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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구례 현천마을 산수유 꽃길 - 숨겨두고 싶은 고운 산수유 마을

by 마음풍경 2013. 3. 31.

 

구례 현천마을 산수유 꽃길

 

[전남 구례군 산동면]

 

현천마을 주차장 ~ 사진전망대 ~ 팔각정 ~ 토끼장 ~ 전

망데크(영모제) ~ 수변굥공원 ~ 주차장

(약 4km, 2시간 소요)

 

 

구례 현천마을은 산수유 꽃 축제로 유명한 상위 마을이나

반곡 마을 등의 유명세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산수유 마을이지만 

마을 입구 저수지에 비추이는 산수유의 노란 파스텔 색감과

마을 언덕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노란 색으로 물든 시골 마을의 정취를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는 오래오래 숨겨두고 싶은 곳입니다.

 

 

작년 3월 말경에 구례 산동면으로

산수유 꽃을 만나러 갔었지요.

(구례 산수유 꽃담길 - 봄을 알리는 노란 꽃의 향연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56)

그 당시 산수유 축제 마을인 반곡 마을이나 평촌 마을에는

만개한 산수유 꽃을 만날 수 있었지만

꽃이 늦게 피어서인지 상위 마을에서는

만개한 산수유 꽃을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하여 그때의 아쉬움이 남아서인지 올해 봄에도 다시

이곳 구례 산수유 마을로 발걸음을 하게 되네요.

다만 오늘은 기존 산수유 마을인 아닌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현천 마을을 찾았습니다.

 

현천마을은 산동면에서 북쪽인

남원 방향으로 약 2km 떨어진 곳으로

산수유 시목 마을로 유명한 계척 마을 가기전에 있으며

마을 입구의 당산나무가 인상적인 마을입니다.

([전남 구례] 산수유 시목 - 할아버지 나무와 할머니 나무를 찾아서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57)

 

현천 마을은 견두산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마을로

견두산 능선은 섬진강 입구에서 시작해서

전남 구례와 전북 남원의 경계인 밤재로 이어지는

30km 가까운 긴 능선입니다.

등산로 안내판을 보니 과거에 구례에서 누룩실재를 넘어

곡성으로 걸어 간 추억이 생각이 나더군요.

([전남 구례] 섬진강을 따라 곡성 기차마을을 가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60)

 

이제 주차장에서 시작해서 시계 방향으로

마을 전체를 한바퀴 돌아보려합니다.

오늘은 또 어떤 아름답고 감동이 있는 풍경들을 만날지

시작부터 마음이 설레이네요.

 

운치있는 돌담길을 따라 왼편 마을 길을 걸어가니 

화사한 색감의 산수유 꽃들이 환한 얼굴로 반겨줍니다.

 

산수유 꽃은 무더기로 피어있는 풍경도 좋지만

한송이 한송이 자세하게 보아도 참 아름답습니다.

이른 봄에 피는 산수유 꽃이 노란 것은 봄이 오는 희망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은 아닌지요.

 

현천 마을은 산수유 축제장에서 떨어져 있고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한적하고 사람들로 붐비지 않아

온전히 봄꽃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산수유 꽃 구경을 하며 마을 돌담길로 가다가

왼편으로 사진 전망대 데크에 올라서니

노란 산수유 꽃들로 단장한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당초 작년에 구례 산수유 꽃을 보러왔었기에

올해는 오지않으려 했는데

이런 숨어있는 멋진 풍경을 보려고

나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나봅니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

꽃밭을 거니는 내내 어린아이 같은 천진한 마음이 되네요.

 

초봄에 피는 것이 산수유만은 아니라는 듯

노란 꽃밭 세상에 도도한 모습으로 매화 꽃도 고운 자태를 보여줍니다.

 

안그래도 다음주 쯤에 순천 선암사의 선암매를 보러갈까 생각중인데

산수유 마을에서 매화꽃을 만나니 마음이 더욱 설레여집니다.

