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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삼남길 개척단 11기 활동 - 배꽃길 만들기[첫째날]

by 마음풍경 2011. 11. 22.

 

삼남길 11구간 - 배꽃길 만들기[첫째날]

 

 

2011년 11월 19일(토)

 

나주시 만봉천 운곡교 ~ 영산강 ~ 홍어의 거리 ~

영산교 ~ 국립나주문화재 연구소 ~ 영강 사거리 ~

완사천 ~ 장산리 도로유구 ~ 나주시청 앞 ~ 교동교 ~

 나주읍성 서성문 ~ 나주 향교 ~ 한수제 ~ 금성산 탐방로 ~ 동신대학교

(약 9km, 5시간 소요)

 

 

삼남길은 전남 해남의 땅끝에서 시작해서

전남, 전북 그리고 충청지역을 거쳐 서울 남대문까지

약 천리에 이르는 길로 조선시대 10대 대로 중

가장 거리가 긴 도보 코스입니다.

 

그리고 삼남길 개척단은 각 구간별로

구간 개척에 관심이 있는 12인의 일반인을 선정하여

사단법인 아름다운 도보여행 대표이신 손성일 대장이 총괄을 하고

코오롱 스포츠의 적극적인 후원을 통해

숨겨져 있는 옛길을 복원하고 길을 잇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2011년 11월에 삼남길 11기에 뽑혀서

삼남길 11 구간을 개척하는 것은

다른 구간을 개척한 기수보다도 더욱 좋은 추억으로

남을 인연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나저나 길 걷기에도 여풍의 바람이 쎄서 그런지

12명중 여자분이 무려 8명이나 되네요. ㅎ

 

개척단이 하는 일은 크게 안내 시그널을 달고

폴대를 박는 조와 안내판을 실리콘으로 부착하는 조

그리고 바닥에 페인트로 안내 화살표를

만드는 조 등 모두 3개의 조로 나뉘게 됩니다.

하여 리본과 니퍼, 망치 등을 담는 벨트를 허리에 차야 하고요.

 

당초 나주 남쪽에 있는 세지면에서 11코스가 시작되나

오늘은 숙박 등의 여건을 감안하여

나주시내와 세지면의 중간인 이곳 만봉천 운곡교에서

나주 시내 동신대까지 길을 만들고

내일에는 되돌아가서 세지면부터 운곡교까지 길을 만들기로 합니다.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전에 먼저 각 조별로

리본을 다는 방법이나 실리콘 다루는 법

그리고 페인트 칠하는 법 등을 배웁니다.

 

페인트 조는 바로 복장을 갖추고 일을 시작합니다.

리본이나 안내판 등은 쉽게 훼손이 될 수 있는데

길 바닥에 만드는 화살표는 오래 보존이 되기에

길 걷기에 가장 유용한 안내 표시입니다.

아무래도 페인트 통을 들고 쭈그리고 앉아서 하기에

페인트조가 가장 힘든 작업을 맡게 되는 것  같습니다.

 

쉬운 방법으로 바닥 화살표를

스프레이로 뿌릴 수도 있으나

스프레이 가스의 공해 문제도 있고

또 내구성도 떨어져서 힘들지만

정성껏 하나 하나 붓으로 칠하게 되네요.

 

군데 군데 리본도 달면서 제방길을 따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이어갑니다.

물론 이미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기는 하지만

저희가 리본을 달고 화살표를 남김에 따라

삼남길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탄생하게 되는 것이지요.

 

남쪽 지방이라 그런지 겨울의 초입이지만

화사하게 웃고 있는 가을의 꽃인

코스모스를 길에서 만나게 됩니다.

 

억새와 갈대가 어우러지는 천변의 풍경이 또한 그저 평화롭기만 합니다.

 

제방 옆으로 보여지는 마을은

마치 70년대의 모습을 보는 것 같네요.

아파트에 익숙해버린 요즘 사회에서 왠지 이런 풍경을 보면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느껴집니다.

모두가 가난했던 옛날보다 좋은 집에서 잘먹고 잘사는 것 같은데

과연 어른이 된 지금이 과거보다 더 행복하기는 한걸까요.

 

만봉천을 빠져나오니 탁 트인 영산강을 만나게 됩니다.

혼자서 왔으면 이 의자에 앉아 따뜻한 차도

한잔 마셨을 텐데 오늘은 그러하지 못하네요.

