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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거제 지심도 - 붉은 동백꽃 가득한 섬

by 마음풍경 2009. 3. 8.

 

경남 거제 지심도

 

 

올해는 한달에 한번씩 섬 여행을 가기로 생각하고

그 첫번째로 동백섬이라 불리는 거제 장승포 앞바다에 있는 지심도를 갑니다.

대전에서 거제 고현까지는 직통버스로 2시간 40분 정도가 걸리더군요.

물론 일반 직행버스는 3시간 정도가 걸리고요.

 

고현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장승포를 가는 시내 버스가 바로 있더군요.

 

버스를 타고 장승포를 향해 30여분을 가니 바로 지심도 터미널을 발견합니다.

 

12시 30분 출항하는 지라 시간이 있어 근처 식당에서 충무김밥으로 점심을 때웁니다.

참 오랜만에 충무 김밥을 먹습니다.

생각해보니 대학때 수학여행을 충무로 가서 충무김밥을 처음 먹어본 것 같습니다.

 

식사도 하고 여유로운 포구에서의 노니는 시간입니다.

음~~ 오징어도 맛나겠더군요.

 

 

 ㅎㅎ 이곳이 지심도 매표소지요.

우리나라 만큼 콘테이너 박스를 잘 활용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요.

 

지심도는 해안선 길이가 4km가 채 되지않는 작은 섬입니다.

과거 다녀온 목포 외달도가 생각나더군요.

 

왼편에 있는 조금 큰 배가 오늘 저를 태우고 섬으로 갈 배입니다.

 

 

12시 30분에 제법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배는 지심도로 향합니다.

 

 그리고 한 20여분 배를 타고 왔나요. 너무 가깝지요. ㅎㅎ

 

지심도 말 그대로 하나의 마음처럼 생긴 섬이고요.

이곳에 오면 갈라진 마음도 하나가 되는 걸까요. ㅎㅎ

 

잠시 선착장에서 쉬다가 사람들이 떠나고 제일 나중에 산책을 시작합니다.

섬여행은 아무래도 고독과 친구하는 시간이 나을것 같기에.

 

다시 배는 사람을 싣고 항구로 떠나갑니다.

 

그나저나 입구에서부터 원시림같은 숲이 반겨주네요.

 

그리고 바로 민박집인 동백하우스를 만납니다.

이곳에서 시계 방향과 반 시계 방향으로 산책길이 나눠지게 됩니다.

 

 

지심도에는 공소가 있어 이곳에 마리아상이 있나 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관광 안내도에 나온것처럼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저만 시계 방향으로 길을 나서봅니다.

 

그래서인지 드문 드문 지나는 여행객만 있고 새소리만 들리는 한가로움이 가득하네요.

 

요즘은 이처럼 포근한 흙길을 걷기가 참 쉽지 않지요.

 

참으로 감미롭고 아름다운 길입니다.

 

마음이 깨끗해 지는 것 같고

 떨어져 버린 동백의 처연함도 가득한 시간입니다.

 

한번도 가지 않은 미지의 길을 걷는다는 것..

잠시 희망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봅니다.

저기 어디엔가 희망이 있을 것 같아.

 

잠시 바다 조망이 터집니다.

정말 장승포항이 지척이네요.

 

동백꽃은 낙화 후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나

이곳 지심도의 동백꽃은 피어있는 모습도 참 아름답네요.

 

잠시 길을 벗어나 바다쪽으로 가봅니다.

 

ㅎㅎ 거제 몽돌해수욕장을 생각하면 안되겠네요.

 

하지만 시원한 바람과 조망 그리고 참 투명하고 고운 바다 색을 봅니다.

 

숲길도 오래걸으면 지루할 수 있는데

잠시 바다를 보고나니 숲길이 더욱 정겹습니다.

 

회색 공간의 단하나 유채색...

왠지 외로워보이네요.

사람이나 꽃이나 외로워서는 안되는데요.

 

다시 길로 되돌아와 걷습니다.

작은 그네도 만납니다. 근데 바닥이 고정되지 않아 어린이용이네요. ㅎㅎ

 

이곳은 과거 일본군이 주군해서인지 대부분 일제 시대 지어진 군사 시설들입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올 봄들어 첫 매화꽃을 이곳에서 보게되니 기쁨이 배가 됩니다.

 

동백나무 숲길을 걸어서인지

대나무의 시원함도 새롭고요.