 

사진전망대에서 내려와 팔각정이 있는 방향으로

산수유 길을 따라 올라서니 멀리 지리산 만복대가 바라보입니다.

다른 산수유 마을에 비해 이곳 마을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넉넉한 지리산 능선이 산수유 꽃과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산수유 길에서 팔각정 전망대를 가기위해

산책로를 벗어나 조금은 가파른 산길을 따라 걷는데

또 다른 노란 봄꽃인 생강나무 꽃도 만납니다.

과거에는 개나리외에 노랗게 봄에 피는 꽃이

모두 산수유 꽃인줄 알았던 적도 있었지요.

마치 진달래와 철쭉을 같은 꽃으로 생각한것처럼요. ㅎ

 

팔각정 오르는 길이 정리가 안되어서 쓰러진 나무를 넘고

 가시 우거진 수풀을 지나 올라서니

봉우리에 우뚝하게 서있는 팔각정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지리산을 바라보니 왼편 만복대에서 

고리봉과 성삼재를 지나

오른편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백두대간 능선이

한눈에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이곳 마을에 와서 그냥 산수유 꽃만을 볼거라 생각했지

이처럼 멋진 지리산 능선을 만날지는

생각지 못했었는데 뜻밖의 선물이네요.

 

성삼재 아래로 산수유 축제가 열리는 

지리산 온천 마을 풍경도 바라보입니다.

저곳은 축제로 혼잡하고 시끄럽겠지만 고요한 이곳에서 바라보니

마치 신선의 세계에서 세상을 내려다 보는 기분이 드네요.

 

가슴이 탁트인 전망대에서 잠시 쉬면서 맛난 커피도 한잔마시고

다시 산착로를 따라 산수유 길을 이어걷습니다.

 

산수유 길을 오를 때는 몰랐는데 되돌아 내려서는 길에

바라보는 자연의 풍경이 정말 참 아름답습니다.

 

노란 산수유 풍경만으로도 더이상 좋을 수 없는데

이처럼 노고단 능선이 시원한 배경으로 펼쳐지니

그냥 바라보기만해도 그속에 푹 빠지는 기분입니다.

 

푸른 하늘에 펼쳐지는 흰 구름은 또 얼마나 황홀하던지요.

 

늘 그렇지만 오늘도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않고

이 자연의 경이로움속에 영원히 머물고 싶네요.

 

문득 얼마전 신문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이 납니다.

 

"취미란 마음의 밭을 가는 일이다.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다.

아무것도 안 하는 휴식과 다르다.

취미가 일거리가 되는 순간 즐거움은 날아간다.

돈 받고 하라면 시들해지는 것이 취미다."

 

 

저도 가끔 생각해봅니다.

지금 그냥 좋아서 하고 있는 자연의 길을 걷고

사진을 찍고 하는 일이 취미가 아니라 직업이라면

과연 지금처럼 행복할 수 있으며 또 가장 자연스런 시선으로

자연을 대할 수 있을까 하고요.

 

아름답고 고운 풍경에 취해 노란 풍선이 되어

노란 꽃 터널을 풍풍 떠서 가는 기분이네요.

산수유 나무 사이 좁은 길을 따라 마을을 휘돌아 오니

마을 오른편에 위치한 전망데크에 도착합니다.

 

전망데크 옆으로는 마을에서 가장 조망이 뛰어나고 

터가 좋은 곳에 위치한 영모제라는 한옥이 있습니다.

다만 조금은 방치되고 있는 것 같아 이 한옥이 제것이라면

 리모델링해서 살고싶은 욕심이 생기더군요. ㅎ

 

전망데크에서 바라보니 건너편 사진 전망대보다는

이곳이 마을을 가장 멋지게 바라볼 수 있는 조망처인것 같네요.

 

 이제 전망대에서 마을 입구에 있는 저수지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대나무와 산수유 꽃이 어우러지는 풍경 사이로 이어지는 길을 걸어가네요.

