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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연기 운주산성 길 - 백제 부흥군의 최후 항전지를 찾아서

by 마음풍경 2011. 9. 11.

연기 운주산성길

 

 

 충남 연기군 전동면 청송리 산90

 

 

운주산성 입구 주차장 ~ 정자1 ~ 임도갈림길 ~ 문지 ~ 광장 ~ 운주산 정상(백제의 얼 상징탑)

~ 성곽길 ~ 동문지 ~ 문지 ~ 고산사 ~ 주차장

(원점회귀, 약 6km, 2시간소요)

 

충남 연기군에 있는 운주산성은 약 460미터의 운주산 정상을 기점으로

서남단의 3개 봉우리를 감싸고 있는 삼태기 모양의 포곡식 산성으로 삼국시대의 대표적인 백제성입니다.

삼국사기에는 고사성으로 전하고 동국여지승람에는 고산산성으로 전합니다.

백제 웅진 왕도 시대에는 국방의 제일선을 담당하고

국말에는 구국항쟁의 기지로서 이름높은 연기 주류성의 주성이었다고 합니다.

 

 

대전에서는 1번 국도를 타고 조치원 읍을 지나 천안 방면으로 10여km 정도를 가면

국도 오른편으로 운주산성 푯말이 보이고 고산사가 있는 우측 비포장 임도길을 따라 약 1km를 더 가면

운주산 등산로 안내도와 깨끗한 화장실 등의 시설이 있는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오늘은 시계 방향으로 왼편 임도길을 따라 올라 오른편 고산사 길로 내려올 예정입니다.

 

이곳 운주산성이 도 지정 기념물 79호여서인지 아기자기한 시설들이 잘 설치가 되어있네요.

 

등산로 입구를 지나 왼편 임도길로 길을 이어갑니다.

고산사 길로 가도 등산로로 이어지지만

사찰에 피해를 주지않기위해 그 옆으로 등산로를 따로 만들었나 봅니다.

 

이곳으로 오는 길에 비가 제법 세차게 내려 걱정을 했으나

우산을 쓰고 작은 카메라를 들고 걷기에 그리 힘들지 않게 비가 내리네요.

 

늘씬한 소나무 너머 미곡리 마을도 보입니다.

 

임도길이 생각한 것보다 무척이나 편하고 좋아 왠지 걷는 기분도 참 가볍습니다.

요즘은 암자 길과 함께 산성 길을 자주 찾게되네요.

 

우산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사람이 없는 한적한 길을 걷습니다.

어쩌면 이 순간만큼은 온전히 내것만 같은 길이 되지요.

 

그나저나 아직 9월초인데 길가에 낙옆이 떨어지는 것을 보니

금방 가을도 깊어지겠네요.

 

 살아가면 갈수록 늘 무겁고 벅차기만한 삶이지만

이런 길을 걸을 때만큼은 참 가볍고 행복하지요.

길에 푹 빠져버린 내 자신이 무척이나 고맙기만 합니다.

아직도 무언가에 푹 빠질 수 있다는 것에 말입니다.

 

첫번째 정자를 만나서 바쁜 숨을 잠시 쉬어봅니다.

새벽부터 비가와서 갈까 말까 하다가 급하게 와서인지 왠지 마음이 분주했나 보네요.

 

휘어져 흐르는 길과 안개 능선 그리고 촉촉함이 배인 숲이 어우러지는

주변 풍광이 제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화려함이나 아름다움은 없어도 왠지 가슴에 스며드는 풍경이 있는데

이 풍경이 딱 그런 느낌이네요.

 

 정자를 나와 조금 더 오르니 임도 갈림길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오른편 길로 가야합니다.  

 

길을 따라 작은 고개를 넘어서니 편안한 길이 이어지네요.

 

그리고 이내 운주산성의 입구인 문지에 도착했습니다.

 

문지는 운주산성으로 들어가는 초입이 되겠네요.

운주산성의 둘레 길이가 총 3,098m로 산성 중에서도 상당히 큰 규모라고 합니다.

 

산성 문지 주변은 깔끔하게 복구가 잘되어있고 멋진 정자도 보입니다.

 

대부분의 산성이 그렇지만 이곳도 산성내에 너른 땅도 있고 작은 저수지도 있어

사람들이 적을 피해서 살 수 있는 그런 환경이 갖춰져 있지요.

 

형형색색의 바람개비들이 설치되어있는 바람개비 동산도 지납니다.

 

가던 길에 약수터도 있던데 음용수로는 부적합하다는 안내문이 있더군요.

 

운주산성 광장에서 정상을 향해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네요.

 

비가 와서인지 조금씩 올라갈 수록 안개도 짙어만가네요.

 

비와 안개의 정취가 가득 담겨 있는 풍경을 만납니다.

이 정자에서 오랜만에 따뜻한 커피 한잔 했습니다.

불어오는 촉촉한 바람과 빗소리를 친구하며 마시는 이 시간이

쓸쓸하면서도 너무나 소중하지요.