 

편안한 길.. 편안한 마음..

그런 길을 행복함으로 걷습니다.

 

ㅎㅎ

해상국립공원인지라 이곳에서 눈에 익숙한 디자인의 이정표를 만납니다.

 

관광 지도에 나와있는 방향지시석에 도착했습니다.

이곳까지 40~50분이 소요되었네요.

 

 화장실도 군데 군데 잘 설치가 되어 있고요.

 

이제 해안선 전망대로 갑니다.

 

 나무 우거진 터널도 지나고요.

 

해안선 전망대에 외국인을 비롯한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문득 연화도의 용머리 해안이 생각나더군요.

 

시원한 조망과 바람이 함께 했습니다.

 

잠시 이 벤치에 앉아보는 여유로움도 있고요.

 

ㅎㅎ 사랑의 열쇠 고리인가요.

서로를 생각하는 진정성만 있다면 인위적인 고리가 없어도

사랑은 변함 없이 영원하지 않을까요.

 

 의자에서 일어나 다시 해안선을 바라봄니다.

참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마저 기쁨의 노래를 부르는것 같고요.

 

다시 좀더 해안선 쪽 전망대로 나가봅니다.

 

 망망 대해는 아니지만 편안함이 있습니다.

 

가장 살기좋은 곳은 가장 죽기 좋은 곳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곳이 딱 그런 곳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ㅎㅎ 발길을 돌려야지요.

 

작은배도 지나고 봄 바다의 내음이 가득합니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작은 배 하나

우리네 존재도 저와 같겠지요.

 

되돌아나와 다시 동백숲 길을 걷습니다.

 

이런 멋진 정취있는 길을 걷는 행복감이란..

 

기쁨이 온 가슴으로 충만해집니다.

 

콧노래도 흥얼거리며 걷습니다.

 

그나저나 반대 방향으로 걸어서인지

사람도 없는 한적함이 참 좋네요.

ㅎㅎ 탁월한 선택이었고요.

 

이제 동백터널길로 접어듭니다.

 

남은 인생 이처럼 포근하고 편안한 길만 걷고싶네요.

 

저 동백 터널 너머에는 무지개같은 희망이 있을까요.

 

늘 멀어져가는 희망속에서

오늘은 왠지 그 희망을 잡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어려운 세상을 헤쳐나갈 힘이 되는

희. 망. 이라는 기쁨을...

 

터널을 빠져나오니 확트인 활주로를 만나게 되네요.

 

과거 이곳이 헬기장이었다고 합니다.

 

잠시 발도 쉴겸 이곳 벤치에 앉아 노래도 듣습니다.

편안한 무릎베개가 있다면 한숨 자고픈 생각이 드네요. ㅎㅎ

 

 나무 틀 사이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왠지 액자에 들어있는 그림같습니다.

 

오래 오래 그자리에서 쉬고 싶었으나 아직 가야할 길이 있기에

다시 길을 나섭니다.

 

이곳에도 ADD 시설이 있네요.

대전에 ADD 본원이 있기에 왠지 반갑고요.

 

갈림길에서 포진지 흔적들을 보기위해 숲길을 지납니다.

 

과거 일제시대의 흔적들이지요.

 

얼마전 KBS에서 제주도의 일본 군사시설 흔적들을 보여준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이곳도 같은 흔적들인것 같습니다.

 

ㅎㅎ 조금 무섭기는 하지만 어두운 탄약고 터널도 지나가 봅니다.

 

그래도 주변에 사람들이 있어 그리 무섭지는 않더군요.

때론 사람의 존재가 귀찮기도 하지만

이럴 때는 또 필요한게 사람인가 봅니다.

 

다시 길을 휘돌아 나옵니다.

 

오던 길과 다른 길인데

참 고느적한 정취가 깊습니다.

 

드문 드문 바다 조망도 터지고요.  

 

새소리.. 바다소리.. 그리고 뚝뚝 떨어지는 동백꽃의 소리만 가득합니다.

 

행여 떨어진 꽃이 다칠까 조심 조심 걷습니다.

 

정말 망설이지 않고

열정 가득한 동백꽃을 닮고싶네요.

 

"내 안

어느 곳에

그토록 뜨겁고 찬란한 불덩이가 숨어 있었던가요.

한 생을 피우지 못하고 캄캄하던 내 꽃봉오리

꽃잎 한 장까지 화알짝 다 피워졌답니다.

