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길 11구간 - 배꽃길 만들기[둘째날]
2011년 11월 20일(일)
나주시 세지면 세지초등학교 앞 ~ 동창사거리 ~ 동창교 ~ 만봉천 제방길 ~ 열곡마을 ~ 계동 마을 ~ 송죽교 ~
나주 나씨 삼효문 ~ 와동교 ~ 제방길 ~ 만봉천 운곡교(약 11km, 4시간 소요)
어제에 이어 삼남길 나주 구간에 대한 이틀째 개척단 활동을 시작합니다.
11구간의 시작점은 10구간의 종점이기도 한 나주시 세지면 세지 초등학교 앞에서 부터입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날이 흐렸는데 오늘은 하늘을 바라보기만해도 황홀할 정도로 좋네요.
하지만 밤사이 기온이 내려갔고 또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 많이 춥다는것.. ㅋ
요즘은 땅이 부족해서 운동장이 없는 도시의 학교도 많은데
이곳 학교는 인조 잔디가 깔린 아주 좋은 운동장을 가지고 있네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우리나라의 미래 희망은 이제 병들어가는 도시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이곳 시골의 자연 생태에서 찾아야 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이곳이 세지면 소재지라 그런지 제법 번화한 거리를 지나야 합니다.
그래도 왠지 도심의 거리보다는 정겹게 느껴집니다.
이발관도 보이고 다방도 보이고요. ㅎㅎ
물론 오늘도 구경만 하고 지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추운 손을 비벼가며 실리콘 작업도 해야 하고요.
그런 노력덕분에 이처럼 멋진 삼남길 안내판도 설치가 됩니다.
또한 폼나지 않는 페인트 복을 입고 페인트 통을 들고 다녀야 하는 수고도 감수해야 합니다.
빗자루로 길바닥 먼지를 치우고 이처럼 빠른 손놀림으로 칠도 해야하고요.
나중에 다시 이 길을 걸을 때 장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전라도 장은 팥죽 등 값싸고 맛난 것들이 많으니까요.
늘 느끼는 거지만 길에 나서면 왜 맨날 배가 고픈지요. 정말 거지네요. (썰렁~~ㅎ)
동창교를 건너지않고 왼편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만봉천 제방길이 시작이 되는거네요.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인지 구름의 모습도 변화무쌍하고 하늘도 참 깨끗합니다.
추수를 끝낸 볏집을 모아놓은 저 하얀 물체를 공룡알이라고 부른답니다.
약 3개만 있으면 소 한마리 일년 식량은 된다고 하고요.
아마도 최근 날이 포근해서 보리싹이 땅위로 올라오는 것 같은데
그 푸른 색감이 누런 억새와 대비되서 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줍니다.
열곡마을 입구를 지나 계속 제방길을 걷습니다.
아무래도 숲길보다는 부는 겨울 바람을 막는 곳이 없어 조금은 더 춥겠지요.
그래도 이처럼 멋진 하늘을 지붕삼아 걷는 재미가 좋아서 추위를 느낄 여력이 없습니다.
왠지 구름을 낙하산 삼아 둥실 둥실 떠가는 기분입니다.
비어가는 들녁이 보이는
가을 언덕에 홀로 앉아
빈 몸에 맑은 볕 받는다
이 몸 안에
무엇이 익어 가느라
이리 아픈가
이 몸 안에
무엇이 비워 가느라
이리 쓸쓸한가
이 몸 안에
무엇이 태어나느라
이리 몸부림인가
가을 나무들은 제 몸을 열어
지상의 식구들에게 열매를 떨구고
억새 바람은 가자 가자
여윈 어깨를 떠미는데
가을이 물들어서
빛바래 가는 이 몸에
무슨 빛 하나 깨어나느라
이리 아픈가
이리 슬픈가
<박노해 - 가을 몸>
제방 길을 따라 때론 천변 좌측으로 또 때론 천변 우측길을 따라 걷다가
다시 마을 입구로 나오기도 합니다.
차가운 바람이 불지 않는 포근한 날이면 수풀에 누워
흘러가는 구름 바라보며 한잠 늘어지게 자도 좋을텐데요.
바람이 부니 리본 달기도 쉽지만은 않더군요.
매듭을 지으려고 하면 바람이 풀어버리니요.
그래도 리본 다는 것도 익숙해지니 제법 잔재미가 쏠쏠합니다.
나중에 내가 다시 이 길을 걸을 때 큰 의미는 아니지만 작은 보람이라도 있겠지요.
정말 이런 풍경을 바라보고있으면
하늘이 내 가슴속으로 바람을 타고 들어오는 느낌이 듭니다.
나중에 이곳에 배꽃이 핀다면 얼마나 황홀할까요.
여행을 떠날 땐 혼자 떠나라
사람들 속에서 문득 내가 사라질 때
난무하는 말들 속에서 말을 잃어 갈 때
달려가도 멈춰 서도 앞이 안 보일 때
그대 혼자서 여행을 떠나라
존재감이 사라질까 두려운가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충분한 존재감이다
여행을 떠날 땐 혼자 떠나라
함께 가도 혼자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