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역사,사찰

군산 구불길 5길: 물빛 길 - 호반 물빛을 따라 걷는 그리움의 길

by 마음풍경 2011. 10. 24.

 

군산 구불 5길 : 물빛 길

 

군산저수지(옥산저수지) 제방 ~ 수변 산책로 ~ 척동마을 ~ 수변 산책로~ 군산저수지 제방(12km, 3시간 소요)

군산 저수지 제방 ~ 대려마을 ~ 금성산 ~ 칠다리 ~ 백석제 ~ 옥구읍성 ~ 옥구향교 ~ 광월산 ~ 연꽃 자생지 ~

물빛다리 광장 ~ 은파관광 안내소 주차장(13km, 4시간)

[총 25km, 7시간 소요]

 

 

작년 10월에 군산구불길 4길을 걸으면서 왔었던 군산(옥산) 저수지를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64)

오늘은 군산 구불길 5길인 물빛길을 걷기위해 다시 찾습니다.

 

작년에 이곳에 왔을 때보다는 주변 시설들도 새롭게 많이 들어선것 같네요.

 

작년에는 이 제방길을 내려왔었는데 오늘은 반대 방향으로 갑니다.

오호라. 우리네 삶은 강물처럼 한번 흘러가면 되돌아 갈 수가 없는데

내가 걷는 길은 다시 거슬러 갈 수가 있네요.

 

제방 입구에 화려했던 억새의 풍경도 그대로 입니다.

1년이면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아주 아스라한 옛날처럼 느껴지네요.

아마도 그리움이 가득 배여있는 길은 추억처럼 아스라해지기 때문은 아닐까요.

 

제방을 건너 본격적인 저수지 수변길을 걷습니다.

이곳에는 청암산 능선을 거쳐 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과

호수를 옆으로 끼고 도는 수변길이 나란히 조성이 되어 있지요.

오늘은 수변길만을 온전히 반시계 방향으로 한바퀴 돌기로 합니다.

 

그리움이 없으면 추억이 아니고 기억이라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작년 이 길을 행복한 얼굴로 걸어오던 모습이 추억처럼 아스라하게 떠오르네요.

그리움이 가득 배여있는 길이어서 그런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뻗어있는 대나무로 울창한 숲길도 지나갑니다.  

 

군산저수지는 일제시대인 1939년에 최초로 저수지로 조성이 되었고

1963년부터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이 되어서 그런지 호수 주변 자연 생태가 잘 보존이 된 곳이지요.

 

하여 다가오는 주변의 모습은 소박하지만

몸이나 마음으로 느끼는 자연의 기운은 무척이나 풍부하고 상쾌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런 곳에 있으면 왠지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느끼곤 합니다.

제 자신이 가볍게 걸어다니는 나무라고 할까요.

아님 바람을 타고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나비라고 할까요. ㅎ

 

쉬엄 쉬엄 걸었는데 벌써 2.2KM를 걸었네요.

그런데 앞으로 가야할 길이 약 12KM로 만만치가 않습니다.

등산로를 따라 걸으면 훨씬 짧지만 그래도 오늘은 편안한 발걸음으로 수변 길을 걷고 싶습니다.

 

호수가를 따라 이처럼 멋진 길이 펼쳐지는데

이 유혹을 어찌 뿌리칠 수가 있겠습니까.

 

가던 길을 멈추고 주변을 살펴보면 생명의 분주한 움직임이 가득하지요.

그런 생각을 하면 작은 생명이라도 해칠까봐 발걸음 하나 내딛기가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조금씩 가을이 깊어가는 호수의 모습을 보니

그리움이 때론 삭히기 힘든 먹먹함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 걷는 발걸음 하나 하나가 그런 먹먹함을 치유하는 씻김굿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길을 걷다가 눈에 익숙한 이정표를 만났습니다.

이 이정표를 찍은 제 사진이 구불길을 소개하는 시사인 잡지에 실렸었지요.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773)

 

 이제 척동마을 입구 삼거리부터는 제가 걸어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걷게 됩니다.

 

이 소나무들은 사이좋게 호수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물소리를 좀 더 자세하게 듣기 위해서 일까요. ㅎㅎ

 

바람에 쓰러진 나무의 뿌리를 보니 보통 흙속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생명을 지탱하기위한 치열한 몸부림이 있습니다.