문득 작년 11월 이곳 영산강의 발원지인

담양 가마골 용소를 찾아갔던 기억도 납니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83)

그나저나 4대강 사업이 역사에 어떻게 기록 될지는 모르겠지만

무심하게 흐르는 강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움만 남습니다.

 

나주시 이창동에 있는 영산포 등대는

1915년 영산포 선창에 건립한 구조물로

2004년에 등록문화제 129호로 지정이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등대는 바닷가에 있는게 대부분인데

이 등대는 한국의 내륙 하천가에 있는 유일한 등대라고 하네요.

또한 등대 기능과 함께 영산강의 수위 측정을 하는 기능도 했고요.

 

그리고 영산포 선착장이 있는 이곳 주변은

홍어를 파는 식당이 많이 있는 홍어의 거리로 유명합니다.

흑산도에서 잡힌 홍어를 주로 이곳 영산포로

운송을 했기에 이곳에 홍어 식당이 번창하게 되었고요.

 

나주 시내 쪽으로 가기위해 영산교를 건너갑니다.

물론 군데 군데 삼남길 안내 리본도 달아야 하고요.

 

삼남길 화살표의 녹색은 서울 방향을 나타내는 것이고

주황색은 해남 땅끝 방향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물론 세개의 화살표는 삼남길을 뜻하게 되고요.

 

다리를 건너 조금 더 걸으니 국립나주문화재 연구소 입구가 나옵니니다.

 

너른 공터 주변에 오래된 기차도 있습니다.

과거 전남 곡성역 공원에서 본 증기 기차가 생각이 나더군요.

곡성의 증기 기관차 이름은

디카3 129인데 이곳 기차는 디카5 31이네요.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60)

 

물론 지금은 기차는 다니지는 않지만

과거에 이곳까지 철길이 이어졌나 봅니다.

 

광주의 푸른 길(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06)처럼

쓰지않는 기차길의 레일을 전부 걷어내고 산책로를 만드는 곳이 많은데

이곳은 그래도 레일이 어느정도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레일위를 뒤뚱뒤뚱 걸어보기도 했네요.

어릴적에는 참 잘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나이가 먹어서인지 잘되지 않습니다. ㅎㅎ

 

과거에는 기차가 다니는 시끄럽고 위험한 길이었겠지만

지금은 이처럼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하는 산책길이 새롭게 생겨난거겠지요.

 

잠시 차가 다니는 영강사거리를 지나갑니다.

 

그래도 다행한것은 시끄러운 차길을 가지않고

조용한 공원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가을 거리에 지천으로 흔하던 단풍잎도 이제는 귀하게만 보이네요.

 

그나저나 11이라는 숫자는 사람이

걷는 두 다리를 의미한다고도 합니다.

하여 11년 11월에 삼남길 개척단 11기로 뽑혀 

삼남길 11구간 길을 만들고 걷는다는 의미가 무척이나 남다른것 같습니다.

 

당초 나주 시내로 들어오면 차가 다니는 번잡한 길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처럼 조용하고 편안한 길이 이어지니 참 좋습니다.

 

군데 군데 갈림길 등에 삼남길 리본을

매다는 일도 빠뜨리지는 않아야 하겠지요.

오늘은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제가 그 길을 만드는 입장이니요.

 

고려 왕건의 이야기가 있는 나주 완사천에 도착했습니다.

 

고려 태조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기 전

궁예와 함께 후백제의 견훤과 싸울 때

이곳에서 한 여인에게 물을 청하는데 혹여 급하게 마시다

체할까봐 바가지에 버들잎을 띄워서 주는 마음에

탄복하여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고 그 여인이

고려 2대왕 혜종을 낳은 정화왕후 오씨부인이라고 합니다.

 

고려라는 거대한 나라를 세운 두사람의 인연도

이 작은 한 바가지의 물에서 비롯되었네요.

 

동상을 지나 좀더 안쪽으로 들어가 봅니다.

공원이 참 잘 단장이 되어 있어 나중에 삼남길을 걷는 사람들의 

지친 발걸음을 쉬기에 참 좋은 곳 같습니다.

 

길을 따라 들어가니 완사천 우물이 나오더군요.

 

걷는 길에는 스토리가 있어야 빛을 발하는데

이곳 완사천은 참 좋은 스토리텔링이 있는 곳입니다.