그밤 그곳 그대 앞에서"

 

                                    - 김용택 시인의 만화방창 -

 

 

죽음의 이별 또한 후회스럽지 않고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는...

 

캄캄한 숲길을 걷다가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은 어찌나 시원한지..

지심도 섬만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가는 길에 차한잔 마시기 위해 민박집을 들렀는데

사람이 없더군요. 쩝

 

 다시 걷다보니 옛날 학교가 나옵니다.

관광 지도에는 그냥 운동장이라 되어 있네요.

 

근데 주변 동백나무의 모습이 정말 멋집니다.

이런 운동장을 갖고 있는 정말 멋진 학교인데

폐교가 되어서리.. 쩝

 

여하튼 다시 운동장을 되돌아나와 길을 걷는데

매화꽃과 어우러지는 바다 풍경이 참 멋집니다.

매화꽃은 섬진강에서만 보는 줄 았았는데요. ㅎㅎ

 

"산벚꽃 흐드러진

저 산에 들어가 꼭꼭 숨어

한 살림 차려 미치게 살다가

푸르름 다 가고 빈 삭정이 되면

하얀 눈 되어

그 산 위에 흩날리고 싶었네"

 

                               - 김용택 시인의 방창 -

 

 

매화꽃 구경도 하면서 어디선가 불어오는 천리향 향기도 맡으며 가볍게 걷습니다.

 

날이 조금 흐리니 몸도 춥고 해서

이곳 민박집 주인에게 커피 한잔 부탁했습니다.

기꺼이 타주시더군요.

 

동백꽃 정취를 분위기 삼아 마시는 카피 한잔

참 행복이네요.

 

이런 멋진 풍경을 만든 이곳 주인의 감성은 얼마나 고운지요.  

 

포근하고 좋은 자연 환경이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리 곱게 만드는 것이겠지요.

 

이곳 또한 천리향 향기가 가득합니다.

향기가 천리를 간다는

 

동백나무에 피어있는 꽃도 낙화 모습 못지않게 참 아름답고요.

 

사람 풍경, 자연 풍경

모든게 참 아름다운 섬이네요.

 

 커피 한잔으로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하고 길을 이어가는데

군불을 때는 민박을 만납니다.

마음씨 고와 보이는 민박 주인 내외분도 만나고요.

 

예쁜 동백나무가 반겨주는 황토 민박이네요.

민박집 옆 건물은 천주교 공소 건물입니다.

 

집뒤에 피어있는 매화꽃과 동백꽃의 어우러짐이란..

 

은은한 나무타는 냄새까지 조화로운 풍경..

다시 이곳에 온다면 이곳에서 하룻밤 꼭 자고 싶더군요.

 

이제 오늘 산책의 마지막 풍경을 보기위해 끝 해안절벽으로 갑니다.

 

마끝이라고 숲너머에 참 멋진 곳이 숨어있네요.

 

마치 숨겨준 보물과 같은 느낌입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게 척척 맞는 날인가 봅니다.

이 풍경을 제일 먼저 보지 않고 이처럼 제일 나중에 볼 수 있어서요. ㅎㅎ

 

 말라버린 나무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걸까요.

 

이 풍경을 보고있노라니 기다림이란 때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곳 절벽에는 죽어버린 나무로 인해 묘한 분위가가 납니다.

 

큰 숭어를 잡아가지고 오는 주민을 만났습니다.

근데 그분 얼굴 표정이 어찌나 좋던지..

정말 이 섬은 풍경에 반하고 주민들의 고운 풍경에 반하게 합니다.

 

더이상 갈 수 없는 끝까지 왔습니다.

 

내 인생의 끝도 이처럼 시원하고 아름다워야 할텐데요.

 

그래서인지 나에게 남은 생

정말 잘 살아보리라 다짐해봅니다.

 

때론 세차게 부딪히는 파도가 있더라도

 

그런 파도의 아픔조차도 감내할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아쉽지만

이제 돌아가야할 시간인가봅니다.

 

선착장을 향헤 처음 올랐던 길을 내려섭니다.

 

선착장에는 벌써 마지막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비네요.

 

약 3시간 30여분의 짧은 시간이

지심도와 나와의 만남이었지만

몇달 아니 몇년을 함께한 느낌입니다.

 

그처럼 행복하고 평온함이 가득한 시간이었고요.

늘 오늘만 같은 날이었으면 합니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