정보화가 되어서 가고자하는 목적지를 쉽게 찾아갈 수가 있습니다.

거기다가 거제 시내버스 안내 스마트폰 어플까지 있더군요.

 

고현 터미널에서 내도를 가기위해 타고갈 버스는 구조라행 버스입니다.

22번, 23번, 23-1번 등이 매시 10분과 35분에 출발을 하고 구조라 종점인 수정에서는 매시 13분과 38분에 출발을 하지요.

 

고현터미널에서 1시간 정도 시내버스를 타고 구조라 행 버스 종점의 한 정거장 앞인 삼정에서 내려

바로 앞에 시골 백반을 파는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합니다.

 

푸짐한 생선매운탕과 단촐한 반찬이 있는 백반이 7000원입니다.

그나저나 얼마전만해도 시골 백반이 5천원을 넘지 않았는데 물가가 참 가파르게 오르지요.

 

아침 일찍부터 움직여서인지 배가 많이 고팠나봅니다.

하여 허겁지겁 식사를 마치고 내도행 배를 타기위해 바닷가 쪽으로 나가봅니다.

 

일반적으로 바닷가 항구 주변은 물이 그리 깨끗하지 못하는데 이곳은 물이 참 맑습니다.

작은 쪽배를 보니 혼자 저 배를 타고 내도를 가고픈 마음이 드네요.

 

내도를 가려면 해금강이나 외도를 가는 구조라 유람선 선착장이 아닌

구조라 보건지소 앞에 있는 구조라 도선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합니다.

내도를 들어가는 배는 9시, 11시, 1시, 3시, 5시에 출발하고

 내도에서 나오는 배편은 구조라 출발시간 30분 뒤에 있습니다.

 

구조라에서 내도까지 약 10여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서인지 다니는 배도 참 작고 소박하지요.

 

 배너머 보이는 저 섬이 오늘 가야할 내도입니다.

멀리서 보니 큰 우주 비행선(UFO)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토요일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여행객들이 제법 됩니다.

 

1시에 구조라 항을 뒤로 하고 내도를 향해 배는 출발을 합니다.

 

오른편으로 거제 해금강도 보이고 외도 그리도 내도가 나란히 수평선에 걸려있네요.

비록 짧은 배시간이지만 바닷 바람을 맞으며 배를 타는 기분은 언제나 참 좋습니다.

그 바람에는 낯선 곳에 대한 설레임과 묘한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왼편 공고지쪽 해안에는 바다낚시하는 풍경도 보입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동백나무 터널과 수선화 풍경이 멋진 공고지는

영화 종려나무숲을 통해 알려지게 된 곳입니다.

4년전에 가본 곳인데 이렇게 바다에서 그 모습을 보니 새롭네요.

(http://blog.daum.net/sannasdas/12358744)

 

정말 딱 10분 정도 배를 타고 오니 내도 선착장에 도착을 하네요.

 

내도의 해안선 길이는 3.24km이며 외도 면적의 2배 정도 되는 아주 작은 섬입니다.

 

그리고 내도는 국토해양부가 지정한 명품 2호 마을이기도 하고요.

 

과거에 공고지에서 이곳을 바라볼 때 헤엄쳐서 건널 정도로 가깝게 느껴졌었는데

이곳에서 바다 건너편 공고지를 보는 느낌도 같은 것 같습니다.

군산 선유도처럼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예쁜 다리를 하나 만들면 어떨까요. ㅎㅎ

 

선착장에서 왼편으로 몽돌해변 길을 걸으니

멋진 동백나무가 반겨주는 탐방로 입구가 나옵니다. 

 

다음에 출발하는 배 시간이 3시 30분이므로 2시간 약간 넘는 시간이 있지만

전체 걷는 거리가 대략 3km이기에 아주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걸어도 충분할 것 같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내도 동백꽃 길을 걸어야지요.

이곳에서 섬의 끝지점인 신선전망대까지는 1.3km 거리입니다.

 

길가의 동백나무가 마치 어서 오라고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네요.

 

숲으로 들어서니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뻗은 편백나무가 먼저 반겨줍니다.

