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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남이섬 낭만 길(2) - 환상적인 새벽 물안개를 만나다.

by 마음풍경 2012. 11. 4.

 

남이섬 낭만 길(2)

 

 

남이섬은 달밤이 좋다. 별밤은 더 좋다.

하지만 새벽을 걷어 올리는 물 안개를 마주하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아름다운 단풍과 함께 남이섬에서 하루를 보내고

새벽에 일어나니 머리위로 달과 별이 환하게 떠있네요.

(남이섬 낭만 길(1) - 만추의 정취와 낭만이 가득한 곳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39)

 

삼각대를 가져오지 못해서 선명한 모습을 담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마주한 새벽 밤 하늘의 느낌은 참 좋네요.

살아있다는 정갈한 기분도 듭니다.

 

새벽 달도 보고 새벽 별도 만나고 나서 잠시 눈을 붙이고 나니

먼동이 터오고 투투별장 앞에도 물안개가 피어올랐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새벽 물안개를 만나기 위해

고운 은행나무 길을 걸어 남이섬 땅끝 방향으로 갑니다.

 

새벽이라 그런지 날이 제법 쌀쌀하지만

그리운 임을 만나러 가는듯한 설레임때문인지 가슴은 훈훈하네요.

 

어제 강변 산책길을 걸을 때 와봤던 남이섬 땅끝쪽으로 왔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환상적인 물안개가 피워오르고 있네요.

 

그나저나 새벽 물안개의 모습은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몇년전에 새벽 섬진강에서 피어오르던 물 안개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고요.

(섬진강 새벽 안개와 이른 벚꽃 풍경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68)

 

섬진강에서는 물안개가 강위로 가득했는데

이곳 북한강의 물안개는 꽃이 피듯이 한송이 한송이 피어오르는 느낌입니다.

 

강에만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은 아니고 호수에도 잔잔하게 물안개가 피어나네요.

 

헛다리 쪽으로 안개속 길을 이어걷습니다.

 

서리가 내려서인지 다리가 무척이나 미끄럽더군요.

조심 조심 건너갑니다.

 

 그나저나 북한강에 와서 물안개를 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정태춘의 북한강에서'라는 노래를 듣고 나서 였는데

이렇게 오게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린것 같습니다.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 빈 거릴 생각하오 ~~
왠지 낯설기만한 서울 생활을 하면서 참 가슴에 와닿는 구절이었지요.

술을 마시면 늘상 부르던 노래였고요.

 

 저 어둔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 빈 거릴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짙은 안개 속으로 새벽 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 했오
강물 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치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우리 이젠 새벽 강을 보러 떠나요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오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 거요

 

 

북한강의 새벽 물안개를 바라보며 그 노래를 흥얼거려봅니다.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모습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서 참 행복하네요.

 

화려한 단풍과 몽환적인 새벽 물안개의 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날도 일년에 몇일이 되지 않겠지요.

 

이제 동편 능선너머로 아침 해가 떠오는 것 같습니다.

 

해가 뜨면 물안개는 사라지겠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오는 물안개입니다.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어도 참 좋은 자연의 모습이네요.

 

세상 사는 번뇌도 잠시 내려놓고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된 느낌만 가득하고요.

 

이제 해도 뜨고 물안개도 조금씩 사라져갑니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정말 환상적인 시간이었네요.

 

곱고 환상적인 물안개를 만나고 돌아가는 은행나무 길도 참 운치가 있습니다.

 

아침이라 그런지 단풍의 색감이 더욱 진하게 다가오네요.

 

배가 아침 7시부터 운행을 해서인지

메타쉐콰이어 가로수 길에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침 일찍 나오면 사람이 없는 가로수 풍경을 담을줄 알았는데요.

 

그래도 남이섬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있는 곳인데 이정도면 한가한 편이지요.

겨울연가 동상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만납니다.

 

투투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매려적인 전나무 숲길도 카메라에 담아보고요.

 

앙상한 가지만 남은 은행나무 길의 차분한 아침 풍경도 남겨봅니다.

 

이곳 은행나무 길이 남이섬의 가을을 상징하는 곳인데

조금 늦어서인지 은행나무 잎이 땅에 가득한 풍경만을 만났네요.

 

투투별장의 열쇠를 반납하고 이제 어제 걷지 않았던 동편쪽 산책로를 걷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지 토끼들이 깡총깡총 다니며 분주하네요.

 

남이섬의 아침 풍경은 어제처럼 오늘도 여전히 풍성하고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고운 자연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제 심성도 고와지는 느낌이 들지요.

하긴 자연의 풍경중에 곱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겨울연가의 유명한 첫 키스 장면을 찍은 곳이라고 합니다.

남이섬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지가 된 것도 다 겨울연가 덕분이겠지요.

하여 남이섬 이곳 저곳에 겨울연가에 대한 흔적들이 많고요.

 

붉게 물든 단풍도 머지않아 회색빛 낙엽이 되는것처럼

우리네 가슴에 담긴 붉디 붉은 사랑도 세월이 흘러가면 그리 되겠지요.

다만 아스라하고 행복했던 추억으로는 남게될 것입니다.

 

이제 1박 2일을 머물었던 낭만의 남이섬을 떠납니다.

 

남이섬의 안내 책자에 나온 구절인데

남이섬을 가장 장 표현한 것 같아 옮겨봅니다.

 

"사랑을 들고 껴안고 욕망으로 가득찬 마음을 비우고

색깔 없는 삶의 짐들은 어딘가에 벗어둔 채

인간이 자연의 모습으로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태초부터의 평화를 함께 나누어 가는 곳이다."

 

이곳에 머문 동안에 낭만이 가득한 만추의 풍경도 만나고

환상적인 새벽 물안개도 만나보았습니다.

정말 자유롭고 평화롭고 행복했던 남이섬의 1박 2일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