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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변산 봉래구곡 단풍길 - 은은한 직소폭포의 가을 풍경

by 마음풍경 2012. 10. 29.

 

변산 봉래구곡 단풍길

 

 

전북 부안군 변산면

 

 

내변산 탐방지원센터 ~ 봉래곡 ~ 선녀탕 ~ 문옥담 ~

 직소 폭포(원점회귀) ~ 탐방 지원센터

(약 5km, 2시간 소요)

 

 

봉래구곡은 내변산의 신선대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직소폭포를 거쳐서 봉래곡, 백천까지 이어지는 약 20km의 계곡으로

제1곡 대소폭포에서 9곡 암지까지 9개의 곡이 굽이굽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특히 제2곡인 직소폭포는 내변산의 빼어난 절경을 대표하며

단풍이 어우러지는 가을에는 더욱 그 아름다움을 나타냅니다.

 

 

참 오랜만에 내변산의 직소폭포를 찾아가기위해

전북 부안군 변산면 중계리에 위치한 내변산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합니다.

 

길을 걷기에 앞서서 맑고 깊은 가을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하늘을 닮고픈 정갈한 마음을 안고 단풍길을 걷습니다.

 

가을 가뭄이라 계곡 물이 많지는 않지만

계곡에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단풍의 모습은

길 초입부터 마음을 들뜨게 하네요.

마치 오래동안 보지못한 친구를 만나거나

산속에 꼭꼭 숨겨논 애인을 만나러가는 기분이 듭니다.

 

내변산에 오면 늘 월명암으로 향하는 남여치에서 산행을 시작하기에

직소폭포 이전의 봉래구곡의 풍경을 보지 못했는데

이곳에 이런 멋진 절경이 숨어있었네요.

 

능선위로 마치 뿔이 난것 같은 재미난 바위도 있습니다.

변산 쇠뿔바위봉도 그렇고 개암사의 우금산 바위도 그렇고

내변산 주변에는 이와 유사한 바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봉긋 솟아있는 바위 모습이 마치 도장을 닮았다고 해서 도장(인장)바위라고 한다네요.

 

계곡을 따라 편안한 산책길을 걷다가 한적한 대나무 숲길을 걷기도 합니다.

두발로 걷기만 해도 참 마음이 편해지는 시간이네요.

 

소박하고 담백한 숲길은 이처럼 아름답고 벅찬

단풍의 풍경을 만나기위한 기다림이었나봅니다.

 

멋진 바위의 모습이 가을 단풍과 어우러져서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하네요.

 

 화려한 단풍이 아니더라고 은은하고 화사하게 다가오는

가을의 정취도 참 곱기만한 모습입니다.

 

가을 바람에 살랑거리는 억새의 수줍음도

물론 빼놓을 수 없는 가을의 풍경이겠지요.

 

선인봉 아래에 자리한 부안 실상사지에 도착합니다.

물론 터만 있는 것은 아니고 몇 몇 사찰 건물이 자리하고 있더군요.

 

실상사는 내소사와 함께 부안의 4대 사찰이었다고 하는데

사찰 건물이 주변의 모습을 닮아서인지 참 자연스런 모습인것 같네요.

 

실상사지를 지나면 이제 본격적인 봉래곡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멋진 계곡을 따라 화사한 단풍 풍경이 이어지기에

걷는 발걸음도 즐겁고 마음도 바람처럼 가벼워집니다.

 

단풍이 어우러지는 계곡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자연보호 헌장탑에 도착했습니다.

남여치에서 월명암을 지나 직소폭포를 가기전에 만나는 곳이기도 하지요.

과거에는 이곳 주변이 너른 공터였는데

이제는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서인지 조금은 낯설게 다가옵니다.

 

이제 직소폭포와 산속에 있는 호수를 보기위해 작은 고개를 넘습니다.

 

고개위로 오르니 관음봉에서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나타나고

또 그 사이로 잔잔한 호수가 펼쳐지는 내변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가을 호수에 비치는 자연의 모습은 더욱 화려하고 아름답게 변모하네요.

자연속에서는 그림자같은 허상도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잔잔한 호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고운 파스텔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과거 백양사에서 만났던 물에 비친 아련한 단풍의 모습도 떠오르고요.

