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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삼남길 개척단 11기 활동 - 배꽃길 만들기[둘째날]

by 마음풍경 2011. 11. 22.

 

삼남길 11구간 - 배꽃길 만들기[둘째날]

 

2011년 11월 20일(일)

 

나주시 세지면 세지초등학교 앞 ~ 동창사거리 ~ 동창교 ~ 만봉천 제방길 ~ 열곡마을 ~ 계동 마을 ~ 송죽교 ~

나주 나씨 삼효문 ~ 와동교 ~ 제방길 ~ 만봉천 운곡교(약 11km, 4시간 소요)

 

어제에 이어 삼남길 나주 구간에 대한 이틀째 개척단 활동을 시작합니다.

11구간의 시작점은 10구간의 종점이기도 한 나주시 세지면 세지 초등학교 앞에서 부터입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날이 흐렸는데 오늘은 하늘을 바라보기만해도 황홀할 정도로 좋네요.

하지만 밤사이 기온이 내려갔고 또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 많이 춥다는것.. ㅋ

 

요즘은 땅이 부족해서 운동장이 없는 도시의 학교도 많은데

이곳 학교는 인조 잔디가 깔린 아주 좋은 운동장을 가지고 있네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우리나라의 미래 희망은 이제 병들어가는 도시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이곳 시골의 자연 생태에서 찾아야 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이곳이 세지면 소재지라 그런지 제법 번화한 거리를 지나야 합니다.

그래도 왠지 도심의 거리보다는 정겹게 느껴집니다.

이발관도 보이고 다방도 보이고요. ㅎㅎ

 

물론 오늘도 구경만 하고 지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추운 손을 비벼가며 실리콘 작업도 해야 하고요.

 

그런 노력덕분에 이처럼 멋진 삼남길 안내판도 설치가 됩니다.

 

또한 폼나지 않는 페인트 복을 입고 페인트 통을 들고 다녀야 하는 수고도 감수해야 합니다.

 

빗자루로 길바닥 먼지를 치우고 이처럼 빠른 손놀림으로 칠도 해야하고요.

 

나중에 다시 이 길을 걸을 때 장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전라도 장은 팥죽 등 값싸고 맛난 것들이 많으니까요.

늘 느끼는 거지만 길에 나서면 왜 맨날 배가 고픈지요. 정말 거지네요. (썰렁~~ㅎ)

 

동창교를 건너지않고 왼편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만봉천 제방길이 시작이 되는거네요.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인지 구름의 모습도 변화무쌍하고 하늘도 참 깨끗합니다.

 

추수를 끝낸 볏집을 모아놓은 저 하얀 물체를 공룡알이라고 부른답니다.

약 3개만 있으면 소 한마리 일년 식량은 된다고 하고요.

 

 아마도 최근 날이 포근해서 보리싹이 땅위로 올라오는 것 같은데

그 푸른 색감이 누런 억새와 대비되서 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줍니다.

 

열곡마을 입구를 지나 계속 제방길을 걷습니다.

아무래도 숲길보다는 부는 겨울 바람을 막는 곳이 없어 조금은 더 춥겠지요.

 

그래도 이처럼 멋진 하늘을 지붕삼아 걷는 재미가 좋아서 추위를 느낄 여력이 없습니다.

왠지 구름을 낙하산 삼아 둥실 둥실 떠가는 기분입니다.

 

비어가는 들녁이 보이는

가을 언덕에 홀로 앉아

빈 몸에 맑은 볕 받는다

 

이 몸 안에

무엇이 익어 가느라

이리 아픈가

  

 

이 몸 안에

무엇이 비워 가느라

이리 쓸쓸한가

 

이 몸 안에

무엇이 태어나느라

이리 몸부림인가

 

 

가을 나무들은 제 몸을 열어

지상의 식구들에게 열매를 떨구고

억새 바람은 가자 가자

여윈 어깨를 떠미는데

 

가을이 물들어서

빛바래 가는 이 몸에

무슨 빛 하나 깨어나느라

이리 아픈가

이리 슬픈가

 

                                             <박노해 - 가을 몸>


 

제방 길을 따라 때론 천변 좌측으로 또 때론 천변 우측길을 따라 걷다가

다시 마을 입구로 나오기도 합니다.