 

연리지 나무를 만났습니다.

여튼 새로운 길을 걸으니 좋은 선물도 있네요.

 

그나저나 다른 연리지보다 무척이나 신기한 모습입니다.

마치 입술을 내밀고 뽀뽀하고 있는 형상을 보이니요.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지간에 사랑이란 우리네 인간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우스개 소리로 "실패한 사랑은 대중가요 가사로 남고

이루어진 사랑(성공한 사랑이 아닌)은 결혼 앨범 사진으로 남는다"고 하는 말이 있던데

늘 알듯하면서도 또 알 수 없는 수수께기 같은 모습을 지니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또한 사랑이 세월에 따라 무뎌지면 삶이 된다고 하는데

저는 그 삶이 무언지 아직 이 나이를 먹도록 잘 모르겠습니다.

 

약 1시간을 넘게 왔는데 이곳에서 처음 쉬어봅니다.

주변 경치에 푹빠져서 쉬는 것도 잠시 잊어버린 모양입니다.

 

솔직히 모든 여자가 전부 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길은 어느 길을 만나도 다 아름답고 예쁜 것 같습니다. ㅎㅎ

 

그래서 일까요.

아름다운 길에 홀려 가다보니 막힌 길이 나와 되돌아오는 알바도 하게되네요.

그래도 이 멋진 길을 그냥 지나쳤으면 정말 아쉬울뻔 했습니다.

아주 우연한 인연으로 만난 길이라해도 때론 그 길이 오래오래 평생 기억속에 남는 길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런 우연성이 인생의 또 다른 즐거움은 아닐지요.

 

숲길을 걷다가 건너편 제방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곳에 도착합니다.

잠시 벤치에 앉아 가을의 느낌이 가득담긴 바람도 맞아보네요.

 

대전에서 아침에 차를 몰고 올 때는 비가 왔었는데 이제는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계절과 인생은 소유한 자의 것이 아니고 누리고 즐기는 자의 것"이라는 윌리엄 워즈워스의 싯구처럼

한번 살다가는 인생이기에 후회없는 삶이 되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울창한 숲이 되는 거창한 삶은 아니더라도

작은 쉼터, 작은 그늘 하나 있는 작은 아주 작은 숲이라도 되고 싶네요.

 

살다보면 한번씩 내 삶을 리셋하고 내 기억을 포맷하고 싶을 때가 있지요.

 힘들기만한 기억의 편린들을 깔끔하게 지우기 위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리운 것들은 잊혀지지 않기에

때론 지워지지 않는 추억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기억으로 만드는 법도 배워야 하나 봅니다.

 

잠시 휴식을 위해 호수가 잔잔히 바라보이는 벤치에 앉아

고정된 시선이 없이 그저 멍하니 바라봅니다.

행복하네요.

아무 생각이 없는 비어있는 이 순간이 무척이나 행복합니다.

 

한걸음이라도 잘못 내딛이면 물로 풍덩할 것 같은 스릴 있는 길도 걸어갑니다.

 

물의 뜻에 따라 자연스럽게 휘휘 도는 길이어서인지

전체 10KM가 넘는 긴 길이지만 발걸음은 그 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내마음도 이처럼 늘 평온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보네요.

 

수변 길은 마무리 지점에 가서 자연스럽게 편안한 능선 길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능선 길을 빠져나가니 다시 한가로운 군산저수지 제방의 풍경이 다가서네요.

군산저수지 수변길을 한바퀴 도는데 약 12km에 약간의 휴식 포함해서 3시간 정도가 소요가 됩니다.

호수 하나를 도는데 12km면 만만치 않은 거리네요.

천천히 점심도 먹고 걷는다면 하루 코스로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작년에 이 길을 빠져나가며 만났던 소들도 그대로고요.

 

이제 은파유원지로 가기위해 다시 제방 아래 억새 길을 따라 걷습니다.

 

포근한 가을 햇살과 바람에 살랑거리는 억새의 풍경이

사람의 마음을 무척이나 설레이게 합니다.

