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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광양 옥룡사지 동백숲길 - 붉디 붉은 천년 동백꽃 터널길

by 마음풍경 2013. 4. 8.

 

옥룡사지 동백숲길

 

 

전남 광양군 옥룡면 추산리

 

백계산 동백림 주차장 ~ 동백숲 터널 ~ 옥룡사지 ~

운암사 ~ 소나무 숲(선의 길) ~ 동백림 주차장

(2.5km, 1시간 소요)

 

 

옥룡사지 동백숲길은 신라시대에 창건된 옥룡사의 절터를 찾아가는 동백꽃 터널길로

 천연기념물 489호로 지정이 되었으며 광양 백계산 자락 주변 7ha 면적에

수 백년에서 수 천년된 7천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백만송이의 동백꽃을 피우고 있어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이 서로 행복한 얼굴로 마주하고 있는 아름다운 동백꽃 길입니다.

 

 

남쪽 지방의 동백꽃들이 대부분 3월이면 만개하여 지는데

광양 옥룡사지에 자라는 동백나무는 4월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꽃을 피우는 고운 풍경을 보여준다고 하여 

옥룡사지 동백숲으로 발걸음을 합니다.

이곳은 광양 백운산 자연휴양림이 주변에 있으며

또한 통일신라시대의 선승이자 풍수 대가인

도선국사의 역사적 흔적이 많은 곳입니다.

동백림 주차장에서 백운산 자연휴양림까지 연결되는

도선국사 천년숲길도 조성이 되었네요.

 

동백림 주차장에서 진달래가 반겨주는 마을 길을 따라 옥룡사지를 향해 걷습니다.

 

길 주변에 과수원이 있어서 사과꽃 등 여러 화사한 모습의 꽃들이 반겨주네요.

 

이곳 옥룡사지 동백숲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무척이나 한적합니다.

저도 지금까지 전혀 모르다가 전라도닷컴이란 잡지에 실린 글을 보고 이곳을 알았네요.

 

과수원 길을 따라 작은 고개를 올라서니 오늘 찾고자 했던 동백숲 입구가 나옵니다.

 

옥룡사지 동백숲은 천연기념물 489호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동백숲이라고 하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산 전체가 전부 동백나무로 이루워진것 같습니다.

 

새빨간 동백꽃들이 마치 길옆으로 도열하듯이 피어있네요.

이제 동백꽃과 함께하는 정취 가득한 길로 나서봅니다.

 

동백꽃은 피어있을 때보다 땅에 떨어진 풍경이 더 아름답다는 말처럼

이처럼 시들어 말라가는 모습 또한 처연한 아름다움을 줍니다.

누군가 동백꽃을 모아서 하트 모양을 만들었던것 같은데

사랑도 그렇고 추억도 그렇고 다 시간이 지나면 이처럼 바래지고 잊혀지겠지만

그래도 이 시든 동백꽃처럼 내 인생의 소중한 한 부분이겠지요.

 

매년 봄이면 동백 꽃을 만나러 남쪽에 있는 섬으로 다니곤 했지만

이처럼 많은 동백꽃을 만나기는 아마도 처음인것 같습니다.

 

풍수지리의 대가였던 도산국사가 이곳에

옥룡사를 짓고 물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자

옥룡사 주변 일대에 화재에 강한 동백나무를 심었다고 하는데

천년의 세월이 지나서 이처럼 곱고 아름다운 숲이 될것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요.

 

동백숲 입구로 들어서니 본격적인 동백 숲 터널길이 나옵니다.

남녘에는 벚꽃도 꽃비가 되어 지는 봄이 깊어가는 계절인데

이처럼 만개한 동백꽃을 만날지는 생각지 못했네요.

 

드문 드문 만나는 흰색의 벚꽃이 되려 신기하게만 느껴지는 붉디 붉은 세상입니다.

 

 꽃은 가지에서 한번 피고 또 가지에서 버림 받을 때 또 한번 핀다는 말이 있는데

동백꽃은 필 때 보다 이처럼 처연하게 질 때가 더욱 아름다운 꽃이네요.

 

세상 끝 어딘가에 사랑이 있어 전속력으로 갔다가

사랑을 거두고 다시 세상의 끝으로 돌아오느라 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 :

우리는 그것을 이별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하나에 모든 힘을 소진했을 때 그것을 또한 사랑이라 부른다.

 

<이병률 -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중에서>

 

모든 힘을 소진해서 사랑의 꽃을 피웠다가

한순간 뚝~ 하고 낙화하는 동백 꽃을 보고 있으면

우리네 삶속의 사랑과 이별이 바로 이런것이구나..