 

따스한 햇살과 멋진 하늘 그리고 지리산 조망과 아름다운 산수유 풍경이

마치 한몸인양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풍경에 제 마음이 그냥 행복해지네요.

 

마을을 바라보며 휘돌아 걷는 길 또한 얼마나 멋진지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뿌듯해집니다.

 

불어오는 향긋한 꽃바람에 제 몸과 마음도 함께 실려

 아름다운 자연속으로 함께 흘러갑니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는데

자연 속에서 느끼는 이 소중한 사랑의 감정이

한없이 행복하고 고맙습니다.

사람과의 인연은 살아서건 죽어서건 늘 그 끝이 있지만

자연과 함께한 인연은 영원합니다.

비록 죽는다해도 몸과 영혼은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기에

이별이란 원래부터 없는 것이고요.

 

마을을 조망하며 산수유 길을 휘도니 현천제가 나옵니다.

 

문득 이런 곱고 아름다운 마을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집니다.

봄에는 노란 꽃과 친구하며 살고 여름에는 마을 안쪽으로

흐르는 시원한 계곡 물과 함께하고요.

 

또한 가을에는 빨간 산수유 열매를

사랑의 흔적처럼 가슴에 품으며 보내고

또 겨울에는 눈쌓인 새하얀 지리산 능선을 바라보며

 그렇게 늙어가고 싶네요.

 

저수지 제방으로 내려서니 눈에 익숙한

지리산 둘레길 이정표를 만났습니다.

생각해보니 지리산 둘레길을 마지막으로

걸었던 적이 무척이나 오래되었네요.

찾아보니 2009년 10월에 금계마을에서

인월까지 걸었던 것이 마지막이더군요.

(지리산 둘레길 (6) : 금계 마을에서 인월까지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68)

 

물에 비치는 산수유 풍경의 반영처럼

지난 흘러간 시간의 추억이 아스라합니다.

되새겨보니 마치 꿈을 꾼것 같이 허망하기도 하네요.

하긴 일장춘몽, 그게 바로 삶이고 인생이겠지요.

 

그나저나 다른 산수유 마을에 비해 현천 마을의 매력중

하나는 바로 이 저수지가 아닐까합니다.

 

산수유 꽃과 잔잔한 호수 그리고

지리산 능선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풍경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오직 이 마을뿐인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이 풍경만 바라보고 있어도 좋을 것 같고

마음에는 행복과 희망이 가득해질것 같습니다.

 

충만한 마음을 안고 호숫가로 좀 더 가까이 다가서봅니다.

 

가까이 다가서면 설 수록 더욱 깊어지고

풍부해지는 자연의 모습입니다.

마음의 눈으로 보면 세상이 다 아름답게 보인다고 하는데

이 고운 풍경 앞에서는 마음의 눈이 저절로 열리는 것 같네요.

 

마을 길을 걸으며 만나는 모든 것들이 다 가슴에 쏙쏙 들어오고

자연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말이

저절로 생각나게 하는 시간입니다.

 

노란 산수유꽃에도 마음이 설레이고

새하얀 매화꽃에도 마음이 두근거려지는 것을 보니

저 또한 노랗고 새하얀 꽃 색으로 물든 것 같네요.

 

2시간 남짓 산수유 마을을 산책하고 다시 주차장으로 되돌아 가는데

지난번에 읽었던 정호승 시인의 '내 인생의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라는

책에서 보았던 구절이 생각이 납니다.

 

꽃은 존재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이미 아름다운 것입니다.

무엇을 이루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피어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 자신도 존재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이미 꽃처럼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꽃은 피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지기 때문에 아름답습니다.

꽃이 지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오늘 제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고 설레이게 해준 꽃들도 머지않아 시들겠지요.

하지만 내년에도 또 그 꽃들을 기약할 수 있기에 오늘의 이별이 서운하지 않습니다.

기다림이 있기에 그리움도 있고 그 안에서 저는 행복할 수 있네요.