 

 사랑도 나무처럼
사계절을 타는 것일까


물오른 설레임이
연둣빛 새싹으로
가슴에 돋아나는
희망의 봄이 있고

 

 

 태양을 머리에 인 잎새들이
마음껏 쏟아내는 언어들로
누구나 초록의 시인이 되는
눈부신 여름이 있고

 

 

열매 하나 얻기 위해
모두를 버리는 아픔으로
눈물겹게 아름다운
충만의 가을이 있고


눈 속에 발을 묻고
홀로 서서 침묵하며 기다리는
인고(忍苦)의 겨울이 있네

 

 

사랑도 나무처럼
그런 것일까


다른 이에겐 들키고 싶지 않은
그리움의 무게를
바람에 실어 보내며
오늘도 태연한 척 눈을 감는
나무여 사랑이여

 

                            <이해인의 "사랑도 나무처럼">

 

 

아름다운 자연으로 충만한 억새 길을 걸으며 잠시 제 자신을 잊었습니다.

잠시 길위에 부는 바람이 되었나봅니다.

 

억새밭을 지나 정자가 있는 제방 끝에서

이제 이정표대로 오른편 산길을 따라 대려마을로 가야지요.

 

먼저 청암산 방면으로 산길을 오릅니다.

그리고 나오는 이정표를 따라 오른편 능선 길을 내려갑니다.

 

 대려마을은 금성산과 청암산 자락에 숨어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어느 방향으로 갈까 하다가 왼편 길에 있는 구불길 시그널을 따라 마을을 지납니다.

 

떡과 바나나로 조금 늦은 점심을 길가에 앉아 때우며 바라본 하늘이 참 곱습니다.

 

잘익어가는 감과 푸르른 하늘을 보니 가을의 정취가 물씬하고요.

또 다른 한해의 가을이 이처럼 지나가나 봅니다.

 

이제 다시 마을을 벗어나 터벅터벅 금성산 방향으로 들길을 걷습니다.

 

혼자 여행을 할 때는 주변에 더 예민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외롭기에 만나는 작은 사물 하나 하나에 더 많은 시선이 가기 때문은 아닐까요.

 

편안한 임도길을 걷다가 다시 이정표가 가르키는 오른편 산길 방향으로 들어섭니다.

 

산길을 오르니 건너편 청암산 능선도 시원한 모습으로 나타나네요.

 

아주 한적한 산길을 따라 금성산을 내려선 후 마을 입구 정자에서 

편하게 배낭도 내려놓고 느긋하게 휴식을 취해봅니다.  

 

정자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은 전형적인 가을 농촌의 모습이지요.

소박하면서도 넉넉한 느낌이 가득하고요.

 

칠다리 방향으로 가는 길에 금성 마을 노인분들을 만났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제 모습을 보더니 그냥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시면서 귀엽게 포즈를 취하시네요. ㅎㅎ

그리고 잘익은 홍시 하나를 주셔서 정말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인사성이 밝아서 주신다고 하시면서요.

 

그리고 옆에 계시는 할아버지께 칠다리의 유래에 대해 물으니

땅에 글자까지 써가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시네요.

몇시간째 혼자 걷느라 외롭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따뜻한 시골의 정을 느껴봅니다.

혼자 길을 걷는 저나 시골에서 외롭게 사시는 그분들이나 다 같은 외로움의 공통 분모가 있었나 보네요.

 

이 다리가 칠다리입니다.

물줄기가 일곱 칠자 모양으로 흐른다고 하여 칠다리라는 설도 있지만

실은 다리를 만들 때 다리 난간 받침으로 옻칠을 입힌 나무를 사용해서 칠다리라고 한다네요.

옛날에 다리 건너편 금성산 중턱에 만경강을 이용하여 침입하는 왜구를 방어하기 위한

박지산성(금성산성)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제 칠다리를 지나 백석제를 가기위해 너른 들판을 지납니다.

작년 가을 구불길에서 만난 황금빛 너른 들녁이 생각이 나네요.

그 시원한 길을 걸으며 불렀던 노래도 생각이 나고요.

 

그리고 너른 들판을 바라보며 차도를 걷다가 왼편 한림마을 방향으로 갑니다.

 

과거에 이곳 마을 앞으로도 기차가 다녔다봅니다.

그리고 보면 군산은 주변의 풍족한 자원때문에 일제시대 착취의 아픈 흔적도 많습니다.