섬에서 편백나무 숲을 본것은 처음인것 같아 신기한 마음이네요.

 

그래도 오늘 걷는 길의 주제는 물론

길가에 처연하게 뚝 떨어져있는 동백꽃입니다.

 

산책로 및 의자 등 편의 시설도 잘 정비가 되어 있고

주변 자연과도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쪼개진 바위 사이로 자라고 있는 동백나무를 보면서

자연의 공존과 조화로움을 새삼 느껴봅니다.

 

울창한 숲너머로 멋진 해안선의 풍경도 드문 드문 나타나고요.

 

이제 본격적으로 동백나무 숲길이 이어집니다.

다만 다른 해 같으면 지금이 동백꽃이 만개하여 지는 시기일텐데

올해는 겨울이 길어서인지 아쉽지만 아직 많은 동백꽃을 보기는 어렵네요.

 

그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내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 김선우의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너무나 한적한 길이라 오늘 여행을 떠나면서 가져온 시집에 있는 시 한편을 잠시 읽어보았습니다.

동백꽃이 귀해서인지 드문 드문 피어있는 한송이 한송이의 모습이 더욱 귀하고 소중하게 다가오네요.

 

동백나무 숲길을 빠져나오니 탁 트인 초원이 잠시 펼쳐집니다.

 

그리고 첫번째 전망대인 세심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는 공고지를 따라 구리치끝 등대가 있는 해안선이 아름답게 조망이 됩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지세포리에서 등대가 있는 곳까지 한번 걸어봐야겠네요.

 

전망대를 내려와 다시 동백나무 터널 길로 들어섭니다.

 

청아하게 울리는 새소리를 들으며 땅에 떨어져 있는 동백꽃을 행여 밟을까 조심조심하며 걷네요.

 

동백은 한자로 겨울 동()에 측백나무 백()자로 그이름처럼

겨울에 꽃이 피기 시작하여 초봄에 저무는 꽃인데 올해는 많이 더디게 피는 것 같습니다.

동백꽃은 벌이나 나비가 아닌 동박새에 의해 수정이 되어 핀다고 하는데

어쩌면 동박새들이 게을러서 그런것은 아닐까요. ㅋ

 

한적한 길을 느린 발걸음으로 걷다보니 연인길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이곳부터 섬의 끝인 신선전망대까지가 연인길이라 하는데 왜 이 길만 연인길이라 할까요.

제가 보기에는 내도 섬 전체 산책길이 전부 연인길이어도 될것 같은데요. ㅎ

 

내도를 자연이 품은 섬이라는 말처럼 동백나무뿐만 아니라

소나무, 후박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은 아직 채 피지않은 선운사 동백꽃의 아쉬움을 달래며

작년에 피었던 동백꽃이 막걸리집 여자의 목이 쉰 육자배기 가락에 남아있다고 했는데

동백꽃하면 제 마음속에는 지심도의 동백꽃이 아스라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물론 이곳 내도의 동백꽃도 먼 훗날 또 다른 추억으로 떠오르겠지요.

 

 작은 고개를 넘어서니 오늘 걷기의 반환점인 신선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이곳 전망대에 서면 바다 건너편 외도가 가깝게 다가오고 저멀리 해금강의 모습도 바라보입니다.

또한 지심도의 마끝과 비슷한 느낌도 들고요.

 

오늘도 변함없이 이 멋진 풍경을 친구삼아 따뜻한 커피 한잔 해야지요.

 

난간에 기대어 불어오는 바람을 음미하고 멋진 자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 한잔의 시간이

오늘도 역시 가장 소중하고 행복하네요.

이런 소중한 시간을 알게해준 자연이 고맙고 살아있음이 또한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오늘 날씨가 무척이나 변덕입니다.

조금 전까지 비가 한방울 두방울 내리더니 또 갑자기 해가 비치곤하니요. 

 

옛날 대마도 가까이에 있던 외도(남자섬)가 구조라 마을 앞에 있는 내도(여자섬)를 향해

떠오는 것을 보고 놀란 동네 여인이 "섬이 떠온다고"고 고함을 치자 그 자리에 멈추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내도에서 외도까지 거리가 십리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1.8km라고 하는데

영원히 만나지는 못하고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바라만 보라는 운명인가 봅니다.

