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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청산도 ① - 서편제 촬영지과 청보리밭

by 마음풍경 2009. 4. 5.

청산도

 

 

[도청항~당리~구장리~권덕리]

 

지난달 3월 초에 거제 지심도 섬 산행을 다녀오고

4월에는 몇년전부터 꼭 가리라고 다짐했던 청산도를 향합니다.

대전에서 광주를 거쳐 완도까지는 5시간 이상이 걸리는 먼 거리입니다.

그래도 대전에서 일찍 출발한 덕분에 점심식사전에 완도항에 도착했습니다. 

 

완도항 입구 정원에 겹동백의 낙화가 한폭의 수채화같습니다.

 

스러짐이 이처럼 처연히 아름다울 수만 있다면

죽음도 때론 아름다울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 봅니다.

 

 오후 2시 30분에 떠나는 배 시간이라 포구를 따라 식사를 하기 위해

당초 알아놓은 식당으로 갑니다.

 

포구앞 주도의 상록수림도 참 아담하지요.

 

여객선 터미널에서 시내방향으로 큰길을 따라

100여미터만 내려오면 있는데

처음에는 이 식당을 찾지못해 잠시 헤매였습니다. ㅎㅎ 

 

오늘 점심 메뉴는 전복해물덮밥입니다.

싱싱한 전복과 해삼, 멍개 그리고 해초가 어우러지는 회덮밥이지요.

가격은 1만냥이고요.

 

휴~~ 근데 너무 아름다워 차마 먹기가 그렇네요.

 

그래도 우짭니까. 배고픈데.

초장과 참기름을 치고 과감하게 비볐습니다.

아~ 참 맛나더군요. 입안에 바다의 내음이 가득했습니다.

 

정말 맛난 점심식사를 하고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아

여객선 터미널 바로 길건너에 있는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오전에는 흐린 하늘이더니

그래도 가끔 하늘을 보여주는 구름의 모습이 참 멋지네요.

 

입구 아치 현판을 볼때만 해도 그저 그런 공원으로 알았는데

입구에서 들어설 수록 깔끔하고 아담한 멋진 곳입니다.

 

이렇게 쉽게 완도 앞 바다를 내려다 볼 수 도 있고요.

 

 

바라 보이는 전망대의 원형 탑이 이제 완도의 새로운 벤치마크가 될것 같지요.

 

발아래 보이는 등대의 한적함도 참 한가로운 오후입니다.

 

하지만 바다를 조망하며 바라본 하늘의 느낌은 참 오묘하더군요.

겹겹히 이어지는 회색빛 구름의 풍경..

가슴으로 바람이 싸하게 들어오는 느낌이었습니다.

 

흐린 날이지만 화사한 봄 꽃들의 모습은 기분을 새롭게 해주더군요.

막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벚꽃의 색감이 어찌나 좋던지..

 

최근 날이 추워 화사한 모습은 아니지만

그 또한 목련의 멋진 그림이 되어주네요.

 

깊이를 알 수 없는 하늘과 구름..

그리고 화사한 꽃길을 걷는 느낌

 

 바다의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며 길을 내려섭니다.

저멀리 완도 상황봉의 모습도 보이고요.

 

신지도로 이어지는 신지대교의 모습도 새롭습니다.

 

잠깐동안의 시간이었지만

왠지 이번 여행이 알찬 시간이 될것 같은 서막이라고 할까요.

 

땅에 떨어져 있는 외로운 동백을 보니

지난 3월 지심도 여행이 생각납니다.

 

아직 청산도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이야기 거리가 많았네요.

여하튼 2시 30분에 배는 청산도를 향해 떠납니다.

 

완도항에서 청산도까지는 약 20km정도로 1시간이 되지 않는 거리이지요.

 

하늘의 회색빛 구름의 느낌이 바다에서 보니 더욱 특별하네요.

 

배는 천천히 바다를 가르며 청산도를 향해 가고

내 마음도 그 길을 따라 설레이게 갑니다.

 

40여분이 지나니 청산도 도청항의 모습이 나옵니다.

 

유채꽃의 화사함도 봄의 왈츠 세트장도 한눈에 바라보이지요.

 

주변 바다 풍경도 애잔함이 가득하고요.