 

마을을 지나 길을 이어가니 백석제에 도착합니다.

 

백석제는 멸종위기 2급인 독미나리가 군락을 크게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백석제는 저수지라기 보다는 이제 너른 초원 습지가 되었네요.

 

염의서원 입구에서 왼편으로 백석제 순환길로 접어듭니다.

 

백석제 순환길은 백석제 주변의 산길을 따라 이어지는 한적하면서도 편안한 길이지요.

 

오늘 걷는 길은 특별하게 억새의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백석제를 지나 옥구읍 방향으로 한적한 길을 계속 이어갑니다. 

 

그리고 작은 고개를 넘으니 집들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그리고 오늘 길걷기를 하다가 처음 만나는 식당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길을 걸어보며 느끼는 거지만 걷는 길만 멋지게 만든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고

길과 어우러지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식당, 숙박 등 주변 인프라가 함께 이루어져야 좋은 길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에 따르는 편리한 정보 습득 및 홍보도 중요하고요.

 

이제 옥구 농공단지를 지나 옥구토성 방면으로 산을 올라갑니다.

옥구읍성은 1451년 문종 원년때 창건한 평산성입니다.

그리고 구불길이 과거에 비해 달라진것은 중요 이정표 옆에

해당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스토리 텔링 안내판이 설치가 된것 입니다.

 

다만 주변에 쓰레기가 방치가 되어있어 조금 아쉽더군요.

내년 이른 봄에 구불길을 걸으며 주변 길을 청소도 하고

낡아버린 이정표 등도 새롭게 정비하는 시간이 있으면 좋을것 같습니다.

여튼 군산구불길이 모든 사람들에게 더욱 사랑받기 위해서는 먼저

그곳에 사시는 주민분들의 애정과 관심이 좀 더 있었으면 하네요.

 

 산길을 따라 오르니 옥구읍성은 흔적을 찾기가 어려웠고

대신 소박한 산 능선 길을 이어갑니다.

 

꽃인지 열매인지 모를 자연의 모습도 만나고요.

 

옥구토성을 지나 광월산 방향으로 능선을 이어가는데

왼편으로 옥구향교와 옥산서원 가는 이정표가 있어서 잠시 들렀다 가기로 합니다.

 

산길을 조금 내려서니 옥구 향교가 나옵니다.

 

옥구 향교는 조선 태종 3년인 1403년에 세워졌으며 인조 24년인 1646년에 이 자리로 옮겨 세웠다고 합니다.

 

중심 건물인 대성전은 공자 등의 여러 유학자들의 위폐를 모신 곳입니다.

 

이 향교는 특이하게 단군성전도 함께 모시고 있더군요.

하긴 공자야 중국 사람이니 우리의 근본인 단군을 모시는 것도 큰 의미가 있겠지요.

 

향교 앞쪽 전망 좋은 곳에 자천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천대는 원래 옥서면 선현리 하제인근 바닷가의 작은 바위산 위에 있던 조선 후기 양식의 2층 정자인데

1941년 일본군의 군산비행장 건설로 바위산이 사라지게 되자 이곳 근처로 이전을 하였다고 하네요.

 

향교 구경도 하고 광월산 능선으로 되돌아가 산길을 내려서서 만나는 삼거리에서

다시 오른편으로 길을 걸어 척동 마을에 도착합니다.

 

시골 마을 주변은 풍성한 수확의 느낌이 가득하네요. 

수확의 기쁨도 있으며 또한 낙엽의 쓸쓸함도 있는 가을은 참 묘한 계절입니다.  

 

 ㅎㅎ 70년대 구호가 이제는 아스라한 추억이 되었네요.

시대가 변해서일까요. 근면과 저축만으로 행복해지는 사회가 되었는지 반문해 보고싶습니다.

 

차도를 걷는데도 참 한가로운 길입니다.

그 길위에 제 그림자도 길게 드리우고요.

 

군산구불길 이정표는 주변 풍경과 참 잘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이정표를 설치하신 분의 감각이 아닐까 하고요. 

 

21번 국도가 지나는 터널을 지나갑니다.

생각해보니 군산구불길과 21번 국도와는 많은 인연이 있는 것 같네요.