 

차가운 바람이 불지 않는 포근한 날이면 수풀에 누워

흘러가는 구름 바라보며 한잠 늘어지게 자도 좋을텐데요.

 

바람이 부니 리본 달기도 쉽지만은 않더군요.

매듭을 지으려고 하면 바람이 풀어버리니요.

그래도 리본 다는 것도 익숙해지니 제법 잔재미가 쏠쏠합니다.

나중에 내가 다시 이 길을 걸을 때 큰 의미는 아니지만 작은 보람이라도 있겠지요.

 

정말 이런 풍경을 바라보고있으면

하늘이 내 가슴속으로 바람을 타고 들어오는 느낌이 듭니다.

나중에 이곳에 배꽃이 핀다면 얼마나 황홀할까요.

 

여행을 떠날 땐 혼자 떠나라
사람들 속에서 문득 내가 사라질 때
난무하는 말들 속에서 말을 잃어 갈 때
달려가도 멈춰 서도 앞이 안 보일 때
그대 혼자서 여행을 떠나라

 

 

존재감이 사라질까 두려운가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충분한 존재감이다

여행을 떠날 땐 혼자 떠나라
함께 가도 혼자 떠나라

 

 

그러나 돌아올 땐 둘이 손잡고 오라
낯선 길에서 기다려 온 또 다른 나를 만나
돌아올 땐 둘이서 손잡고 오라

 

                              <박노해 - 여행은 혼자 떠나라>

 

 

오늘 이 길을 혼자 걷기만 해도 무척이나 외로울 텐데

이 길을 혼자 개척한다 생각하면 얼마나 힘들까요.

하지만 오늘은 제 옆에 든든한 12인의 삼남길 개척단 11기가 있어 무척 행복합니다.

 

살다보면 때론 사람이 싫고 사람과 얽혀지는 것이 싫어서

사람이 없는 산속이나 오지 마을에 들어가 살고픈 마음도 문득 문득 들곤하지요.

 

하지만 사람의 곁을 떠나서는 살수가 없는 것  또한 인간의 숙명인것 같습니다.

거센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리며 서걱이는 억새의 어울림에서 새롭게 배우게 되네요. 

 

하여 이처럼 아름다운 길을 혼자 걷는 것보다는

길동무와 벗하며 도란도란 걷는 뒷 모습이 더욱 아름다운 것 같지요.

 

자꾸만 외로워지고 점점 자신만의 벽을 쌓고 사는게 인생에서

그래도 사람만이 희망인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푸른 하늘, 흰 구름, 그리고 멋진 벌판이 펼쳐지는 풍경이 가득하기에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사색도 왠지 깊어집니다.

 

현대화라는 공해속에 살다보면 사람들의 고운 심성이 자꾸만 무더져가지요.

느끼지도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주어진 그대로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할뿐이고요.

 

하지만 자연을 대하다보면 마음이 깨끗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저희 인간은 자연을 통해 치유받는 존재이기에 자연은 늘 어머니 품속같은 곳이지요.

 

자연의 풍광에 빠져 제방길을 걷다가 잠시 마을로 들어서는데 입구에 나주나씨 삼효문이 있어 찾아봅니다.

효자 나득륜과 효부 풍산홍씨 그리고 아들 나학신 세분의 효에 대한 행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효자각이라고 합니다.

이 효자각의 내용을 일어보니 이곳에도 모친을 살리기위해 손가락을 잘라 피를 통해 회생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과거 구례 길을 걸을 때도 그곳 효자각에도 같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런 공통점이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네요.

 

마을 입구 당산나무 아레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제방길로 나서서 길을 이어 걷습니다.

이 길은 외길인데다 대부분 제방길이라 많은 일은 없고 주로 폴대를 박아 리본을 설치하는 일만 하게 되네요.

