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역사,사찰

장흥 상선약수마을 숲길 - 억불산 산림욕장 길

by 마음풍경 2011. 10. 11.

 

상선 약수마을 숲길

 

 

전남 장흥군 장흥읍 평화리

 

상선마을 입구 주차장 ~ 메타쉐콰이어 숲길 ~ 정자 ~ 억불산 산림욕장 ~ 대나무숲 ~

마을 약수터 ~ 배롱나무 연못 ~ 평화저수지 ~ 주차장(2km, 1시간 소요)

 

 

우드랜드 편백나무 숲으로 유명한 장흥 억불산 자락에 자리한 상선 약수마을은

메타쉐콰이어 숲길을 시작으로 억불산 산림욕장이 마을 뒷에 자리하고 있어서

울창한 대나무 및 편백나무로 이루어진 숲길이 매력적이며

또한 마을 약수터 및 배롱나무 가득한 연못 등 아주 멋진 시골마을입니다.

 

 

 

전남 장흥읍내에서 남쪽인 억불산 방향으로 약 2km를 내려오면

억불산 자락에 아담하게 위치한 상선 마을을 만나게 됩니다.

농촌 체험 마을이어서인지 마을 입구에 화장실과 주차장이 있어서

이곳에 차를 주차하고 마을쪽으로 길을 걷습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억새와 단풍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니 좋은 곳을 온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천관산 억새 길을 걷기위해 왔었는데 장흥읍에서 가까운

이곳 상선 마을 뒷산에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좋은 오솔길이 있다고 해서 우연히 오게 되었습니다.

 

마을로 들어서는 길에 무척이나 아름다운 메타쉐쿼이어 숲길을 만납니다.

 

 

비록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제가 만나본 시골 마을로 들어가는 길중에

최고로 아름다운 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메타쉐쿼이어 길을 지나니 마을 초입에 정자가 나오고 억불산 산림욕장이라는 표시석이 있습니다.

 

왼편 마을 너머로는 억불산 정상의 모습이 우뚝하네요.

작년 초 금당도를 가기위해 이곳 장흥읍을 버스로 지나가는데

산중턱에 솟아있는 입석 바위(며느리 바위)가 있는 저 산이 독특하게 보여서

나중에 한번 가봐야와봐야 겠다 생각했는데 오늘 좀 더 가깝게 다가서는 시간이 되었네요.

 

이곳은 입구부터 대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있어 마치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는 기분이 듭니다.

 

이곳 마을에서 왼편으로 억불산 자락을 따라가면 최근에 편백나무 누드 산림욕으로 유명해진 장흥 우드랜드가 있습니다.

나중에 우드랜드를 포함해서 억불산 자락을 휘휘도는 길을 걸어 봐야겠네요.

 

대나무 숲 사이로 동백나무가 함께 자라는 모습이 조금 특이하더군요.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무작정 가벼운 마음으로 걷는 길은

가야할 길을 정해놓고 가는 여느 길걷기와는 다른 여유로움이 있습니다.

마치 모닝 커피를 한잔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이곳 대나무 숲은 규모가 만평 정도라고 합니다.

또한 여느 대나무와는 다르게 대나무 굵기가 무척이 크더군요.

 

 눈을 뜨고 일어나 아침마다 이런 길을 산책삼아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런 곳이 제가 태어난 고향이라면 저는 당장 도시를 떠나 귀향할 것 같습니다.

제 자신 스스로 살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힘든 사람과의 인연보다는

자연과의 공유가 저에게는 더욱 편하고 익숙하니까요.

 

갈림길에서 이정표가 참 잘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보다는

어느 길을 택해서 가야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만이 생기네요.

 

사람들과 살면서는 늘 제 자신의 부족함과 편협함만이 보이는데

이렇게 자연과 함께하고 있으면 제 자신 스스로 풍요로움과 여유로움이 생기니

아무래도 머지않아 자연과 벗하며 살아야할 팔자인것 같네요.

 

문득 얼마전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인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 나오는 글이 공감이 가서 옮겨봅니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의미도 없이 상처를 주고,

그로 인해 동시에 나 자신도 상처를 받지,

누군가를 망가뜨리고, 나 자신도 망가지지.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야.

하지만 그러지 않을 수가 없어.

 

 

나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늘 어떻게든 다른 인간이 되려고 했던 것 같아.

나는 늘 어딘가 새로운 장소에 가서, 새로운 생활을 하곤 했어.

거기에서 새로운 인격을 갖추려 했다고 생각해.

나는 이제까지 몇 번이나 그러기를 되풀이해왔지.

그것은 어떤 의미로는 성장이었고,

어떤 의미로는 인격의 가면을 교환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지.

 

 

어쨌든 나는 또 다른 내가 되는 것으로서 이제까지 내가 안고 있던

무엇인가로부터 해방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야.

나는 정말로 진지하게 그러길 원했고,

노력만 한다면 언젠가는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어.

 

 

하지만 결국 나는 어디에도 다다를 수 없었던 것 같아.