대야에서 옥산저수지를 올 때도 그리고 옥산저수지에서 군산역으로 갈때도 이 국도를 지나가야 하니까요.

 

이제 이 고갯길만 넘으면 은파 유원지의 풍경이 나오겠지요.

 

은파유원지의 연꽃자생지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작년에 와본 곳이라 눈에 익숙하더군요.

 

그곳 입구에 의자가 있어 차를 한잔 타서 마시면서 피곤한 발을 잠시 쉬게 합니다.

벌써 6시간을 넘게 걸었네요.

 

따뜻한 차를 마시고 연꽃 자생지에서 어느 방향으로 걸을까 하다가

지난번에 걸었던 길을 거슬러 걷고 싶어서 오른편으로 호수를 끼고 인라인 스케이트장 방향으로 걷습니다.

 

요즘은 길걷기를 나서기 전에 책을 한권씩 읽곤 합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쿠르트 파이페의 "천천히 걸어, 희망으로"라는 책입니다.

책을 쓴 파이페는 60 중반의 대장암 말기 환자로 160일 동안

북부 독일에서 이태리 로마까지 약 3,350km를 두발로 걸은 자신의 경험을 기록한 책으로

기억에 남는 구절을 옮겨봅니다.

 

"나는 가고 또 갔다. 계속 그리고 또 계속, 빠른 속도로 일정하게,

어쩌면 내게 지상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먼 길을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딛었다.

길을 갈수록 차차 차분해졌다. 나는 여행을 할 때마다 늘 세상에 대해 스위치를 끌 수 있었다.

등산화를 신는 순간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우리는 항상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를 두려워한다.

새로이 시작하는 매일 매일, 정신없이 바쁜 일에 쫓겨 돌아간다.

그런데 마지막에 가면 의무와 소유, 주는 것과 받는 것, 생각과 느낌, 일하기와 내버려두기......,

내려놓기 중에 어느 쪽에 가치를 두게될까?"

 

" 나는 창조주의 손에서 나온 선과 아름다움을 우리가 감사히 받았으므로,

부정적인 것도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빵에 붙어있는 맛있는 건포도만 쏙 빼서 먹을 수는 없다.

사람은 고통을 통해 강해지고 진실하게 된다."

 

 

목적지에 가까워서 일까요.

차츰 차츰 무거워지는 발걸음을 조금 힘들게 옮기는데  은파유원지의 랜드마크인 물빛다리가 그 모습을 보입니다.

은파의 은은 사랑의 빛(희망)이고 파는 풍요의 물을 나타내기에 물빛다리는 '빛'과 '물'이 합성된 뜻이라고 하네요.

 

작년에 구불길 3, 4코스를 걸으면서 잠시 시간이 되어 보너스로 이곳의 멋진 야경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었지요.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65)

 

나무 의자에 앉아 작년 기억을 떠올리며 쉬는데 엉뚱한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내 머리속에 지우개가 존재하여 이 모든 추억들이 전부 다 지워진다면

그때 나는 행복할까요. 아님 불행한 존재로 남을까요.

지금은 어떤 것이 행복일지는 알수 없겠지만 일단은 많은 추억을 남겨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네요.

그나저나 한치 앞을 알수 없는게 인생이기에 주어진 그날 그날을 행복한 마음으로 살기를 소망해봅니다.

 

테크길을 따라 은파관광안내소가 있는 주차장으로 발길을 향합니다.

 

끝으로 책에 나온 구절 하나를 더 음미하며 오늘 하루 길게 걸어온 군산 구불길 걷기를 마무리 합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이란,

당신에게 기쁨과 충만함을 가져다주는 일에 첫 발걸음을 떼라는 것이다.

비록 당신의 소원이 가까운 사람들의 눈에 턱없이 미친 짓으로 보인다 해도 상관없다.

시작하기만 하면 이미 당신 내면에 있는 예감하지 못했던 능력이 깨어난다.

굉장한 만족감과 행복감이 당신을 사로잡으며, 당신의 삶과 병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는다.

당황스러운 모든 일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또 받아들임으로써 최선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야 큰 충족감과 깊은 내적 평온을 찾을 수 있다."

 

그나저나

 제 남은 삶속에서도 자연과 벗하며 인연의 길을 걷는 시간과 발걸음만이

저의 유일한 구원이고 희망일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