(장성 백암산 단풍길 - 그림같은 백양사와 쌍계루 가을풍경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294)

 

뭐니 뭐니 해도

호수는

누구와 헤어진 뒤

거기 있더라

 

아름다운 호수를 만나니 문득 얼마전에 읽은 책에 나온 구절이 생각이 납니다.

연인과 같이 가면 사랑하는 상대를 보느라 호수가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헤어지고 혼자 가서 보면 텅 빈 호수가 더 잘 보인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더군요. ㅎ

 

호반 산책로에는 사람들의 소망을 담은 이야기들이 주렁 주렁 달려있습니다.

이곳 호수에 남겨놓고픈 나의 소망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지만

마음에 소망이나 희망을 담게되면 그 또한 너무 무거워지기에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네요.

 

호수 데크 길을 빠져나가니 봉래구곡중 제4곡인 선녀탕에 도착합니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지는 계곡의 모습이 참 절경이네요.

 

선녀탕 주변에 펼쳐지는 단풍의 색감도 또한 은은합니다.

 

선녀탕을 구경하고 다시 조금 길을 오르니

오늘 걷는 길의 반환점인 직소폭포가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비록 물줄기는 가늘지만 주변 단풍과 어우러지는 풍경이 정말 장관이네요.

가을 햇살에 비치는 은은한 색감은 화려함보다 더 깊은 정취를 느끼게 합니다.

 

직소폭포는 봉래구곡중 제2곡이지만

이곳 내변산을 대표하는 가을 풍경인것 같습니다.

 

물론 폭포의 아름다운 풍경이 저 스스로 된 것은 아니고

이처럼  폭포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져야만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빛을 발하겠지요.

 

발아래 펼쳐지는 가을의 모습은 마치 설악산에 와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하여 그 아름다움에 매혹이 되어

잠시 계곡 아래쪽으로 내려가 보니 제3곡인 분옥담의 절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다른 산이나 계곡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이 아닌가 하네요.

 

단풍과 소나무 그리고 바위가 만들어내는 자연의 풍경은

그저 편하게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습니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일체감이 느껴지는 행복하고 자유로운 시간입니다.

 

저물어가는 가을 햇살 아래 비추이는 폭포의 모습은 더욱 신비롭기만 하고요.

 

직소폭포를 넘어 내소사까지 이어가고 싶지만 차를 가져와서

직소폭포를 반환점으로 이제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잔잔한 호수의 가을 빛은 여전히 마음을 설레게 하네요.

 

절정을 향해 피어오르는 붉은 단풍나무 길도 걷습니다.

 

가을은 떠돌이의 계절인가,

나뭇잎을 서걱서걱 스치고 지나가는 마른 바람소리를 듣노라면

문득 먼 길을 떠나고 싶다.

바람이란 그 바탕이 떠돌이라서 그런지

그 소리를 듣기만 해도 함께 떠돌고 싶어진다.

 

서걱이는 가을바람 소리는 쓸쓸하고 적막하다.

그러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안으로 거두어들이는 기운이 서려 있다.

 

- 법정스님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에서 -

 

 

서걱이는 가을 바람이 훅 불면 제 마음에도

바람이 불어와 스님처럼 떠돌고 싶기도 하고

그 떠도는 길을 따라 가다보면

제 자신을 차분하게 되돌아 보기도 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다는 말이 있지요.

자연처럼 온전히 줄 수 있는 사랑만 있다면

바람처럼 떠돌아도 외롭지 않고

낙엽처럼 떨어져도 쓸쓸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고운 가을 길을 빠져나오려는데 제가 참 좋아했던 시가 있어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오랜만에 한자 한자 천천히 읽어보네요.

그나저나 사람과는 멀어지면 편해지고 자연과는 가까워지면 편해지는

제 자신의 아이러니를 어찌해야 할지 늘 고민입니다. ㅎㅎ

 

 

다시 길 걷기를 시작했던 입구로 되돌아 왔습니다.

2시간 남짓한 편하고 짧은 산책 길이었지만 곱디 고운 단풍이 어우러지는

자연의 풍경이 걷는 내내 마음을 설레게 해준 고마운 시간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