나는 어디까지난 나 자신일 수밖에 없었어.

내가 안고 있던 뭔가 빠지고 모자란 결핍은

어디까지나 변함없이 똑같은 결핍일 뿐이었지.

 

 

아무리 나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풍경이 바뀌고,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의 톤이 바뀌어도

나는 한 사람의 불완전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어.

 

내 속에는 늘 똑같은 치명적인 결핍이 있었고,

그 결핍은 내게 격렬한 굶주림과 갈증을 가져다주었어.

나는 줄곧 그 굶주림과 갈증 때문에 괴로워했고,

아마 앞으로도 괴로워할 거야.

어떤 의미로는 그 결핍 자체가 나 자신이기 때문이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늘 불완전하고 덜 성숙한 제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고

또한 고쳐보려고 고민하면서 살고 있지만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위로할 뿐이네요.

그러니 제 자신이 자꾸 자연에 더 의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늑하고 환상적이기까지한 대나무 숲길을 이런 저런 생각으로 걷다가

이제 대나무 숲을 빠져나와 왼편 억불 약수터 방향으로 갑니다.

 

이 길로 이어가니 편백나무가 반겨주네요.

어찌보면 동네의 작은 뒷산이라 할 수 있는데 참 좋은 산림욕장이 숨어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현대화되면 될수록 더욱 삭막해지고 더욱 탐욕스러워 지는 것이

어쩌면 자연과 멀어졌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억불 약수터 방향으로 편백나무 숲길을 조금 가다가 되돌아 옵니다.

더 가고 싶지만 조금 더 조금 더 하다가 억불산 정상까지 갈것 같아서

여기에서 나의 발걸음을 돌립니다.

 

그리고 마을쪽인 배롱나무 군락지 방향으로 내려서네요.

 

좁은 오솔길을 내려서니 마을의 모습도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억불산이 그리 큰산이 아닌데도 작은 계곡에 물이 제법 흐르는 것을 보면

약수마을이라는 명칭처럼 주변에 물이 풍부한 마을인것 같지요.

 

마을 뒷 동산길뿐만 아니라 마을 안쪽을 휘도는 길도 참 정감이 있습니다.

 

가던길에 마을 약수터가 있어 잠시 들러 봅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옛날부터 이처럼 나무 정수기를 이용해서 깨끗한 물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곳 우물 물은 그냥 마셔도 좋을만큼 무척이나 깨끗해보이는데

이처럼 정수기까지 이용했으니 이곳 사람들은 미남 미녀만 있을것 같지요. ㅎㅎ

 

옛날 시골 우물은 깊이가 상당했는데

이곳은 샘물이라 그런지 두레박이 필요없겠네요.

 

우물터를 지나 조금 가니 배롱나무 군락지가 있는 연못이 나옵니다.  

 

수령이 백년 이상된 50여그루의 배롱나무가 연못 주변에 자라고 있습니다.

 

여름에 왔으면 배롱나무 꽃이 장관이었을텐데 조금 아쉽기는 하네요.

 

그래도 연못을 중심으로 둘레를 따라 자라고 있는 아름다운 배롱 나무를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세상 일이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이치이겠지요.

 

 연못 주변으로 배롱나무가 너무 무성하여 전체적인 모습에서는 조금 답답함도 있지만

가득함과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인것 같습니다.

 

억불산은 마을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어 상선 마을의 큰바위 얼굴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이곳은 배롱나무뿐만 아니라 보호수인 소나무를 비록해서 많은 고목들이 어우러져

멋진 그림들을 만들어 주네요.

 

이곳 연못앞 주택 대문 앞에서 한 노인분을 만났는데 이분이 이곳 정원과 뒷산의 주인이시더군요.

당초에는 개인 사유지인데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라고 공개를 했다는 말씀도 하시고요.

이처럼 좋은 공간을 함께 나누게 해주시는 그분의 넉넉함이 참 고맙습니다.

 

아기자기한 느낌의 정원도 구경하고 이제 다시 마을을 빠져나갑니다.

 

그리고 처음 걷기를 시작한 정자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상선 마을 입구에는 평화제라는 아담한 저수지가 있습니다.

거위도 한마리 놀고 있고요. ㅋ

 

당초에는 이곳 저수지 앞쪽에 있는 장흥의 전통녹차인 청태전을 만드는 평화다원에 들러

녹차 한잔을 하려했으나 오픈을 하지않은 것 같아서 바로 제방길로 올라섭니다.

 

  메타쉐쿼이어 기둥 사이로 가을이 깊게 익어가는 정취가 정겹게 다가오네요.

 

 제방에서 바라보니 이곳 마을에서 장흥 읍내가 지척입니다.

 

다시 주차장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약 1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상선약수마을에서의 체험은

풍요로운 가을 분위기처럼 느낌이 있고 여유로움이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평화로운 길을 걸으며 제 자신을 잠시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고요.

다음 번에 억불산 길을 걷는 기회가 되어 이곳을 다시 찾는다면 더욱 반가운 인연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