그래도 영원한 이별은 아니기에 이처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친구처럼 사는 것도 행복이 아닐까 하네요.

 

따뜻한 차도 한잔 마시고 신선전망대에서 오래동안 주변 풍경도 바라보고나서 다시 길을 되돌아옵니다.

 

그리고 연인길삼거리에서 왼편 길을 따라 희망전망대 방향으로 길을 이어걷습니다.

 

내도의 동편은 깊은 숲길로 이루어졌는데 서편쪽은 해안 풍경이 트이는 길로 이루어진것 같습니다.

 

해가 많이 비춰서 그런지 동백꽃들도 더 많이 피어있고요.

 

대부분의 꽃은 가지에 피어있을 때 아름답지만

동백꽃처럼 지고나서 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꽃은 그리 흔하지 않기에 더욱 마음이 끌리는가봅니다.

 

문득 과거 섬진강 매화마을에서 보았던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매화꽃의 낙화 풍경이 생각이 나는데

아직도 눈 감으면 영화 천년학의 한 장면과 함께 그 모습이 잔잔하게 떠오릅니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67)

 

비록 오늘 걷는 길이 풍성한 동백꽃의 모습은 아니지만 숲길의 아늑함에 빠져버렸네요.

 

 그 아늑함에 빠져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희망 전망대에 온 모양입니다.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고요.

 

전망대에 서서 아무 생각없이 또 아무 근심없이 주변 풍경을 바라만 봅니다.

높은 산에 올라 주변 산그리메를 바라보는 느낌과 참 많이 비슷하네요.

 

사는게 때론 허망하고 무의미한 생각에 사는게 아득하다가도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속에 있다보면 살아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하는 의미에 새삼 정신이 들곤 합니다.

 

희망전망대에 있던 사람들과 잠시 이야기도 나누고 다시 마을로 향합니다.

그나저나 오늘 여행길에서 사람들과 처음 대화를 나눈 시간이었네요. ㅎ

 

자연이 만들어 놓은 산책길은 여전히 황홀하고 매력적입니다.

 

동백꽃 후두둑 떨어져있는 길가의 모습은 더욱 제 마음을 사로잡고요.

 

마을로 접어들어 100년된 무궁화 나무가 있다고 하기에 그곳을 찾아가는데

ㅎㅎ 빈 술병을 이용해서 예쁜 담장을 만드는 마을분을 만났습니다.

 

 

폐가 마당에 있는 이 나무가 100년이 된 무궁화 나무인데

보통 무궁화 나무의 수령이 20~40년이기에 이처럼 오래된 무궁화 나무는 귀하다고 합니다.

마을분이 나중에 무궁화꽃이 필때 오면 좋다고 말씀하시는데 폐가 주변에 있다보니 보호 및 관리가 필요한 것 같더군요.

 

 무궁화 나무도 보고 이제 내도 마을을 내려섭니다.

 

섬에 오면 민박을 하면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좋은데

나중에 혹여 오게되면 이 집에서 숙박을 정하고 싶네요.

 

내도 산책길을 마무리하고 3시 30분에 다시 내도 선착장을 출발해서 거제로 되돌아 옵니다.

내도를 이렇게 보니 모자처럼 보이는 것 같은데 과거에는 모자섬으로 불리기도 했다네요.

 

내도에서 보낸 시간이 2시간 남짓이었는데

깊은 여운이 있는 자연의 품속에 머물러 있어서 그런지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 머문 느낌이 드네요.

 

내도는 3년전 다녀온 지심도와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이 드는 섬이지만

아직 때뭍지 않은 자연의 정취가 더욱 느껴지는 섬인 것 같습니다.

향후 사람들에게 더욱 알려지더라도 이 느낌 이대로 보존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오늘 찾아간 길이 비록 만개한 동백꽃의 풍성함은 보지 못했지만

여유로움과 한적함속에 가득 담겨있는 자연의 느낌은 참 소중했고

그속에서 잠시 행복했고 평화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