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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청산도 ② - 범바위 산행 및 해안선 걷기

by 마음풍경 2009. 4. 5.

청산도

 

 

[권덕리 ~ 청계리 ~ 신흥리 ~ 진산리]

 

 

어제에 이어 오늘도 청산도의 남은 길을 걷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섬을 거닐다 : 청산도 ① - 서편제 촬영지과 청보리밭,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73)

민박집에서 참 맛난 아침 식사를 하고나서 마을 뒤의 범바위를 오르기로 하고 산길을 걷습니다.

 

마을 길을 따라 범바위까지는 산책로가 이어져 있습니다.

 

청보리의 푸르름과 넉넉한 능선위의 거대한 바위 하나..

 

이곳 사람들은 돌담에서 태어나서 돌담으로 돌아가는 삶이 아닐까 합니다.

 

20여분 조금 숨차게 오르니 보적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도착합니다.

 

이곳도 역시 봄꽃의 화사함은 여전하고요.

 

정말 보적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미가 참 편안해 보이고 좋습니다.

 

 

물론 발아래 권덕리 마을 풍경도 평화로워 보이고요.

 

범바위에 도착하니 위쪽으로 최근에 지어진 등대가 있네요.

 

이곳 범바위는 바위의 자기가 지구의 자기보다 강해서

나침판도 길을 잃는다고 하네요.

 

그리고 전망대 너머 펼쳐지는 바다 풍경..

참 좋네요. 좋다는 말밖에는

 

한적함이 좋고

시원함이 좋고

풍요로움이 좋고...

 

 

"위대한 풍경의 아름다움은 인간의 힘으로 감당할 만한 규모가 아니다"

 

라고 장 그르니에는 섬이라는 책에서 말했지요.

저도 그저 인간으로써 바라만 보고 있을뿐 입니다.

 

등대 전망대에서 범바위를 가까이 바라봅니다.

후후 저곳을 올라가고프네요.

 

하여 바위 길을 따라 범바위에 올라봅니다.

 

범바위 너머 능선도 참 아름답네요.

 

해안선의 풍경도 절경이고요.

 

바람 또한 불어주어 팔을 펼져보니

마치 한마리 새가 된 기분입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여행이란 일상적 생활속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활력소라고 하는데

졸고 있는 감정뿐만 아니라 새롭게 새록 새록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사람은 늘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사소한 일때문에 기쁘고 슬프다.

사소한 것 때문에 사람을 사랑하고 미워한다.

 

 

사소한 희망에 살기도 하고

사소한 절망에 죽기도 한다.

그러므로 사람이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고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

 

 

사람의 목숨이란 대체로 큰 것에 달려있지 않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이 생사를 좌우한다.

삶에 사소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

 

                                  - 섬을 걷다 중에서 -

 

 

사소함 또한 삶속의 소중한 의미이기에

지금 살고 있는 한 순간 한 순간이 더욱 소중한가 봅니다.

이제 보적산 갈림길에서 임도를 따라 청계리 마을로 넘어 갑니다.

 

임도길을 따라 보여지는 풍경도 정말 좋습니다.

가까이 바라보면 여느 작은 산 풍경이고

시선을 멀리하면 멋진 해안선이 다가오고요.

 

2.3km를 내려왔지만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볍습니다.

 

파릇 파릇 싹을 틔우는 생명의 곱고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봅니다.

참 좋네요.

 

그리고 청계리 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또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ㅎㅎ 마을 정류장이 이렇게 쓰일줄은 몰랐네요.

 

"온전한 걷기란 단지 다리 근육의 운동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잠들어 있는 생각을 깨우고 생각의 폭을 넓히는 정신의 운동이기도 하다

 

 

 사물은 객관적이지만 풍경은 주관적이다.

풍경은 속도에 종속된다.

걷는 속도, 탈것의 속도,

바람과 안개와 구름의 속도,

마음의 속도에 지배된다.