이처럼 허망하면서도 또 가슴 저리게 아름다운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지금까지 많은 동백숲을 만났지만 천년이 된 숲이라 그런지

이처럼 깊은 느낌이 있는 동백숲은 처음인것 같네요.

 

환상같은 동백 터널길을 빠져나오니 마치 전혀 다른 세상에 온것 같이

하늘이 활짝 열리며 그곳에 옥룡사지가 있습니다.

 

지금은 너른 들판에 쓸쓸하게 주춧돌만 남아있는 모습이지만

도선국사가 37세부터 이곳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898년 타계할 때까지 35년간 머물렀다고 합니다.

도선국사의 타계를 기준으로 해도 올해가 2013년이니

정확히 1115년이 더된 동백나무네요.

 

세월이 흐르고 흘러 인걸은 간데 없지만

그래도 동백은 천년을 살아 이처럼 붉은 동백 꽃을 환하게 피우네요.

 

이제 옥룡사지를 빠져나와 다시 동백 꽃길을 따라

깊은 느낌이 가득한 숲으로 들어갑니다.

 

사람의 흔적은 없고 단지 새소리만이 가득한 곳에 머물다 보니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기분도 들고요.

그나저나 과거에 다녀온 영암의 구림마을이 도선국사의 탄생지로

숲에 버려진 어린 도선을 비둘기가 키워서

그곳 마을 이름을 구림으로 지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곳 동백나무 숲에는 온통 새 소리만이 가득합니다.

(전남 영암 구림 한옥 마을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15)

 

이곳에서 선의 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되돌아

가기전에 잠시 운암사를 다녀올까 합니다.

 

 옥룡사지에서 운암사로 내려서는 길 또한

무척이나 매력적이어서 걷는 발걸음 한걸음 한걸음이 참 행복집니다.

 

운암사로 가는 길에 선각국사 도선의 증성혜등탑을 만났습니다.

여기에 있는 부도는 옥룡사지에서 출토된 유물을 토대로 복원한 것이라고 하네요.

 

부도탑을 돌아나가니 운암사가 나오고 지붕위로 거대한 불상이 보입니다.

 

조용한 운암사 대웅전 앞마당으로 들어서니

40m 높이의 거대한 크기의 황동약사여래입상을 만나게됩니다.

 

지난번 고성 문수암에서도 거대한 크기의 약사전 대불을 만났었는데

이곳 부처 또한 그 크기가 만만치 않네요.

(고성 문수암 조망길 - 한려수도가 펼쳐지는 해동절경지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83)

 

이곳 운암사는 이미 벚꽃이 지기 시작하는데

언덕 건너편 옥룡사지에는 동백꽃이 만개하니

계절의 순서가 바뀐것 같기도 하고 참 묘한 느낌이 들더군요.

 

작은 고개를 하나 넘어왔을 뿐인데 조금전에 만난 세상과

운암사에서 만난 세상은 너무나 다른것 같네요.

역설적으로 옥룡사지가 그저 황량한 절터이지만

주변 사찰인 운암사와 대비가 되어

비어있음의 의미를 저절로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여튼 상이한 이 둘을 이어주는 매력적인 길을 따라

다시 옥룡사지 쪽으로 되돌아 갑니다.

 

옥룡사지 4거리에서 왼편 '선의 길'을 따라 포근한 길을 이어걷습니다.

옥룡사지 주변은 동백숲이지만 주변 능선은 소나무 숲으로 되어 있어

마치 소나무들이 동백나무들을 보호하는 형태로 숲이 이루어져 있네요.

 

푹신한 소나무 숲길을 이어걷다보니

연분홍색으로 피어있는 산철쭉 꽃을 만났습니다.

아직 진달래 꽃도 만개하지 않았는데

지난 겨울 얼마나 애타게 봄을 기다렸기에

산철쭉은 이렇게 빨리 고운 모습으로 피었을까요.

 

조용한 숲길을 걸어 나오니 다시 옥룡사지 동백숲 입구로 되돌아 왔습니다.

마치 환상의 세상에 있다가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온 기분이 들더군요.

 

우연히 잡지에서 만난 글과 사진을 보고 동백꽃이 만개하는 계절에

한번 와보고 싶어서 발걸음을 한 옥룡사지 동백숲이었습니다.

이곳에는 도선국사의 천년전 이야기가 있고

수천그루 동백나무에 피어난 백만송이 동백꽃의 처연한 향연이 있었습니다.

무수한 동백의 낙화를 바라보니

자연은 죽음마저도 아름답게 해주는 힘이 있는 것 같네요.

하여 천년숲에 머무는 동안 죽음의 의미를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길인지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