 

다만 완사천이 빨래샘이라는 뜻으로

옛날에는 빨래도 하고 식수로도 쓰였겠지만

지금은 마시지는 못할것 같습니다. ㅎㅎ

 

완사천 우물옆으로 나주 장산리 도로 유구가 전시가 되어 있습니다.

 

수레 바퀴 자국이 뚜렷하게 나있는 고려시대 도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유물로 추정이 된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완사천이 있는 이곳 쉼터는 여러가지 볼거리가 참 많지요.

 

완사천을 지나서 바로 나주시청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나주 시청 입구의 메타세콰이어 나무의 모습이 참 멋집니다.

참 나주시에도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에 못지 않은

나주 산포수목원의 메타세콰이어 숲길이 있습니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00)

1박 2일에도 나온 곳이고 요즘은 TV CF로도 나오는 것 같더군요.

 

이제 나주 시청을 지나 마을 길을 따라 길을 걷습니다.

나주가 남쪽 지방이라 그런지

아직 단풍의 여운이 군데 군데 남아있네요.

 

감나무에 매달린 감도 무척이나 탐스럽고요.

 

나주는 배가 유명한데 주변에 배 과수원이 많더군요.

제가 만들고 있는 이 길은 배꽃 피는 봄에 오면 가장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그때 오면 이 길을 "배꽃길"이라 이름하고 싶네요.

 

다시 차가 다니는 길을 따라 나주문화예술회관 앞을 지납니다.

 

길가 담장에 나주 목사 행차를 나타내는 긴 그림이 있더군요.

윌리를 찾듯이 나주목사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것 같습니다.

오픈 가마를 타고 가는 분이 아마 나주목사인것 같습니다.

 

길을 걷다보면 산길이나 숲길보다 도심의 길에

안내 정보를 표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여 적당한 곳을 잘 찾아서 리본을 달아야 하지요.

처음에는 리본을 다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조금 해보니 아주 쉽게 되어

리본 매듭 모양도 이제 제법 세련됩니다. ㅎ

 

차도에서 다시 탱자나무 길을 따라 교동 마을로 접어듭니다.

 

마을로 들어서니 빨래터도 만나게 됩니다.

옛날에는 이곳이 부녀자들의 수다방이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곳이었겠지요.

 

아파트만이 숲을 이루는 도시에 비해

조금은 남루하지만 정감이 배여있어서 인지

시골 마을에 오면 참 마음이 편해집니다.

 

물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능력이 탁월한

고마리 사이로 맑은 물이 졸졸 흘러가고요.

 

흘러가는 구름을 배경삼아 멋진 모습으로

서있는 당산나무의 풍경도 참 좋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저도 그

 풍경에 살짝 발을 담가보네요. ㅎ

 

늘 새로운 것만을 찾는 것보다 때론 지나간 것, 잊혀져 가는 것들을

다시 찾아보는 시간도 필요하리라 생각해 봅니다.

 

마을을 빠져나오니 나주읍성 서성문이 바라보입니다.

목사가 거주한 호남의 도읍지였던 나주는

서울의 사대문처럼 모두 4개의 성문이 있으며

나주 읍성은 전체 둘레가 3.7km에 이른 전라도 대표적인 석성입니다.

그중 남고문과 동점문, 그리고 최근에

이곳 서성문의 복원이 완료되었고

2014년에 마지막 남은 북망문이 복원이 된다고 하네요.

 

특이하게도 주변 집의 담장에서 나주성곽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서성문은 정통 성문 문루와 성문을 보호하는 시설인

옹성 21.94m 등을 복원했다고 합니다.

제가 작년 6월경 이곳에 왔을 때는

나주성 서성문의 복원 공사가 한참 진행중이었는데요.

 

서성문 구경을 하고 읍성 가까이에 있는 나주 향교도 지납니다.

한옥 체험때문에 작년에 왔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02)

 

그나저나 삼남길 개척 때문에 이곳을

다시 찾아올지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요.

그래서 세상이 참 묘하고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문득 책에서 읽었던 구절이 생각나 옮겨봅니다.

 

"흔적들이 곳곳에 한뼘 한뼘 새겨져 있는데 사라지려 한다.

붙잡을 수 없으니 안타깝고, 지난 날이 생생하니

눈이 부셔도 꾸역꾸역 눈에 담는다.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색이 바래도, 조금씩 차가워져도,

단 한줄기라도 남아 있으면 좋겠다."