 

등대도 작은 섬도.. 모두 바다처럼 잔잔합니다.

 

드뎌 꼭 오고싶었던 청산도에 발을 내딛습니다.

 

산과 물이 모두 푸르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섬으로 청산이라는 이름은 참 특별한 느낌입니다.

 

이제 뚜벅 뚜벅 걷는 시간이지요.

오늘 걸어야할 길을 지도에서 찾아봅니다.

 

그나저나 벌써 3시 30분이 지났네요.

가야할 길은 아직 멀기만 한데

여하튼 항구를 시작으로 도락리를 거쳐

서편제 촬영지로 유명한 당리를 향해 갑니다.

 

참 아름다운 길입니다.

비포장 흙길이면 더욱 좋았겠지요. 

 

청산도에서 꼭 보고싶었던 청보리의 모습

 

바람에 싸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네요.

 

길을 따라 이어지는 작은 마을 모습도 참 정겹습니다.

 

차로 휙하니 지나가는 것보다 천천히 걸으며 바라보는 이 아름다운 풍경

 

청산도가 신안 증도, 담양 창평, 그리고 장흥 유치 등과 함께

슬로시티로 국제 인증을 받은 곳이라서인지

걷는 발걸음이 더더욱 풍요로워집니다.

 

"사람이 섬에 와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었일까.

풍경일까, 휴식일까, 싱싱한 해산물일까

얻을 수 있다면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이들은 섬에 오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지

오롯한 자신의 것은 아니다.

누구도 얻지 못하고 나만이 온전하게 얻어 갈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생각'뿐이다.

새로운 '한 생각'을 얻는 일이야말로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한 생각'을 떨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섬에서 걷는 것은 그것을 가능케 한다.

자동차의 방해없이 걸음에 몸을 맡기고 온전히 걸을 때 생각은 자유를 얻는다.

애쓰지 않아도 자연히 '한 생각'이 오고 '한 생각'이 간다."

 

                         - 섬을 걷다 중에서 -

 

 

ㅎㅎ 나를 평생 괴롭히던 한 생각을 자연스레 떠나 보내고

또 다른 희망의  한 생각을 떠올리다 보니 서편제 길 입구에 도착했네요.

 

서편제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송화와 유봉이 진도 아리랑을 주고 받으며 가던 영화속 장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길이 바로 그 길이라니 감동입니다.

비록 그때의 황토길은 아니지만

 

세월이 지나고 세상 모습도 조금 변했다고 해도

그 느낌은 그대로 내 가슴으로 전해옵니다.

 

그 길을 걷습니다.

빨리 걸으면 아까울것 같아. 조심 조심

 

노란 유채꽃, 그리고 파란 마늘밭과 청보리.. 돌담길.

거기다가 한적하기까지 하니 참 좋습니다.

 

길 왼편 마늘밭너머 바라보이는 보적산과 범바위의 풍경도

무척 이색적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아~~ 비록 인공적인 모습이 가미되었다고는 하나

이 또한 참 멋진 자연과의 조화입니다.

 

제주도의 유채 풍경과는 그 모습과 느낌을 달리하는 풍경이네요.

 

오른편은 화사한 유채꽃 풍경이 만발하고요.

 

왼편은 바람에 흔들리는 청보리 풍경이

마음을 설래게합니다.

 

발걸음을 멈추고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과 그 소리를 보고 듣습니다.

 

돌담 길을 걷다보니 봄의 왈츠 촬영장이 보이네요.

 

이 멋진 길을 걷습니다.

참 걷는다는 것이 이처럼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껴봅니다.

 

이 또한 서편제 길과는 다른 새로운 풍경이나

그리 낯설지 않고 주변과 조화롭습니다.

 

어울릴것 같지 않은 향토적인 돌담길과 서구적인 집의 풍경이 정말 조화롭지요.

 

 

ㅎㅎ 하지만 출연진 사진은 없어도 될것 같은데.

조금 거시기 하네요.

 

왈츠 하우스는 멀리서 보는 모습이 좋습니다. ㅎㅎ

 

도락리의 마을과 해안선 풍경이 참 편안한 모습이지요.