 

 

같은 풍경을 보고 와서도

그려내는 풍경이 사람마다 제각각인 것은 

 

 

사물을 관찰할 때의 속도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속도가 놓치는 풍경을 걷기의 속도는 포획해 낸다,

 

                                    - 섬을 걷다 중에서 -

 

 

최근 들어 올레 길, 지리산 둘레 길 등 걷기가 활성화 되고 있지요.

위의 글처럼 처음에는 다리로 걷기 시작하다가

차츰 머리로 그리고 생각으로 걷습니다.

 

그러다보면 결국은 마음으로 걷고 흐르는 마음을 따라 걷게 되겠지요.

 

죽음의 모습도 자연의 일부분이라 그런지

참 평화로워 보입니다.

 

지나다 보면 삶의 터전에 군데 군데 무덤이 많습니다.

생과 사가 늘 함께 하는 삶이겠지요.

그래서 더더욱 산다는 것이 소중할것 같고요.

 

글고보니 아침에는 잔뜩 흐린 하늘이었는데 걷다보니 하늘이 개였어요.

 

근데 구름의 모습이 그리고 하늘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처럼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때는

눈물이 핑 돌때가 있습니다.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런 세상에 내가 살고 있어서..

 

범바위를 내려와 청계리 마을부터는

마치 농촌 마을을 지나는 느낌이었는데

바다를 보니 아 이곳이 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청산도는 모든 풍경이 소박합니다.

너무 화려해서 강요하지도 않고요.

지난번 다녀온 거제 지심도가 조금은 화려한 장미 느낌이라면

이곳은 소박한 안개꽃같다고 할까요.

 

ㅎㅎ 왠지 바다가 아니라 강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신흥해수욕장이 있는 신흥리 마을을 지나갑니다.

 

이제 이곳부터는 다시 바다 조망이 펼쳐지는 시간이네요.

 

바다의 색깔도 더욱 진하게 느껴집니다.

 

노적도 전망대에서

망망대해의 바다를 가슴에 품어 봅니다.

 

저 멀리 덕우도도 보이고요.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조용한 봄바다의 정취에 푹 빠져봅니다.

 

행복하네요.

늘 그 행복함에 감사할 뿐이지요.

 

늘 오늘과 같은 이 행복만 느끼게 해달라고

저 넉넉하고 너른 바다에 소망해 봅니다.

 

귀여운 노적도가 보이는 걸 보니 진산리 마을에 도착한것 같습니다.

벌써 아침부터 걷기가 3시간이 넘어 가네요.

 

동편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 해뜨는 마을이지요.

 

배시간이 거의 되어

이제 이곳에서 걷기를 중단하고 택시를 불러 포구로 돌아갑니다.

하여 마지막으로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풍경 가슴 깊이 깊이 담아봅니다.

 

도청항으로 돌아와 근처 청산도 식당에서 백반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1시 배를 타고 다시 완도로 돌아갑니다.

 

조금 떨어져 마주보고 있는 두개의 등대..

왠지 저 거리만큼 아린 느낌입니다.

그래도 때로는 서로 마주보고 있기도 하고

때로는 바다를 함께 바라보는 행복도 있겠지요.

 

이제 1박 2일의 추억을 가득 담고 돌아갑니다.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그 한순간 한순간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이 선명한 기억이 되어 옵니다.

 

삶에 있어 힘이 되고 때론 소망이 되는 추억이겠지요.

 

정말 진실되고 소중한 추억은

밤 하늘에 떠서 별이 될거라 소망해봅니다.

밤하늘만 바라보면 소중한 추억들이 늘 빛을 발하는

그래서 그 별들만 바라봐도 늘상 행복한

행복과 따스함의 원천인 추억... 

 

청산도는 그다지 볼 것이 많지 않은 섬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볼 것 없는 소박함이 그리워

그곳을 찾는 것은 아닐까요.

1박 2일의 청산도 여행을 마무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