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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제주 두맹이 골목길 - 올레길에 앞서 걸어야할 원조 올레길

by 마음풍경 2011. 11. 30.

 

제주 두맹이 골목길

 

제주시 일도2동

 

두맹이 복지회관 ~ 두맹이 골목길 ~ 두맹이 복지회관

(약 1km, 1시간 소요)

 

 

올레란 큰 길에서 집까지 이르는 골목을 의미하는 제주어로

제주 시내에서 옛 골목의 모습을 어느정도

볼 수 있는 두맹이 골목길을 찾아가 봅니다.

 

두맹이 골목은 제주시내의 일도2동 복지회관인

두맹이 복지회관 앞에서 시작합니다.

이곳에 두맹이 골목 방문자 센터도 함께 있지요.

물론 안내 팜플랫이나 이런 것은 없지만

두맹이 골목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안내받을 수는 있습니다.

 

복지회관을 등지고 10시 방면으로 보면

두맹이 라는 글이 적혀있는 작은 골목이 보이는데

이곳이 두맹이 골목의 시작입니다.

 

 제주에는 거친 바닷 바람을 막기위해 집 주변으로 돌담을 쌓았고

그것만으로 거센 바람을 막기에는 부족해서

마을 입구부터 좁은 골목, 즉 올레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골목길을 조금 가다 왼편으로 보니

벽에 재미난 만화 그림이 보여 그리로 가봅니다.

 

벽에 나온 설명을 읽어보니 두맹이라는 말은

돌이 많아서 붙여진 명칭인 '두무니머들'이 와음된 거라고 합니다.

이곳에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100년전이고요.

 

바닷가 옆에 있는 통영의 동피랑 벽화 마을처럼 이곳 두맹이 마을도

낡고 좁은 골목길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미술 활동을 통해 재탄생한거네요.

 

두맹이 골목 전체 약도를 중심으로 귀여운 둘리부터, 아톰, 캔디 등

옛날 만화책 주인공의 모습을 보니 정말 어린 시절 생각이 납니다.

제가 있는 이곳이 약도의 왼편 빨간점인것 같습니다.

 

다시 큰 골목으로 돌아가서 걷습니다.

요즘은 주거형태가 대부분 아파트라 집과 집을 이어주는 골목길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지요.

 

저의 어린시절만 하더라도 좁은 골목길이 아이들과 하루종일

이런 저런 놀이를 하며 뛰어놀던 놀이터였는데 말입니다.

 

요즘에는 아파트 놀이터에도 아이들 보기가 힘들지요.

모두다 학원이다 공부다 해서 참 많이 바쁜 세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언젠가 제가 어릴적 살던 동네를 아주 오랜만에 가보았더니

그때는 그렇게 넓게만 생각되었던 골목이 무척이나 작고 좁게 느껴지더군요.

마치 커서 가본 국민학교 교정 담장이 아주 낮게 느껴지는 것처럼요. ㅎㅎ

 

벽화 구경을 하면서 타박타박 걷는데

할머니 한분이 골목길에 나와 따뜻한 햇볕을 쬐고 계십니다.

 

저 어르신도 벽화의 아이들처럼 어린 시절이 계셨을 것이고 그때의 추억도 아련하실텐데요.

 

인간에게 시간의 흐름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나이를 먹어갈 수록 어쩌면 세월의 덧없음만 느껴지지는 않을까 때론 두렵습니다.

 

빠르게 변해가는 요즘 시대에 이곳 두맹이 골목은

60~70년대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낡고 오래된것이 부끄럽게 여겨지는 시대라곤하나

그래도 그곳에는 소중한 삶의 추억와 행복한 기억이 담겨있는 곳이지요.

 

 골목길을 따라 걸어오니 처음에는 단순히 벽에 삽화를 그린 풍경에서

차츰 이곳 아이들의 그림을 벽화로 담아놓는 풍경으로 변해갑니다.

 

 아이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적혀있네요. ㅎㅎ

 

한 아이가 적어놓은 3가지 소원도 재미납니다.

그나저나 꼭 빠지지 않는 것은 아빠의 술에 대한 걱정이네요. ㅋㅋ

그리고 늘 자연과 벗하며 사는 제주 아이라 그런지

환경 오염에 대한 걱정 또한 아주 특별하게 다가오네요.

 

어쩌면 두맹이 마을 아이들은 이처럼 싱긋 웃는 표정의

돌하르방을 닮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애구 아쉽게도 두맹이 골목의 끝에 도착했네요.

이제 복지회관으로 다시 되돌아 갑니다.

 

 이곳으로 오를 때는 몰랐는데 되돌아 가는 길에 보니

골목길 너머 제주 앞 바다가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1시간 남짓한 두맹이 골목길 걷기를 마치면서

처음 두맹이 골목 안내 팻말에서 본 글귀가 생각이 납니다.

 

"골목은 우리가 소중하게 챙기지 못한 지난 시간의 켜가 쌓인 기억의 정원이기도 합니다."

 

골목은 기억의 정원이라는 말이 참 가슴에 와닿습니다.

 

최근 제주 올레길을 걷기위해 제주를 찾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분들이 먼저 이곳에 와서 제주 올레길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느끼고 난 후에

본격적인 올레길을 걸었으면 하는 바램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