 

정자에서 계단을 따라 조금 가니 백제의 얼 상징탑이 있는 운주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입구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약 3km에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이곳 운주산에서 망경산과 충남과 충북의 도 경계 능선인 동림산까지

약 13km의 등산로가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구름 안개 가득한 주변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땀을 흘리고 난뒤 정상에서 만나는 바람의 시원함을 말할 필요는 없겠지요. 

 

백제의 얼 상징탑은 백제 패망 후 백제 부흥 군의 얼을 되살리는 의미로 이곳 운주산에 설치했다고 합니다.

삼층 기단과 삼각 모형은 백제, 고구려, 신라의 삼국을 의미한다고 하고요.

그나저나 백제부흥운동의 최후 항전지인 주류성의 실제 위치를 놓고 서천(한산), 홍성, 부안, 연기 등

여러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곳 상징탑에는 연기 주류성으로 이야기 하고 있으며

운주산성이 주류성의 주성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또 한곳의 항전지인 임존성이 예산 대흥면의 봉수산에 있다는 것은 확실한데 말입니다.

 

 하긴 백제 부흥 운동의 최후의 저항지였던 주류성의 위치가 어느 지역이면 어떻겠습니까.

역사는 승리한 자의 쟁취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삼천궁녀로만 상징되는 무능력한 의자왕..

최근 TV 대하 드라마에도 의자왕보다는 계백만이 보이더군요.

거기에는 변색되고 축소된 진실은 없는 걸까요.

서로 자기 지역에 대한 작은 사랑보다는 부끄럽고 왜곡된 백제 역사에 대한

회복이 더욱 시급한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이야기 해봅니다.

 

1300년전 쓸쓸한 역사의 흔적과 생각을 뒤로하고

 이제 운주산 정상에서 왔던 길을 벗어나 오른편 성벽 길을 따라 걷습니다.

 

가는 길 주변에 산성의 흔적들이 보이던데

동문지로 추측되는 이곳은 제법 산성이 잘 단장이 되어있습니다.

 

운주산성은 계곡을 끼고 주위의 산 능선에 성곽을 축조한 포곡식(包谷式산성이라고 합니다.

 

 다시 안개 자욱한 숲길을 걷습니다.

안개 가득한 숲길을 걷노라면 나무들이 마치 잠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환상에 빠지기도 하고요.

 

강아지의 옆 모습같지는 않는지요. 앙~ 하고 물지는 않을까요. ㅋㅋ

가끔 산에서 재미난 모습의 바위를 만나보는 재미도 참 좋습니다.

 

비록 조망이 시원한 잘 단장이 된 산성위를 걷는 것은 아니지만

운주 산성 둘레길은 편안하고 조용한 숲길을 걷는 것 같아 참 매력적입니다.

 

무척이나 황홀한 숲길을 빠져나가니 발아래로 다시 문지의 모습이 나옵니다.

 

운주산성은 주변 시설도 참 잘 단장이 되어 있고 성곽 둘레길 등 주변 숲길이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남녀노소 가볍게 찾아와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걷기가 힘들면 이곳 문지까지 임도 길을 따라 차로 올라와도 되고요.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조용한 모습도 참 매력적입니다.

물론 너무 알려지기를 바라지는 않네요.

 

이제 이곳에서 고산사 방향으로 임도가 아닌 등산로를 걸어갑니다.

 

 등산로 옆으로 작은 계곡이 있어 계곡 물소리를 듣고 내려갑니다.

작은 산이지만 그래도 갖출것은 다 갖추었네요.

 

아주 시원한 기분이 드는 소나무 숲길도 지납니다.

 

소나무 숲을 빠져나가니 고산사가 나옵니다.

 

절내에 백제 의자왕의 위혼비가 있는게 특이한 것처럼

이곳 고산사에서는 백제 멸망한 매년 음력 9월 8일을 기해 의자왕과 부흥기의 풍왕

그리고 백제 부흥운동을 하다 죽은 혼령들을 위해 그 자손들이 매년 고산제를 지낸다고 합니다.

 

절 위쪽에 재미난 표정의 미륵불도 만납니다.

 

숲 이곳 저곳에도 작은 돌 부처상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더군요.

 

근데 이 절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절 입구에 오래된 나무 배가 있는 것입니다.

 

하도 궁금해서 이곳에 계시는 분께 여쭤보니

이 배는 옛날 한강의 용산 나루터에서 사용하던 나룻배인데

근처 아래 마을이 고향이신 분이 이 절을 지어서 불사하시면서 배도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절 입구에 있는 "백제새가 비로소 운주산성에 내려앉다!"라는 제목이 있는 벽화인데

왠지 어떤 깊은 의미가 있는 그림처럼 보입니다.

의자왕의 위혼비와 나룻배, 그리고 묘한 모습의 벽화가 있는 고산사는

오래되거나 규모가 큰 사찰은 아니지만 백제의 패망과 죽은 영혼을 위로하는 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절 아래쪽으로 내려오니 바로 주차장이 나오네요.

약 2시간 남짓 걸린 짧은 길이었지만

아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편안하고 좋은 길 하나 만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 벚꽃 피는 봄에 다시 와서 성곽 길을 온전히 걸어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시일내에 백제 부흥운동의 또다른 항전지인 예산군 봉수산에 있는 임존성도 찾아봐야 할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