 

세월이 갈 수록 시간은 자꾸만 자꾸만 빠르게 지나가는데

추억의 그림자들은 그 시간처럼 빠르게 지워지는 것은 아닌지..

소중한 추억들은 조금 천천히 흘러가도 좋을텐데 말입니다.

 

우연치않게 왔었던 곳을 다시 찾아보는 기분은

반가움과 함께 왠지 애닮음이 교차하는 것 같습니다.

 

계단을 따라 한수제 저수지로 올라섭니다.

 

금성산 능선이 편안한 배경이 되어주는 아늑한 느낌의 호수입니다.

 

물론 이곳에서도 길을 만드는 활동을 쉴 수는 없겠지요.

 

페인트조뿐만 아니라 실리콘조도 안내판을 붙이는데 여념이 없고요.

 

이제 조금 지나면 해가 저물텐데

금성산 자락을 휘돌아가야 하기에

좋은 느낌 가슴에 깊숙하게 담지 못하고

왠지 마음만 바빠지네요.

 

 

나중에 이 길을 다시 찾게되는 그때를 기약하면서

저수지 옆의 금성산 방향으로 향합니다.

 

이제 이 계단을 오르면서 본격적인 금성산 숲길을 걷습니다.

 

평야지대인 나주에서 산을 보기는 쉽지가 않은데

그래도 배경처럼 든든하게 서있는 금성산이 있어

사람들에게 좋은 공기와 숲을 주는 것 같습니다.

 

금성산은 임도 길 등 다양한 길들이 이리저리 이어져 있는데

이곳 삼나무 숲길도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옵니다.

 

"인간의 영혼이란 기후, 침묵, 고독,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 눈부시게 달라질 수 있다."

 

 

그나저나 짧은 시간이지만 삼남길 개척단과 함께 걷는 동안

나의 영혼은 얼마나 눈부시게 달라지게 될까요.

많이는 아니더라도 조금 환하게 밝아졌으면 하고 소망해봅니다.

 

멋진 느낌의 가을 단풍길을 지나갑니다.

비록 단풍 절정기의 모습은 아니지만

쓸쓸함과 낭만이 가득 배여있는

풍경이 참 곱고 아름답습니다.

멍하니 서있기만 해도 좋아서

발걸음을 옮기기가 쉽지 않네요.

 

이제 한수제에서 올라와 금성고 방면으로 가야합니다.

 

숲길을 빠져나가자 나주 시가지의 모습도

시원하게 펼쳐지고요.

뒤로는 산이 있고 앞으로는 영산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풍수입니다.

 

삼남길 안내 리본을 잘 달기위해 이처럼 잠시

중력을 버린 원숭이의 모습도 되곤 합니다. ㅎㅎ

그나저나 참가하신 모든 분들이 참 적극적이고

솔선수범하여 일을 하니 서로가 한 마음이 저절로 되네요.

 

일반 길을 걷는 것보다 길을 만들며 걷는 것이 

생각보다 시간이 무척이나 많이 걸립니다.

하여 이 아름다운 숲길을 천천히 가면 좋은데

날이 저물기에 조금 빨리 재촉해야하니 조금은 아쉽더군요.

 

아마도 나중에 꼭 다시 오라는

암시가 아닐까 위로해 봅니다.

나중에 이 단풍 나무 길에 앉아

향긋한 커피도 한잔하는 시간이 꼭 오겠지요.

 

겨울로 접어들면 해가 짧아서 금방 날이 저물어가니

사람들도 바람처럼 지나가네요.

헉 내가 헛 것을 본 것은 아닌지요. ㅋㅋ

 

어두운 숲길을 따라 내려서니

동신대학교 내의 금성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약 9km의 거리를 개척하면서 와서인지

5시간의 시간이 소요가 되었네요.

보통 이정도 거리면 걷기만 한다면

 2~3시간 정도면 충분했을텐데요.

 

비록 기존에 있는 길에 안내 정보만을 추가하는 활동이었지만

기존의 길걷기와는 다른 색다른 느낌과 만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내일 또 어떤 길이 저를 반겨줄지 기대가 됩니다.

 

- 다음편(삼남길 개척단 11기 활동 - 배꽃길 만들기[둘째날])에 계속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