 

마을 주민이 천변 갈대밭에 불을 놓았는지 타오르는 불 소리가 무척이나 세차게 들립니다.

나무도 낙엽도 다 같은 것 같지만 태우면 각자의 고유한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외갓집에 가서 아궁이에 불을 때던 추억도 아스라하네요.

밥을 하고 남은 불씨를 이용해 군밤이라 고구마를 구워먹던 추억도요..

 

한없이 이어지는 제방길인지라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지만

주변에 펼쳐지는 자연의 풍광이 너무나 황홀해서 지루할 틈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길을 걸으며 일을 하다가도 또 가끔씩은 혼자만의 시간도 가져봅니다.

이럴때 저는 "김종률의 출발"이라는 노래를 자주 입가에 흥얼거리게 됩니다.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그곳에선 누구를 만날 수가 있을지
아주 높이까지 오르고 싶어
얼마나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을지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멍하니 앉아서 쉬기도 하고
가끔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는 법
언젠가는 나도 알게 되겠지
이 길이 곧 나에게 가르쳐 줄 테니까

촉촉한 땅바닥, 앞서 간 발자국,
처음 보는 하늘, 그래도 낯익은 길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새로운 풍경에 가슴이 뛰고
별것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나는 걸어가네 휘파람 불며
때로는 넘어져도 내 길을 걸어가네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내가 자라고 정든 이 거리를
난 가끔 그리워하겠지만   
이렇게 나는 떠나네, 더 넓은 세상으로

 

길을 걸으며 흥얼거리면 참 좋은 노래입니다.

무거워진 발걸음도 다시 가볍게 만드는 매력이 있고요.

 

ㅎㅎ 이번에는 화살표 틀을 쓰지않고 붓만을 가지고 화살표를 만드네요.

시멘트 포장을 하고 다 굳기전에 불도저가 지나간 모양입니다.

 

그나저나 이제 종점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왠지 서운한 마음이 벌써 드네요.

 

주변의 멋진 자연의 모습은 여전하고 바람도 차갑다기 보다는 이제는 시원하게만 느껴집니다.

 

이틀동안 함께 했던 개척단 회원님들의 길걷는 뒷모습도 왠지 더욱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사람이 때론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고 하는데

땅이 파해쳐진 척박한 모습이지만 때론 사람이 있어 멋진 풍경으로 재탄생하네요.

 

공사장 언덕을 넘어서니 영산포가 들판 너머 바라보입니다.

 

주어진 일이 끝나면 시원한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왠지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 먼저 드네요.

 

하지만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듯이 그 매듭도 있는게 당연하겠지요.

어제 첫날 일을 시작한 만봉천 운곡교에 도착했습니다.

 

개척단 활동의 마지막으로 다리 주변에 있는 나무에 제가 속한 리본조 회원님들의 추억이 담긴 팻말을

붙여놓으며 1박 2일의 삼남길 개척단 활동을 아쉽게 마무리합니다.

 

길과 자연을 사랑하시는 좋은 분들과 함께 약 20km 거리의 나주지역 삼남길을 새롭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비록 이틀동안 제가 걸은 그 길이 화려한 볼거리나 감동을 주는 모습이 많지 않을지 모르지만

걷는 내내 마음 잔잔하고 편한함이 깊게 스며드는 느낌이 있는 길인것 같습니다.

또한 기존에 만들어 진 길이 아닌 삼남길 개척단 회원님들과 함께 만든 새로운 길이라

더욱 애정이 가고 나중에도 자주 찾아볼 것 같네요.

 

그리고 어제와 오늘 동안 열두분의 삼남길 개척단 11기 회원님과 전체를 총괄을 하신 손대장님,

그리고 장비와 먹거리, 숙박 등 세세한 부분까지

불편없이 도와주신 코오롱 스포츠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삼남길 개척단 신청을 할 때 썼던 글이 생각이 납니다.

"그리움이 없으면 기억일뿐이고 그리움이 있으면 추억"이라는 말처럼

이번 삼남길 개척단에서의 1박 2일의 시간은

제 인생에서 그리움이 가득 배여진 소중한 추억이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