주변 화려함에 들뜬 마음을 잠시 차분하게 해주는 느낌이고요.

 

이제 다시 뒤돌아 길을 걷습니다.

 

물론 등뒤 풍경에 눈이 가는 것은 어찌할 수 없고요.

 

청산도의 유채꽃은 다른 곳에 비해 색상이 참 선명하고 꽃들도 더 큰것 같던데요.

 

 

특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 노란색인지라

이 풍성함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왠지 가슴이 설레이네요.

 

서편제 세트장도 잠시 들러봅니다.

 

그리고 근처에 서서 아직 동백이 피어있는 풍경을 따라 지나온 길을 더듬어 봅니다.

 

참 아름답구나 하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네요. 

 

유명 관광지는 싫어하는 입장이라 실망하면 어떡하지 생각했는데

이곳은 그런 우려를 없애주네요.

 

 모든게 평화롭고 조용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마치 거대한 감동과 행복을 주기도 하고

때론 포근하고 애잔하게 밀려오는 사랑의 느낌처럼..

그처럼 풍요롭고 잔잔하게...

 

이제 이곳을 떠나야할 시간이지요.

긴 호흡으로 이 풍경을 가슴에 담아봅니다.

 

이제 당리 마을을 떠나 권덕리까지 다시 길을 걸어야 하지요.

 

저 범바위가 보이는 아래 마을로..

 

가는 길에 서펀제 세트장도 잠시 보네요.

 

보통 영화 세트장하면 민가와 떨어져 있는데

이곳은 마을 내에 있네요.

 

세트장을 나와 다시 한적한 길을 걷습니다.

가는길에 멋진 느티나무도 보고요.

 

저멀리 다녀온 봄의 왈츠 세트장도 보이지요.

 

구장리 버스 정류소에서 잠시 피곤한 발에 휴식을 주고 가져온 간식도 간단하게 합니다.

오랜시간 차를 타고 왔기에 쉬이 피곤해지기도 하네요.

 

마을 담장의 벚꽃의 색감이 참 좋아요.

정말 이곳 청산도의 꽃들은 육지의 꽃들과는 많이 다른 느낌입니다.

색감이 더욱 멋지고 꽃들도 훨씬 크고요.

공해에 찌들지 않아서 일까요.

 

일하고 계신데 저만 배짱이인것 같네요. ㅎㅎ

 

차들도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을 걷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휴대폰 음악도 틀어놓고 따라 불러보기도 합니다. 

 

ㅎㅎ 하늘의 구름마저도 멋진 모습이네요.

 

이 고개만 돌아 넘으면 권덕리 마을이겠지요.

 

정말 고개에 올라서니 범바위가 신기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마을의 소박하고 정겨운 모습도 바라보이고요.

 

봄의 여행은 꽃과 함께 하기에 외롭지 않습니다.

 

고갯길을 내려서니 범바위가 더욱 멋진 모습으로 바라보입니다.

나무도 없는 언덕에 큰 바위 하나

참 특이한 풍경이네요.

 

여하튼 항구에서 약 2시간이 걸려 이곳에 도착합니다.

 

요즘 시골 대부분의 분교는 거의 폐교가 되었지요. 

이처럼 멋진 고향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살다 생을 마감할 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

모두가 먹고 살기위해 도시로만 떠나니.. 

참 아쉬운 모습들이지요. 

 

오늘 하루를 기거할 민박집에 도착했습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자는 것이 가장 어려운데

이처럼 포근한 민박집에서 하루를 자는 것도 참 행운이네요.

 

민박집에 짐을 풀고 저녁 식사도 하고나서 바닷가 쪽으로 나서봅니다.

 

방파제에서 바라본 보적산과 범바위 풍경이 참 좋습니다.

이 마을은 참 멋진 배경을 안고 사는 부럽기만 한 곳입니다.

 

이제 해도 지고 어둑 어둑 해지네요.

범바위 쪽으로 향해봅니다.

 

 

언덕을 올라서니 툭트인 멋진 밤 바다를 만나게 됩니다.

파도소리도 더욱 선명하고요.

 

다만 날이 어두워져서 내일을 기약하며 다시 마을로 내려섭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참 바쁜 하루였지만

또한 참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내일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